아이가 방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 상담실을 찾기 전 듣는 십대의 마음
오선화 지음 / 꼼지락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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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전문가 오선화 선생이 이번엔 부모와 청소년의 가교 역할을 자처한다. 사춘기 이후 아이들과의 소통 부재와 역할을 잃어가는 부모의 외침에 화답하듯이 이번엔 부모님을 위한 작품을 세상에 선보인다. 청소년과 부모의 손을 맞잡고, 그들이 가는 길에 이정표가 되고자 하는 저자의 역할, '아이가 방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에서 만날 수 있다.

아직까지 청소년 시기가 멀게 만 느껴지는 부모의 입장이지만, 청소년이 되기 전까지 아이와 소통하고 가깝게 지내는 방법을 부족한 아빠의 입장에서 배워보고 싶은 심정이 크다. 그러한 상황에서 어느 순간 아이의 문이 닫히는 걸 미연에 방지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모든 부모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린 시절 손 꼭 잡고 다녔던 추억을 더듬으며 십대가 되어도 아이들과 수다 떨고 놀아주는 부모. 그 문제가 문제가 아닌 실제 가족생활이 되는 그때를 예약하며 이 작품을 만나봐도 좋을 것 같다. 늦기 전에 이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더욱 흐뭇한 감정이 든다.

아이들만 살리던 오선화 선생께서 이제 부모님까지 살릴 생각을 했다는 단호함. 모든 것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얽히고설킨 인생사의 고락처럼 부모와 아이의 문제도 보다 전문적인 상담가 혹은 경험자의 바탕이 함께 해야 천천히 그 의미를 풀어가며 서로를 이해해 갈 수 있다는 명제를 이 작품에서 얻어 가길 바란다.

'가족은 무엇을 잘해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땅히 사랑하라고 주어진 존재라는 걸 기억해야 해요.'

우린 자식들에게 불현듯 많은 것을 바란다. 독자인 나 또한 어린 나이의 아이임에도 무심코 이러이러하면 좋겠네.라고 이야기한 뒤 후회한다. 그 자체만으로 사랑스럽고 대견해야 할 우리 가족을, 우리는 지금 명문대에 진학했다. 영어와 중국어 몇 개 국어를 한다. 등의 잣대를 통해 자녀 혹은 가족에 대한 애정 강도를 더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랑거리가 되고, '뿌리만큼 거둔다는 대한민국 국민의 만고불변의 법칙'에 끼워 맞추기식의 자녀 사랑을 펼치고 있다. 그냥 존재하고 숨 쉬는 것만으로 사랑하고 예뻐 보이는 것이 당연함에도 우리 부모는 그걸 망각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우리 부모 세대 이전이 생존율이란 이름하에 자녀가 살아 있는 그 자체에 더 큰 목적을 두고 그것만으로 아이들을 사랑이란 본능적 요소로 키운 순수함을 지니고 산 건 아닌지 추측해본다.

아이를 인격체로 대하라는 써나쌤. 휴게소에서 목격한 사례를 통해 아이들의 인격에 대한 중요성을 호소한다. 여자 화장실에서 딸아이

에게 반강제로 소변을 보라고 강요하는 엄마. 가는 길엔 화장실이 없다며, 소변 보기를 계속 권하지만 딸아이는 오줌이 마렵지 않다고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찔끔 '쉬'를 하게 된다. 엄마의 입장에선 차에서 실례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정당성을 확보하지만, 소변이 마렵지 않은 딸아이에게 강요이자 인격체가 아닌 시키면 시키는 데로 해야 하는 로봇과 같은 입장이 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아빠로써 아이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 살짝 들었다. '하지 마.', '그건 좋지 않아.' 등 우리 어른들인 부모가 쓰는 용어는 대개의 공통성을 띠고 있다. 이제 좀 의식적으로라도 '그러면 나쁘지 않을까?', '너의 생각은 어때?' 등 아이의 입장과 생각을 반영하는 질문으로 바꿔 하나의 인격체로써 대우함이 필요한 시대라는 걸 느낀다. 아이들에게도 선택의 폭이 있다. 일방적인 부모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한 방향으로 운전하는 일방통행식 교육이 아닌 함께 존중하는 가족 문화, 이것이 아이가 로봇이 아닌 하나의 인간, 인격체로 대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의 방문이 닫히는 시기가 연장되거나, 열린 문을 유지하는 길이 마련되지 않을지 살짝 기대해본다.

아이에게 필요한 다섯 가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핵심 주제 다섯 가지를 여러분의 아이, 혹은 부모님에게도 적용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 서로에 대한 공감해주기. 내가 아닌 아이, 가족을 배려해주는 마음, 정말 부끄럽고 하기 힘든 사랑한다고 말하기. 아이나 가족에게 모든 걸 다 미안해하지 말기. 부모라는 이름으로 우선 자신부터 사랑하고 챙겨 나가기. 다섯 가지 주제를 통해 저자가 청소년 상담을 하며 겪었던 이야기와 청소년의 부모 회은 '선화'라 불렸던 자신의 엄마에 대한 사연 등을 애틋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글에 공감함으로써 이미 우리는 이 다섯 가지 교훈적인 내용에 함께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꼭 실천해보길 바란다.

이 외에 학부모와 청소년이 고민하고 궁금해할 만한 써나쌤의 명쾌한 답변 형식의 Q&A가 독자들의 쓰린 속을 풀어주리라 기대한다.

아마 부모님과 자녀 간의 막힌 속을 풀어주는 활*수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현재 초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도 도움 될 이야기들, 미래에 태어날 자녀 혹은 초중고생 자녀로 자라날 아이의 부모들에게도 에너지가 될 활력 넘치는 조언과 양육 비타민 등이 다채롭게 소개되고 있다. 책을 곁에 두고 아이와 맞닥뜨릴 때, 혹은 보이지 않는 장벽이 둘을 갈라 놓을 때 이 작품을 꼭 펼쳐보길 권한다. 청소년 전문 상담가이자 작가가 부모님들에게까지도 전하는 마법의 메시지 '아이가 방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열릴 소통의 창구를 상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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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한재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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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힘을 배우는 것은 시작이 중요하다.

초라한 출발이라도 시작했다는데 의의를 두고 노력이란 버티기에 다양한 예를 제공해줄 작품이다. 매일매일 하다 보면 달라질 수 있는 시도. 우리는 사실 그 시도조차 머뭇거리는 경우가 대다수이기도 했다. 무엇을 위해 목표를 두고 달려가는 것인지 모를 때 저자가 이야기하는 매일, 매일의 일상에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 최고의 노력이란 결과, 버티기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딱 한 번만 제대로 해 보세요.'

눈금에서 보이는 0과 1의 균형 차는 동일하나 인간이 첫 발을 떼는 것은 그 시작이 중요함을 저자의 에피소드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어느 날 문득 소설가가 돼보자는 다짐을 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화. 그리고 검도를 배우던 저자가 후리기 연습을 시도할 때 사범이 그에게 던진 말들. '딱 한 번만 해보세요.' 그 시작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지만 그 첫 발을 내딛기 위한 노력이 더해진다면 자신의 일에 대한 가속력은 제어 불가능할 정도의 능숙함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기회를 잡지 못한 그 순간이 다시 우리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 저자는 나이의 한계에 대해서도 솔깃하게 접근한다. 글이 좋으면 블로그에 글을 올리므로 작가가 되고, 셰프가 되길 바라면 마트와 주방을 오가며 자신의 일거리를 찾는 기회. 저자 또한 사법시험 합격 문턱에서 좌절한 경험이 있었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글을 쓰고, 방송 팟캐스트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지금의 작가이자, 재우의 서재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좋아하는 것을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해가는 것이 노력이며 버티기의 힘이란 걸 깨닫게 한다.

늘 드는 생각이자 편견인데,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늦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성공이란 의미가 물질적 가치가 아닌데도 그것에 집착하고, 남들과 비교하게 되며 조바심을 갖게 만든다. 저자 또한 제법 늦은 나이에 취직을 하고 지금의 자리-유명세는 아니더라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마라톤 선상에서 출발해 42킬로 이상을 완주해야 할 인생이지, 100미터 단거리 선수처럼 옆 사람을 응시하며 달릴 필요가 없음에 공감이 가고 저자의 글이 와닿는다. 나와의 인생이지 타인과 비교를 통한 삶이 아니다. 출발이 늦더라도 결과는 누구나 다를 수밖에 없는 과정 속의 종착지점이므로, 슬로 라이프에 강박증을 갖지 말고 하루에 대한 소중함을 유지해 사는 삶, 그 여유가 중요함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없어 책을 못 본다. 운동을 못 한다.'에도 한 방을 던지는 저자. 비단, 건강을 위해 시작했다던 조정래 선생의 22년 지속되는 하루 6분 3회의 맨손체조. 이것이 지금의 명작을 만드는 건강 요인이 되었다는 에피소드가 아니더라도 짬을 낸 운동의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목표를 이루고자 계획한 자신의 열정적 습관은 의미 있는 긍정의 결과를 이루어 낼 수 있다. 짧은 습관이 장기화되는 노하우를 배우며, 어느새 일상이 되어가는 나의 책 리뷰 쓰기도 이를 실천한 유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저자가 예로 든 움베르토 에코의 인터뷰 중 '세상에 틈이 많더라'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겠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휴대폰 시간만 조금 줄여도 당신이 원하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어느 순간 살며시 올라간 독자, 당신의 입꼬리를 상상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집중하면 스스로의 문제 해결력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엘렌 랭거 교수의 실험 결과이다. 성과 중심과 과정 중심의 참여자 중 과정 지향적 집단의 경우 방법을 궁리하는 동안의 문제 해결력이 커져 좀 더 자신감 넘치는 긍정의 집단으로 결과를 이끌어 냈으며, 성과 지향적 중심의 집단은 그 반대의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저자 또한 자신의 능력이나 한계를 이미 확정 짓지 않고, 고교 시절 캠프 조장으로 맹활약하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애초에 성과를 얻기 위한 결과도 중요하지만 안 된다고 말하기 전 도전해보는 의지가 당시의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의 짧은 추억을 소개한다. 안 되겠다.라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그 난관을 극복해 낼까?의 고민이 노력이라는 과정 속 결과로 나타났던 좋은 예이기도 하다.

이야기 중간중간 저자는 자신의 몸을 빗대기도 하며 규칙적인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다. 그가 자주 인용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해 '몰입'이란 작품으로 유명하다는 서울대 황농문 교수의 운동법 등을 통해, 일상에서 꾸준한 운동이 얼마만큼 다양한 에너지 발산의 효과를 내는지 설명한다. 운동 후 글쓰기가 더욱 선명한 효과를 낸다는 것, 다분 글쓰기나 운동 외적인 것들도 계속, 꾸준히 함으로써 내 의지가 되고, 버티기가 되는 것임을 저자는 이야기하는 것이다. 누굴 보여주거나 각광받기 위한 노력과 버티기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한 긍정적 생활,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형 삶의 터득법인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는 많은 부분들 안에 물질적이고, 보여주기식의 행복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작은 미소로부터의 행복, 작은 기쁨에서 피어오른 생활 속의 행복이 '노력이라고 쓰고 버티기라고 읽는' 제목 안의 핵심 포인트가 아닐지 생각하며 글을 맺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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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사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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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마치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일부러 어깨를 
부딪는 사람처럼.‘​

그것이 ‘진구‘였고, 그가 자라 ‘형민‘이란 이름으로 온전히 불리게 된 상냥함이었다.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던 드라마 속 ‘진구‘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어린시절의 ‘형민‘이 어느덧 자라 다시 TV에- 그때 그시절 느낌-출연한다. 그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다가 우연히 어머니의 가게에 들른 김피디의 드라마 캐스팅 제의에 응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다수의 사람들에게 진짜 이름 ‘박형민‘ 대신 ‘형구네 고물상‘ 주인공 중 하나인 ‘진구‘로 불려지게 된다. 그렇게 방송 출연을 계기로 ‘형민‘의 현재는, 과거를 소환하듯이 자신의 지난 시간과 돌아가신 아버지 박삼일, 홀어머니 이명수의 어린시절을 자신의 이야기처럼 풀어 나가며, 다양하면서도 아프고 슬픈 소시민의 이야기를 화자의 입장에서 풀어나간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 우리 세대가 과거의 잊혀진 기억을 상기하듯이 평온한 마음 상태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를 던져준다. 이야기는 추억의 실타래를 풀어가듯이 주인공 ‘형민의‘ 주변 인물과 우연히 마주친 관계의 진전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양산해낸다. 주인공 ‘형민‘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타깝고 슬픈 과거, 죽음이란 그림자를 머금고 살아가며 현재에 이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별과 슬픔,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살아 있는 사람이 지니고 살아야 할 짐같은 존재같기도 하다. 상냥한 인간 ‘형민‘이 그들의 사연에 동화되는 것처럼, 독자들도 각각의 사연에 귀기울이게끔하는 흡입력을 지닌 작품이다. 물론 그 중심에 ‘형민‘이 존재한다.

‘형민‘은 뚜렷한 해결책이나 시원한 명답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과거에나 지금도 타인에게 위로가 되는 상냥한 사람과 같은 캐릭터로 위로감을 전달한다. 그저 스스럼없이 타인 속에 나를 융화시키며, 할머님들의 이야기며, 박대리의 가슴 아픈 사연을 상냥한 어조로 이해할 뿐이다. 또한 대학생 딸을 잃은 과일 장사 아저씨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들어줄 때도 자신의 딸을 떠올리며 관조적 태도로 상대방을 위로한다. 요즘 직설적인 소설들보다 평범한 것 같지만, 작가 윤성희가 하고 싶은 인간 냄새, 우리 소시민이 살아가며 느끼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들이 독자의 마음을 은은하게 적시우는 듯 하다. 책장을 덮은 뒤, 눈을 감고 지나온 필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유, 아픔과 슬픔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서로간의 위로와 상냥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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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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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급 작가 그룹 6명의 이야기꾼이 전하는 쉽게 깨어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새벽 같은 이야기를 펼쳐낸다. 주제가 정해 있듯이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6편의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신예 소설가 장류진의 '새벽의 방문자들'로 시작된다. 이 제목은 소설집의 메인타이틀이기도 하다. 낡은 오피스텔에 홀로 살고 있는 30대 여성. 악플급 댓글과 스팸글, 선정성 글을 지워야 하는 운명의 It 관련 회사의 직원이기도 한 그녀. 그리고 그녀에겐 한때 사귀던 남자 김이 있었고, 하지만 어느새 다시 솔로의 삶으로 회귀하는 주인공 그녀.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울리지 않는 게 당연할 초인종 소리가 그녀의 가슴을 곤두박질치게끔 한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자신의 '동 호수'를 찾아드는 남자들이 어떠한 인간들인지 추리하게 되고, 그들의 얼굴까지 모니터 화면의 캡처를 통해 추리가 기정사실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결국 마주치지 않을 것 같았던 자신의 옛 애인 김까지 소리 없이 그녀의 집 초인종을 눌러대는데...... 진실 됨이란 가면을 쓴 남성들의 본심 혹은 여성의 성적 상품화를 비평하며, 실제인지 허구인지 모를 현상의 이야기를 담아 독자를 매료시킨다. 누구나 동등하고 나만이 아닌 우리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당연시해야 할 때임에도 우린 과거를 반복하듯 답습해 살아가는 말종이 되어가는 건 아닐지.

 

'룰루와 랄라'는 담백하다. 여자의 이야기 같지만 남자의 편견 섞인 이야기도 함께 등장한다. 늘 여자의 남자 ''은 그녀에게 일이 생기면 일의 상대방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따지곤 한다. 결국 ''도 그녀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일조하는 한방을 선사하며, 남녀 간의 편견에서 시작해 올바른 방법으로 맺어나갈 수 있게 하는 여성의 배려도 느껴진다. 이렇게 두 인물 외에 수수께끼 같은 여인 '룰루'가 주인공인 그녀와 ''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결국 주인공 그녀는 공장 알바 출근길에 그녀와 말문을 트게 되고, 그의 가슴 아픈 속 사정까지 나누는 사이가 되어간다. 하나뿐인 아이였지만 실은 두 번째 아이였던 지금 '룰루'의 아이. 그리고 룰루는 그녀에게 왔다 간 첫 째딸을 자신의 기억에서 지우지 못한다. 결국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아는 것인가? 물론 이것도 편견이며, 반 페미니즘적인 언사일 수 있지만, ''에게 코칭을 받고 때려치운 공장 알바 이후에도 주인공 그녀는 이웃사촌 '룰루'와 같은 시각 정류소에서 만나며 심적 동반자가 되어준다. 누군가 기댈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남자이든지 여성이든지 관여할 바는 아니다. 누가 얼마만큼 이해하고 한마음 한뜻이 되어주는지 몫일 뿐이란 걸 느끼게 하는 '룰루와 랄라'이다.

 

 

'베이비 그루피'는 현재의 연예계를 단적으로 묘사한 것인가? 아니면 실제 이루어지는 일일 수도 있을 상황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조심스럽지만 당당하게 다루는 소설처럼 다가왔다. 그룹의 멤버와 사랑(?)에 빠진 십 대. 한순간의 행동이 그릇된 결과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 '베이비 그루피'의 두 인물 '나와 초'도 자신들이 선망했던 인디밴드 그룹의 PK의 불장난 섞인 옳지 못함에 희생되고 만다. 하지만 조금은 쿨하고 당당한 페미니즘적 면모를 보이는 두 인물이랄까? 10대 시절을 보낸 후 다시 만난 그녀들은 솔직하면서도 당돌할 정도로 자신감 넘쳐 보인다. 10대 후반 겪었던 걸림돌 같았던 불장난에 굴하지 않고, 당시의 뭐 같던 상황을 술 한 잔에 털어내며 과거를 회상한다. 어쩌면 좋지 않았을 씁쓸함과 아픔이었기에, 가슴에 품고 싶었던 그녀들의 사생활은 아닌지 독자로서 조심스럽게 상상하며 마무리한다.

 

 

'지나와 보라' 중심의 예의 바른 악당.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여성의 이야기이지만, 그들은 여기에 등장하는 남자, 선배와 어떠한 관계일까 의문 부터 드는 선입견에 빠지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나 남성 중심의 생각과 관점에 잡혀 살아왔는지 반성하게 된다. 또한 김현 작가

'유미의 생각'을 통해 당연스럽게 여겼던 잘못에 대한 선명한 진실. 페미니즘을 비롯해 인권 감수성에 이르기까지 간과했던 상황들에 대한 명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설 속 이야기였다. 남자가 움츠려드는 것이 아니라, 남녀 서로 간의 평등이 정당화되어야 함을 잊은 채 살아온 기울어진 사회의 둔감력. 상대방이 불쾌하고 기분이 나쁘면 당연히 사과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한 시대임을 '유미의 생각'을 통해 느끼게 된다.

 


'누구세요?'라는 어이없는 남정네 재영에게 불필요한 말을 듣고 졸지에 백수이자 이별녀가 된 여주인공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미투의 영향 후 직장 내 성희롱, 추행과 같은 범죄가 어느 정도 사그러졌는지 모르나,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남자들에게 촌철살인과 같은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결국 월세마저 밀려 길가로 내몰릴 상황까지 몰린 여주인공은 발칙한 행동을 펼쳐 옆집 젊은 남자의 집을 털기 위한(?) 무리수를 감행한다. 여자로서 느껴보지 못한 더 큰 호기심이 발동해 잠들어 있던 건장한 옆집 남자를 탐하기 시작하는 당돌한 주인공. 그리고 옆집 남자는 그 상황이 꿈과 같은 것으로 착각한 것인지 주인공이자 낯선 여인과의 섹스에 홀릭 한다. 마치 자신이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옛 연인이 '연정'의 이름을 속사이듯 외치며......

 

그리고 색다른 섹스를 마친 여자는 잠에 취한 젊은 남자의 아이패드와 몇 가지 물건마저 슬쩍해 밀린 월세를 메꾸기 위해 그 물건들을 중고 장터에 넘기게 된다. 늘 여성은 받는 입장이고, 주는 사람은 남자란 착각, 찬물의 아래위가 없는 요즘, 동등한 입장에서 생각하고,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이야기였던 것 같다. 무거울 것 같지만 솔직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며 마무리 한 '누구세요?' 생각지 못한 일들에 도전하고, 지나친 편견에서 멀어지는 사회, 그러한 사회를 꿈꿔본다.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페미니즘 소설. 더 크게 말해 인권감수성이 가득한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 인간 남녀가 현대 사회를 올바른 관점에서 살아가야 할 교훈을 던져준다. 재미와 교양, 알지 못했던 공감대 형성까지 남녀라는 차이를 극복하는, 우리가 함께 공조하며 편견이 없는 세상을 그려보고, 채색해야 할 작품집이란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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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아일랜드 - 2019~2020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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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하면 생각나는 도시가 '더블린'이며 영화 '원스'이다. 그 이외에는 최근 jtbc에서 방영된 버스킹을 소재로 한 예능 '비긴 어게인' 등을 통해 아일랜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예전 멜 깁슨이 주인공으로 한 아일랜드 분리 독립의 역사를 다룬 '브레이브 하트' 등 실제적인 정보보다는 간접적인 정보로 영국의 위성 국가인 '아일랜드' 정도로만 알고 있는 정보가 다 일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나우 출판사에서 출간한 혼자 떠나도 가능한 트래블로그 아일랜드는 유럽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아일랜드에 대한 새로운 검증이 가능하게끔 하는 여행안내 정보서라 설명할 수 있겠다. 아일랜드는 우선 펍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펍에서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 이상으로 서로 간의 흉허물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서 아일랜드에서 꼭 마셔야 하는 기네스가 대표적인 주류 문화이기도 하다.



이 책의 구성은 트래블로그의 특징처럼 역사와 문화, 경제, 국민성 등, 아일랜드 여행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를 제공해주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여행지를 먼저 알고 가면 그들과 더 가까워지고,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폭도 커지기 마련이므로, 그러한 점에서 늘 장점으로 꼽히는 트래블로그만의 특성이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을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주로 일조량이 가장 많은 6~8월, 3월 경) 필요한 주요 포인트를 설명해준다. 아일랜드 여행에 꼭 필요한 정보, 관광지 속 TV와 드라마 명장면, 패키지와 자유여행, 캠핑여행 및 다양한 여행 루트 짜는 법을 중심으로 알짜 정보를 제공한다. 더불어 연중 내내 10도를 상회하는 기온의 아일랜드에서 필수적인 외투 준비, 렌터카 및 숙박(호스텔 및 에어비엔비) 등의 정보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주요 도시인 '더블린'을 중심으로 (시내 교통, 핵심 도보여행, 주요 거리 등) 아일랜드 남부(코브, 딩글 반도, 링 오브 케리, 골웨이), 아일랜드 서부(아란 섬, 슬라이고) 북아일랜드(벨파스트, 런던데리, 아일랜드 북부)로 중요하고 꼭 한 번은 가보아야 할 관광과 문화 중심지를 바탕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여행자 각자의 취향에 맞게 아일랜드 투어 혹은 원하는 목적에 맞는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큰 역할을 할 만한 가이드북이다



어떻게 보면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을 통해 서만도 아일랜드 문화의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더블린은 풍부한 문화적 전통과 친절한 시민들의 모습을 간직한 도시이다. 인구 약 2백만 명의 아일랜드 최대 도시인 더블린의 중심부는 도보나 자전거로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아담하고 작은 도시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인구 대비로 노벨 문학상(예이츠, 사뮈엘 베케트, 셰이머스 히니) 을 가장 많이 수상한 국가이기도 자부심의 도시가 아일랜드의 '더블린'이다. 이렇게 문화와 전통이 어우러진 도시, 낮에는 문학의 향기를 함께 누리고, 저녁엔 펍 문화에서 친절한 아이리시와 만남을 갖는 여행 그것이 진정한 '더블린', 아일랜드의 문화를 만나는 핵심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그 외에 아일랜드 유명 대학 트리니티 대학, 유럽의 명문이라 불리는 대학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대학 투어도 추천해 본다. 그래프토 거리를 중심으로 펼쳐진 트리니티 대학의 역사와 전통, 학생들의 문화를 경험하며, 여행이란 그들의 문화와 호흡하는 것이란 참된 여행의 묘미를 만나보길 바란다. 생활 밀착, 문화 밀착, 전통까지 함께 담은 여행안내서의 개성이 묻어나는 트래블로그 아일랜드 여행 안내서. 책 한 권으로 모든 것을 소개할 수 없지만, 필요한 포인트와 꼭 가봐야 할 장소와 명소, 먹거리, 숙박 등을 여러분의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안내서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중심 도시 외, 아일랜드 남부와 서부, 북부까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농촌 문화, 그 지역만의 특징이 담긴 자연 경관 등도 함게 경험함으로써 장기적인 아일랜드 투어, 그들의 삶과 문화, 역경을 이겨 온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여행은 단순한 경험 이상의 가치를 지닌 인간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아일랜드도 그러한 능력을 지닌 여행지이자, 방문해 볼 만한 매력이 넘치는 국가란 생각을 갖게 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맞춤 여행집 '나우 출판사의 트래블로그 아일랜드' 한 권 손에 들고 여행지로 떠날 계획을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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