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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너무 어려운 스몰토크 - 나의 특별하고도 평범한 자폐 스펙트럼의 세계
피트 웜비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나에겐 너무 어려운 스몰토크/ 피트 웜비 지음/ 윌북
서른 넷에 자폐 진단을 받고서야 사는 게 어려웠던 게 이해가 갔다는 지은이 피트 웜비다. [나에겐 너무 어려운 스몰토크]를 집필한 그는 영어교사로 안정된 커리어를 쌓아가고 딸을 출산하여 부모가 되었을 때 우울증과 번아웃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자신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그는 교사직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자폐성 장애 '홍보대사'로 활동하였다. 그의 활동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그 결과로 책 [나에겐 너무 어려운 스몰토크]이 나왔다.

그는 자신이 자폐인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자신의 견해, 경험 그리고 이해를 바탕으로 자폐인이 타인의 친절에 기댈 필요가 없는, 행동을 이상하게도, 위험하게도 보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미래를 앞당기고자 이 글을 썼다.

신경 전형인과 신경 다양인, 가면쓰기, 심리 탈진, 자기 자극 행동, 실행 기능 장애, 자폐성 관성, 병리성 요청 회피, 거부 민감성 위화감 등등 자폐성 장애와 관련된 용어를 적절한 예시와 자세한 설명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의 글에 스며있는 간절함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묻어나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지도 한 장 없이 어두운 숲에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분투해야 했다."
개인마다 편하고 맞는 속도와 환경이 있는데, '사회', '학교', '직장' 공동체에서는 개개인의 형편보다는 집단의 규칙, 원칙이 우선시되어 시스템이 유지된다. 비자폐인인 나조차 버겁거나 지겨울 때가 있다. 그렇기에 저자 피트의 눈높이 맞춤 문장에 깊이 공감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단순히 자폐인들의 특성과 상황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에서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알려주고 있어서 더 유익하다. 보통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자 할 경우, 요구사항을 들어주거나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된다. 하지만 자폐인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이런 지침들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리라.

우리나라에서도 관계를 돈독히 하는 방법으로 '스몰토크'를 추천하는데 영국 또한 매한가진가 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모범답안이 있는 스몰토크 활용팁을 본 적이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물 위에 뜬 기름처럼 떠다니지 않기 위한 유화책 정도로 받아들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자폐인 피트에게는 정답 없는 질문이자 공허하고 의미 없는 질문이었다.
"우리의 삶 자체가 한계선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선을 넘고 만다."
비자폐인도 가면을 쓰지만, 자폐인의 경우 가면쓰기는 생사가 걸린 문제라 한다. 하지만 가면쓰기가 성공하면 또 그것대로 부정적인 면이 있다. 바로 다른 사람을 속이는 데에 능숙해진 나머지 자기 자신도 '속이는' 것이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움찔했다. 긴 세월 함께 하다 보니 같이 성장하고 줄거리를 갖추게 된 가면을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경 전형인은 자동차가 유턴하는 것처럼 쉽게 하는 일을 전환할 수 있다.
반면 일반적으로 자폐인은 원양 정기선과 비슷한 속도로 유턴을 하기에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
저자는 여러 주제와 인생 주기별로 자폐인으로서의 자기 경험을 녹여냈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잠복기에 겪은 혼란과 시련, 진단 후에는 자폐인에 관한 잘못된 정보들로 인한 어려움과 차별들을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변화해나갔으면 아니 바꿀 수 있다는 열렬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신경 전형적인 세상을 비전형적으로 바꿔 모든 사람을 위한 비전형적인 세상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미 세상에는 온갖 정보가 있기에 사람들이 읽고 듣기만 하면 된다는 뼈 있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시선 맞추기를 일종의 몸짓 언어라고 봤을 때,
(우리에게는) 소통에 있어 시선이 갖는 의미가 매우 다르다.
……
'나는 당신을 아주 깊이 믿고 좋아하며, 아마 당신은 내가 몇 년 동안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싶은 유일한 사람일 거예요.'라는
대대적인 애정 고백에 가깝다.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두려움을 느끼고 무서워한다. 자폐인의 자기 자극 행동에 대한 몰이해와 공감력, 외로움에 대한 거짓 정보, 비발화 자폐인에 대한 무관심과 무시 등등 이미 스트레스 상태로 살아가는 자폐인에게 얼마나 무심하고 폭력적인 세상인가. 나 또한 반성하게 된다. 전형인의 테두리 안에 있는 이들이 소수자들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관심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닐까. 피트 웜비의 상상이 현실이 되기 위해 이 책을 펼쳐보는 작은 수고부터 시작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