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독서 - 한 권의 책이 리더의 말과 글이 되기까지
신동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통령의 독서/ 신동호 지음/ 한겨레출판




신동호 시인이 들려주는 대통령의 독서 목록은 개인의 독서가 나라의 독서가 되어 국정 철학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잘 드러내준다. 책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바로 보고, 미래를 그려나가 꿈꾸는 세상을 세우기 위한 방향을 차근차근 잡아간다. 책을 통해 사람을 배우고, 사람을 믿고, 사람을 사랑하며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계획해나간다. 그 평화의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믿음과 희망으로 꿋꿋이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에 울컥하였다.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정책과 비전에 한없이 착잡해지면서도 다시금 희망하게 되었다. 괴테의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도 않고'라는 문장처럼 반칙과 특권 없는, 증오와 편가르기 없는, 책임과 의무에 눈 감지 않는, 평화와 화합의 대한민국을 위해 오늘의 평범한 우리 국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진실을 짚어준다.














총 20장의 주제를 담은 <대통령의 독서>는 대통령이 읽은 책들이 어떻게 정책과 국정 철학에 녹아드는지를 잘 보여준다. 장마다 첨부된 연설문과 기고문을 통해 지난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품었던 생각과 철학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각자도생'을 뼈저리게 실감한 오늘날, '함께 잘 사는 나라', '생산적 복지'를 구상하고 추진하고자 애쓰는 지난 행보에 다시금 봄을 향해 손을  힘껏 내밀고 싶어졌다. 불안을 잠재우려 하지 않고 오히려 불안을 조장하는 오늘날, 국가와 사회가 국민을 저버리지 않고 걱정해 주고 있다는 안도감이 절실하다.  








'비과학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과학이 변화의 시대에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본질적 도구라고 말한다.(칼 세이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과학과 희망> 중) 국정 운영과 관련된 일이라면 여러 의견을 모아 설득해야 하는 합리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실패가 모두의 경험으로 축적되어 성공으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의 지혜와 행동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어제를 <대통령의 독서>로 돌아보았다. 우리가 지금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여러 도서들이 등장하는 만큼, 마지막에 정리된 [참고문헌]이 큰 도움이 된다. 대통령을 뽑는 국민으로서 우리는 스스로 책임지는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한다. '책을 읽는 대통령'을 기다리는 이유를 이 책이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한겨레 하니포터 9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이스트 :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스탠리 투치 지음, 이리나 옮김 / 이콘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테이스트 |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스탠리 투치 지음/ 이콘


솔직히 스탠리 투치를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자 감독이라고 생각했지 음식에 이렇게 조예가 깊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에세이집 [테이스트]를 통해 만난 그는 정체성의 한 기둥을 오롯이 '음식'에 내주고 있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그가 들려주는, 이탈리아 전통 음식과 함께 성장해온 이민 2세대의 인생 이야기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오직 읽는 내내 온갖 음식의 향연에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점이 괴로울 뿐이다. 






음식을 통해 삶의 공간을 완성시키고 확장해나가는 스탠리 투치의 가족 이야기는 잊혀가는 우리네 옛 모습을 상기시켰다. 단순히 음식이 허기를 채우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고 단단히 엮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주는 따뜻한 정이었던 시절이 말이다. 도시화되고 핵가족화되면서 '음식'도 외부화되어가는 추세다. 그래서 스탠리 가족이 가족 전통의 레시피를 배워 요리하여 대를 이어가는 모습들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였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말이 있듯 가족들이 모여 부모의 … 부모의 레시피로 만든 요리를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안에 응축된 맛과 사랑을 온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행운을 스탠리 투치는 유쾌하면서도 신랄한 화법으로 위트 있게 전하고 있다. 







그가 요리책을 쓰고 음식 영화부터 음식 다큐멘터리 시리즈까지 제작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갔다. 아니 당연한 일이었다. "옆집 가서 이웃들은 뭐 먹는지 보고 올래?"라는 말로 상황을 종료시키고 준비된 음식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스탠리 투치의 어머님의 기지와 현명함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워킹맘이면서도 환상적인 요리를 식사 때마다 만든 어머님이 계셨기에 '요리'라는 현실적이고 훌륭한 예술에 심취한 스탠리 투치가 존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고맙게도 지금 우리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예술로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사랑 이야기도 음식과 관련지어 맛깔나게, 진하게, 매콤하게, 달콤하게 전하고 있다. 같은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첫 번째 부인인 케이트와 그녀 가족과 보낸 추억 속 음식 이야기는 끈끈한 가족애를 전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부인인 펠리시티와의 음식 중심의 로맨스는 그에게 또다시 찾아온 영혼의 단짝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토록 음식을 추앙하는 부부라니~ 

스탠리 투치는 음식에 대한 열정이 직업에 대한 감정을 능가하여 버렸다고 한다. 그의 연기와 연출을 생각하면 부디 지금처럼 '요리와 연기'라는 두 예술 세계를 조합하여 맛있고 즐거운 예술을 창조해나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가 들려주는 음식 이야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를 충족시켜주는 바가 크니 그 즐거움이 계속되길 염원한다. 




각국의 영화 촬영장 케이터링 이야기와 삶의 주된 배경인 미국-영국-이탈리아에서 경험한 다양한 음식 관련 추억들과 사람 이야기는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기쁨이자 전율이다. 음식을 통해 한 개인을 이해하고 그 지역을 둘러보고 더 나아가 한 나라를 조명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한 시대 혹은 전통을 책임지고 있던 식당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폐업하고, 개인적으로는 암 치료로 식욕을 잃어버렸던 암흑기가 지나갔다. 그 시간들은 스탠리 투치를 각성하게 했다. 음식은 그를 살게 할 뿐 아니라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투치 가문의 레시피들이 다수 수록되어 욕구를 자극한다. 마침 라자냐를 만들려고 샐러리를 사둔 나로서는 투치 라구 소스를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도전해 보고픈 요리들이 있다. '팀파노'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책 속 내용처럼 위험한 음식인 듯싶다.




'어린 시절의 가장 멋진 부분은, 우리 가족이 어떤 음식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었는지'라는 스탠리 투치의 회고처럼 사랑과 서사를 품은 음식은 그 존재만으로 충분히 풍요롭고 충만한 삶을 담을 수 있다. 그가 음식으로 전한 삶은 참으로 특별했다. 음식 특유의 온기가 온몸을 감싸는 따뜻하고 유쾌한 에세이 [테이스트], 맛난 시간을 채워나가고픈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문학동네





괴테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 말씀하시는 괴테 할머니 전영애 교수님. 나이 들수록 더 새로워지는 사람은 괴테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늘 호기심에 가득 찬 동시에, 정말 대단한 꾸준함까지 겸비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합니다.

괴테를 연구하고, 괴테의 책을 번역하고, 괴테 마을을 조성하고 있는 전영애 교수님을 만날 수 있는 유튜브 채널 [괴테 할머니 TV] 속 영상이 글로 출간되었습니다.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괴테와 함께 한 시간과 개인사가 녹아있는 이 책은 먹먹한 감동으로 스며듭니다. 나이 듦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상에서 어른으로서의 여유와 배려 그리고 열정이 엿보입니다.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한 갈증이 큰 요즘, 책 속 구절 하나하나 마음을 다독여주는 평온함에 위안을 얻습니다. 이 세상이 기우뚱거리더라도,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이들의 손과 발이 다시 균형을 맞춰가리라는 믿음을 심어줍니다.

괴테의 철학을 기반으로 삶을 대하는 자세에 관한 다정한 수업이 계속됩니다. 살아있다면,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것을 믿고 쭉 가보기를 권하는 괴테 할머니, 꾸준히 가다 보면 그 길 끝에서 지금보다 더 성장한, 나다운 나를 만날 것이라고 합니다. 묵묵히, 계속, 다만 바른길로 걸어갈 것을 당부합니다. 








괴테가 60년 동안 집필한 <파우스트>가 남긴 것은 바로 '사랑'이라고 합니다. 이는 전영애 교수님이 여백 서원과 괴테 마을을 통해 실천하고자 하는 삶의 철학이죠. "홀로 아름답게, 함께 더 아름답게"를 슬로건으로 사람을 귀히 여기는, 진정 풍요로운 사회를 꿈꿉니다. 

괴테의 정원집처럼 자연과 함께 괴테 마을을 조성해가는데 힘쓰고 있는 전영애 교수님은 답이 잘 보이지 않는 인생의 문제는 정면 대결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괴테가 정면 대결을 통해 훌쩍 커가는 사람이었듯 말이죠. 








[괴테 전집]을 모두 번역하기 위해 하늘에서 거기까지는 좀봐주시면 좋겠다는 문장에서 괴테 할머니의 삶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의 모든 것이 녹아있는 여백 서원과 괴테 마을이 궁금해집니다. 괴테의 철학과 전영애 교수님의 철학이 꽃피운 그 공동체에서 따뜻함을 얻을 날을 그려봅니다. 

'최선을 다하는 삶이기에 후회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하시는 괴테 할머니의 삶이 지금 휘청거리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길을 알려줍니다. 잔잔하지만 단단한 삶에 다정한 이웃들이 주변에 모여드니, 그 작은 세계가 곳곳에서 꽃피우면 어느새 우리나라 전체가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 네오픽션 ON시리즈 30
배기정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 배기정/ 자음과모음/ 네오픽션30




'최애'라는 표현이 몇 년 새 익숙해졌다. 최애, 차애, 홈마, 사생… 다양한 팬덤 문화가 아이돌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그리고 전국에 트로트 열풍이 휘몰아쳤다. '트로트'라는 장르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참 놀라운 일이었다. 시대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였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안정적인 경제력을 기반으로 열정과 활력을 깨우는 '트로트 열풍'을 이제는 오늘날 문화의 한 단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소설 <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는 트로트 가수 '지세준'과 홈마 '연희정'이 어떤 사건으로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리고 있다. 



일방적이었던 관계가 조금씩 변하면서 극의 성격은 확 달라지게 된다. 최애를 향한 팬의 덕질 이야기에 개개인의 얼룩진 인생 이야기가 더해지니 기묘한 분위기가 탄생했다. 



인물별로 화자가 전환되면서 동일 사건을 되짚어나가는 구성이 이야기의 맛과 긴장을 고조시킨다. 중요한 것을 지키거나 얻기 위해 지세준의 입장에서, 연희정의 시선에서, 민성연의 상황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초점이 달라진다. 특히 극한 상황에서도 최애를 위해서라면 폭력, 살인도 불사하는 연희정 아니 정연희의 덕질은, 사랑은 기이하다. 







유사 연애라 표현되는 지세준의 팬 관리는 또 어떠한가. 지독한 팬심이 없어서인가 가수와 팬의 관계가 묘하게 다가왔다. 팬에 관한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기억해 주는 최애라니, 흥미로웠다. 배기정 작가가 선보이는 덕질 비즈니스의 세계는 십 대 아이돌이 아니라 30대 가수와 40대 팬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좋았다. 주제가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지세준과 정연희 둘 다 부모에게 온전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지 못해서 사랑을 갈구하는 캐릭터이다. 그런 그들이기에 덕질, 유사연애에 유연하게 빠져들 수 있었을 것이다. 최애에 대한 사랑, 그 하나를 위해 맹목적으로 내달리는 정연희의 폭주가 그녀의 가족사를 알고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배신과 폭력으로 점철된 그녀의 인생에 '지세준'은 태양같이 빛나는 존재였다. 한순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사랑, 그래서 그렇게 모든 것을 바쳤나 보다. 





"누나는 미친 것 같아요.
맞는 말이야.
누나, 이거 칭찬 아니에요.
미치지 않고서야 되겠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야.
사랑하는 일이야."




배기정 작가는 덕질 비즈니스와 온갖 범죄·사건을 버무려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 소설의 탄생 비화를 알고 나니 더욱더 궁금해졌다. 과연 다음 이야기는 무얼까?
꼬일 대로 꼬여 버린 상황을 사랑으로 단칼에 잘라내버린, 무섭고도 미친 누나 연희정, 정연희가 한동안 계속 떠오를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으로 가는 이야기 트리플 29
성혜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으로 가는 이야기/ 성혜령 소설/ 자음과모음/ 트리플29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트리플 시리즈> 29번째 출간작은 성혜령 작가님의 [산으로 가는 이야기]다.
세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에세이 그리고 해설로 구성된 하드커버의 작은 책은 앏은 두께와 작은 크기의 외모와는 결이 다르게 옹골지다. 그래서 트리플 시리즈를 마주할 때마다 기분이 설레나 보다.


[산으로 가는 이야기]는 작품 모두 '산'이 등장한다. 핵심 인물들이 '여성'이며, '산'으로 떠나게 되는, 산에서 무언가가 벌어진다. '산'으로 가는, 떠나는, 머무르는, 다양한 여성들의 삶이 펼쳐진다. 


'산'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사정은 기묘하면서도 아리었다. 
<귀환>은 결혼 전 실종된 남편의 여동생이 교통사고로 다친 아들이 혼수상태일 때 같이 놀아주었다는 설정이다. 결혼하기 위해 '어머니'는 요양원에, '여동생'은 더 이상 찾지 않는 것으로 가슴에 묻었다는 남편은 결국에는 아들의 인도로 산으로 향한다. 절벽 위 바위에 주르르 앉은 남편, 시어머니, 아들을 바라보는 수임의 속마음이 그려진다. 





<꿈속의 살인>은 바람나 이혼한 남편의 애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으로 떠나는 엄마와 말없이 떠난 엄마를 찾으러 산속으로 향하는 딸 이야기다. 남편은 없고 홀로 대를 이어 삼대째 민박집을 운영하는 전 남편의 애인을 앞에 두고 묘한 기싸움을 벌이는 엄마를 딸은 당최 이해할 수 없다. 





<원경>은 자신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신오가 결혼을 결심한 유일한 여자인 원경과 헤어진 이후, 건강검진에서 암 진단을 받고 원경을 찾아 산으로 향하는 이야기다. 원경의 유전병 이야기에 지레 겁을 먹고 이별을 감행했던 신오는 자신이 벌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소설집의 기반이 되는 '산'이라는 존재는 성혜령 작가의 에세이 <산으로 가는 이야기>를 거쳐 우리 독자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가 생활의 터전이었던 작가는 자신의 병으로 그곳을 떠나왔다. 고통과 불안, 그리움이 점철된 자신의 속내가 이야기가 되어 어디론가 인물들을 떠나게 하는 듯하다. 이번에는 그 자체가 비밀이기도 하고 온갖 세상의 비밀을 묻고 품고 있는 산으로 가는 이야기다. 



결핍과 가부장적 요소에 억압과 불안을 안고 있는 여성들의 출구가 다각적으로 그려지는 점이 신선했다. 그리고 다들 그 발길이 산으로 향한다는 점 역시 흥미로웠다. 이야기는 끝만을 뜻하는 게 아니고 변화의 시작이거나 현실의 자각이자 미래의 발현으로 이어진다. 


수임은 자신 대신 실종된 시누이를 가족으로 끌어앉는 다른 가족들을 향해 살의를 느끼기도 하고, 딸은 꿈속의 살인이 현실이 되지 않았으나 사라진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마음을 정리한다. 신오는 원경과 이모와 보살과는 다르게 구덩이 속으로 침잠되는 자신을 자각하게 된다. 자신의 신념이 뒤흔드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결국 구덩이 밖에 살아남은 이는 여자들이다.


성혜령 작가의 [산으로 가는 이야기]
작가의 이야기에 대한 방향과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자리까지 더해진 <트리플 시리즈>의 감각적인 소설집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