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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 ㅣ 탐정 김재건 시리즈
박하루 지음 / 엘릭시르 / 2025년 3월
평점 :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 박하루 탐정소설/ 엘릭시르
소설 안팎을 종횡무진하는, 개성만점 캐릭터 탐정 김재건이 돌아왔다. 글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과감하게 허무는 박하루 작가의 문체는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박마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탐정물을 애정하여 동서양을 불문하고 많은 탐정들을 만났지만, 이토록 수선스럽고 뻔뻔하고 당당한 탐정은 처음이다. 순결한 탐정 김재건은 상상을 초월하는 캐릭터로 색다른 그만의 향기에 취하면 헤어 나오기 쉽지 않다.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춤추는 꼭두각시>에 이은 '탐정 김재건'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 소설이다. 김재건과 박마곤의 공조가 환상적인 이 작품에서 박하루 작가는 다시 한번 초월 탐정의 저력을 증명해 내고야 만다. '이래도 안 끌리겠어? 그리고 다음번은 더더더 흥미진진할 거야!' 호기로운 선언이 귓가에 울리는 듯한 마무리에 심장 소리가 점점 커졌다.
소설 곳곳에 심어둔 복선을 절묘하게 회수하면서 서사의 구성을 탄탄하게 이끌며 몰입감을 상승시켜주는 센스가 돋보였다. 어수선한 탐정 김재건은 깔끔하고 인간미 넘치는 결말을 이끌어낸다. 그 묘한 조합이 이야기의 맛과 균형을 잘 잡아줘서 독자로서 흡족한 시간이었다.

돈은 많지만 마음은 시끄러운 임 전 회장이 벌이는 별스러운 대회인 '구루회'가 외딴섬에서 개최된다. 초대장을 받은 초월 탐정 김재건은 제자 박마곤과 함께 그곳으로 떠난다. 거대한 태풍 탓에 각자 도착하게 된 재건과 마곤은 계획대로 움직인다.

'초능력자'를 찾기 위해 임 전 회장이 상품으로 내건 '보석'을 노리는 이들이 있다! 탐정 김재건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보석'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섬에 들어왔으나, 스스로를 초능력자라고 주장하는 구루회 참가자들을 보고는 의뭉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연쇄살인이 벌어진다. 재건은 그 내막을 파헤치고자 분투를 하게 되는데……

'클로즈드 서클', 태풍 한가운데 외딴섬에서 누가 살인자인지 모른 상태에서 사건을 되짚어가는 구도는 긴장을 한껏 고조시켰다. 누구도 믿을 수 없어 같이 움직이면서 사건을 파헤쳐 가고, 하나둘 진실은 밝혀지게 된다. 보여주는 말과 행동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신속하게 사건의 중심으로 파고들어 탐정 김재건의 노련미와 추리력이 돋보였다. 관찰력과 기억력, 사고력 등 무릇 탐정이라면 갖춰야 할 덕목들을 갖추고 있어서 놀라웠으니, 완벽함보다 반전 매력이 더 인상적인 법이다. 그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니까 계속 보게 만든다. 이번에는 어떤 걸 보여줄까? 그 기대감을 품게 해주는 탐정 김재건과 박하루 작가의 콜라보다.

소설 속 '초능력'들이 흥미롭다. 일반적인 능력들도 등장하지만, 일부 능력들은 참신하다. 히어로의 초능력처럼 강력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적당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증오와 혐오를 쉽게 드러내고 개인화가 가속화되는 사회에서 서로 다른 의미로 혹은 같은 의미로 지니고픈 초능력이다.
All in all you're just another brick in the wall.
당신들 모두 그저 벽 속의 벽돌 하나일 뿐이에요.
고립된 장소 '섬'에 태풍까지 더해져 최악의 상황에서 벌어진 복합적인 사건들은 탐정 김재건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을 아수라장 무대로 내몬다. 무대에서 배우들은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한 결과 벌어진 난장판을 탐정 김재건이 바로잡는, 신선한 추리쇼가 주는 재미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그리고 요란스럽고 부산스러운 전체 분위기 아래에는 가족애, 동지애, 우정 등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하는, 서툰 사랑들이 빛나고 있다.
또! 계속 신경에 거슬렸던 인물 허주유!! 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후속편에 대한 갈증이 솟구쳤다. 전작과의 연결고리가 이번 편에 이어 다음 편에서 제대로 터지기를 고대한다.

추리소설답게 표지 구성부터 남다르다. 다 읽고 나서 책을 덮고 표지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종이 울렸다. 정말 허투루 하는 게 1도 없는 소설이다.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
소문난 잔치에 어서들 와서 맛있는 음식과 풍악을 즐기길 바란다. 보물은 있다? 없다? 보물의 행방이 궁금한 사람도, 초대장 없는 사람도 누구나 대환영!!!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