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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30
배기정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2월
평점 :
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 배기정/ 자음과모음/ 네오픽션30
'최애'라는 표현이 몇 년 새 익숙해졌다. 최애, 차애, 홈마, 사생… 다양한 팬덤 문화가 아이돌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그리고 전국에 트로트 열풍이 휘몰아쳤다. '트로트'라는 장르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참 놀라운 일이었다. 시대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였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안정적인 경제력을 기반으로 열정과 활력을 깨우는 '트로트 열풍'을 이제는 오늘날 문화의 한 단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소설 <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는 트로트 가수 '지세준'과 홈마 '연희정'이 어떤 사건으로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리고 있다.
일방적이었던 관계가 조금씩 변하면서 극의 성격은 확 달라지게 된다. 최애를 향한 팬의 덕질 이야기에 개개인의 얼룩진 인생 이야기가 더해지니 기묘한 분위기가 탄생했다.
인물별로 화자가 전환되면서 동일 사건을 되짚어나가는 구성이 이야기의 맛과 긴장을 고조시킨다. 중요한 것을 지키거나 얻기 위해 지세준의 입장에서, 연희정의 시선에서, 민성연의 상황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초점이 달라진다. 특히 극한 상황에서도 최애를 위해서라면 폭력, 살인도 불사하는 연희정 아니 정연희의 덕질은, 사랑은 기이하다.
유사 연애라 표현되는 지세준의 팬 관리는 또 어떠한가. 지독한 팬심이 없어서인가 가수와 팬의 관계가 묘하게 다가왔다. 팬에 관한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기억해 주는 최애라니, 흥미로웠다. 배기정 작가가 선보이는 덕질 비즈니스의 세계는 십 대 아이돌이 아니라 30대 가수와 40대 팬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좋았다. 주제가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지세준과 정연희 둘 다 부모에게 온전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지 못해서 사랑을 갈구하는 캐릭터이다. 그런 그들이기에 덕질, 유사연애에 유연하게 빠져들 수 있었을 것이다. 최애에 대한 사랑, 그 하나를 위해 맹목적으로 내달리는 정연희의 폭주가 그녀의 가족사를 알고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배신과 폭력으로 점철된 그녀의 인생에 '지세준'은 태양같이 빛나는 존재였다. 한순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사랑, 그래서 그렇게 모든 것을 바쳤나 보다.
"누나는 미친 것 같아요.
맞는 말이야.
누나, 이거 칭찬 아니에요.
미치지 않고서야 되겠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야.
사랑하는 일이야."
배기정 작가는 덕질 비즈니스와 온갖 범죄·사건을 버무려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 소설의 탄생 비화를 알고 나니 더욱더 궁금해졌다. 과연 다음 이야기는 무얼까?
꼬일 대로 꼬여 버린 상황을 사랑으로 단칼에 잘라내버린, 무섭고도 미친 누나 연희정, 정연희가 한동안 계속 떠오를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