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집은 내가 되고 - 나를 숨 쉬게 하는 집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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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뚜 작가의 『가끔 집은 내가 되고』를 읽었다.

공간, 집에 대한 확고한 취향이 담긴 책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물리적 공간의 제약, 이동의 제한으로 2년여의 시간 동안 우리가 '집'이라는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증가한 요즘이라 더 와닿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내용이었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슛뚜 지음/상상출판



슛뚜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공간에 목말라 있었다. 오롯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방'을 선망하다가 결국에는 '독립'을 하게 되었다. 계획은 있었으나 가정사에 의해 전혀 준비하지 못한 채 타의에 벌어진 독립은 상상처럼 반갑고 따뜻한 시작이 아닌 지독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시작한 오피스텔 원룸 생활. 경제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 모두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베베(반려견)가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고 말하는 슛뚜 작가를 가만히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도 슛뚜 작가도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상상은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그 시절의 슛뚜 작가에게 쓰담쓰담~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다.





첫 번째 '4층 동쪽 집'을 거쳐 두 번째 '복층 오피스텔' 자취방 생활을 하다가 다시 '4층 동쪽 집'이 있는 건물의 동향 집. 월세로 살아가는 자취 생활이 그려진다. 집을 꾸며나가는 이야기, 자주 요리를 하지는 않지만 혼자 사는 삶을 묵묵히 지탱해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던 요리, 자취 밥상 이야기 그리고 베베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작한 경제활동인 과외 이야기까지 소소하지만 특별한 슛뚜 작가만의 이십 대 인생 이야기를 감각적인 사진과 함께 담담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랑 떠난 호캉스에서 도시와 사랑에 빠져 송도에서 월세가 아닌 '전세'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월세에서 벗어나 전세 계약을 마음먹으면서 프리랜서라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부동산 도움을 받아 수월하게 계약이 진행된 그 집에서 슛뚜 작가는 혼자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오랫동안 원룸에서 살았던 지라 방과 방을 오갈 때 공기의 흐름을 느꼈다는 대목, 아주 사소하지만 짜릿한 감촉이라는 표현에서 상상하고 꿈꾸었던 집을 스스로 이루어나가는 단단함에 울컥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신의 새로운 면면들을 알게 된다.




월세 - 전세를 거쳐 버킷 리스트 마지막 '이십 대에 내 집 마련하기'를 기어코 실현한 슛뚜 작가.

'내 집 마련'으로 많은 일들이 달라지게 된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집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바람대로 취향대로 다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만의 감성과 취향을 담아 집을 디자인하고 채워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이를 갈며 끝을 냈지만, 혼자 그 집에서 첫날밤을 보내는 순간 거짓말처럼 두근거림이 다시 온 마음을 채웠다.'라는 슛뚜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내 가슴도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

슛뚜 작가가 '집'이라는 공간에 진심인 이유와 이를 마련하기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슛뚜 작가가 부동산 '집'이 아닌 자신의 숨결, 취향, 생각, 인생이 묻어나는 '집'을 향한 갈망을 스스로 차근차근 채워나가는 여정을 함께 하다 보면 절로 '집'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획일적인 디자인을 지양하고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 집을 채워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추억들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별다른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던 남편이 내가 고른 침구를 거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꽃이 크게 프린트된 화사한 침구였는데 '이것만은 안되겠다.'라며 반대했다. 내가 맘을 접어 무난한 침구를 구입했고 이렇듯 2인 이상의 가족들이 함께 사는 집은 구성원들 간에 조율이 필요한 상황들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시간과 관심을 들여 집대성한 취향으로 오롯이 채워진 자신의 집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은 혼자 사는 그 시간에만 누릴 수 있다. 거실, 방, 부엌, 화장실 집 어디에서나 나를 느낄 수 있게 꾸민 슛뚜 작가의 특권인 것이다.


독립해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 '집'에서 삶의 계획을 세우고 완성해나가면서 '살아지고 있다'의 수동적인 삶을 벗어나 '살고 있다'의 능동적 삶을 살고 있는 슛뚜 작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인 '집'이 안식처이자 직장이기도 하기에 '집'에 대한 마음이 큰 것도 있겠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자신의 취향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온전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인 '집'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깊어진 것 같다. '혼자 있는 방'이라는 표현이 책에서 나오는데 나 또한 공감한다.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나만의 공간은 소중하고 꼭! 필요하다. 홀로 쏟아내든 감싸 안든 무너지든 자신의 날 것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은 필수요건이다. 그곳이 '집'안에 있을 수 있다면 더욱이 좋을 것이다.


코로나19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곳이 주로 '집'이 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시간을 공유한 것처럼 시간을 공유하게 되었지만, 온전히 나에게 의존하지 않는 시간이기에 지금 우리 '집'은 좀 더 다양한 색채를 띠고 있다. 원래 집순이었던 나는 예전보다 더 다채로워진 우리 '집'이 훨씬 더 좋아지고 있다. '나만의 집'이 생기고 사계의 흐름을 느끼고 자연을 감상하며 베베와 웃으며 일상을 보내는 슛뚜 작가처럼 우리 가족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취향을 공유하면서 하루를 살아가려고 한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 덕분에 오랜만에 집을 전체적으로 둘러보고 살펴봤다. 곧 다가오는 봄을 맞이할 방법들을 가족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봄의 옷을 입은 '집'을 그려보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 감각적인 사진들과 QR코드로 볼 수 있는 유튜브 영상들이 깔끔한 인테리어에 관심있는 분들께 많은 팁이 될 듯 하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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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사랑 할매 - 실버 그림 동화
서동애 지음, 김진희 그림 / 밥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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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인 오늘날, 노년층을 위한 동화책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노년층의 신체 기능, 심리적 요인을 반영한 스토리, 그림, 타이포 등을 디자인한 '실버 동화'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죠. 노년층에게 심리적 안정을 안겨주는 책들이 다양해져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합니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만족시켜주는 예쁜 '실버 그림 동화' 『꽃 사랑 할매』를 소개합니다.



꽃 사랑 할매/서동애 글, 김진희 그림/밥북

 


『꽃 사랑 할매』는 책 제목처럼 어여쁜 꽃들이 함께 하는 그림 동화책입니다. 살구꽃, 개나리꽃, 진달래꽃, 복사꽃, 맨드라미, 들국화, 목단. 어여쁜 우리네 꽃들이 꽃할매의 퍽퍽하고 가난한 삶 속에 자리 잡아 고운 빛깔로 어여쁜 딸들에게 입혀주고픈 때때옷이 되기도 하고 공단 이불, 유똥 치마, 원앙금침 같은 멋진 혼수가 되어줍니다.

열네 살 신랑 민수는 일개미, 열일곱 살 신부 연이는 꽃순이가 되어 딸 셋을 키우는 시간이 흐르는 동화책입니다. 일개미 아빠 민수의 통박에도 아랑곳하니 않고 연이는 어느새 꽃할매가 되었습니다. 날마다 꽃잎만 따오는 꽃할매를 위해 일개미 할배는 꽃할배가 되기로 약속하고 손을 잡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 결말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쁜 딸들을 제대로 챙겨줄 수 없었던 안타까움에 꿈속을 헤매던 꽃할매와 평생을 함께 했으나 이해할 수 없었던 아내의 손을 느지막에라도 잡아준 꽃할배가 우리네 어머님 아버님처럼 느껴져 가슴이 아릿해집니다. 고령화 시대에 수반되는 질병의 위험은 이리도 우리를 흔들어놓지만 꽃할매와 꽃할배의 마주 잡은 손을 기억하며 더 나은 미래를 한 단계 한 단계 만들어나가야겠습니다.

 

짧은 글 안에 꾹꾹 담긴 마음과 시간 그리고 산뜻한 색감의 그림이 깊은 감명을 전하는 '실버 그림 동화' 『꽃 사랑 할매』입니다. 사랑스러운 책 『꽃 랑 할매』가 화두를 던져 <실버 동화책> 시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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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로열타운 케이스릴러
곽영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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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지 않았어요"


소설은 '유샛별의 실종'으로 시작한다. 

모두에게 사랑받던 소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결국 그녀는 최고의 보안과 안전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주거공간 로열타운 뒤뜰 핑크뮬리 수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샛별이는 꿈의 공간이라 불리는 '로열타운' 5층 VIP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로 이제 스무 살이다. 로열타운을 지은 원세권 회장의 병실을 야간에 지키면서 간호대학에 진학하려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밝고 상냥하고 성실한 소녀는 로열타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였다. 


웰컴 투 로열타운/곽영임 지음/고즈넉이엔티


K스릴러 시즌3 <웰컴 투 로열타운>은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면서 하나둘 밝혀지는 추악한 욕망과 진실 그리고 지저분한 구렁텅이에서조차 빛나는 순수하고 따뜻한 영혼들을 만날 수 있는 서사가 펼쳐진다. 

 

원세권 회장은 '한국 최고의 기업 사냥꾼', '벤처 투자의 귀재'. '그가 가는 길이 곧 한국 M&A의 역사'라 평가받는 인물이다. JM투자증권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하고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역작인 '로열타운' 본관 5층을 오랜 지병인 '파브리병'으로 인해 악화된 건강을 집중 치료하기 위한 병동으로 바꾸는 등 구속 수감에 대비하였다. 구속을 앞두고 쓰러진 그는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고, 샛별은 그를 돌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의 무대는 크게 현재 로열타운과 과거 종산보육원으로 볼 수 있다.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로열타운에서 일하고 있거나 종산보육원 출신들이다. 

기업 사냥꾼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딸 원주희 이사장과 탐욕을 위해 그를 따르는 이들이 있고, 그와 대치되게 원세권 회장을 위해 몸 바쳐 일했지만 식물인간이 된 그에게 어떤 보상과 미래도 보장받지 못해 꿍꿍이를 꾸미는 또 다른 세력들이 있다. 

그리고 종산보육원에서 자라서 함께 로열타운에서 근무하는 샛별, 민지, 준서가 있고,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종산경찰서로 내려온 현수가 있다. 그들을 한 가족으로 묶어주는 종산보육원은 원장 지영옥에 의해 일반적인 운영방식과는 다르게 운영되었다. 기업의 사회공원 프로그램이나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의 사회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유치해 보육원의 아이들 감성과 자질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그래서인지 지 원장에 대한 마음이 샛별, 민지, 준서, 현수 모두 애틋했다. 

그 외 현수와 같이 샛별이 사건을 담당하는 박기훈 형사와 샛별이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는 천중일 보안팀장 그리고 샛별이를 예뻐해서 죽은 그녀를 편히 보내주고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마음을 써주는 로열타운 입주자 오드리 여사가 있다. 


모든 비극은 원세권 회장이 쓰러진 데서부터 시작한다. 

권력과 돈은 비뚤어진 욕망을 자극하고, 자신밖에 믿지 않는 사람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어린 영혼들은 또 상처를 입고 원치 않는 벼랑 끝에 서게 된다. 너무 쉽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무시하고 짓밟는 이들은 '돈'의 노예가 되어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왜 샛별이는 죽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각자의 인생이 펼쳐지고 엮였던 실타래가 풀리고 마음의 짐을 털어낼 수 있는 시간들도 함께 했던 점이 좋았다. 그리고 분명 자신이 정할 수 없는 샛별이의 운명은 가혹했지만, 스스로의 선택과 의지로 살아간 삶은 누구보다 밝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던 그녀가 남긴 수많은 사진들 속 피사체의 표정은 한결같이 사랑스러웠다. 샛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들의 사진마저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샛별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이렇게 반짝반짝 빛났으리라. 


눈물을 잃어버린 삶을 살았던 준서와 현수 또한 샛별이의 죽음으로 다시 울 수 있게 되었다. 안으로 잠식된 슬픔은 끝내 곪아 터져 자신을 상처 입힐 수밖에 없다. 이제는 준서도 현수도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었으니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옳은 일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나의 행동이 선하든 악하든 아무런 의미가 없든 누군가에는 결과적으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의와 호의, 배려를 담아 열심히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결과를 그리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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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심리학개론 만화로 만나는 한학기 교과서
임현규 지음, 이주신 그림, 김청택 감수, 월붓 구성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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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심리학개론은 만만한 교과서(만화로 만나는 한학기 교과서)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학문의 토대가 되는 지식을 쉽게 전달한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도록 만화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전문서는 부담스럽지만 흥미 위주의 단편적인 지식을 넘어 학문의 진면모를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사회평론아카데미에서 준비한 친절한 교과서이다. 이어 나올 경제학개론, 경영학개론 등도 관심 있게 살펴보면 좋을 듯싶다.


 

만만한 심리학개론/임현규 글/사회평론아카데미



우선 개론답게 심리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만화로 되어 있어서 한결 쉬운 점은 사실이지만 전문서 내용을 기반으로 구성된 책이라 만만치 않다.

총 12+1강으로 <심리학이란 무엇인지>부터 <심리학의 진로>까지 구성되어 있다.

 

<제1강 심리학이란> 챕터에서 얕은 지식으로 알아왔던 심리학의 실체를 알고는 놀랐다.

교육학 쪽으로 배웠던 발달심리학, 학습심리학과 관심이 있는 사회심리학 그리고 흔히 알고 있는 임상심리학과 상담심리학은 알고 있었는데 그 외에도 심리학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었다.


 

지각심리학 -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알아보는가

학습심리학 - 경험은 어떻게 행동을 바꾸는가

인지심리학 - 마음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가

발달심리학 - 아이와 어른의 마음은 다르다

성격심리학·심리검사 - 너와 나의 마음은 다르다

이상심리학 - 마음은 어떻게 아픈가

임상·상담심리학 - 마음을 치유하는 법

사회심리학 - 사람들 사이, 거기에도 마음이 있다

 

 


 

 

심리학의 시작은 1879년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 교수인 빌헬름 분트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내성법'을 활용했다. 이는 스스로의 마음을 조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정신활동은 철학자의 연구 대상일 뿐 과학적 연구는 어렵다고 여겨졌지만, 분트의 심리학 실험실 등 분트를 비롯한 심리학 개척자들에 의해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심리학,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론뿐만 아니라 경험적 증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자연과학에 비해 경험적 증거를 모아 가설을 검증하는 데 불리한 심리학은 다양한 인간 반응을 수집하고 통계를 이용하여 경향성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해야 한다. 이를 조작적 정의라 하는데 심리학에서는 같은 개념이라도 연구마다 조작적 정의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고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연구한 여러 연구가 일관된 경향을 보일 때 비교적 확정적인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니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마음은 뇌에 있다. 그래서 심리학은 뇌 연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뇌 연구는 해부학적 구조 같은 아주 기초적인 연구에서 출발했지만, 뇌영상 기법 등 기술의 개발로 추상적인 정신활동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분야가 되었다고 하니 뇌연구가 얼마나 심리학에 지대한 발전을 가져왔는지 새삼 느낄 수 있는 내용이었다. CT, EEG, MEG, PET, fMRI 등을 통해 살아있는 뇌의 활동을 측정할 수 있게 된 점은 의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뇌 영역별로 기능이 나뉘어있고 이를 찾아가는 과정은 노력의 산물이었다.

 


 

 

더 알아보기 코너에서 <'심리학' 하면 프로이트 아닌가요> 편을 보고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심리학과 전문가의 심리학의 간극을 알 수 있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의 시조로 마음속 욕구의 충돌이 인간의 행동 양식을 만든다고 보았으며, 특히 무의식적 욕구의 힘을 강조했다. 그리고 심리학 내에서는 주로 심리치료에 활용되며 철학, 미학, 문학 비평 등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특히 현대 주류 심리학이 견지하는 인간에 대한 관점은 프로이트와는 매우 다르며, 대체로 프로이트의 주장에 비관적이고 거리를 두는 편이라고 한다. 프로이트 이론은 검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적 방법론을 추구하는 현대 심리학의 조류와는 맞지 않다고 한다. 나 또한 심리학자 하면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융을 먼저 떠올렸기 때문에 더 흥미를 가지고 읽은 코너였다.

 

관심이 있었던 인지심리학과 사회심리학 챕터를 특히 흥미롭게 읽었다.

노엄 촘스키의 비판이 기존 행동주의에 집중되었던 심리학의 방향이 직접 드러나지 않는 인지 과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이끌어 '인지주의 혁명'을 이루었다. 심리학의 영역이 눈에 보이는 행동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속 활동 즉 주의나 기억 같은 것들을 연구하는 데까지 확장된 것이다.

한 사람의 마음, 행동을 다루는 다른 심리학 분야와는 다르게 사회심리학은 두 사람 이상이 존재하는 사회적 관계에서 일어나는 심리 현상을 탐구하는 사회심리학은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관심이 많았다. 문화, 설득, 편견, 공격성, 친밀감 등 일상적인 주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사회심리학은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밝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진실을 파헤침과 동시에, 우리 행동에 어떤 요인들이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 요인들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부정적 행동을 막고 긍정적인 행동을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

 

더 알아보기 코너 <긍정심리학>편은 현대인들이 주목할 만한 심리학 영역을 알려주고 있다.

심리학은 정신의 비정상, 즉 부정적인 측면을 오랫동안 집요하게 연구해왔는데 방향을 전환해 인간의 긍정적인 측면을 연구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강점과 장점을 밝혀내고, 어떻게 하면 개인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분야로,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이라 하기도 한다. 개인의 주관적 느낌과 행복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현대 사회에서 긍정심리학의 관점과 연구는 점점 주목을 받고 발전하고 있다.

 

종강에서 알아본 심리학의 진로는 사회 곳곳에서 활용될 수 있는 심리학을 보여준다.

범죄/법심리학, 산업/조직심리학, 건강심리학, 소비자/광고심리학 등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분야 모두에서 쓰이고 있었다. 그리고 복잡하고 변화가 빠른 사회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예전보다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있어서 정신건강 분야의 수요도 높아질 것이다.

 

만만한 심리학개론을 통해 전공자들이 배우는 진짜 심리학을 맛볼 수 있었다.

김만능 교수의 친절하고 재밌는 설명으로 정슬기 학생과 안우수 학생이 기초를 튼튼히 쌓아 심리학을 더 탐구하러 떠나는 것처럼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직접적인 경험이 되어 학과 선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용어 해설과 인명, 용어로 분류된 찾아보기가 수록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그리고 현대인에게는 익숙한 이론과 검사들이 어떻게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접하고 나니 수많은 학자들의 포기하지 않는 시행착오와 연구가 새삼 고맙다.

이어서 출간될 만만한 교과서 중 만만한 긍정심리학이 소개되어서 반갑다. 이번에 알게 된 '긍정심리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출간이 기다려진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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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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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가제본은 항상 설렘으로 다가온다. 작가가 누군지 모르고 글만으로 만나 오롯이 마음에 닿는 경험을 기대한다. 『호수의 일』 이 하얀 책은 '그대'라 불리길 원하는 작가님의 손 편지를 먼저 읽었으니 마음까지 한걸음 더 가까운 곳에서 만나기 시작한다.

 

호수의 일/이현 지음/창비

 


'정호정'

앞으로 불러도 뒤로 불러도 정호정.

『호수의 일』 주인공으로 대한민국 강북 인문계 고등학교 1학년이다. 집에서의 호정과 집 밖에서의 호정은 사뭇 다르다. 집에서는 사춘기라 그런가 여기는 까칠하고 시니컬한 큰딸이지만 집 밖에서는 쌀쌀맞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성격이 좋은 애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이랑도 잘 어울린다. 편한 친구이다. 그건 호정이가 좋아하는 자신이고 엄마는 모르고 알려줄 마음이 조금도 없는, 없게 된 자신이다.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호정의 반에 '강은기'가 전학 온다. 별다른 느낌 없던 그 애가 말을 걸어오고 서로 집이 가까워 자전거로 통학하는 그 애랑 마주치게 되면서 은기에게 관심이 가게 된다. 호정의 친구인 나래와 나래의 남자친구 보람 그리고 은기랑 점심을 같이 먹게 되면서 은기와 점점 더 가까워진다.

 

'강은기'

전학생. 낡은 폴더폰을 가지고 다니고 카톡을 안 하고 페이스북도 안 한다. 친구들이 물어보면 하고픈 대답만 하고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 그래서 싫어하는 애들이 있다. 하지만 은기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것을 품은 애들.

어떤 질문은 그것만으로 상처가 된다는 것을 아는 애들.

서로 품은 것을 알 수도 없고 물어볼 수도 없지만 다른 이들과는 다른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나 소중하다.

그 풋풋한 감정이 호정과 은기를 설레고 하고 지켜보는 나 또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그들이 잡은 손, 따뜻한 온기를 서로에게 나누어주는, 잡은 손을 서로 놓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다.

 


 

이 소설은 호정이가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 상담받는 형식으로 엮어진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의사는 때로 건성으로 듣는 것도 같고, 쓸데없는 걸 묻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묘하게 마음 어딘가를 건드렸다.

"그러니까 정시가 맞았다기보다, 수시가 싫었던 거네요?" _313쪽

 

호정이는 중증 우울증으로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호정이는 어린 시절에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마음속에 숨겨놓은 채 얼어붙은 호수처럼 살아왔다. 그러다 자신처럼 상처 입은 영혼, 다 내놓고 보여주지 못하는 상처를 가진 은기를 만나서 마음을 조금씩 열고 다가가게 되는 데...... 사건은 아무런 예고 없이 닥친다. 그래서 대비할 수 없었다.

 

은기의 상처도, 호정의 상처도 다 어른들이 가한 상처이다. 그것도 가족들이 말이다. '처음이라 몰라서 그랬다'라는 흔히 하는 말에 '그게 왜 나야?' 비통한 마음마저 토해내지 못하는 호정을 보면서 미안하고 아프고 서러웠다. 나도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상처를 내고 있다는 생각에 온 마음이 무거워진다. 어른인데 왜 이리 서툰 게 모르는 게 많은 지.

호정이 부모는 빚을 지고 할머니 집에 애를 맡기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호정은 오갈 데 없는 채, 부모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곳에 내내 있어야 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부모와 고모, 삼촌 앞에서 자신의 생채기를 드러내지 못해서 얼어붙었을 것이다. 그 상처를 살피고 어루만지려 하는 할머니마저 아직은 마주할 수 없는 그 아이의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이다. 할머니도 원망이 가득한 그 시절 그곳에 있었으니까.

그래서 호정은 은기와의 시간이 끝났다는 걸 받아들인다. 은기의 아픔을 억지로 헤집어놓은 그곳에 자신이 있었기에.

 

은기의 아픔이 타인에게는 한낱 이야깃거리, 비난거리처럼 그려지기도 했지만 다들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조용했기에 미처 전해지지 못한 마음들에 대한 환기가 고맙다. 사실과 결과뿐만이 아니라 진실을 보고자 하는 따뜻하고 조심스러운 마음들이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끈다.

 


 

봄이 오면 얼어붙은 호수가 스르르 녹듯이 호정은 은기를 만나 마음이 스르르 녹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온통 흔들렸기에 은기가 아프지 않기를, 슬프지 않기를 바라는 호정은 한 뼘 더 성장했다. 그렇게 자신의 상처도 어루만지며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헤어짐은 슬프지만 은기와 보낸 따듯한 시간을 추억할 수 있게 단단해진 호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긴 겨울이 지나고 돌아돌아 은기와 호정 앞으로 성큼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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