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고 나는 의학자가 되었다 -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새로운 문을 연 여성 의학자의 이야기
아니타 코스.예르겐 옐스타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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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몸이 자신을 공격할까? …

내 엄마의 미스터리이기도 하며, 어릴 적부터 내가 풀고 싶었던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자가면역질환. 이 질병은 몸이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우리 몸의 면역계가 오류를 일으켜 정상 세포를 외부 물질 즉, 적으로 인식하여 공격한다. 순환계, 소화계 등 우리 몸에 존재하는 여러 기관계들은 정확한 위치를 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면역계는 우리 몸 곳곳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은 우리 몸 어느 곳이든 공격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엄마가 죽고 나는 의학자가 되었다』

이 책은 저자를 출산하고 류머티즘 질환을 앓기 시작한 엄마가 열세 살 때 돌아가시게 되면서 면역계의 비밀을 찾는 연구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매진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엄마가 죽고 나는 의학자가 되었다/아니타 코스/반니


저자 아니타 코스는 인도 출신의 고학력자인 의사 아버지와 의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들은 더 나은 미래를 찾기 위해 영국 리버풀에 자리 잡은 후였다.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어여쁜 딸을 낳았건만, 새로운 출발을 하지 못한 채 그녀의 어머니는 류머티즘 관절염에 의해 서서히 무너져갔다.

엄마를 보살펴야 했던 어린 아니타 코스는 엄마의 죽음이 큰 계기가 되었다. 어린 나이에 엄마의 고통을 같이 짊어져야 했던 그녀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슬픔 대신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제 엄마에게 더는 고통이 없을 것이다. 질병의 고통에서 자유로운 삶이 펼쳐지리라 여겼다. 그리고 그녀는 엄마의 병에 대해 사전에서 찾아보던 중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의대에 진학해 차근차근 류머티즘 관절염,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한다. 자신의 엄마가 근무했던 그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면역계의 비밀, 자가면역질환의 세계에 대해 알아간다. 환자들을 만나는 일이 엄마를 다시 보는 것 같았고 치유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엄마와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저자는 면역계에 대해 알기 쉽게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우리 몸의 군인으로 상비군인 국경수비대(대식세포 - 먹는 큰 세포)와 보병(호중구)이 있고, 그들이 지더라도 무장 특수부대(T-세포 & B-세포)가 준비하고 있다. T-세포 중 조절 T-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는 무장한 군대가 폭주하는 것을 방지한다. 이 세포가 자가면역질환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T-세포와 B-세포가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령 역할을 하는 시토카인이 있다. 그중 TNF가 염증 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면역계가 적과 전투를 벌일 때 염증이 생기게 되는 데 염증이 있는 부위는 지금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라 보면 된다.

이런 알기 쉬운 설명들을 통해 면역계의 역할과 제어하는 사령부를 이해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자들은 자신이 어떤 병에 걸렸는지조차 진단받지 못한 아픔이 있는 이들이 많았다. 병명이 주어졌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가 왜 아픈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완치될 수 없기에 매번 새로운 약과 치료법을 시도해 보는 환자들이 겪는 좌절과 허망함에 가슴이 미어졌다.

 

저자는 자가면역질환 환자가 여성이 많으며 출산 후나 갱년기 이후 발병되는 경우가 많은 점에서 성호르몬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한다. 그러다 LH와 FSH 호르몬도 측정하게 되는 데 이는 큰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연구는 직감이 중요하겠지만 우연과 행운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성호르몬은 뇌에서 분비되는 LH와 FSH 호르몬이 신호가 되어 난소와 정소에서 만들게 된다. 이 호르몬들은 임신 기간에는 감소하고 출산 직후와 갱년기에는 증가하게 된다. 환자들의 발병 시기나 악화되는 시기와 딱 들어맞는다. 최종 결과물인 성호르몬이 원인이 아니라 연쇄반응의 전 단계가 원인이라면?

성호르몬은 시상하부에서 시작되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이다. 시상하부에서 GnRH 호르몬이 뇌하수체에 명령을 내리면 LH와 FSH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들이 난소나 정소로 가서 성호르몬을 만든다. 이 과정이 면역계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그녀는 GnRH 억제제를 주는 임상실험을 감행한다. 결과는 놀라웠다.

 

저자는 자신이 이 연구를 해내기 위한 여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암이나 심장병처럼 죽을 위험이 큰 병이 아니고 환자 대부분이 여성인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학계의 무관심, 젊은 여성 연구원에 대한 불신과 무시,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한 냉대, 면역계에 대한 연구 부진 등의 부정적이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녀는 멈추지 않고 본인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돌파해간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환자들의 달라진 모습에 고무되어 더 큰 단계로 힘차게 나아가는 그녀를 엄마가 얼마나 자랑스러워할지 가슴이 벅차오른다.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나아가는 한 인간이 전하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실패와 성공을 떠나서 아름답다. 하물며 그녀는 성공했다. 그녀의 연구로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했던 자가면역질환자들이 다시금 일상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추측으로 다시금 실험실로 돌아가는 그녀, 깜짝 놀랄 소식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

 

"아주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어요. 그런 진단을 받고 행복했다는 말이 잔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랬어요. 불확실한 것이랑 오래 살다 보면 이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요." _ 환자 마리트씨의 말(163쪽)

 

"독창적인 발상은 종종 틀린 것으로 밝혀지지만, 사람들이 그런 발상을 시험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따금 그중에서 옳은 것이 나오기 때문이다."(187쪽)

 

"돈 생각을 하지 않고 연구를 하는 것이 좋다. 목표 지향적인 연구는 놀라운 정도로 비생산적이다." _ 페링 제약회사 창업주의 충고(249쪽)

 

"아무것도 보장된 것은 없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다면 연구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268쪽)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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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큐레이터 - 박물관으로 출근합니다
정명희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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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큐레이터』 박물관으로 출근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정명희 님께서 큐레이터의 세계를 담은 책을 출간하셨다.

 

한번쯤, 큐레이터/정명희 지음/사회평론아카데미



아이들의 연령에 맞게 어린이박물관, 중앙박물관을 찾아서 학기 중, 방학 중 열심히 다녔던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분의 책이라 더 반가웠다. 그리고 전시회와 연계된 교육을 진행하셨던 분들이 학예사 - 큐레이터여서 더 친밀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학예사 - 큐레이터 직업은 명확한 개념 없이 막연하고 두리뭉실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접하면서 우리에게 미술관, 화랑을 통해 익숙해진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박물관 안에서는 어떤 자리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 '오늘의 한정판'을 마주할 때면 우리의 심장은 조금 더 빨리 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비슷한 느낌은 전시를 준비할 때 내가 기대하는 따뜻한 광경이다. 느낌의 세계를 공유할 때면 어떤 대화도 필요하지 않다.

이런 느낌의 세계를 공유하기 위해 미래의 누군가가 유물 앞에 머무를 수 있게 해주는 이가 큐레이터인 것이다.

 

박물관 큐레이터가 하는 일은 실로 다양했다. 유물을 소장품으로 만드는 전 과정을 담당할 뿐 아니라 소장품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업무, 소장품의 가치와 의미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조사 연구를 한다. 관람객의 박물관에서의 경험을 의미 있게 하기 위한 각종 교육과 강연 행사의 기획과 진행, 때로는 공연을 기획하기도 한다. 그리고 끝이 없는 보고서와 자료를 만드는 '행정의 세계'도 큐레이터의 업무이다.

전시를 기획하는 일은 표면적으로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큐레이터의 업무일 뿐이며, 저자가 소개하는 일화들을 통해 알게 된 큐레이터의 일상은 다채롭고 수고스럽고 경이로웠다.

 

우리에게는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만 크게 다가오는 데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에는 41만 점이 넘는 유물을 소장하고 있고, 대부분이 수장고에 있다고 한다. 저자의 중박(국립중앙박물관) 첫 발령 부서가 유물관리부여서 수장고에서 소장품 등록 일을 하였다고 한다. 수장고에 들어갈 때의 옷차림, 손톱에 대한 내용은 유물에 의한 유물을 위한 유물의 큐레이터임을 알 수 있었다. 유물에 닿지 않도록 만졌을 때 긁지 않도록 조심하고 주의하는 모습에서 전문성이, 진정성이 새삼 느껴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금의 위치인 용산으로 이사하는 과정이 그려지는 데 박물관을 새로 짓는 일부터 유물들을 포장하여 이사하는 일까지 큐레이터들이 쏟아부은 열정과 노력, 진심이 글을 통해 읽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큐레이터의 역할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과묵한 과거의 유물이 담고 있는 기억을 끄집어 내 암호를 풀듯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방문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큐레이터의 고민이 잘 드러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의 관점이나 의도에 갇히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오랜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와준 고마움을 담아 유물의 의미가 미래의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88쪽) 전시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유물을 선정하고 소장품 뿐만이 아니라 각지, 각국에 있는 유물들을 대여하기 위한 수고를 통해 '안 보면 손해'인 전시회를 디자이너, 보존과학자 등 다양한 이들과 함께 여는 것이다.

 


 

<아주 사적인 중박 사용 설명서>과 <박물관 정원 예찬>은 국립중앙박물관 방문 계획을 짜게 만들었다. 높이에 압도당했던 경천사지 십층석탑에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서유기의 완전한 도상이 새겨져 있다는 놀라운 사실과 층별로 저자가 애정 하는 장소들, 층마다 있는 카페 정보 등 날마다 박물관으로 출근하는 이가 소개하는 알찬 정보는 마음을 뛰게 하였다.

지도에 그려진 위풍당당한 중박과 주변 정원, 건물들이 새롭고 낯설게 다가와서 '왜 이제껏 찬찬히 둘러보지 못했을까?'하는 후회를 부르고, '얼른 둘러보고 싶다. 직접 걷고 싶다.'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기억에 남는 특별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비하인드가 인상적이다.

유물을 대여하기 위해 찾았던 사찰에서 도둑과 다를 바 없다는 말까지 들었던 회상은 마음을 애잔하게 만든다. 체념의 상태에 이른 저자, 그런데 '체념'이 '희망을 버리고 아주 단념함'이라는 뜻 외에 '도리를 깨닫는 마음'이라는 뜻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도리'는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 외에 '어떤 일을 해 나갈 방도'라는 뜻도 있었다. 이렇게 체념을 한 저자에게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도둑이라 칭했던 스님께서 유물 대여를 승낙하셨던 것이다. 이는 저자가 위의 경험을 한 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통해 바른길과 방법을 잃지 말자고 다짐하였기 때문이었으리라.

 

오래된 물건에서 풍기는 시간의 향기를 느끼며,

잘 하는 사람보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는 이들을 좋아하는 저자가 오늘도 큐레이터로서 매 순간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음이, 유물로 남은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에게 미래의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도록 이어주는 길이라는 걸 알기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엄마로서의 저자와 큐레이터로서의 저자의 양립이 힘겨워 보여 힘차게 일상을 이어가는 정명희 큐레이터님께 더 고맙다.

 

관람객 개인의 일상과 큐레이터의 경험이 만나고 서로를 좀 더 알게 될 때 박물관은 진정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는 게 아닐까.(147쪽)라는 저자의 말처럼 많은 이들이 편하게 박물관을 찾는 내일을 그려본다. 그리고 이렇게 알게 된 박물관의 큐레이터 세상으로 좀 더 흥미롭고 즐거운 박물관 나들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학예사 - 큐레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현실적인 간접 체험과 조언이 가득한 책이니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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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이해하면 짜릿한 상대성이론 - 빛의 속도부터 쌍둥이 역설까지 번쩍이는 물리학 이야기 만화로 보는 교양 시리즈
타냐 버브.제프리 버브 지음, 송근아 옮김 / 다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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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 출신인 나는 고등학생 시절 많은 과학 과목 중 '물리'를 정말 어려워했다. 그렇지만 공과대학에 진학했고, 여전히 '물리'는 어려웠다. 다행히 과 특성상 '물리'는 한걸음 뒤에 있는 존재였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상대성 이론, 중력, 마찰력, 관성의 법칙......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굳건한 믿음으로 살아왔다.

 


만화로 보는 이해하면 짜릿한 상대성이론/타냐 버브, 제프리 버브/다른출판



이제 내 손에 들려있는 문제의 책 한 권. 『만화로 보는 이해하면 짜릿한 상대성이론』

헝클어지고 단정치 못한 헤어와 개구진 표정으로 기억되는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대이론 <상대성이론>에 대해 과학 작가인 딸과 물리학자인 아버지가 힘을 합쳐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우선 막연했던 '상대성이론'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을 잡아준 책이다.

'상대성이론' 'E=mc²' 많이 들어는 봤지만 와닿지 않는 단어들의 나열이었다.

이 책 또한 물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부족한 나에게 짜릿할 정도의 이해를 선사하지는 않았지만, '상대성이론'이 무엇인지 소개해 주는 책으로는 손색이 없다.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총칭하는 상대성이론.

이 책은 특수상대성이론을 일반 독자에게 이해시키고자 하는 목표가 확실하다.

이 책이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과정을 통해 일반 독자인 나도

 


 

이 절대적이고 확실한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을 무너뜨린 이 사실은 과학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패한 실험(마이클슨-몰리 실험)까지 나오게 되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인슈타인이 빛의 속도를 바탕으로 실험을 하지 않고 명확하고 논리적인 사고만으로 공간과 시간, 물질의 본질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이를 풀어내는 여정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좋은 상상력과 약간의 믿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도 문제 될 게 없다.

 


 

저자는 빛의 속도로 달리거나 상대적으로 절반의 속도로 달리는 열차들을 등장시켜서 고전역학의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무너지는 과정을 다양한 예시로 설명하고 있다. 검은 열차와 하얀 열차의 풍선으로 설명된 동시성의 상대성은 읽으면서도 오~ 감탄을 자아냈다.

 


 

뉴턴의 운동량 보존 법칙을 바탕으로 에너지와 질량의 긴밀한 관계를 '1'의 질량을 가진 찰흙을 등장시켜 등속 열차에서 충돌시키면서 설명해 주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의 쌍둥이 역설을 설명해 주면서 등장시킨 또 다른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다.

빛의 절반 속도로 달리고 있는 하얀 열차에 서있는 나와 검은 열차에 서 있는 또 다른 내가 달걀 상자를 가지고 실험을 한다. 상자 개봉 후 1초 후 부화하고 0.15초 후 성숙한 닭이 된다는 설정인데 분명 각자의 열차에서 보면 1초 후 부화한 병아리를 다른 열차에 옮겼으니 자신이 있는 열차에는 한 마리의 병아리만, 다른 열차에는 옮겨진 한 마리의 병아리와 부화하지 않은 두 개의 계란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는 우리가 일단정지시킨 상태에서의 이야기이고 실제로는 한 마리의 병아리와 부화된 한 마리의 닭만이 각자의 열차에 존재하게 된다. 서로 어떤 열차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동시성의 상대성, 참 놀랍다.

 

이렇게 저자들의 여정을 함께 하다 보니 개략적인 '상대성이론'의 틀이 잡혔다. 그래서 괴짜를 위한 노트 - 회의적인 상대주의자를 위하여 정리된 방정식들을 보니 머리가 빙빙 도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만화로 보는' 이 부분에 혹해서 서평단을 신청했던 나로서는 서문을 읽으면서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작업대에서 사망해버린 그래픽 노블 버전의 상대성이론 책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픽 노블이었다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을까?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한 상상과 기대가 있다.

저자 부녀의 또 다른 협업인 '만화로 보는 이해하면 이상한 양자역학' 책도 만나보고 싶다.

 

물리학의 핵심 기둥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에 대한 호기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다.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니 우리 좌절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편하게 읽어봤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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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밀당의 요정 1~2 - 전2권
천지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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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십 대 시절 감성이 퐁퐁 솟아오르게 만드는 소설을 만났다. 『밀당의 요정』

중학생 딸아이에게 물어보니 극존칭을 하면서 대답한다. 아이가 웹 소설을 읽길래 어떤 내용일까? 관심이 생겨서 『밀당의 요정』 서평단에 신청했다. 나이는 잊어버린 채 요즘 세대 로맨스 감성에 빠져보리라.

 

어렸을 때부터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하고 온갖 만화잡지를 섭렵했던 나에게 로맨스물은 어린 시절 감성의 호수이다. 지금도 300여권의 만화책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만화를 좋아한다. 만화책과 영화 DVD, 책이 내 예물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 육아의 늪에 빠지다 보니 자연스레 나를 위한 독서보다는 육아, 아동 도서 위주로 읽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인문과학, 에세이, 소설로 책장이 채워지게 되었다. 이런 나에게 2022년도 웹툰 연재 확정된 웹 소설 『밀당의 요정』은 오랜만에 접하는 로맨스물이다.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로코물 드라마, 영화도 잘 못 보는 여자인지라 과연 감당할 수 있으려나, 떨리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다.

 

 

밀당의 요정/천지혜 지음/알에이치코리아


전설 속 엘프인가. 이 세계에서 뛰쳐나온 여신인가.

 

처음부터 멋진 남주와 서브 남주가 여주에게 한눈에 반한다. 여신, 엘프, 비너스라는 표현처럼 이 세상 미모가 아닌 여인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영상으로 눈앞에 펼쳐졌다. 드라마 제작 관련 직종 이력의 소유자인 천지혜 작가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밀당 갑이었던 '권지혁'이 사랑의 호구였던 을 중 을 '이새아'에게 한없이 빠져들어 '비혼'을 외쳤던 자신의 사랑관이 흔들리게 된다. 재벌 2세, 명석한 두뇌, 잘생긴 외모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게 없는 권지혁은 연애뿐만 아니라 사업에서도 밀당을 하며 순항 중이다. 아버지의 결혼생활과 형과 형수의 연애결혼에 대한 아버지의 태도를 보고는 비혼주의자가 되었지만 사랑만은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웨딩플래너 이새아는 웨딩컨설팅 일에서는 에이스지만 사랑 앞에서는 무조건 을이다. 매번 사랑에 끌려다니기만 했다. 또 거절을 못 하는 성격으로 2달 전에 헤어진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 그것도 자신의 로망으로 가득 찬 결혼식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 끔찍한 결혼식 당일 사고로 발이 묶인 신부 대신 대타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권지혁'과 세계적인 사진작가 '조예찬'이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밀당의 요정』은 소모성 연애에 지쳐 결혼을 하고 싶은 새아와 결혼만은 피하고 싶은 지혁과의 밀당 로맨스이다. 정반대의 사랑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석처럼 끌려 사귀게 되나 주위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일도 사랑도 포기할 수 없었던 지혁의 선택에 결국 지혁은 건설사 상무에서 자회사 웨딩홀 대표로 좌천하게 되고 새아와 삐꺽대면서도 인연을 이어나간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녀이기에. 그런 새아에게 부드럽고 안정감을 주는 '조예찬'이 다가오고 그녀는 흔들리게 된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는데 이미 불꽃이 튄 지혁과 새아 사이에서 과연 예찬은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 자유롭게 자란 예찬은 그 성정처럼 상처 입은 새아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

확연하게 타입이 대비되는 삼각관계 구도가 1,2권에 걸쳐 펼쳐지면서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지혁파, 예찬파가 갈려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주를 이루는 지혁과 새아, 예찬 러브라인 못지않게 주변 인물 이야기들도 의미 있게 다뤄진다. 결혼, 연애에 대한 이야기이고 2,30대 직장인들이 등장인물이라 현실적인 내용이 많이 눈에 띈다.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연애는 꿈도 못 꾸는 청춘 유준에게 저돌적으로 다가온 다람에게 벽을 치는 모습이 N포 세대의 아픔을 드러내고 있다. 웨딩플래너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나 실적으로 정해지는 월급은 매달 스트레스이고, 빚을 갚느라 결혼비용은 현실적으로 꿈도 못 꿔 결혼도 연애도 다 남일인 그이지만, 자꾸 다가오는 다람이 신경 쓰인다.

예찬은 <결혼의 민낯>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데 뜨끔한 면면들을 포착하고 있다. 예식을 축하하러 온 이들이 예식보다는 식당에서 밥만 먹고 사라지고, 결혼식은 시간대별로 착착착 공장에서 다음 예식을 찍어 내듯이 진행된다. 축의금을 봉투에 넣어 주면, 바로 돈을 꺼내 액수를 장부에 적고 적은 돈에 많은 가족을 데려온 사람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등의 모습, 축의금 액수로 인간관계를 재평가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결혼식에 수천만 원을 쓰고 있는 우리네 현실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의문이 든다. 남녀가 만나 또 다른 하나가 되는, 특별한 결혼이 형식에 갇혀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목표로 달렸던 새아가 감정에 충실하기로 결심하고,

결혼만은 피하려고 몸부림쳤던 지혁이 결혼도 불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랑은 이렇게 서로를 변화시킨다. 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현재진행형.

『밀당의 요정』 3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두근두근 거린다. 그리고 웹툰 『밀당의 요정』 또한 캐릭터들의 매력을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터널 선샤인>

무의식에 대고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이 사람이 좋다는걸, 다 말로 설명하긴 힘들잖아요. 감각이란 게 오감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처음 보는 남녀가 서로 끌린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무의식의 필터에서 오케이 사인을 준 거니까. 이후 갖가지 이성적인 이유로 이 사람이 좋다, 싫다 판단할 순 있지만 그래도 무의식은 알고 있는 거죠. 이 사람이다, 나는 이 사람한테 끌린다.

 

<건축 철학>

건축은 크고, 무겁고, 장대한 예술이죠. 정말 많은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 낼 수 있어야 돼요. 그래서 더 오롯해야 되고, 흔들려서는 안 되고.

 

<웨딩 철학>

사랑에서 사랑을 배운다.

건축도 웨딩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현장은 전쟁이고, 누구 하나 다치면 정말 큰일이니까 계속 긴장의 연속이고, 잠깐 딴 데 보고 있으면 재공사 해야 할 부분이 생기고, 설계대로 안 될 때도 있고, 정신없는데...... 막상 끝나고 나면 나랑 건축물만 남아요. 그때 알죠. 이 평안을 위해서, 이 고용함을 위해서 그 전쟁을 견뎠구나. 건축물은 말이 없으니까.

웨딩도 그랬어요. 남북전쟁 같은 결혼 준비도, 막상 끝나고 나면 오롯하게 두 사람만 남아요. 그때부터 진정한 대화가 시작되는 것 같았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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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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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데뷔 20주년 기념작 【거꾸로 소크라테스】

- 답답한 어른들의 선입관, 우리가 다 뒤집어버리자!

 

 

거꾸로 소크라테스/이사카 고타로/소미미디어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선입견들을 비틀어 꼬집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주된 이야기 배경은 초등학교로 초등학생들이 답답한 어른들의 선입관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뒤집는다.

 

▶ 선입견 ◀

1. 핑크 옷을 입은 아이는 여자 같다. - 거꾸로 소크라테스

2. 달리기를 못하고 왜소한 아이는 왕따일 것이다. - 슬로하지 않다

3.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선생님은 못 미덥다. - 비옵티머스

4. 한번 나쁜 놈은 영원히 나쁜 놈이다. - 언스포츠맨라이크

5. 새아빠는 아이를 학대할 것이다. - 거꾸로 워싱턴

 

선입견은 고정관념으로 우리가 판단을 내리는 데 잘못된 영향을 미친다.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외면한 채 오로지 주관적인 정보 - 나의 생각, 신념, 가치관 - 만을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게 된다. 지속되다 보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답정너', '꼰대' 등 선입견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을 보면 부정적이고 답답하고 편향적인 시선이 느껴지지만,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해 안타깝다. 완벽한 사람은 없는데도 '자신은 항상 옳다. 틀릴 리 없다.'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이런 선입견들이 역사상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왔는지 떠올려보면 말이다.

 

 


 

심리학 용어인 '교사 기대 효과',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기대가 학업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하는데, 교사가 학생을 우수하다고 지각하면 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그 기대에 맞는 지도를 하게 되어 학업 성취가 증대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학생을 무능하다고 보면 기대감이 낮아 성의 있는 지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학업 성취 또한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사의 학생에 대한 기대는 쉽게 변하지 않는 지속성이 있다.

 

'거꾸로 소크라테스'에서 구루메 선생은 제자 구사카베를 얕잡아 보고 매번 그를 무시하는 행동과 말을 서슴지 않는다. 그로 인해 구사카베는 위축되어 있다. 일례로 구사카베가 분홍색 옷을 입고 온 적이 있었는데 "여자처럼 입고 왔구나."라는 말을 구루메 선생이 해서 동급생들에게 '구사코'라고 놀림을 당하게 되었다. 초등학교가 배경이라 소설 속에서 교사의 영향력, 역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데 구루메 선생은 선입견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답답한 어른의 전형이다. 구사카베의 친구인 안자이는 이를 무너뜨리기 위해 작전을 펼치고 구사카베는 구루메 선생을 향해 천천히 또박또박 말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이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

 


 

'비옵티머스' 2년 전 사랑하는 연인을 눈앞에서 사고를 잃고 무기력하게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구보 선생님은 학교 공개 수업을 하게 된다. 제자 나이토의 주도하에 양철 필통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소란이 일고 학부모들은 선생님께 강한 훈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구보 선생님이 밍밍한 말투의 창백하고 기운이 없는 '끝물 호리병박'이었던 이전과는 다르게 길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상대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해." 중요한 삶의 자세를 알려준다. 체벌은 왜 해서는 안 되는가. 법률로 정해지지 않은 일은 어떻게 지키게 할 것인가 등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들을 열심히 고민했던, 교사가 되기 전 모습으로 돌아간 그는 진정한 교사로 우뚝 서 있었다.

 

 

 

 

'슬로하지 않다'/'언스포츠맨라이크' 두 개의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이소켄 선생님은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슬로하지 않다'에서 왕따 가해자가 전학생으로 왔을 때 "저번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 전학 왔다는 거 진짜예요?"라는 질문에 넌지시 학급 친구들에게 "만약 왕따를 당했단 뭔가 달라지니? 다시 시작하려 한다면 그걸 도와주고 싶지 않니?"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전학생의 행동도 우리에게 많은 부분을 깨닫게 해준다. 진심으로 달라지려 하는 모습과 예전 자신과 비슷한 이에게 보여주는 진정한 염려와 안타까움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 어리석었던 과거를 털어버리고 행복해지길 바라게 된다.

'언스포츠맨라이크'는 리틀 농구단에서부터 시작된 인연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어져 온 친구들이 겪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소켄 선생님은 리틀 농구단 임시 코치를 맡게 되었고 중요한 조언들을 해준다.


 


 

이 글을 읽고 1년여 전 출소한 '조두순'이 떠올랐다. 과연 그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그의 행복을 빌어줘야 하나? 왜? 물론 이소켄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하는 말들 대부분이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주고 통찰력을 길러준다. 그리고 소설 속 범인이 마지막 에피소드에 나오는 가전제품 대리점 점원일 것 같아 갱생하여 일반인처럼 살아가는 해피엔드 결말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 속 나는 범죄자가 행복하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경지는 이르지 못할 것 같다. 그게 현실적인 방법일지라도 피해자의 한과 억울함이 너무나도 무거워 힘들다. 극단적인 예를 든 것 같지만 범죄자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립은 필요하다까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인 것 같다.

 

'거꾸로 워싱턴' 워싱턴 대통령의 유명한 일화가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지 모른다. 그래도 자주 많이 회자되고 우리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정직'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도시히코와 겐스케가 합리적인 의심을 하여 학대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면이 대견하였다. 그리고 야스시 아버지와 겐스케 어머니 또한 바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줘서 답답한 어른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기분 좋았다.


 

 

다섯 가지 선입견을 비트는 다섯 가지 에피소드들을 찬찬히 읽다 보니 학부모로서의 내 모습, 부모로서의 내 모습, 어른으로서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소설 속 너무나 쉽게 체벌을 말하고 아이들의 의견은 묵살하는 등 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불편하면서도 미성숙하여 돌봄과 배려, 응원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나 또한 순간순간 편한 방식으로 통제하지는 않았나 되돌아보았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그 자명한 사실을 잊지 말고 살아가야겠다.

 

소설 속 무릎을 꿇리려는 아저씨나 자신의 배경을 믿고 남에게 함부로 대하는 친구,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선생님처럼 선입견에 갇혀사는 이들을 현실 속에서 간혹 만나게 된다. 아빠의 영향력만 믿고 친구를 얕잡아보다가 아빠의 고객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당황했던 나이토 같은 상황은 현실 속에서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그렇다 한들 남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어떻게 생각할지는 자신이 결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타인이 일방적으로 단정하는 말을 절대로 그냥 받아들이지 말고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말할 수 있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거꾸로 소크라테스> 선입견의 맹점을 꼭 짚어주는 통찰력 있는 이야기들에 공감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읽고 대화 나눠보시는 건 어떠세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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