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솔시레 -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조희태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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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솔시레》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열세 살 이야기



열세살 솔시레/조희태/지식과감성


조희태 할아버지께서 손자 하준이에게 남기는 책입니다. '열세 살'이 가지는 의미와 '솔시레'가 지니는 의미가 엮어지면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더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인생의 첫 번째 변곡점이라 할 수 있는 '열세 살'과 주 주 3화음 중 하나인 딸림화음인 '솔시레'가 만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공과 성취,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아름다운 화음처럼 풍요로운 삶을 이루길 바라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녹아있습니다.





본인이 읽었던 위인, 인물전 중 44명의 열세 살 이야기를 손자에게,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동서양의 유명 인물들뿐만 아니라 본인, 제자들과의 일화도 간간이 보여 진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구나 싶었어요. 이렇게나 손자를 사랑하고 아끼는 할아버지를 두다니, 부럽습니다.





많은 인물전을 읽으면서 수집한 열세 살 이야기들이 실로 다양합니다. 과거 시대에 살았던 이들이기에 삶의 형태가 현시대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런 환경에서 후세에 사랑받고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신분적 제약, 경제적 제약뿐만 아니라 부모의 무관심이나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몰이해를 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꽃피우고자 하는 의지와 열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링컨은 열세 살에 읽기, 쓰기, 셈하기를 배웠다.

링컨은 새어머니 덕에 13살에 떠돌이 교사에게 3개월, 16살에 6개월 총 9개월의 학교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이후 독학으로 변호사가 되고 하원 의원을 거쳐 대통령이 된 이력을 생각하면 그 노력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네요. 공부는 사치이고 허영이며 쓸데없는 것이라 믿으며 굳게 닫힌 남편을 설득해 교육을 받게 해 준 새어머니에 대한 링컨의 고마움이 정말 컸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인물들도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는 내용이 많으나 그중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 중 안중근 의사와 우장춘 박사 일화가 기억에 남네요.



- 안중근은 열세 살에 상사병으로 6개월이나 시달렸다.

안중근 의사가 할아버지의 영면 후 가슴 앓이를 했다니 할아버지와의 깊은 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병 활동 시 안중근 의사와 일본군 포로의 일화는 각성의 계기가 되었을 것 같아 의미 있게 읽었습니다.




- 우장춘은 열세 살에 조선인임을 자각했다.

조선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우장춘 박사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부인도 일본인입니다. 하지만 우장춘 박사는 "아버지가 조선인이니 네가 조선인인 것은 당연하다. 그걸 놀림으로 여기지 마라."라는 강건한 말씀에 자각한 후 '우장춘'이라는 이름을 고수하며 연구에 매진하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이임을 고려하면 정말 대단한 결심입니다. 귤, 배추, 무 등 여러 농산물을 맛있게 풍족하게 먹을 수 있게 해준 그의 공은 일본과 한국을 융합한 그의 일생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챕터별로 -조명해본다-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 있습니다. 손자에게 하고픈 이야기들이겠지요. ♡

할아버지가 살아오면서 중요하다 생각하고 지켜온 가치와 의미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는 <열세 살 솔시레>, 잘 읽었습니다.



※ 단어 수준이나 내용이 열세 살 아이에게는 버거울 수 있어서 좀 더 높은 연령대가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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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성공 - 한국은 왜 불평등한 복지국가가 되었을까?
윤홍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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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성공』

- 한국은 왜 불평등한 복지국가가 되었을까?


이상한 성공/윤홍식/한겨레출판


역 활동, 교육 활동 등을 통해 중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지곤 합니다.

내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중학생 '꿈'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너무 넘치던, 너무 자주 바뀌던 꿈들이 학업과 연계된 진로의 영역에 들어서니 더 명확해지지 않고 흔들리더니 없다는 답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뉴스에서 접하는 영끌, 주식, 가상화폐 등 MZ 세대들의 화두가 되는 이슈들로 인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성공에 대한 열풍, 열망, 욕구가 너무 뜨거워서 다른 소중한 것들을 깡그리 태워버리고 있지 않나 걱정이 앞섭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소년, 청년들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던 참에 윤홍식 교수님이 집필하신 <이상한 성공> 서평단 기회가 있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윤 교수님께서 군에 입대해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큰아들에게 청년이 한국 사회와 관련해 한 번쯤은 고민했으면 좋을 주제를 선정해 위문편지 겸 보내게 되면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프롤로그에서 학술적 주제를 많은 분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쓰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고 밝히셨는데 저는 이해하기 친절한 책으로 다양한 세대가 두루두루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중학생 큰 아이가 지금 마이클 샌델 교수님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고 있어서 연관 도서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추천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에서 벗어난 지 불과 70여 년 만에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선진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021년 7월 2일 유엔무역 개발 회의는 만장일치로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이런 기적 같은 성장을 한 한국인들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펼쳐집니다.



1장을 통해 현재의 한국을 분석하고

2장을 통해 한국이 이룬 성공을 경제, 정치, 문화의 측면에서 알아보고

3장을 통해 한국이 어떻게 기적을 이루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4장을 통해 3장의 놀라운 기적을 이루었던 방식이 덫에 빠진 이유임을 밝히고

5장을 통해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했습니다.

우선, 해방 후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상황을 경제,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시선을 통해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정리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몰랐거나 미처 살피지 못했던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선진국과는 다르게 후발주자들은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었고, 그 주도로 재벌 대기업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은 알고 있었으나 국민, 노동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경제개발의 의미는 순수한 열정이었습니다. 발전 국가의 성공은 경제개발이라는 목표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광범위하게 만들어졌을 때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선성장 후분배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일을 했던 것입니다.

1950년대 적산 불하와 원조 물자 배분으로 지금의 재벌 대기업들에게 초기 자본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주고, 나중에 그 기업이 잘 되면 노동자가 부를 함께 나누는 세상을 꿈꾸었으나,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거죠.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이런 국민의 암묵적 희생이 있었던 것입니다.


선진국으로 성장을 이룰 때까지 한국인들은 복지국가로서의 역할을 국가에 요구하지 않습니다. 민간보험, 금융 자산, 부동산 등 사적인 방법으로 해결을 했습니다. 국민의 복지에 대한 인식, 국가에 대한 불신이 안타까웠습니다. 권위주의 정권이 계속되면서 국가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는 국민이기에 이해가 가면서도 복지정책을 확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모순적으로 IMF의 요구였다는 점은 충격적입니다.

IMF는 긴축재정으로 노동 시장의 유연화와 함께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실업급여 확대를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복지정책은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안정적인 계층만을 보호하는 한계가 있기에 비정규직, 일용직 등 사회적 약자들을 포용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윤홍식 교수님은 2010년 북유럽 아동 돌봄 서비스를 공부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핀란드를 방문했을 시 일행 중 한 분이 교육청 관계자에게 청년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질문을 했고, "핀란드의 청년들의 고민은 기후 위기와 세계 평화"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범지구적 고민에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미안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386세대는 아니지만 40대 기성세대로 우리나라의 시스템에 대한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 교수님 말씀처럼 세대가 아니라 부가 세습되는 새로운 신분사회가 불평등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고 있는 5장을 읽으면서 고민에 잠깁니다.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으로 반공주의 프레임은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모두 유용하게 쓰입니다. 공정한 분배를 위해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 선진 자본주의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이익공유제가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주의자라는 비판으로 왜곡됩니다. 공정하게 이익을 배분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지 못하면 우리나라에 팽배한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한국, K-pop BTS 문화의 힘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

저자는 정치제도 개혁과 조직화된 개인 등 여러가지 대안들을 제시하면서 복지국가로 나아갈 한국의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회적 연대를 통해 서로 돕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핀란드 청년들의 고민인 기후 위기와 세계 평화처럼 국경을 넘어 국가 간 불평등을 완화하는 분배 체계를 구축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제 우리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합니다.



372-408, 37페이지의 부록을 보면서 윤홍식 교수님의 고민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수많은 문헌들을 살펴보면서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열심히 연구하는 모습을 떠올라 감사하고 숙연해집니다. 한국의 미래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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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 - 그해 비가 그치자 조선에 역병이 돌았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3
이진미 지음 / 다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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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怪疾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병

콜레라를 속되게 이르는 말





조선판 감염병 미스터리인 <괴질>은 1821년 여름, 평안도 정주에 유난히 긴 장마가 그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서 존경받던 황부자가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증세로 큰 아들까지 죽게 되자, 마을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변한다. 마을 곳곳에서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속출한 것이다. 위로는 토하고 아래로는 설사가 멈추지 않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이한 돌림병이었던 것이다.



괴질/이진미/다른출판



지금은 콜레라로 불리는 이 병은 콜레라균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 환자의 배설물에 의해 전파된다. 하지만 조선 순조 21년 우리 조상들에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랑하는 가족, 이웃, 자신 어느 누구를 가리지 않고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병이었다. 그래서 공포와 두려움에 빠진 사람들은 황부자 댁에 비겁한 행동을 하게 된다. 가슴 아픈 비극이었다. 또 이런 상황에서도 사또는 백성을 돌보지 않고 제 배를 채울 궁리만 하니 분통이 터지고 답답할 따름이다.




사또의 계략에 약초꾼 아버지를 잃은 홍이는 황부자 댁의 연달은 변고에 슬퍼하다 죽음의 현장에서 실상을 설명하는 완이를 만났다. 그 후 괴질에 걸린 동생 동이를 치료하기 위해 완이와 함께 활인소를 찾아가게 되고 환자들을 방치하는 심약(지방에서 의학을 가르치고, 귀한 약재를 가려 한양으로 보내는 일을 담당하는 직책) 이인구에게 쓴소리를 한다.




본디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 심약 이인구는 홍이, 완과 함께 활인소를 정리하고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한다. 그곳에 사연을 가진 검불 아재가 나타나 본시 의원이었음을 밝히고 돕기를 청한다.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책을 통해 알아보기를 권한다.

괴질로 어수선해진 평안도 정주를 보니, 코로나19로 팬데믹에 빠진 지금의 세계가 겹쳐 보인다. 백성을 버리고 제 살길 찾아 피난 먼저 가는 양반네들, 구휼미를 빼돌리는 의원들과 사또, 황부자 댁과 운산 댁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백성들의 모양새가 코로나19로 공포에 빠져 혐오 범죄를 일으키고 서로 비난하거나 증오하는 사람들, 백신을 선 독점하는 선진국들과 비슷하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이런 위기의 순간들을 철저히 이용하는 무리들이 생긴다. 간절한 환자 가족들에게 강탈하듯이 속여 아무런 효능이 없는 약을 파는 무리들이 나온다. 그 간절함 때문에 진실을 알려주지 못하고 돌아서는 홍이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지 가슴이 아리다. 타인의 불행을 이용해 자신의 탐욕을 채우려 하는 행위,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되지도 이해되지도 않는다. 선함이 아니라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며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홍이와 완이, 검불 아재를 보면서 조선시대 신분제의 병폐와 인간의 존엄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 괴질이라는 원인 불명의 큰 전염병이 나라 전체를 휩쓸면서 제 안위만을 걱정하는 양반, 관리들이 아니라 천민, 서출이라 무시당하고 핍박받던 이들이 용기를 내 없는 길을 만들고자 노력해 자신과 가족, 이웃을 지켰다. 자신이 믿는 신념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홍이와 완이, 검불 아재의 이런 움직임들이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 사람의 목숨은 모두 똑같이 귀하고 소중하다. 지금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 시대는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진정한 평등의 사회인지 되돌아봐야 할 순간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홍이와 완, 검불 아재가 그 힘든 시기를 잘 헤쳐나가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한 것처럼 우리도 지금 팬데믹을 지혜롭게 잘 이겨 또 다른 변화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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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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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매개체로 과거와 현대 시공간을 연결하여 연장선상에 있는 여성의 삶을 조명한 점이 인상적이다. 여성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바로서기를 생각해보게 하는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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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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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오직 입으로만 전해져야 하는 게 있단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이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거부할 수 있을까?

- 출간 즉시 영화화

-《토론토 스타》선정 올해의 책

- 전 세계 15개국 판권 판매

- 아마존 인터내셔널 베스트셀러 1위

- She Reads 선정 가장 기대되는 여성 소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카르마 브라운/미디어창비


화려한 수식어들로 무장한, 패브릭 질감의 짙은 빨간색 표지로 감싸진 이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빠져들고 말았다. 매혹적이다.



한 집을 배경으로 시대를 번갈아 서술되는 두 부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950년대를 살아가는 신혼부부 넬리-리처드 부부와

2018년을 살아가는 신혼부부 앨리스-네이트 부부

갑자기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계획한 앨리스-네이트 부부는 그린빌 137번지로 이사하게 된다. 네이트는 어린 시절 자신처럼 도심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을 원했고, 앨리스가 직장을 그만둔 지금이 새로운 출발을 할 적기라고 생각하고 이사를 서두른다. 하지만 앨리스는 마냥 좋지 않다. 지금은 일을 그만뒀지만 결코 가정주부의 삶을 원치 않는 그녀이기에 시골로의 이사는 암흑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조용히 남편, 네이트의 의견을 따르리라.


앨리스 이전 그 집에서 신혼의 단꿈에 빠져 행복한 미래를 그리는 그녀가 있었다. 엘리너 머독. '넬리'라 불리는 그녀는 나이차가 있는 성공한 남편과 결혼한, 완벽하고 순종적인 여자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일을 도맡아 할 정도로 독립적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지만 리처드와의 결혼을 선택했다. 누구의 '부인'이 되는 것은 평범한 여자들의 염원이었고 넬리에게 자기를 돌봐줄 누군가가 생긴다는 의미였다.

앨리스와 넬리는 그 긴 시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앨리스와 넬리는 다들 부러워하는 능력 있는 남편과 결혼을 하였고, 남편은 아이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 주는 멋진 이웃이 있다. 그리고 어릴 때 아빠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픔이 있다.

요리의 비결은 복수, 재료는 남편


넬리는 부모에게 받지 못한 보살핌과 보호, 울타리 같은 안정적인 느낌을 받고 싶어서 결혼을 했으나 그 결과는 실패였다. 남편에게 공손한 아내, 자기 탓이 아닌 일로도 사과하는 아내, 자기 삶이 아무리 힘들어져도 남편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아내, 완벽한 아내를 리처드는 원했고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존중받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폭력과 무자비였다. 넬리,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그녀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되찾고 삶의 소중한 부분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그녀만의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




앨리스 또한 엄마와는 다르게 첫 번째에 제대로 된 선택을 했다며 남편 네이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또한 그녀의 삶이 안정적이었을 때 얘기다. 간절히 원하던 승진은 어디 가고 해고라니, 그것도 모자라 고소 소송에 휘말리니 그녀는 두 다리를 제대로 지탱할 수 없다. 만약 앨리스가 이 힘든 시기를 네이트와 헤쳐나가고자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들이 다소 완화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누구나 흔들릴 때가 있다. 목표를 상실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믿지 못할 정도로 흐트러지는 시기가 말이다. 다행히 앨리스에게는 넬리의 감춰진 수수께끼가 과제로 남겨져 있고 아이가 생겼고 자신의 공간이라 느끼는 집이 있다. 그래서 네이트에게도 당당하게 제안할 수 있다.


"네이트, 선택의 기회는 언제나 있는 거야."



앨리스가 넬리에 대해 궁금해하고 그녀의 인생을 궁금해하면서 차츰 자신을 되찾고 안정되어 가는 서사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넬리가 즐겨보던 요리책에 나오는 레시피로 자신과 네이트의 저녁을 준비하면서 부엌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 과정은 단순히 주부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스스로 몸을 건강한 무언가로 채워나가 지친 마음까지 돌보는 성숙한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인 것 같다.

미리엄과 샐리 클라우센 모녀에 매료되었다.

따뜻하고 상냥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넬리가 리처드에게 상처받을 때 미리엄은 엄마처럼 포근하게 감싸주고 명확하게 리처드의 잘못을 짚어준다. 얼마나 고맙고 귀한 이웃인가.

갑자기 닥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앨리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고 넬리의 편지도 찾아다 준 샐리는 결혼이 당연시되던 시기에 의술과 결혼한 개척자이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키워나간 선지자였다. 이런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이가 자신을 지지해 주고 위로해 주니 앨리스가 힘을 얻을 수 있었을 테다.



미리엄의 조언은 샐리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나는 누구인가'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노력할 것이다.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은 힘들지라도 꼭 해야 할 자신에 대한 약속이다.


다양한 인용문


☆ 곳곳에 등장하는 레시피는 다소 생소하지만, 간혹 따라 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초간단 케이크> & <치킨 알라킹>

그리고 앨리스 이야기가 진행되는 페이지 시작 부분의 인용문을 읽다 보면 예전 여성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를 깨닫고 울분이 쌓이게 된다. 발암 글귀들이 많으니 주의해서 읽기를 추천한다. ☆

아직도 그린빌 137번지 정원에는 디기탈리스 꽃이 종처럼 매달려있을 것 같다. 스완 가문의 비밀을 품은 채로.


픽사 베이. 디기탈리스. 여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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