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 눈사람 펑펑 1 팥빙수 눈사람 펑펑 1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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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눈사람 펑펑 1/ 나은 동화/ 창비




『팥빙수 눈사람 펑펑』은 나은 작가가 처음으로 출간하는 책이다. 사랑스러운 펑펑과 안경점 손님이 전하는 이야기에 보람 그림작가의 귀여운 그림이 더해져 감동이 넘쳐흐르는 어여쁜 동화책이다.








나은 작가가 어린 시절 꿈꾸었던 눈사람과의 우정이 눈사람 마을과 눈사람 펑펑을 탄생시켰다. 눈사람 마을의 눈사람 안경점의 주인인 눈사람 '펑펑'은 빙수를 제일 좋아한다. 그래서 빙수에 얹을 재료를 받고 손님들에게 특별한 안경을 만들어 주는데…….




사람의 마음에 새겨지는 풍경이 있다. 

얼었던 물줄기가 서서히 녹아 살얼음이 낀 채 물이 졸졸졸 흐르는 초봄의 순간이나, 높이 자란 자작나무들 꼭대기를 올려다보면 보이는 파아란 하늘이나, 씽씽 고속도로를 달리다 옆을 보면 고개 숙인 황금색 벼들로 가득 찬 논 등이 그렇다. 그리고 또 밤새 내린 눈으로 뒤덮인 새하얀 세상이 마음에 쿵~ 닿는 풍경이 그렇다. 

코가 빨개져도, 귀가 땡땡 얼어도 그저 발바닥에 닿는 뽀득뽀득 눈이 마냥 좋은 기억 속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는 이야기, 바로 『팥빙수 눈사람 펑펑』이다. 책을 펼치면 시원하고 행복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기 시작한다. 그렇게 눈사람 펑펑과 만났다. 




펑펑은 하얀 눈을 뭉쳐서 안경테를, 

투명한 얼음을 깎아서 렌즈를 만들어. 

안경 모양을 갖춘 뒤에 마지막으로 호 불어주면 

안경은 더 단단하게 얼어붙어. 

펑펑의 손길이 닿은 눈 안경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안경을 쓰면 보고 싶은 장면을 볼 수 있지.




눈이 어렸을 때부터 나빠서 수많은 안경을 써본 터라, 펑펑의 신비한 눈 안경에 더욱더 혹했다. 과거든, 미래든, 사람의 마음 속이든 무엇이든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나만 그런 게 아닌 듯 펑펑의 안경점에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소풍날 날씨가 궁금한 귀여운 아이, 친구의 슬픈 마음이 궁금한 강아지, 짝꿍이 누가 될까 궁금한 아이까지. 각자 보고 싶은 장면을 보고 펑펑과 고민을 나누는 사이에 답을 찾아간다. 진심 어린 공감과 격려 덕분에 우리 친구들이 한 걸음 나아갔다.





"꿈꾸는 건 누구에게나 자유란다. 

상상하면 돼. 그럼 무엇이든 가능하지."


"은이는 이제야 알 것 같았어. 마음을 주고받는 게 

아름답고 즐거운 일이라는 걸 말이야."


"작은 추억이 모이면 행복한 기억이 되기도 해. 

작고 가벼운 눈을 뭉치면 

커다란 덩어리가 되는 것처럼."





펑펑은 손님들의 사연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 담긴 마음을 헤아려 보고픈 장면을 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안경을 제작한다. 경청하고 공감하고자 하는 그 시간 속에서 가슴 훈훈하고 다정한 순간순간들이 쌓여갔다. 펑펑도, 손님도 소중한 것을 깨닫는 게 되는 만남이라 행복하고 충만한 시간이었다. 그들의 신비한 경험을 지켜볼 수 있는 나도 덩달아 설레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손님들 이야기들 사이에 펑펑에게 찾아온 인연은 달콤하고 시원하고 올려진 재료 따라 맛이 달라지는 놀라움 가득한 그것, 딱 빙수 같다. 하늘을 가르는 별똥별이 살포시 들은 소원을 살짝궁 이루어주는 기적 같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소원을 이루어가는 데에는 아주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눈사람 안경점'이다. 그 사이 또 어떤 사연을 지닌 손님이 찾아올지 기대된다. 



"보고 싶은 장면이 있나요? 

그렇다면 팥빙수산 봉우리 눈사람 마을 안쪽에 자리 잡은 '눈사람 안경점'으로 놀러 오세요."


똑똑. 

어서 오세요. 펑펑과 스피노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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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망할 소행성 다산어린이문학
세라 에버렛 지음, 이민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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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후, 소행성 충돌로 지구가 멸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랑하는 이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자 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충만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대화를 나누면서 소소한 일상을 나눌 테다.





나의 망할 소행성/ 세라 에버렛 지음/ 다산 어린이





세라 에버렛 작가의 『나의 망할 소행성』은 갑자기 경로가 바뀐 소행성 앰플러스-68이 지구를 향해 돌진한다는 엄청난 뉴스로 시작한다. 이제 4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11살 케미 카터가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의 종말을 준비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다들 깊은 슬픔에 빠진 현재에 대한 퍼즐 조각을 찾아나간다. 아마도 소행성이 모든 것을 파괴해서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해서이지 않을까? 







케미는 아빠, 엄마, 로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Z를 가족으로 둔 소녀이다. 갑작스러운 소식을 좋아하는 과학적 접근으로 충격을, 슬픔을 줄이고자 애쓴다. 




우리는 슬퍼서 죽은 최초의 사람들이 될 거다. 

아니, 그럴 수 없다.

싸우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잖아.




케미의 시선을 따라 주변 상황을 살펴나가다 보니 조금씩 어긋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하다가 1부 마지막에 가서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앞의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왜 케미의 부모님은 소행성 충돌 뉴스를 보고는 유일한(친절하게 대해주는) 이웃인 소런슨 부인에게 케미와 로를 맡기고 밖에 나갔을까? 왜 이모가 소런슨 부인 집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왔을까? 왜 이모 집에 머무르게 된 걸까? 왜 유독 케미가 살던 파인뷰 동네에서 종말과 관련해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것도 케미 집 근처에서? 






2부에 모든 사실이 담겨 있다. 절대 벌어져서는 안되는 일이 아직도 태연하게 세상에서 일어난다. 케미네 가족이 그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단지 아내 직장과 더 가깝고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했고 딸들에게 용기를 내도 괜찮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백인 동네로 이사했다는 이유로 벌어진 참극이었다. 차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11살 케미는 소행성 충돌로 종말 하는 세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드디어 진실을 마주하고 선 케미, 아빠에게 '그릿'이라 불리던 케미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였다. 별과 소행성 그리고 삶과 죽음 그리고 이별을 말이다.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





세상의 종말 같은 이별을 한 후에도, 소행성과 충돌한 후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그다음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케미의 이야기는 가슴 깊은 곳을 뒤흔든다. 

옳지 않은 일로 벌어지는 끔찍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온 세상을 파괴한 적은 없었고, 없을 거라는 진실은 우리에게 희망과 투지를 북돋아 준다. 케미와 가족들이 향하는 그곳에서 변화를 일으키고자 목소리를 함께 내기를, 좀 더 나은 세상으로 함께 나아가기를 바라는, 힘 있는 이야기 『나의 망할 소행성』을 추천한다. 





"다시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장담은 못 하겠구나. 

누구도 삶을 예측할 수는 없어. 

넌 그저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야 해.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야. 

두렵더라도 계속 살아가야 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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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어쩌다 킬러 시리즈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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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엘 코시마노 장편소설/ 인플루엔셜 출판사




어쩌다 킬러 시리즈 3번째 이야기가 우리를 찾아왔다. 

『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이번 작품 역시 핀레이가 핀레이했다!


첫 번째 이야기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에서 핀레이 도너번은 어쩌다 킬러로 오해받고 어쩌다 살인 의뢰가 해결되어 죽여주는 킬러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 로맨스 소설을 집필하여 인기 작가가 된다. 이어 두 번째 이야기 『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에서 이혼한 전 남편을 노리는 프로 킬러 싹쓸이의 등장으로 다시 어둠의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된다. 그러다 무시무시한 마피아 보스 펠릭스 지로프와 거래까지 하게 된다.



어쩌다 킬러 '핀레이 도너번' 이야기는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액션도, 사랑도 강력해지고 있다. 더 어둡고 아찔한 줄타기가 핀레이의 숨통을 조여올수록 그녀의 연애 지수는 상승하는 듯하다. 

지난 이야기에서 핀레이를 뒤흔들었던 두 남자 닉과 줄리언 그리고 전남편 스티브까지 등장하지만, 역시 그녀의 맥박을 빠르게 뛰게 만드는 이는 현실에서도, 그녀가 집필하는 소설에서도 경찰이다. 가까워졌다가도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밀어냈는데 이번에는 과연 닉과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는지……



『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비밀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래서 '경찰 아카데미'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지루할 틈 없이 사건, 사고들이 휘몰아친다. 좁은 공간에서 비밀과 비밀이 만나 일으키는 스파크에 몸을 사려야 할 정도다.




"거짓말은 누구나 하는 법이니. 

숨기는 데 능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





전작에 출연한 프로 킬러 싹쓸이를 찾아라! 미션이 이번 이야기의 큰 줄기다. 싹쓸이가 노련한 경찰 같다는 추리를 바탕으로 언니 조지아와 그의 동료들이 이끄는 경찰 아카데미에 핀레이와 베로 콤비가 잠입한다. 적과의 동침같이 아슬아슬 불안하면서도 닉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짜릿한 순간들이 우리 독자들을 쥐락펴락 요리한다. 긴장과 흥분이 교차하는 어쩌다 킬러 시리즈의 시그니처 매력이 흘러넘친다. 




"좋은 사람은 항상 구린 데가 있죠."





누가 좋은 사람인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에도 핀레이와 베로는 여러 인물들을 용의자로 두고 소거한다. 인물들을 파헤쳐 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대부분 유쾌하다. 킬러 시리즈지만 로맨스와 육아가 주를 이루는 싱글맘과 베이비시터 콤비라 유머와 성적 긴장감이 밝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핀레이가 엄마로서, 작가로서 살아가고자 애쓰지만 여자로서 주변 인물과 감정을 나누는 점이 마음에 든다. 닉, 스티브, 줄리언, 웨이드까지 그녀에게는 다리에 매달리는 아이들뿐만 있는 게 아니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기존 인물들과의 인연으로 확장되고 탄탄해진 작품관으로 세 번째 시리즈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어쩌다 킬러 시리즈.


닉의 파트너 조이는 왜 나를 의심하는 걸까? 싹쓸이일까? 캠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재크의 배변 훈련은 어떻게 해야 하지? 


그저 좋은 엄마이자 인기 로맨스 작가가 되고 싶을 뿐인 핀레이는 해리스 미클러, 칼 웨스터버 과거의 유령들이 다시 등장하여 자신을 괴롭히는 상황에서 경찰인 닉에게 끌리는 마음까지 추슬러야 하는 큰 어려움에 처하고 만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싹쓸이를 찾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그녀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더 강렬해진 액션과 더 아찔해진 로맨스에 빠져들 시간이다. 



엘 코시마노 작가는 핀레이와 닉의 험난한 가시밭길 로맨스에 마음이 아리는 독자들을 위해 여러 사랑 이야기를 더해주는 섬세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매번 헷갈리게 만드는 패들로 추리를 완성 지어 나가는 핀레이와 베로 간의 유대를 다져주는 전개로 빛나는 워맨스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로맨스, 액션, 범죄, 거짓말, 비밀. 넘치는 관전 포인트에 순식간에 이야기가 끝나버려 오히려 아쉬운 『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였다. 또 끝까지 긴장을 풀어서는 안된다는 공식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주었다. 설마? 가 사람 잡는다더니 이번 시리즈에서도 뒤통수 여러 번 맞았더니 얼얼하다. 



이번 이야기에서 베로의 과거가 거의 밝혀진다. 베로의 소꿉친구 하비가 사촌 라몬 대신 계속 엮이는 상황이 펼쳐지더니 결국 네 번째 시리즈 예고에 등장하였다.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초반 캐릭터가 붕괴되어 아리송한 인물이었던 베로. 그녀의 진짜 모습을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네 번째 이야기 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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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 - 2025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 선정도서
앙드레 풀랭 지음, 소피 카슨 그림,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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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불의를 모른 척한 이의 최후는 어떨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독일의 목사이자 신학자인 마르틴 니묄러가 지은 《그들이 처음 왔을 때…》 시가 적절할 듯하다.






이 시를 바탕으로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도서출판 한울림의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이다.

앙드레 풀랭 작가의 글과 소피 카슨 작가의 그림으로 세상에 묵직한 울림을 주는 질문과 답을 전하고 있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 앙드레 풀랭 글·소피 카슨 그림/ 한울림어린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불러온 무관심과 침묵이 세상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를 담고 있다. 글의 화자로 등장하는 강아지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진실을 마주할 독자를 향해 우려 섞인 말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의 할아버지가 하지 않았던 일들로 벌어진 비극을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한다. 성별, 국적, 나이, 인종, 문화, 종교, 기호, 취향 등이 다른 존재들이 제각기 자신이 바라는 삶을 꿈꾸며 이루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정답인 양 쭉 뻗은 길이 아닌 여러 방향으로 뻗은 길을 원할 때 원하는 만큼 걸어갈 자유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림책 속 '그들'처럼 통제하고 억압하는 집단, 세력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에도 존재하고,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움직임에 방관하거나 침묵하거나 외면하면 어떤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는지 그림책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은 적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처음에는 무심히 지켜보던 할아버지였다. 잡혀가는 존재에 대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겁이 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할아버지도 잡혀갔다. 마치 줄지어 가던 사람들이 뒤에서 한 명씩 한 명씩 사라지는 것처럼 조여오는 공포가 심장을 오그라들게 했다. 


그림책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희망''을 노래한다. 우리는 손에 손을 붙잡아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옳지 않은 일에 용기를 내어 당당히 맞설 수 있다. 



"우리 서로 굳게 잡은 손, 그게 바로 희망이야."





그림책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은 인종차별, 식민주의, 종교 박해, 동성애 혐오, 약탈 등 옳지 않은 일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더 먹먹한 울림을 선사한다. 어린이 도서로 출간되었지만, 누구나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 진정성 가득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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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5
황모과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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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독/ 황모과 지음/ 현대문학/ 핀시리즈 005




명치를 정통으로 맞은 듯 강한 충격을 선사한 황모과 작가의 [언더 더 독]


유전자 편집이 상용화된 미래는 편집인과 비-편집인으로 철저히 구분되는 사회이다. 경제력으로 태어나는 순간 결정된 차이는 비-편집아들의 내일을 끝없이 없는 수렁으로 이끈다. 황모과 작가는 놀라운 상상력과 인간에 관한 성찰로 '삶의 존엄성'을 이야기한다. 



부모의 경제력으로 결정되는 능력이 곧 신분이 되는 사회에서 비-편집인 한정민이 죽을 이유를 아니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여정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그 서사를 따라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다 보면 한정민으로 대변되는 수많은 비-편집인들이 겪는 비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이 인간 이하로 살아가면서 내릴 수 있는 선택지가 얼마나 될까? 기회라 여겼던 선택들이 누군가에 의해 기획되고 예견된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경악과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선생님의 마지막 순간을 인류를 위해
쓰게 해주십시오."



소설 속에서 인공지능은 비-편집인과는 반대의 이유로 다운그레이드 된다. 인간을 능가하는 그들이 세상에 인간이라는 종을 불필요하다고 여겨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장치와 인공지능에 결핍을 설정하게 만들었다. 장치가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인간, 그 인간 부류에 속하지 못하는 한정민은 다운그레이드 된 장치들과 교류한다. 이 시간은 정민이 삶의 존엄을 깨우치게 되는 겸허한 경험이었다. 




인간과 기계는 양극단이 아니었다. 

두 개의 점이라고만 생각했던 사이에 

수많은 지점이 있었다. 인간들이 그러하듯. 

다른 종들이 그러하듯.




나는 인간인가,라는 질문조차 오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비-편집인이라는 세상이 씌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다운그레이드 한 그는 자신이 인간 이하가 아니라 기계 이하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우열이 전제되어 있음을 알고 겸허해졌다. 




비-편집아 한정민은 스스로 사육장 철창 안으로 걸어들어가 죽음을 갈망할 정도로 다운그레이드 되고 나서 연구소에 자신을 일임한다. 그곳에서 더티 워크 작업을 수행하다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것이라 여긴 그에게 세상은 바닥 아래 심연을 열어 보였다. 그렇게 그는 활짝 열린 어두운 아가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시 사육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모과 작가는 마지막까지 이름이 없는 비-편집인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서로 관계 맺어가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인간 한정민이 편집인, 비-편집인 원을 뛰어넘어 기억 속 가족(진짜 가족이든 환상 속 가족이든)으로 인지한 현실의 타인과 함께 일어서려는 결의를 보여준다. 비로소 삶다운 삶, 존엄한 삶을 향해 내딛는 힘겨운 발걸음이 또다시 세상의 개입으로 방해받지만, 또 다른 공간과 만남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인간을 학습한 다운그레이드 당한 장치들이 인간다운 삶을 위해 멈춤을, 소멸을 선택했다. 편집인을 대변하는 노아는 이들의 고귀한 선택을 조롱하지만, 정민은 새로 만난 노인과 함께 꽃을 올리며 추모한다. 명령을 내리는 자와 명령을 수행하는 자인 듯했지만, 결국 노아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역할일 뿐이다, 타협하고 조율하고 체념하면서 살아가는. 이 대목이 씁쓸하고 서글프고 아찔하게 다가왔다. 



디스토피아, 좌절과 포기로 점철된 삶의 마지막 순간 누군가에게 우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잔인하게 짓밟혔지만 돌고 돌아 살아남았다. 소멸 대신 노파의 이야기를 듣고자 마음먹은 정민의 남은 시간이 궁금해진다. 









인간, 존엄, 삶, 죽음에 대해 질문하고 나름의 답안을 찾아가는 소설 [언더 더 독]이었다. 자신을 버렸던 한 인간이 다른 존재를 구원하고자 손을 내밀게 되고, 살아남은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오늘을 맞이하였다. SF 형태로 존엄한 삶과 인간성을 그려낸 [언더 더 독], 그 깊이 있는 통찰을 추앙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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