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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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김수민 지음/ 한겨레출판




이제 더 이상 결혼과 출산이 인생 카테고리의 디폴트 값이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 저출산, 초고령화가 대한민국의 오늘이 된 지금, ’육아와 커리어‘를 저울에 양쪽에 각각 올려두고 고민하는 이를 만났다. 전작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로 성공을 향해 무한질주하는 사회에 씩씩한 실패라는 당당한 선언을 했던 ‘김수민’ 작가의 신작 [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이다.



불완전한 것들을 안고 살기 위해서

사랑이 있는가 보다.



전작이 ‘자유’를 주제로 ‘퇴사’를 골자로 풀어나갔다면, 이번 이야기는 ’나‘를 주제로 ’육아‘와 ‘커리어’를 소재로 하고 있다. 결혼 그리고 두 번의 출산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가감 없이 털어놓는 ‘그’ 뒤로 나를 비롯한 지인들이 스쳐 지나갔다. 20여 년의 간극이 있는데도 여전히 여성은 육아와 커리어의 두 갈림길 앞에서 헤맬 수밖에 없는 현실은 화나고 슬펐다. 그렇지만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는 이들은 넘어져도, 쓰러져도, 냉소를 받아도 다시 일어서 앞을 바라본다. 그 꺾이지 않는 의지와 열정이 때로는 현실을 더욱더 힘들게 비출지라도, 우울하고 낙담할지라도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어주고 삶의 아름다움을, 본인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야 만다.








고착화된 성역할에서 벗어나 ‘핵개인’으로서 임신, 출산, 육아와 관계를 맺어가며 새로운 기준을 찾아가고 있는 세대의 분투기는 고무적이다. 남녀의 구분이 아닌 동반자로서 ‘같이’ 결혼 생활과 육아를 바라보는 부부의 성숙한 책임감은 반짝거렸다. 괜스레 눈물이 났다. 마음을 이해받지 못해서 힘들어하던 긴 어둠 끝에 스며든 빛줄기, 기쁨이기에 찬란하게 다가왔다.




"지독한 불협화음, 기분 나쁘게 쫓기는 박자,

나른한 듯한 몽롱함, 지울 수 없는 쓸쓸함.

그런데 아름답구나."




갑자기 주어진 ‘엄마’라는 역할과 육아에 대한 소회, 사랑으로 선택한 타자인 배우자와 나였다가 타자가 된 자식이 모여 가족이 되어가는 진짜 의미,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중인 후회할 수 없는 삶 등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김수민 작가의 시간은 찬란하고 아름답다.





‘모두의 삶은 같은 무게로 소중하다.‘ 엄마는 안되고 자신은 된다고 여긴 수많은 것들이 떠올라 한참을 울었다는 김 작가의 말은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들끓게 했다. 나 또한 김 작가이기도 하고 김 작가의 엄마이기도 하다. 나는 나인데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 다 한 번뿐인 오늘을 살고 있다. ‘혼자’라 이해받지 못하는 이 고독을 짊어지고 소중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자신의 꽃을 피우고 있다. 고독이 자양분이 되어 충만한 삶이 여물어간다. ‘나’로 존재하기 위해 치열하게 배우고 묻고 도전하는 ‘너’가 있어 수많은 ‘나’가 눈을 뜰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출발로 마무리되는 이 글은 작가와 비슷한 고민으로 잠 못 이루고 눈물을 흘리는 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어줄 것이다. ‘완전히 혼자인 시간을 건너온 혹은 건너는‘ 이들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구원의 목소리가 되어주리라.



"사막을 벗어나자. 목적어를 떨쳐 내자.

나의 세계를 획득해 보자.

나의 의지대로 스스로 굴러 가보자.

나, 그저 아이라는 순수한 광기를 가져 보자.

삶이라는 놀이가 나를 얼마나 기쁘게 할 수 있는지,

이 생의 축복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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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 어느 교도소 목사가 가르쳐주는 인생의 교훈
카리나 베리펠트.짐 브라질 지음, 최인하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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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카리나 베리펠트•짐 브라질 지음/

다산초당





스웨덴 언론인이자 작가인 카리나 베리펠트가 미국 텍사스주 헌츠빌에 살고 있는 짐 브라질 목사 인터뷰를 책으로 엮었다. 짐 목사는 교도소 형목으로 수십 년 일하다 피해자 서비스센터로 자리를 옮겨 고통받는 이들의 삶을 어루만져 주었다. 신의 사자로서 276명 사형수의 마지막을 지켜본 그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는 인터뷰어 카리나 베리필터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하여 사랑과 용서 그리고 구원에 이르는 진솔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우리 곁으로 다다를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은 제각각 무게를 지닌 무언가를 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인터뷰이 짐 목사와 인터뷰어 카리나 배리펠트 역시 마음의 상처, 회한을 품고 있었다. 항상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지지해 주던 그가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형목으로 살아온 시간을 허심탄회 털어놓는 모습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사형수들의 마지막을 지켜본 그가 전하는 삶의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이라는 어느 사형수의 말을 인용하여 “오늘은 살기에 더 좋은 날”이라는 말에 뜨거운 감정이 울컥 솟아올랐다.








사형수를 위한 목사이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신을 영접하게 하고자’ 애쓰는 모습은 많은 의미로 다가왔다. 대부분 강간, 강도, 살인으로 사형을 구형 받은 가해자들을 용서받고 구원받게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를 이해하면서도 마음이 굳어지고 불편했다. 저자 역시 중간중간 그런 속마음을 비추곤 하였다. 짐 목사가 의연하게 “이해한다. 당연하다."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신념이 굳건한 분이라는 절절히 느꼈다. 선함과 악함을 떠나 신을 영접하고 죄를 고하고 진심으로 뉘우치는 자라면 기꺼이 손을 잡아주고자 하는 그였다. 이런 그라도 진정 악인이라 생각하는 3인의 사형수에 관한 내용은 충격적이고 참혹했다. 이런 일상을 감당하고 살아온 짐 목사의 신심은 경이로울 지경이다. 




"저는 정의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 행위라고

말하고는 합니다. 연민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못 받는 거예요. 그리고 자비는 마땅히 받을 수 없는

것을 받는 거죠."





사형수 이야기다 보니 사형제도에 관한 생각이 궁금했다. 교수형, 전기의자, 약물 등 사형하는 방법의 변화와 사형수들의 처우와 환경 등을 접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그린마일>, <데이비드 게일> 영화를 보면서 사형제도의 한계나 단점을 더 크게 느끼고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짐 목사는 사형제도에 대해 명확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대신 “인간을 죽이기 위한 시스템이라면 최대한 인간다워야죠.”라는 말을 했다. 복수가 아닌 정의 구현으로 작동해야 하는 사형제도에 대한 정치적인 입장보다는 죽음을 앞둔 인간의 마지막이 사랑과 용서 더 나아가 구원에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기록이라 더 먹먹하게 읽을 수 있었다.








자신 또한 죽음을 선고받은 시한부이지만, 하루하루를 허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짐 목사와 그가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단 한 번뿐인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길 수 있었다. 담담히 들려주는 그의 여정 속 수많은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고통과 죄책감이 마음을 무겁게 가라앉게 했지만,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나누고 구원의 길을 내딛는 용기 있는 이들의 발걸음이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다시 전사로 고통과 분노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이들에게 뜨거운 감사와 다정한 응원을 보낸다. 오늘의 의미를 묻고 찾고자 헤매는 이들에게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를 추천한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은 살기 좋은 날이면서

죽기 좋은 날이기도 합니다.

그게 제게 일종의 철학이 되었어요.

하루하루는 제가 만들어 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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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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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최강욱•최강혁 지음/ 
한겨레출판


정치 관련 도서를 이토록 빠져 읽은 지가 언젠가 싶다. 입담 좋은 이야기꾼이 알려주는 기본적인 정보가 귀에 쏙쏙, 머리에 콕콕 박히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순식간에 읽었다.


책의 기획의도처럼 자신이 왜 ‘진보’인지 ‘보수’인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들은 드물다. 설명하기 힘든 1인으로서 이 책을 읽고 난 감회가 새롭다. 전체적이 아니라 상황이나 부문에 따라 진보, 보수가 갈릴 수 있으며, 진보가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 보수가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를 상세하게 훑어보면서 나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갈수록 정치에 무심해져가는 시대지만,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하고 부끄러웠는지 이제는 다 안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제대로 하기 위해 가짜 뉴스가 아닌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적절한 시기에 안성맞춤인 책을 만나 천만다행이다. 










우선, 이 책은 어렵지 않다. 교양도서답게 진입 장벽을 확실하게 제거했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용어가 등장한 유래부터 차근차근 짚어준다. 복잡한 세계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개념의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기 용이했다. 정치체제인 민주주의와 독재 그리고 경제체제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에드먼드 버크와 토머스 페인의 가상 논쟁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두 진영의 입장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재미와 교양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았다. 그리고 오늘날의 아버지 세대를 대표하는 진봉 씨와 봉수 씨로 진보와 보수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처럼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가 현실에서 존중하고 화합하여 연대로 이어질 수 있을는지 고심한다.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는 세계의 진보와 보수의 발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아픈 역사인 독재와 일제강점기에서 그 연유를 찾았다. 민족 친화적이지 않은 보수와 노동친화적이지 않은 진보가 양립하는 현실이 씁쓸하고 기이했다. 그리고 태극기 부대와 탄핵 찬성 집회 등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을 관통하는 글까지 접하니 착잡했다.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는 진보와 보수의 유래와 추구하는 가치,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등을 남녀노소 누구나 알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역사는 항상 진보와 보수의 전쟁터였단다. 서로 비난하고 혐오하는 정치가 아닌 존중하고 화합과 연대하는 정치를 간절히 바란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처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처럼 우리 국민을 위하는 리더와 정치인이 만날 날을 기다리며 민주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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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스 - 금지된 열다섯 청어람 청소년 2
이진미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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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엘피스:금지된 열다섯/ 이진미 장편소설/ 청어람주니어




성장소설의 아이콘 ‘데미안’의 핵심 문장인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만 한다.”를 완벽하게 구현한 소설을 만났다. 청어람주니어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진미 작가의 [엘피스:금지된 열다섯]이다. 청소년 대상으로 출간한 두 번째 이야기로, 미래 세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소재로 우리의 뇌를 깨운다. 


[엘피스:금지된 열다섯]에서는 환경호르몬, 로봇공학, 휴머노이드 등 오늘날 예측 가능한 미래가 그려진다. 우리가 한 번쯤 상상한 미래지만, 이진미 작가의 노련한 눈썰미는 빈틈을 찾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관련 첨단 기술은 휴머노이드 개발을 실현시킨다. 이진미 작가는 ‘반려 휴머노이드’라는 화두를 꺼내 인간성, 존엄성의 의미와 규정에 관해 진지하고도 무거운 질문을 제시한다. 


책 제목인 ‘금지된 열다섯’과 ‘엘피스’의 조합이 의미하는 바가 명확해지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엘피스의 아빠 진서우 박사와 W이 꿈꾸는 이상의 차이, 열다섯 동갑내기 엘피스와 노아가 겪는 성장통, 인간과 반려 휴머노이드의 관계를 잘 엮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자 분투하고 있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믿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삶은 누리는 게

아니라 버티고 견디는 거라 여기는 것 같아요."




기술의 발달로 풍요로워진 미래 사회에서도 물질을 넘어서는 정신적인 유대와 교류에 대한 본능은 인간 사회의 특성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기술로 구현된 행복의 한계 혹은 허상 그리고 일방적인 관계 설정과 규칙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엘피스가 금지된 열다섯이 되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들은 여느 또래가 보여주는 당연하고도 평범한 일상이지만, 배경이 된 미래사회에서는 벌어져서는 안되는 일이다. 사춘기와 휴머노이드 각성을 함께 겪은 엘피스가 감당해야 하는 혼란과 불안의 크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걸 왜 궁금해하지?’로부터 시작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희망’을 뜻하는 엘피스는 그 답을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에 기꺼이 몸을 던진다. 이 조그만 아이가 보여주는 담대한 용기에 절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부모로서 울컥하게 된다.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도 많이 주고.

휴머노이드가 아닌,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의

삶을 누릴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서 말이야."





[엘피스:금지된 열다섯]은 기술의 개발은 편리와 혁신으로 이어지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불합리, 차별 등 파생되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SF 장르가 지닌 무한한 상상력으로 그려지는 미래 사회는 ‘실현 가능성’을 품은 세상이기에 더 빠져들게 된다. 그렇기에 엘피스, 노아, 반디가 겪는 고통과 혼란이 더 크고 깊게 와닿았다. ‘나는 누구인가?’ 고민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깊이 고민하고 옳다고 믿는 길을 기꺼이 걸어가는 [엘피스:금지된 열다섯]은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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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샬럿 버터필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라곰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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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샬럿 버터필드 지음/ 라곰





삶의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온다면?



[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은 풋풋한 19세 대학생 넬이 자신이 죽을 날짜를 예언가에게 듣고 난 이후의 삶을 담고 있다. 

38세가 되면 죽는다는 예언은 넬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는다. 사실 이런 말을 들으면 믿든, 안 믿든 누구나 신경 쓰게 될 것이다. 특히 예언을 들은 다른 친구 소피가 그 날짜에 죽었기에 자신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하게 된다. 작가 샬럿 버터필드는 지정된 날짜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유예기간 동안 다양한 경험과 관계를 쌓는 넬의 자유로움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역설적으로 예언 날짜까지 안전은 보장되기에 넬은 '버킷리스트'를 해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죽음 디데이 이후에 주 포커스를 두고 있지만, 이점 역시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다. 넬은 절대 죽지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신나지만 위험한 모험을 즐긴다. 하지만, 죽음 디데이 이후에도 인생의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언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넬과 친구 헤일리의 보여준 반응을 보면 넬의 성향, 기질이 더 크게 작용한 게 아닐까. 모험과 스릴을 즐기고, 호기심이 크며, 잘 웃고,  잘 다가서는 유연한 넬은 매 순간을 바쁘게 살았다. 















"떠나는 것이 머무는 것보다 훨씬 쉬워. 

넌 가방을 메고 미지의 세계로 가는 네가

더 용감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고 모든 걸

해결하려면 다른 유형의 강인함이 필요해."





작가 샬럿 버터필드는 넬에게 두 번째 기회를 허락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우연한 만남이 교차하면서 삶의 궤적에 들어온 새로운 인물들과 엮이게 되면서 관계의 진정한 의미와 무게를 깨닫게 된다. 깊어져가는 관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느껴지는 온갖 감정을 느끼고 받아들이며 한층 더 성숙해져가는 넬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해주었다. 
밀어내기에 급급했던, 도망치기에 바빴던 넬이 사랑하는 이들 곁에 둥지를 틀고 자리 잡아가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흐뭇해졌다. 상처받기 싫은 어린 새였던 넬은 마침내 곁에서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든든한 존재들이 있어 상처받아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수용한다. 




"넌 지금 네가 가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인생을 마주하고 있어.

네가 항상 혼자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



샬럿 작가는 개연성 있으면서도 특색 넘치는 글로 독자들을 빨아들인다. 이 흡입력은 넬이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순간들에서 강력해진다. 톰, 주노, 안드레아 등 매력 넘치는 인물들과 처음 만나는 순간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글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을 스케치하듯 묘사한다. 그래서 그 인물을 이미지화하기 편하다. 소설을 눈으로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영상이 펼쳐지는, 신비한 경험을 하였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늘 인사를 건네겠다고 약속해.

그리고 뭐든 최고를 위해 아껴두지 마.

그럼 늘 제일 좋은 수정 물을 마실 수 있을 거야."





타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저어하던 넬이 '혼자인 삶' 대신 '함께 하는 삶'을 꾸려나가는 여정을 유머와 풍자, 유희로 채워나가는 [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은 유쾌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소설이다. 특히 다양한 인간 군상의 출현에도 어수선하지 않고 각각의 개성을 잘 살려 읽는 재미와 맛이 크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 위태위태 흔들리는 순간들이 있다. 이 소설은 그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는지를 달콤하게 그려냈다. [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은 '삶'과 '죽음' 그 사이에 서 있는 우리에게 든든한 응원과 뜨거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의 넬다움을 보여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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