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여성 인물 도서관 6
이진미 지음, 달상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병 義兵(옳을 의, 병사 병)', 많이 들어보셨죠?

우리나라는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민중 스스로 조직하여 싸운 군대, 의병이 많았습니다. 외세의 침략에 저항하여 자발적으로 조직되었던 군대가 일제강점기에는 항일독립운동을 펼쳤던 역사를 기억하시죠? 그분들의 투지와 열망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후손인 우리는 잊으면 안되겠습니다. 



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이진미/ 청어람주니어




이번에 청어람주니어 출판사에서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 6번째 책으로 <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을 출간하였습니다. 

유학을 섬기던 조선시대에 여성이 나서서 사회의, 국가의 일을 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죠. 그런데 '최초의 여성 의병장'이라니, 어떤 분이실지 호기심이 샘솟네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제서야 알게 되어 죄송한 마음도 듭니다. 

'역사의 책갈피에 숨어 있는 옛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취지대로 당당히 세상의 빛으로 나온 여성 의병장 '윤희순'의 이야기를 온 마음으로 마주해봅니다.



표지부터 윤희순 의병장의 기개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악문 입술, 뚫어져라 응시하는 큰 눈, 표적을 향해  흔들림 없이 겨눈 장총까지 굳은 의지를 느낄 수 있네요. 



윤희순은 어린 시절부터 인의예지를 따르는 군자의 마음을 지닌 대범하고 씩씩한 아이였습니다. 이런 기질을 알아본 외당 유홍석은 일찍부터 자신의 며느리로 점찍습니다. 역시 인물은 인물을 알아보는 법이죠. 

여러 일화들을 통해 윤희순의 성품을 알아갈수록 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오네요. 불의를 보고는 참지 못하고, 약한 자를 위해 기꺼이 바른 말을 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앞장서 나서는 이가 바로 '윤희순'이었습니다. 이런 옹골찬 이가 조선을 위협하고 침략하는 일본을 어찌 그냥 둘 수 있었겠어요! 







특히 '을미사변' 이후 왜놈 대장 앞으로 써서 붙인 격문이 압권입니다. 문장 한 줄 한 줄에 그의 피 끓는 마음이 깃들어 있습니다.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이 어찌 아녀자라 하여 들지 않겠냐마는 그의 의기충천은 실로 대단하네요.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의병대를 조직하여 떠나는 시아버님 외당과 지아비 제원을 배웅하며 홀로 결의를 다지는 모습은 비장해 보입니다.


'총 들고 싸우는 것만이 전쟁이 아니다. 

그래, 지금 당장 내가 할 일을 찾아보자.'







지칠 줄 모르는 투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여러 이유로 해산하고 귀향하는 의병대를 위해 기꺼이 음식을 제공하고 마을 주민들의 동참을 위해 <안사람 의병가> 노래를 지어 온 마을에 울려 퍼지게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노래의 힘은 참으로 세네요. 유교로 단단하게 굳어진 여러 관습들을 이기고 사람들의 마음에 스르르 스며들어 하나로 뭉치게 하는 기적을 보여주네요. 시나브로 나라 지키는 일에 남녀 구분 없이 열심이게 됩니다. 마침내 윤희순은 사격 연습까지 하여 '안사람 의병대'를 조직하여 최초의 여성 의병장이 되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제 강점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끝끝내 일본에 의해 조선이 사라지고 윤희순 가족은 중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 이후에도 나라의 독립을 향한 항일투쟁, 독립운동을 계속 이어갑니다. 








개인의 안위보다 나라, 집단을 위한 큰 뜻을 품고 살아간 이들의 행적을 쫓다 보면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고 그런 고초를 감내하며 뜻을 굽히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윤희순의 굴곡진 여정을 지금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이토록 아린데 말이죠.


시아버님, 남편, 자식, 제자… 같은 뜻을 품은 동지로 수많은 목숨들이 사그라드는 것을 지켜보면서 느꼈을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과 좌절을 어떻게 견뎠을지 먹먹해졌어요. 


한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봤더니 흔들리는 조선과 처절한 일제 강점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 순간 나라를 걱정하고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우리네 민중들을 만났습니다. 



항일, 애국, 분발, 향상






경쟁과 갈등, 반목이 판치는 오늘날, 역사의 책갈피 속 인물 '윤희순' 의병장이 우리에게 말을 거네요. 

독립을 향한 열망 하나로 모진 세월을 이겨낸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그가 남긴 노래가 전하는 진실한 마음의 힘을,

위기마다 꺾이지 않고 헤쳐나가는 용기와 지혜를, 

사람을 향한 순수한 믿음과 사랑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좋은 소식 한 가지 더 *

<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을 아이들과 읽고 알찬 독후 활동을 위해 청어람주니어 출판사가 나섰다! 독후 활동지를 지원합니다.





책 내용을 잘 파악하고 이해했는지를 재밌고 다양하고 알찬 구성의 활동지로 점검해 보세요. 활동을 통해 되짚어가면서 내용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사고력, 논리력을 키울 수 있으니까요. 초등 5학년 사회 교과 과정과 연계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인물 관계도, 낱말 퍼즐, 독서 퀴즈, 독서 토의 토론까지 다채로운 활동으로 책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주니 꼭!!! 활용해 보세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 지식 쌓고 시간 버는 기적의 화학 수업
이광렬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이광렬 지음/ 블랙피쉬





제목부터 마음에 쏘옥 드는 책이다. ♥♥♥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고려대학교 화학과 이광렬 교수가 저술한 '화학 교양 입문서'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화학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어떻게? 즐겁게! 재밌게!! 쉽게!!!  

읽다 보면 어느새 오호라~ 아하~ 진짜~ 하면서 쇼핑몰에서 검색을 하고 있게 된다. 

'게으른 화학자'가 '게으른 주부'를 위한 팁을 투척하면서 화학의 원리를 일반인 수준에서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다. 




집안일 진심에서 출발한 생활 밀착형 화학 솔루션 x 필수 과학 상식

지식 쌓고 시간 버는 기적의 화학 수업





목적이 확실한 책인지라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화학 지식들이 총망라되었다. 





평소 요리는 좋아하나 설거지는 싫어하고, 빨래는 좋아하나 청소는 싫어하는 나에게 아주 안성맞춤인 책이었다. 

특히 식기 기름기, 후드 필터 기름때, 욕실 변기, 곰팡이, 거울 물때가 심히 거슬렸기에 그 부분을 정독하였다. 

베이킹 소다, 구연산, 과탄산 소다는 우리 집 필수 아이템이라 구비해놓고 사용 중이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로 획득하였다. 

바로 '워 다'이다. 

베이킹 소다가 '약염기'라는 사실과 기름기 제거에 더 확실한  '워 다'를 알게 되어서 기분이 룰루랄라~♪♩♬ 좋았다. 얼른 구매해서 주방과 욕실, 화장실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몸은 게으르게, 머리는 똑똑하게! 알게 된 만큼 힘과 시간을 덜 들이고 더 깨끗한 집을 만들어갈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이 책은 

  1. 버릴 뻔한 시간을 아껴주는 즉석 화학 활용법

  2. 1% 지식인만 아는 화학 이야기 맛보기

  3. 게으른 자들이여, 이것만은 하지 말자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알찬 화학 지식들을 만날 수 있다. 

설거지, 빨래, 피부, 화장품, 염색, 해충 등 일상의 고민과 호기심을 풀 수 있는 재밌는 시간이 될 것이다. 

게으른 자가 깔끔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이 아름다운 책은 확실한 결과만을 보장하지 않는다. 

화학은 아주 실용적인 학문이지만, 스스로 해봐야 안다. 

그러기에 아는 데 그치지 말고 호기심을 가지고 스스로 재밌는 화학 실험(청소, 설거지 등등)을 계속 하기를 격려한다. 그리고 즉각적인 효과를 바라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시간의 힘을 믿기를 당부한다. 







화학적 지식에서 화학적 실험으로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면서 체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어서 좋다. 그리고 일상에서 가지고 있는 궁금증, 호기심, 고민들을 화학적 마인드로 접근하니 훨씬 더 쉽게 이해가 간다.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고생하는 아들, 게으른 에미 때문에 이염이 되어 이쁜 옷을 버려야 했던 아픔이 있던 딸, 사시사철 꽃피우고 푸르른 화분은 바라보는 즐거움은 있으나 개미 때문에 골머리를 썩였던 나. 이런 일상의 소소한 고민들을 '화학'으로 해결할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2부에서는 좀 더 본격적인 화학 이야기로 들어간다. 심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화학'하면 산화 환원 반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만큼 중화 반응과 산화 환원 반응에 관한 친절한 교수님의 설명이 이어지니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듯 집중해서 읽었다. 과학 분야 중 '화학'이 가장 좋았었는데… 



3부에서는 주의사항을 친절하게 짚어준다. 

이 책을 읽고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이 와르르~~ 무너졌다. 


바로 '베이킹 소다와 식초'의 운명적 만남이다. 베이킹 소다에 식초를 부으면 얼마나 격렬한 반응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만큼 이 둘은 단짝이었다. 그런데 화학적으로는 위험한 행동이며, 아무런 세정 능력이 없다고 한다. 이광렬 교수님의 말에 따르면 좋은 재료 2개를 섞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을 만들었단다. 정말이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어이없는 경우다. 단 화학적 효과보다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그 격렬한 반응으로 물리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예를 들어주었다. 이 3부를 좀 더 면밀히 읽고 화학제품을 사용해야 '게으른 자의 화학 실험을 안전하게 지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생각보다 화학 제품들을 사용하는 데 주의사항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유념 또 유념하고 주의해야겠다. 







'게으른 자의 화학 챌린지'를 도전해 보세요!




워싱 소다를 이용하여 샤워실 유리, 욕조, 세면대 청소를 해보았다. 

욕실 샤워부스 유리 청소 전/  워싱 소다와 구연산 등 준비물/ 후



와우~ 그동안 해왔던 숱한 고생들이 스쳐 지나갔다. 워싱 소다와 구연산으로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건만. 이제부터는 쉽고 편하고 빠르게 청소하고 게으름을 누리겠다. 

워싱 소다와 물이 만나니 뜨거워져서 살짝 놀랐다. 발열반응 이야기를 읽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느끼니 색달랐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된 상태로 변하면서 열이 발생한다는 교수님 설명이 기억났다. 많은 양이 아니라면 큰 걱정 없이 사용해도 된다고 하니 따뜻하구나~ 하면서 청소를 즐길 수 있었다. 아는 게 힘이다. 



욕조 청소 전/ 청소 후

*펄이 들어가 있는 욕조로 광채가 살아났다. 신통방통한지고~~



갓템!!!  '워 다'  1가지 만으로도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을 만난 일은 쾌거다. 

이로 인해 줄어드는 집안일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다. 그 시간을 정성껏 사용하여 나를 채워나갈 생각에 가벼운 마음이다.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뿐 아니라 이광렬 교수님의 유튜브 채널 '이사부'와 네이버 채널 '모두를 위한 화학'을 접하게 된 즐거움을 혼자서만 누리기에는 너무 커서 널리 알리고자 한다. 

얼른 읽고 보고 직접 실험해 보세요.

얼마나 쉽게요~ 얼마나 편하게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 - 기후 대재앙에 놓인 아이들 미래주니어노블 14
앨런 그라츠 지음, 김지인 옮김 / 밝은미래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 - 기후 대재앙에 놓인 아이들/ 앨런 그라츠/ 밝은 미래/ 미래주니어노블 14




<난민, 세 아이 이야기>의 앨런 그라츠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세 지역에서 벌어지는 대재앙에 내몰린 아이들의 이야기 <2℃>다. 


거대한 산불, 포악해진 북극곰, 파괴적인 허리케인! 



이 모든 재앙은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기후 위기'다. 

아이들은 갑자기 벌어진 재난 앞에서 '생존'을 향한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이 휘몰아치는 위기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기지를 발휘하여 헤쳐나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내내 마치 내가 겪는 일인 양 온몸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생생한 두려움과 긴박감에 압도되었다. 한마디로 '경이로운 작품'이다. 



한 가지 재난으로도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끔찍하고 두려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앨런 그라츠 작가는 비슷한 시기에 세 지역에서 일어난 엄청난 재난을 교차하여 보여주는 구성으로 확실하게 쐐기를 박았다. 충격은 기하급수로 커졌다. 압도적인 스케일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것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자신이 쓴 이 특정 사건들은 허구지만, 아키라, 오언과 조지, 나탈리가 행동하고 겪은 경험들은 최근 다양한 기후 재난을 실제로 겪은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이라는 걸 명확히 밝히고 있다.

기후 위기가 미치는 막대한 영향에 압도된 그는 실제와 허구를 적절히 결합하여 '순식간에 세상을 휩쓰는 파괴력을 지닌 재난'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생태'를 속도감 넘치는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이 소설에서 '기후 위기'와  '재난관리 시스템'에 관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 그리고 다양한 시선들을 접할 수 있다. 이는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 보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어 새로운 시선과 방안들을 모색해 보는 실천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비슷한 또래들이 겪은 두렵고 무서운 대재앙을 대하는 어른, 기관, 정부, 사회 네트워크의 반응과 대처를 들여다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행동과 실천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책 속의 나탈리, 오언, 조지, 아키라 등 청년 활동가의 행보를 좇는 여정을 함께 하며 가슴 깊숙한 곳을 저격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마주하게 된다.







기후 위기에 대한 부정적인 혹은 과소평가하는 의견들이 있다. 이 책에서는 아키라의 아버지가 대표적이다.

거대한 자연의 치유력, 회복력을 믿는 그는 처참한 대재앙 모리스 산불을 직접 겪고도 진실의 눈을 감아 버렸다. 아버지에게 산과 말 등 자연을 대하는 자세와 살아가는 태도를 배운 아키라이기에 더 버거운 벽처럼 다가오지 않았을까. 






기후 위기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나라, 지역, 사람들에게 더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허리케인 루벤으로 고통받는 마이애미. 한쪽에서는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데 다른 쪽에서는 미리 탈출하거나 남아서 '캠핑 모험'을 한다고 생각한다. 허리케인이 끝난 후 복구도 부유한 지역이 우선인 현실은 냉혹한 자본주의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결코 부정적이거나 어둡지 않다. 거대한
 산불 앞에서도 서로를 향한 진실한 신뢰를 보여주며 숱한 고난을 같이 헤쳐나간 아키라와 반려말 다저처럼, 경제적 상황이 달라 사는 지역이 다르다라도 뜻과 행동을 같이 할 수 있는 나탈리와 섀넌처럼, 자신들을 먹이로 생각하고 공격하는 북극곰의 안위를 걱정하는 오언과 조지처럼 '지구'라는 단 하나뿐인 행성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상 깊게 전달하고 있다. 





활자로 이토록 명확하게, 강렬하게, 통렬하게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작품 <2℃>를 더 다양한 콘텐츠로 남녀노소 두루 접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도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도/ 최진영/ 한겨레





<내가 되는 꿈>, <단 한 사람>으로 형상화된 '작가 최진영'은 기묘한 인물이었다. 그 안에 어떤 걸 품고 있으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려우면서도 자꾸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기이한 작가였다. <구의 증명>가 유명하여 고등학생인 큰 아이가 친구한테 추천받았다며 읽어보고 싶다 한 작가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이전에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가 있었다. 복간 요청이 쇄도한 그 책이 11년 만에 작가가 붙인 원제 <원도>로 돌아왔다. 초판에서는 <원도>라 부르고 싶었고, 개정판에서는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 부르고 싶었다는 최진영 작가의 말에 잠시 웃을 수 있는 쉼이 허락되었다. 읽는 내내 괴롭혔던 폐부를 짓누르고 찌르는 듯한 고통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원도>는 그런 날선 기운과 팽팽한 긴장이 가득한 소설이었다. "나는 왜 살아 있는가"를 묻는 게 아니라 "나는 왜 죽지 않는가"를 처절하게 좇는 이야기다. 결국에는 그 외침이 "사랑받고 싶다. 구원받고 싶다."라는 절규로 들리게 되는 한 남자의 - 한 사람의 - 우리의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 자신 안의 광활한 구멍을 응시해야 한다. 

"…… 나 혼자요."



독특한 구조로 원도의 기억이 서술된다. 문장 안에 볼드체로 특별한 목소리가 새겨진다. 누구의 목소리일까? 원도가 자각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계일까? 작가일까? 독자일까? 생각과 말을 부정하는, 뒤집는 그 소리들이 더 진실처럼 도드라졌다. 원도에게 강제된 기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원도야, 아버지를 믿어라.'





여섯 살, 자신의 눈앞에서 물을 마시고 죽은 아버지와

그날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선명해지면서 원도는 더욱더 혼란스럽기만 하다. 

'모든 의심을 착각으로 만들고 착각을 무의미로 만든 기억. 애써 그린 그림을 깨끗이 지우고 원점으로, 백지상태로 돌아가야만 하는 기억.'(167쪽)



죽은 아버지와 산 아버지.

죽은 친아버지와 산 새아버지.

죽은 새아버지와 산 친아버지.


순서가 맞지 않은 전개, 이 뒤죽박죽 뒤엉켜버린 순서 그리고 죽은 아버지의 기억이 원도의 삶을 지배해버렸다. 원도는 자유와 선택을 말하는 산 아버지와 용서를 말하는 어머니를 두었고, 아버지를 믿으라며 죽은 아버지를 두었다. 


원도의 몸을 뚫고 지나간 구멍은 원도를 장민석에 대한 집착으로 이끌었다. 다행히도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원도는 차츰 기억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죽은 아버지도 산 아버지도 죽은 장민석도 사라진 그녀도 더는 그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렇게 원도는 혼자가 될 수 있었다.






원도의 기억을 쫓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었다. 무섭고 두려운 무언가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최진영 작가는 <원도>를 써서 다음 질문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홀로 정중히 그 질문을 마주하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몸을 뚫은 그 광활한 구멍을 응시해야 할 시간이다. 



한겨레 하니포터8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카듀 - 경성 제일 끽다점
박서련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카듀/ 박서련/ 안온북스




"나는 예술을 믿는다. 

신을 믿듯이 아름다움을 숭앙한다.

아름다움을 추종함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믿는다.

그리고 현앨리스가 나타났다."




박서련 작가를 [체공녀 강주룡] 작품으로 처음 만난 이로서 다시금 역사 소설로 찾아온 이 순간 벅찬 기쁨에 흠뻑 젖었다. 그만큼 최대한 진실을 쫓아 허구적 재현을 담아내고자 하는 이를 본 적이 없다. 역사적 사실 너머 주목받지 못하고 가라앉은 진실을 힘겹더라도 마침내 끌어올려 펼쳐 보이는 의지의 작가가 바로 박서련이다. 



[카카듀]는 현앨리스를 지켜보다 눈에 들어온 이경손을 화자로 내세워 현앨리스의 전기 중 공백 기간인 1928년부터 1929년 사이의 행적을 그린 작품이다.



경성 한복판 관훈동에 조선인이 문을 연 끽다점 '카카듀', 오스트리아 희곡 <초록 앵무새>에서 따온 '앵무새'라는 뜻이다. 프랑스 혁명 시기 즈음 파리에서 영업 중이던 주점의 주인은 배우를 영입하여 범죄자 연기를 하게 한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배우가 손님인 양 연기하고 어느새 손님도 공연에 어울리게 되는 거짓말의 전당, 그 주점의 이름이 바로 '초록 앵무새'다. 이런 배경을 보더라도 필시 경성의 끽다점 '카카듀' 역시 예사롭지 않을 듯했다.





"자리를 빌리고 이름을 빌렸지만,

그 이상 무엇도 흉내 내지 않고

우리의 것을 만들어갈 참이다."






박서련 작가는 실존 인물인 영화감독 이경손과 그의 오촌 조카인 현미옥-현앨리스를 통해 3.1운동 이후 민족과 나라의 고통에 눈을 뜨고 진정한 행동과 실천을 고민하는 망국의 청년들의 불안을 멋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현앨리스에게 관심이 가서 시작했는데 소설을 구상하는 동안에 이경손에게 매료되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어떤 점이 박서련 작가를 그렇게 매료시켰을까? 그래서 주저 없이 이야기의 화자로 '이경손'을 선택한 것일까?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박서련 작가가 탄생시킨 '이경손'을 살펴보게 되었다. 



이경손은 대대로 의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의원이 되지 않고 항해사, 성직자에 이어 영화감독에 도전하는 인물이다. 보헤미안으로 살고자 한 그에게 큰 파장을 불러온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진정한 행동과 실천이란 무엇인가를 뜨겁게 물었던 사건…… 문학에 빠져들면서 '행동해야 한다'는 의식이 싹 트였던 그였기에 민족의 시름 앞에 자신의 꿈은 얼마나 삿되고 이기적인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경손은 매형인 현순 목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런 그에게 매형의 큰딸인 미옥은 못나고 밉고 마뜩잖은 존재이다. 현순이 끔찍이 아끼는 자식이기 때문이다. 현순에게 자신이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자못 서러워 사랑받는 존재를 미워하지만 어느새 미옥을 숭앙하게 되는 순수한 인물이다. 그래서 빠져들었나 보다. 박서련 작가도, 나도, 아니라고 하지만 현앨리스도. 




"이해할 수 있어요."


나를 이해해? 미옥이? 

미안하지만 평생 여학교에만 다닌, 

저 유명한 이화여고보를 불과 한두 달 전에 마친,

여학생 중의 여학생인 미옥이? 


하마터면 나는 감히? 하고 되물을 뻔했다. 






당대의 지식청년이자 예술인을 꿈꾸는 이경손이지만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소설 곳곳에서 아차! 하고 자책하는, 반성하는 그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때마다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참으로 반듯하고 바른 사람이다. 타인에 대한 평가와 감정을 드러내다가도 어느새 부메랑처럼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반성하고 있다. 



이경손을 따라 일제 강점기 엄혹한 시대에도 꿈을 품고 예술을 펼치는 자유로운 영혼들을 만나는 시간들이 흥미로웠다. 



시국이 가파를 때에 퇴폐가 만연하는 것은 필연인가?



암흑기일수록 더욱더 맹렬하게 타오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보헤미안처럼 영원한 자유와 예술의 향유를 탐닉하는 이가 있다. 지식과 실천의 사이에서 어떤 방식을 선택했느냐? 혹은 포기했느냐? 바라보고자 하는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라운규가 제작한 영화 '아리랑'은 조선인의 민족의식과 항일정신을 담아내어 새로운 조선 영화의 효시가 되었다. 억눌렸던 한을 스크린에서라도 터트려 많은 조선인의 호응을 이끌어낸 작품이었다. 예술의 힘과 영향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그렇기에 이경손이 염려한 '예술인'의 진위가 오히려 더 와닿았다. 예술가가 아닌 자신을 예술가로 믿으며 살아가는 어릿광대인지, 일제의 앞잡이인지……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모르겠어.

어떻게 살아도 엉망진창일 것만 같아. 

끝까지 조금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






현앨리스는 이경손과는 결이 다른 인물이다. 포와에서 태어나 조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다시 상해로 건너가는 등 다양한 정체성을 지녔다. 임시정부의 밀사의 딸이자 미국 여권 소지자이자 코뮤니스트인 현미옥-현앨리스. 자신과 뜻을 같이 하길 바라는 아버지와 자신과는 다르게 넓은 삶의 무대에서 자유롭게 꿈과 재능을 펼치며 살길 소망한 어머니 사이에서 그녀는 당당히 선택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였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되기, 비록 잘못 든 길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다들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녀는 아버지 뜻대로 어머니 원대로 자신 멋대로 살 수 없었다. 








이토록 삶의 궤도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경성 한복판에 끽다점 '카카듀'를 연다. 동상이몽, 앨리스의 진짜 정체를 모르는 아니 의심조차 못하는 오촌 당숙 이경손은 그저 앨리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의 포부와 바람과는 다르게 영화는 줄줄이 망해 의기소침하고 있는 와중에 자신을 도와 끽다점을 운영하자고 하니 말이다. 간판도 없이 바가지 세 개를 달고 시작한 '카카듀'는 앨리스 덕분에 자리를 잡게 된다. 




"시절도 모르고 신들 났네."




가게를 연지 몇 개월 만에  문을 닫은 끽다점 '카카듀' 그리고 홀연히 사라진 현앨리스와 이경손.

이 공백을 박서련 작가는 특유의 흡입력 넘치는 문장과 입체적인 인물로 소설 <카카듀>에서 채워 넣고 있다. 설득력 강한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이 잘 뭉쳐져 세심히 살피지 못한 우리의 미흡함을 탓하기라도 하듯 소설 <카카듀>는 1928년 가을과 겨울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가파른 시국에서 살고자 했던, 살아야 했던 우리네 청년들이 겪었을 고뇌와 불안을 말이다. 





"아아, 이 계집애 앞에 있으니 내가 가짜처럼 느껴진다."





[카카듀], 현앨리스와 이성용의 합작으로 이경손을 앞세워 많은 문인과 예술인의 향연장으로 꾸민 거짓의 전당. 밝혀지는 진실 앞에서 이경손의 선택이 자못 흥미롭다. 








망국의 청년이 현실을 직시하는 다양한 태도를 관조할 수 있는 매력 넘치는 [카카듀]. 익히 들어온 역사 속 인물들이 걸어 나와 보여주고 들려주는 생동감 넘치고 치열한 일상은 저릿하고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들의 내일이 바로 우리의 오늘이라는 사실에 비장해지기까지 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