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스토브 - 오시로 고가니 단편집
오시로 고가니 지음, 김진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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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스토브 오시로 고가니 단편집/ 오시로 고가니/ 문학동네




페이지 한 장, 만화 한 편, 인물 한 명도 빈틈 없이 마음에 딱 들어찬 만화책을 만났다. 이 감각적인 만화는 표면으로 뚫고 나오지 않은, 미묘해서 표현하기 힘든 감정, 생각들을 캐치하여 그려내고 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고자 마음이 급한 현대인이 아니라 고즈넉한 시골길을 천천히 풍경을 음미하며 걸어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어 여유롭다. 바쁘게 흘러가는 사회에서 부속품으로 소모되는 게 아니라 자신에 천착하여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며 제자리를 찾아가고자 집중하는 이야기다. 살아있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살갗에 작은 소름이 돋는, 간지러운 느낌처럼 마음을 흩뜨리는 기분을 만끽하게 한다.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가고 미간이 찌푸리며 노려보듯 [해변의 스토브]에 몰입하였다.



오시로 고가니 만화가의 첫 단편만화집이다. 첫 단편집으로 2023년 <만화대상>에 노미네이트, 2024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여자편 1위에 올랐다. 만화 강국인 일본에서 신인으로 이렇게 인정받다니 놀랍다. 하지만 읽어보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 장르를 향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무너뜨리는 작품이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주제를 표현하기에 '만화'가 얼마나 탁월한지 증명하고 있다. 




만화집에 담긴 7편의 작품 모두 아름답다. 

표제작인 <해변의 스토브>는 판타지 형식으로 연애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랑은 표현'해야 하는 교류다. 직류가 되면 언젠가는 소멸하게 된다. 스미오는 미움받을까 두려워 움츠려들었다. 그래서 헤어지게 되었으니 떠나간 후 흘리는 눈물과 후회처럼 그 순간 제대로 표현했더라면…… 아쉽다. 스토브는 추위를 잘 타는 스미오와 찰떡궁합이다.




해변의 스토브 中



<설녀의 여름>, <바다 밑에서>, <소중한 일> 3편은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일과 요구되는 역할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설녀의 여름>은 산을 떠날 수 없고, 기억되기 위해 사람을 얼려 죽어야 한다는 설녀 세계의 규칙을 강요받으며 자라온 설녀 유키코가 인간 지나쓰를 만나 일탈을 벌이는 이야기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




세계가 정한 한계에 갇혀 자기를 억누르면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손 내밀어 주는, 다정한 말이었다. 설녀 유키코가 보낸 뜨겁고 차가운 여름을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설녀의 여름 中




<바다 밑에서>, <소중한 일>은 진정 하고픈 일이 아닌 생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일을 하고 살아가는 모모와 시미즈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살아 숨 쉬게 해주는, 자신을 인정하게 해주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다. 부러울 정도로 둘 다 너무 행복해 보여서 눈물이 났다. 잔잔한 행복이 나에게도 스며들었다. 


<당신이 투명해지기 전에>, <눈을 껴안다> 2편은 '몸'을 소재로 '존재'에 관한 질문을 환기시키는 작품들이다. 불의의 사고로 투명 인간이 된 남편 모리조와 아내 이즈미 그리고 임신을 한 여성 와카바가 주인공이다. 

투명 인간이 되었지만 일상에서 큰 변화가 없던 부부가 '투명'해진 몸으로 인한 부재를 현실적으로 깨닫게 되면서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간다. 남편의 몸을 좋아하던 아내는 이제 그 몸을 보지 못함을, 남편은 몸이 투명해져 점차 무엇을 느끼는지 마음이 어떤지 모르고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임을 두려워한다. 그 막막한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서로의 몸을 힘껏 껴안는 그들을 뒤에서 힘껏 안아주고 싶어졌다. 




당신이 투명해지기 전에 中




오시로 고가니 만화가는 모든 작품에서 여자의 심정을 잘 그려냈지만, 특히 <눈을 껴안다>에서 그 감각이 돋보인다. 내재된 여자의 불안과 공포를 간곡하게 표현하여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내 몸을 독점하고 싶어요. 

다른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아. "





투박한 그림체가 초기작이 아닌가 싶은 <눈 내리는 마을>은 약간 결이 다르다. 하지만, 그 담백하고 담담한 어조가 '오시로 고가니 답구나' 생각이 들었다. 과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주제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 같다. 독자를 이끌어주면서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남겨주는, 다정하고 영리한 작가. 그래서 감동의 깊이가 배가되었다. 





눈을 껴안다 中



그냥 살아가지 말고,

느끼면서 살아가기를, 

자신의 마음과 생각, 몸 그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생각하고 표현하고 서로 공감해 주는 우리를 오시로 고가니는 그려내고 있다. 열심히 그려준 만큼 열심히 보고 느끼는 것은 우리 독자의 몫이다. 온몸이 시원해지고 또 뜨거워지는, 담백하고 또 진한, 조용하고 또 들뜨는 이야기가 끌리는 당신에게 [해변의 스토브]를 전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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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에 투자하세요 - 제5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황이경 지음 / 비룡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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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에 투자하세요/ 황이경 장편소설/ 비룡소

비룡소 출판사에서 실시한 제5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멸망에 투자하세요]가 출간되었다. 개성 넘치고 색채 강렬한 그림체의 표지가 제목과 어울려 시선을 잡아끈다. '멸망'에 투자하라고? 과연 어떤 이야기일지 예측불가한 [멸망에 투자하세요]였다. 

황이경 작가의 소설 [멸망에 투자하세요]는 상상력의 힘을 실감하게 해준 이야기다. 미래, 꿈, 운명, 긍정, 투자 등 현대사회와 미래사회를 논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화제들로 흥미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많이 소모된 소재로 실제가 없는 미래 사회를 그려내는 작업 뒤에는 작가의 통찰력이 있다. 현대 사회를 면밀히 관찰하여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였다. 십 대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받아 당당하게 수상작이 된 작품답게 매력적이며 유쾌하지만, 예리한 시선으로 우리의 사회를 관통한다. 가독성이 좋고 생각거리가 넘치는 소설로, 미래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2055년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회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극도의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인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극소수의 직업을 갖지 못하는 대부분의 많은 인간들은 단순직 노동자가 되었다. 인공지능이 총지휘하는 노동 생태계의 최하위에 있는 단순직 노동자들은 노동의 보람, 자부심 없이 지쳐만 갔다. 그래서 더욱더 투자에 집착하게 되었다. 


'미래 예측 테스트' 줄여서 미예테는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중 졸업시험을 통과한 이들의 두뇌를 스캔해 미래의 가능성을 미리 내다보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과한 이는 전 국민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이야기는 열악한 가정환경에 반 꼴찌인 대폭등 고3 백소망이 투자대상자로 선정되어 미예테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한바탕 소동을 그리고 있다. 단순직 노동자인 엄마 정안을 위한 단순한 마음이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스캔들이 되고 말았다. 


투자청의 미예테는 '미래를 선도할 학생'을 선발할 뿐 아니라 '특별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를 발굴한다. 그렇게 '예언자' 최선과 '파멸자' 백소망이 세상에 소개된다. 테스트 전부터 자신을 '미래를 멸망시킬 아이'라 부른 최선과 함께 미예테와 투자청의 본모습을 파헤치게 된다. 


소망은 졸업하기 얼마 전 읽은 자기 계발서에 꽂혀 '긍정 스위치'를 켜는 데 진심이다. 이런 행동의 기저에는 매사 무기력하고 부정적인 엄마 정안에 대한 마음이 깔려있다. 세상이 자신을 '파멸자'라 불러도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린다. 자신은 절대 '파멸자'가 아니기에!




"예언은 그냥, 사람들이 각자의 자유의지로

뭘 선택할지 알고 있다는 말에 불과해. 

네 미래는 그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결정되는 게 아닐까?

그건 그러니까 그냥 …… 그렇지, 

세뇌 같은 거야."

- 써니가 소망에게




예언자 최선의 말을 통해 전달되는 '운명과 미래'에 관한 황이경 작가의 말은 곱씹어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쉽게 받아들이고 믿게 되는 순간 힘이 커지는 예언, 운명에 대해 온몸으로 부딪쳐 더 나은 방향으로 흐름을 바꾸려는 소망의 의지와 끈기는 더 경이롭다. 두렵고 무섭지만 옳고 그름을 알고 더 좋은 세상을 꿈꾸기에 다시 일어나 손을 잡고 달리는 소망, 선, 주연을 어느새 목청껏 응원하게 되었다. 



"난 운명을 믿지 않아! 사람에겐 자유의지가 있다고. 

만약 운명을 믿게 된다면, 

그럼 난 아무런 희망도 남지 않아."

- 소망이가 써니에게




엄마 정안은 타인을 함부로 '실패작'이라 부르는 나 박사 면전에서 따끔하게 쏟아붓고는 아들 소망에게 굳은 믿음을 보여주었다. 그 당당함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삶의 주체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선택은 애가 하는 거니까, 

잔소리는 집어치우시죠."

- 정안이 나 박사에게


"생존보다 중요한 건 존엄이야. 

당당하게 살지 못할 거라면 

멸망하는 게 나아. 그러니까 너 지켜."

"굶어 죽게 만드는 것도 

허황한 생각이지만, 

인간답게 살게 해 주는 것도 

허황한 생각인걸."

- 정안이 소망에게





소망의 친구 태슬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내비친다. 그 두려움이 지나쳐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며 나라에서 정해주면 얼마나 좋냐고 한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불안이 아닌가 싶다. 막막함에 기대보다는 불안이 커진 우리 아이들이 오버랩되어 가슴 아렸다. 하지만, 자기 길은 스스로 찾아가는 거다. 그 하나하나의 선택이 모여 미래가 되는 거다. 미래는 운명처럼 정해진 길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 중 스스로 찾은 길 그 하나이다.




"실패가 어때서!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어! 

실패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고!"

- 소망이가 써니에게




'인간이 끝없이 실패한다는 말은, 끝없이 도전하는 존재'라는 소망이의 연설에 무릎을 탁 쳤다. 

단 한 번의 좌절로 넘어지는 것이 진짜 멸망입니다. 






[멸망에 투자하세요]는 우리가 가진 가능성을 힘껏 열어준 작품이다. 스스로에게 언제든 기회를 줄 수 우리가 되자. 최첨단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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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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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공간이자 고마운 공간인 '도서관'을 심도 있게 알 수 있는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이 출간되었다.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백창민 지음/ 한겨레출판


우리의 역사 현장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살아 숨 쉬었던 '한국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관점에서 정리하여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도서관 덕후'로 여러 채널을 통해 도서관 유산과 이야기를 찾아 전달하고 있는 '도서관 스토리텔러' 백창민이다. 


도서관을 애정하여 '도서관 여행'을 다니다 '우리 도서관'에 관한 궁금증이 생겨 질문을 쌓여 '도서관 이야기'를 수집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우리에게 다시 들려주고 있다. 우리 근현대사를 함께 한 도서관, 그리고 그 공간에서 역사를 일궈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러 감정들을 느끼게 하였다. 평소 도서관을 가깝게 생각했지만, 이렇게 역사적인 관점에서 도서관을 살펴본 적은 없어 흥미로웠다. 저자가 들려주는 역사 속 도서관 이야기는 '책'과 '사람'과 '정치'의 유기적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이용하는 도서관을 역사적인 가치를 기진 '공간'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적인 공간'으로서 도서관을 다룬 1부에서 정치 지배 권력에 맞선 시민들이 '투쟁의 무대'로 활용한 도서관 이야기 2부로 이어진다. 그리고 3부에서는 정치 세력이 세운 국가 도서관 이야기를, 4부에서는 도서관의 숨은 역사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일상 속 공간으로 친숙하게 이용하던 도서관을 정치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여정은 신선하고도 인상적이었다. 도서관의 어제를 통해 도서관의 오늘을 더 나아가 미래를 그려나가는 시간이었다. 도서관의 여러 이야기들이 모여 '도서관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주었다. 


정치 지배 세력의 전유물이었던 도서관이 시민 혁명을 통해 공공도서관으로 재탄생한 역사적 사실을 되짚어볼 때, 도서관은 태생부터 '정치적'이다. 








철도 도서관, 종로도서관, 용산도서관 등 여러 도서관들이 정치권에 의해 세워지고 이용되었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는 그 도서관의 역사에 무지하였다.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을 통해 공공도서관의 어제를 알아가면서 씁쓸한 기분이 커져 갔다. 


부정선거의 주역인 이기붕 집터에 자리 잡은 4ㆍ19 혁명기념도서관, 부마민주항쟁의 무대가 된 부산과 마산의 대학 도서관, 광주의 학생독립운동과 민주항쟁이 새겨진 광주 시내의 도서관, 6월 항쟁 등 민주화 투쟁의 현장이자 민주화의 무대로 기능한 여러 대학교 도서관과 광장 등의 기록은 시민과 학생의 뜨거운 피와 숭고한 희생으로 일궈낸 민주주의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했다.


정치권력이 주도하여 설립하고 운영한 국가 도서관을 다룬 3부 이야기 중 '황실 도서관' 중명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을사늑약을 체결한 '망국의 현장'이자, 헤이그 특사 파견으로 망국을 막으려는 '구국의 몸부림'이 모두 그곳에서 벌어졌다. '광명이 계속 이어져, 그치지 않는 전각' 중명전은 우리 역사에서 최악의 '암흑기'가 시작된 곳이다. 그 유일무이한 역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사서도 모르는 도서관의 숨은 역사>는 백창민 저자의 '도서관'을 향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도서관에 관한 갖가지 이야기들은 도서관의 변천사를 톺아본다. '도서관', '사서', '칸막이 열람실'이 일제강점기의 잔재라는 사실부터 길상사의 길상도서관 아니 다라니다원까지 음지에 갇힌 도서관 이야기를 양지로 펼쳐놓았다.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고, 여러 군데를 다니는데 오래전에 지어진 도서관들의 입지가 좋지 않아 불편했다. <도서관은 왜 '산'으로 갔을까> 꼭지에서 그 답을 얻었다. 


'도서관' 이야기로 가득 찬 이 책은 문화 시설로서 책을 읽고 모임·동아리 활동을 하고 강연을 듣고 공연을 감상하는 현대의 공공도서관 너머 존재했던 역사 속 도서관을 재현해냈다. 도서관의 '어제'는 도서관이 가고자 하는 방향, 목표가 현실과 충돌하고 갈등하며 사라지거나 변화하여 발전해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도서관의 '오늘'은 이를 기반으로 오늘날 우리 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숨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의 숨은 역사는 우리를 도서관으로 이끈다.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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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 탐정 김재건 시리즈
박하루 지음 / 엘릭시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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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 박하루 탐정소설/ 엘릭시르




소설 안팎을 종횡무진하는, 개성만점 캐릭터 탐정 김재건이 돌아왔다. 글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과감하게 허무는 박하루 작가의 문체는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박마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탐정물을 애정하여 동서양을 불문하고 많은 탐정들을 만났지만, 이토록 수선스럽고 뻔뻔하고 당당한 탐정은 처음이다. 순결한 탐정 김재건은 상상을 초월하는 캐릭터로 색다른 그만의 향기에 취하면 헤어 나오기 쉽지 않다.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춤추는 꼭두각시>에 이은 '탐정 김재건'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 소설이다. 김재건과 박마곤의 공조가 환상적인 이 작품에서 박하루 작가는 다시 한번 초월 탐정의 저력을 증명해 내고야 만다. '이래도 안 끌리겠어? 그리고 다음번은 더더더 흥미진진할 거야!' 호기로운 선언이 귓가에 울리는 듯한 마무리에 심장 소리가 점점 커졌다. 
소설 곳곳에 심어둔 복선을 절묘하게 회수하면서 서사의 구성을 탄탄하게 이끌며 몰입감을 상승시켜주는 센스가 돋보였다. 어수선한 탐정 김재건은 깔끔하고 인간미 넘치는 결말을 이끌어낸다. 그 묘한 조합이 이야기의 맛과 균형을 잘 잡아줘서 독자로서 흡족한 시간이었다. 






돈은 많지만 마음은 시끄러운 임 전 회장이 벌이는 별스러운 대회인 '구루회'가 외딴섬에서 개최된다. 초대장을 받은 초월 탐정 김재건은 제자 박마곤과 함께 그곳으로 떠난다. 거대한 태풍 탓에 각자 도착하게 된 재건과 마곤은 계획대로 움직인다. 






'초능력자'를 찾기 위해 임 전 회장이 상품으로 내건 '보석'을 노리는 이들이 있다! 탐정 김재건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보석'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섬에 들어왔으나, 스스로를 초능력자라고 주장하는 구루회 참가자들을 보고는 의뭉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연쇄살인이 벌어진다. 재건은 그 내막을 파헤치고자 분투를 하게 되는데…… 






'클로즈드 서클', 태풍 한가운데 외딴섬에서 누가 살인자인지 모른 상태에서 사건을 되짚어가는 구도는 긴장을 한껏 고조시켰다. 누구도 믿을 수 없어 같이 움직이면서 사건을 파헤쳐 가고, 하나둘 진실은 밝혀지게 된다. 보여주는 말과 행동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신속하게 사건의 중심으로 파고들어 탐정 김재건의 노련미와 추리력이 돋보였다. 관찰력과 기억력, 사고력 등 무릇 탐정이라면 갖춰야 할 덕목들을 갖추고 있어서 놀라웠으니, 완벽함보다 반전 매력이 더 인상적인 법이다. 그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니까 계속 보게 만든다. 이번에는 어떤 걸 보여줄까? 그 기대감을 품게 해주는 탐정 김재건과 박하루 작가의 콜라보다. 




소설 속 '초능력'들이 흥미롭다. 일반적인 능력들도 등장하지만, 일부 능력들은 참신하다. 히어로의 초능력처럼 강력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적당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증오와 혐오를 쉽게 드러내고 개인화가 가속화되는 사회에서 서로 다른 의미로 혹은 같은 의미로 지니고픈 초능력이다. 




All in all you're just another brick in the wall.

당신들 모두 그저 벽 속의 벽돌 하나일 뿐이에요.




고립된 장소 '섬'에 태풍까지 더해져 최악의 상황에서 벌어진 복합적인 사건들은 탐정 김재건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을 아수라장 무대로 내몬다. 무대에서 배우들은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한 결과 벌어진 난장판을 탐정 김재건이 바로잡는, 신선한 추리쇼가 주는 재미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그리고 요란스럽고 부산스러운 전체 분위기 아래에는 가족애, 동지애, 우정 등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하는, 서툰 사랑들이 빛나고 있다. 

또! 계속 신경에 거슬렸던 인물 허주유!! 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후속편에 대한 갈증이 솟구쳤다. 전작과의 연결고리가 이번 편에 이어 다음 편에서 제대로 터지기를 고대한다. 





추리소설답게 표지 구성부터 남다르다. 다 읽고 나서 책을 덮고 표지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종이 울렸다. 정말 허투루 하는 게 1도 없는 소설이다.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

소문난 잔치에 어서들 와서 맛있는 음식과 풍악을 즐기길 바란다. 보물은 있다? 없다? 보물의 행방이 궁금한 사람도, 초대장 없는 사람도 누구나 대환영!!!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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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1등 임수찬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6
박서진 지음, 박종호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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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1등 임수찬/ 박서진 글 박종호 그림/ 청어람주니어



'1등'이라는 것은 '최고'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최고로 잘 한, 빠른 이에게 주는 '1등'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지만, 말 그대로 1등은 '1명'뿐이다. 그래서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1등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1등'의 결과보다는 1등을 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 무게를 두는 게 좋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더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데 있어 지나친 경쟁은 금물이다. 잘하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남들보다 앞서고 싶은 우리 아이들의 경쟁심과 승부욕을 건전하게 이끌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에 도서출판 청어람에서 출간된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6 <슈퍼 1등 임수찬>은 지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들려주기 좋은 이야기다. 








매번 1등이 되고 싶어 하는 수찬이는 모든 일에 열심이라 바쁜 하루를 보낸다. 등교도 1등, 독서 수업에서도 1등, 수업할 때 발표도 1등, 그림 그리기도 1등…… 지는 것을 싫어한다. 

항상 이기고 싶어 하는 수찬이는 친구들을 견제하느라 친한 친구가 별로 없다. '슈퍼 1등'이 되고자 노력하는데 정작 친구들은 같은 편이 되기 싫어하고, 째려보는 것 같아 속상하다. 1등을 하고 싶어서 대답도 열심히 하고, 숙제하라고 말하는 걸 왜 싫어하고 나쁘게 생각하는지 당최 모르겠다. 








수찬이가 좋아하는 하영, 제일 친한 지성, 제일 늦게 등교하는 이채, 독서 수업을 같이 듣는 채윤 등 여러 친구들을 수찬이가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다른 시선으로 보니 다들 강점이 다른 밝고 매력 넘쳤다. 채근하고 바삐 서둘러서 주변을 살피지 않고 앞만 보고 질주했던 수찬이는 결국 스트레스에 쓰러지게 되는데……








승부욕이 넘쳐흐르는 욕망의 화신, 수찬이가 마냥 밉지 않다. 순수한 마음이기에 그럴 것이다. 자신보다 잘 하는 이를 원망하거나 질투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이기기 위해 친구를 다그치기도 하지만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 사과하는 친구에게 도리어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수찬이를 보면서 마음이 스르르 녹았다. 







그냥 단순히 '1등'을 목표로 뜀박질하던 수찬이는 고민이 생겼다. 친구와 가족들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가족의 진심 어린 조언과 응원으로 힘을 얻은 수찬이의 하루가 변하는 모습을 박서진 작가는 다정하게 그려낸다. 아이와 함께 수찬이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면서 아이의 경험 혹은 감상을 이끌어내면 좋을 듯싶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경쟁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다음 고민은 '경쟁'에 대한 자세일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게 중요한지, 이기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기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라이벌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혹은 이기는 것보다 도전하고 즐기는 게 중요한지 등등 여러 가지 상황과 선택, 결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슈퍼 1등 임수찬>은 이런 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책이다. 



독후활동지




청어람주니어에서 제공하는 독후 활동지를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단어 뜻은 물론 내용을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책 속 등장인물이 되어 그 마음을 되짚어볼 수 있다. 상상하고 생각하고 정리해가는 과정을 통해 경쟁과 성취, 과정과 결과, 즐거움을 스스로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그것을 즐기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찬이와 친구들처럼 건전한 경쟁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건강한 마음을 키워나가 보자.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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