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은 자연 관찰 컬러링북 시리즈 1
세밀화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지음 / 인디고(글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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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귀여운 새 이름은 뭘까?"

 

170년 전통 프랑스 출판사의 컬러링북 시리즈가 국내 글담출판사의 브랜드 인디고에서 출간되었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그린 자연 세밀화로 구성된 컬러링북 시리즈로 첫 번째 권이 <새>이다.



알고 싶은 자연 관찰 컬러링북 시리즈 1 '새'/인디고(글담)



<알고 싶은 자연 관찰 컬러링북>을 받아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치 사진처럼 생생한 새 그림들이 가득했다. 익숙한 새는 상세한 이름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생소한 새는 독특하고 다양한 빛깔의 깃털과 장식을 살펴보면서 알아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이름과 그림 1장, 새로운 대상을 알아가는 작은 시작을 만들어준 <알고 싶은 자연 관찰 컬러링북 '새'>이다.





참새, 비둘기, 직박구리, 공작, 비둘기, 공작, 오목눈이, 카나리아, 앵무, 후두티, 동고비, 두루미, 왜가리, 따오기 등 친숙한 이름의 새들도 더 정확한 이름이 있었다. 집참새, 바위직박구리, 인도공작, 쇠재두루미, 홍따오기 같이 말이다. 흥미롭고 즐거웠다.

또 알고 있는 새 이름인데 전혀 다른 새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길거리에서 무리 지어 다녀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는 비둘기가 아니라 왕관을 쓴 의젓한 외향의 서부왕관비둘기는 신비로웠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어치와는 너무 다른 파랑어치와 초록어치였다.


서부왕관비둘기 - 알고 싶은 자연 관찰 컬러링북 1. 새 - 초록어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훑어본 다음, 마음에 들고 쉬워 보이는 작은 새 색칠을 도전해 봤다.

 

1. 황여새

: 당황스럽게도 검은색 색연필이 없어서 색감 표현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잡생각 없이 집중해서 색칠하는 동안 평온함을 느꼈다.


황여새 - 알고 싶은 자연 관찰 컬러링북 1. 새



2. 호금조

: 어두운 색감의 황여새를 칠한 후 두 번째로 화사한 호금조를 색칠했다. 밝은 새를 칠하니 덩달아 기분이 밝아졌다. 문득 새소리가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다.


호금조 - 알고 싶은 자연 관찰 컬러링북 1. 새



3. 휜눈썹울새

: 단정하고 차분한 느낌의 울새가 마음에 들었다. 직접 색칠한 울새 역시 아름답다. 몸집은 작지만 기세가 당당한 느낌이다.


흰눈썹울새- 알고 싶은 자연 관찰 컬러링북 1. 새



4. 사랑앵무

: 많이 키우는 앵무라 익숙해서 색칠해 보았다. 검은색이 많아 볼펜과 검은색 색연필을 같이 사용해서 칠했는데 마음에 든다.


사랑앵무 - 알고 싶은 자연 관찰 컬러링북 1. 새



컬러링을 오랜만에 했다. 세밀화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작품으로 고 퀄러티 새 그림을 접하고는 망설여졌지만 역시 컬러링은 즐겁고 재밌는, 치유의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알고 싶은 자연 관찰 컬러링북> 시리즈는 새, 나비, 바다 생물 총 3권이 출간되었다. 포스터 3종이 증정이라 살펴보니 다른 시리즈도 재밌어 보인다.



알고 싶은 자연 관찰 컬러링북 시리즈 <새, 나비, 바다 생물>



<알고 싶은 자연 관찰 컬러링북 1. 새>는 생생한 새를 표현한 세밀화로 흥미를 자극하고, 다양한 개체를 수록하여 관심의 폭을 넓혀주고, 색칠하여 자신만의 새를 완성해 봄으로써 성취감을 주는, 근사한 책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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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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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작가를 처음 만났다.

첫 조우가 너무 강렬하여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귀신은 무서워하면서도 기이하고 환상적이고 기묘한 이야기는 찾아다니며 읽는 나로서는 제대로 PICK!

무서운 이야기가 좋은 게 아니라 그 안에 녹아있는 외로움, 그리움, 한, 사랑, 인간의 절절한 감정과 서사가 찌릿하게 전해오는 순간들이 좋아서 괴담집을 읽는다.

이런 나에게 소설 [트 ]는 '조예은'이라는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각인시켜주었다.



트로피컬 나이트/조예은 지음/한겨레출판




감각적인 소설집 표지 디자인도 소설 호감도를 상승시킨다. 오독오독 소리가 들리는 듯한 상큼한 석류의 붉은 속살과 흐릿하고 흘러내리는 그 그림자는 대비되어 기이하다. 끊어진 선들이 현재의 상태를 잘 드러내고 있는 기계손은 차갑게 느껴지면서도 숨은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이렇게 시선을 강탈하는 표지 너머로 '조예은 월드'가 펼쳐진다.

 

 

[트 ] 소설집으로 총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었다.

이야기마다 다른 색과 맛을 선사하고 있어 독자에게 읽는 재미와 상상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야기 기저에 깔린 정서는 삭막한 현실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과 그렇기에 곁을 내어줄 수 있는 존재에 대한 '갈망과 사랑'이다.

 

"열대야에 꾸는 모든 꿈이 당신의 편이기를"라는 작가의 메시지처럼 소설집 이야기들은 꿈같이 모호하기도, 아찔하기도, 끔찍하기도, 쓰라리기도, 간절하기도, 그립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단단한 믿음 같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키고 싶은 무언가를 그리고 있고, 잊어버리면 허무할 소중한 무언가를 되뇌고 있다. 진짜로 있다고 그러니까 우리 포기하지 말자고.





단편으로 머물러 있기에는 아쉬운 이야기들이 눈에 띈다. 다행히 <작가의 말>을 통해 엿본 작가의 마음 또한 그러한가 보다. 이 이야기들이 씨앗이 되어 뿌리내린 후 더 넓고 커다란 이야기들로 자라날 훗날을 기다려야겠다. <자크와 콩나무>의 요술 콩처럼 하룻밤 사이에 하늘까지 뻗어나가길 바라는, '조예은' 매직에 흠뻑 취한 독자의 투정도 양념처럼 곁들이면 더 빨리 오려나? 헛생각도 들었다.

 

 

8편 모두 매혹적이었지만, 특히 와닿는 이야기는 <고기와 석류><릴리의 손><가장 작은 신><푸른 머리칼의 살인마>이다. 작가의 넘치는 상상력이 재기 넘치는 문장력으로 발현되어 가슴을 쿵쿵 치는 듯했다. 그들의 간절한 마음과 소망이 전해져 그들의 안녕을 기도하게 되었다. 가슴을 저미는 아픔 뒤에 그들이 보여주는 단단한 사랑과 믿음은 나를 미소 짓게 했다. 홀로 쓸쓸히 죽기 싫어 생고기를 먹는 괴물을 옆에 두는 옥주, 그 언젠가 될지 모르지만 헤어진 연인을 만나러 갈 날을 기다리는 연주,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가두었으나, 자신을 등쳐 먹은 친구 미주를 위해 스스로 바깥세상으로 나온 수안, 시작과 끝이 모호한 시간의 굴레 속에서 목적조차 잊어버린 채 행위만 반복하던 블루를 찾아온 썸머. 오롯이 견뎌내야 하는 벌 같은 지독한 고독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 삶일 것이다. 잘 사는 삶일 것이다. 곁에서 온기를 나누는 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기이하지만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이다.

 

 

"미주에게 수안이 수십, 수백 중의 1이라면 수안에게 미주는 그 자체로 꽉 찬 1 이었다."

- <가장 작은 신> 中 179

 

"너무 걱정하지 마. 나는 잘 지낼 거야."

- <유니버셜 캣숍의 비밀> 中 p.238

 

 

[트 ] 소설을 읽으면서 몽환적인 꿈을 꾸는 듯했다. 온몸이 부유하는 듯 흔들려 현실감이 없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뒤에는 지표면 위에 있는 두 발이 더 안정적이다. 발아래에 땅이 예전보다 다져져 단단해진 느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와 마음이 스며들어 나를 꼿꼿이 일으켜 세워주는 것 같다. 꿈처럼 잡을 수 없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좋은, 따뜻한 기운이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4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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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러키 도그
쥴리아 런던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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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소설의 장인‘이라는 수식어에 설레네요. 소멸된 연애세포들을 다시 살릴 수 있는 설렘과 떨림을 느끼는 시간을 포기할 수는 없죠. 귀여운 반려견들이 뒤바뀌는 해프닝으로 인연이 닿은 칼리와 맥스의 흥미진진한 연애담과 강아지들의 애교에 빠져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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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한빛비즈 문학툰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쿠마 찬 그림, 양지윤 옮김, 크리스털 챈 각색 / 한빛비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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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움의 대명사 '빨강 머리 앤'

오랜 세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온 '앤 셜리'를 그래픽 노블로 만나게 되었다.



빨강 머리 앤/루시 모드 몽고메리/한빛비즈




어린 시절 TV 앞으로 모이게 만들었던 추억의 애니메이션 <빨강 머리 앤>을 떠올리며 읽기 시작하다 어느새 문학툰 『빨강 머리 앤』에 쏙 빠져들었다. 만화책을 정말 사랑하는 나이기에 더욱더 심취할 수 있었다. 빨강 머리 앤은 다양한 콘텐츠로 소비되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어필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이 컸을 제작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신체적 특징과 상상력을 '만화'라는 수단으로 잘 살려내고 있는 문학툰 『빨강 머리 앤』은 원작자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상속자(손녀)에게 독점 허가를 받은 유일한 만화라고 한다. 그만큼 원작의 감성과 내용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방대한 내용의 원작을 한 권의 그래픽 노블로 작업하기 위해서는 빠른 전개와 핵심 내용을 독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원작의 감성을 흐리지 않고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앤이 고아원을 떠나 초록 지붕 집으로 오는 시작부터 매슈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질 마릴라를 위해 선생님으로 남는 이야기까지를 만화 특유의 장점을 잘 살려서 독자인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등장인물의 성격이 잘 드러난 인물 스케치는 예전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를 주고, 인물들의 과장된 표정이나 배경의 강조로 대사 외에 극의 흐름과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어서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원작에서도 매슈 할아버지(어렸을 때부터 봐서 왠지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써야 할 것 같다)를 좋아했는데 이번 문학툰에서도 수줍음 많으면서도 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해내는 매슈 할아버지가 귀여우면서도 우직하게 잘 표현되었다. 마릴라 아줌마는 원작보다는 더 다정한 이미지라 앤이 좀 더 기댈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앤과 레이첼 린드 부인의 강렬했던 첫 만남에서 할 말 잃은 레이첼 얼굴을 생각하며 큭큭 대는 마릴라 아줌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이 큭큭 댔었다. 만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마릴라 아줌마의 자수정 브로치 분실 사건, 라즈베리 주스로 착각한 포도주 사건, 길버트 블라이스와의 첫 만남 등 굵직하고 대표적인 사건들을 통해 앤 셜리라는 인물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평범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상력과 어휘력으로 사건의 본질보다 더 큰 무언가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앤 셜리는 그런 아이였다. 기쁨도, 슬픔도 더 크게 받아들이는 아이. 초록 지붕 집에 오기 전까지는 이런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표현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혼자서 상상 속으로만 이러 저런 감정들을 소비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초록 지붕 집에 와서 그 무한한 상상력으로 더 풍부하게 더 찬란하게 더 빛나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받아들이지 않나 싶었다. 그런 앤을 사랑과 믿음으로 바라봐 주는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가 있는 초록 지붕의 집에서 앤은 삶을 사랑하고 자연을 숭배하며 친구를 돌볼 줄 아는 멋진 사람으로 성장했다.






마음으로 이어진 가족, 그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한결같은 가족.

너무 일찍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힘겨운 세월을 보내야 했던 앤 셜리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초록 지붕 집과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는 앤에게 울타리가 되어 주고, 세상의 온기를 전해주었다. 앤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삶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앤은 좀 더 넒은 세상을 꿈꾸는 데 자신의 능력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내 편이 있다는 사실은 마음에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어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내일을 계획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앤이 보여준 삶에 대한 열정과 자세는 많은 이들에게 큰 위안과 용기를 준다.

빨강 머리의 주근깨투성이 앤이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안에 가득한 사랑과 희망과 용기가 힘겨운 오늘을 물리치고 미소 지을 수 있게 해준다. 문학툰 『빨강 머리 앤』은 생동감 넘치는 앤 셜리를 만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였다.

 

"저 아이가 있는 한 따분할 틈은 없을 거라는 사실이에요." 

(10000% 동감입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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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주의자 고희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7
김지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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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희망'

 

'성장'이라는 단어가 고난과 고통 그리고 상처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자극이 있어야지만 가능해서일 것이다. 아픔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우리를 그리는 성장소설을 좋아한다. 나라면 주저앉을 것만 같은데 다시 고개를 들고 내일을 준비하는 당당함과 꿋꿋함이 부러우면서도 용기를 북돋아준다. 그들이 바로 '나'라고 다독여주는 듯하다. 우리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생물이다. 계속 배우고 생각하고 성장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종말주의자 고희망/김지숙 지음/자음과모음




종말주의자를 내세운 성장소설은 상상력과 호기심을 유발했다. 이번 소설에서 십 대 주인공이 '종말'을 염원하는 슬프고도 가슴 아픈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고, 감히 소설 마지막은 '행복과 희망'을 그리고 있을 거라 믿고 싶었다. 이 소설은 어떻게 기억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종말'을 말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인류의 멸종'이 더 맞는 표현 같다. 인간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없는 희망은 인간이 지구에서 말끔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 같다. 자기 안으로 침잠하는 희망은 왜 이리도 차가워졌을까? 타인에게 벽을 치고, 주어진 일을 하는 느낌으로, 생을 견뎌내는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희망에게도 집중하는 일이 있다. 바로 소설 쓰기이다. 인류가 멸종하고 다른 생명체들이 지구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설정이다. 첫 번째는 공벌레, 두 번째는 고사리가 주인이었다.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한 결말이지만 가능하다고 받아들이는 나 자신에게 놀랐다.

 

 

이름 주인의 의견과는 관계없이 부모나 집안 어른에 의해 지어지는 이름.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들인 '고희망', '고요한' 역시 자신들의 이름을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서로의 이름에 대해서 나누는 이야기는 다르다. 삼촌인 고요한은 희망이 자신의 희망이라며, 희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모의 희망이었던 희망, 삼촌의 희망인 희망, 누군가의 희망이 자기 자신을 위한 희망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종말을 바라며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희망은 우연히 삼촌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갈등의 시작으로 희망이 가족을 감싸고 있던 본질적인 문제 또한 터지게 되었다. '희망'이 종말주의자가 된 이유는 '상실'이다. '동생의 죽음'과 '부모의 관심'. 희망이에게는 동생이 죽는 순간 가족이 없어져 버린 것과 같았다. 그 지독한 상실감에 전염돼 희망이도 주위에 관심을 잃어갔던 게 아닐까. 아직 어린 십 대, 반짝거려야 할 나이에 일찍 많은 것을 겪은 소녀의 건조한 마음이 안타까웠다.

 

"왜 마녀의 숲에 가려고 했어? 나 때문에 그랬어?"

 

'상실'을 겪은 이들은 그 사실을 묻어두려고 한다. 이 소설의 부모님처럼 말이다. 하지만 희망이는 소망이를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제는 없지만 곁에 존재했던 내 동생 소망이를. 그 아이와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들을 꺼내어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야기 나누고 소통하고 싶었다. 과거를 짊어지고 무겁게 한 발을 내딛는 오늘이 아니라 과거를 기억하고 내일을 향해 힘차게 발을 내딛는 오늘을 만들어가고픈 용감하고 정의로운 한 소녀의 이야기가 바로 『종말주의자 고희망』이다.

 

희망이는 지수와 도하 그리고 삼촌에게 마음을 열어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용기를 얻게 되면서 진짜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종말과 죽음을 바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지만 결국 줄곧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언젠가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해서 말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삶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가장 많이 사랑한 이가 바로 '고희망'이지 아닐까.

 

 

"그래도 희망아, 믿는 마음하고 믿지 않는 마음이 같이 있을 때는 믿는 마음을 선택해야 한다."

"믿음도 자기가 선택하는 거야.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행복은 믿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거다."

 

할머니의 말씀처럼 믿는 마음도 용기가 필요한 힘든 일이다. 믿음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 그 용감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나가고 있다. 자신을 이해하고 믿어주는 소울메이트와 가족들과 함께 바라보는 세상은 무지갯빛으로 찬란했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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