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베이킹 - 심란한 날에도 기쁜 날에도 빵을 굽자 딴딴 시리즈 5
송은정 지음 / 인디고(글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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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란한 날에도 기쁜 날에도 빵을 굽자

부제를 달고 도착한 송은정 작가의 『비건 베이킹』


비건 베이킹/송은정 지음/인디고(글담) 딴딴 시리즈 05



'비건' 기후 위기의 지구를 위한 화두로 떠오른 채식에 대해 관심이 있어 실천하고 싶지만 싶지 않다. 완전한 채식이 아닌 유연한 채식의 세계를 기웃거리고 있는 주변인으로서 비건 베이킹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었다. 비건 베이킹의 세계를 구경하고 싶어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비건 베이킹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좋아하고 사랑을 키워가는 송은정 작가의 목소리였다. 진솔한 삶의 메시지를 비건 베이킹 카테고리로 풀어내고 있는 다정한 에세이다.

 

자신의 일상을 야무지게 채워나가는 단단한 이의 에너지가 프롤로그에서부터 뿜어져 나온다. 지구는 여전히 돌고 있고 이 삶이 계속되는 오늘,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의 건전한 확신이 희망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동네 지인들과의 티타임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인 아파트에 사시는 이웃인데 아파트 화단에 꽃을 심으셔 가꾸신다고 한다. 그리고 아파트 내 쉴 수 있는 공간에 크렘 브륄레 같은 간식과 차를 준비해놓고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권하고 담소를 나누신단다. 크렘 브륄레라니,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어린 혜원을 위해 엄마가 해주던 바로 그 음식이 아니던가! 톡~ 하고 치면 갈라지는 설탕막이 너무 신기하고 예뻤던 기억이 났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신 선생님도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며 환경을 위한 여러 가지 일들을 많이 하고 계시는 지역 활동가이시다. 역시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있다며 우리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렇듯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행하는 이웃들이 있다는 자각의 순간이 있고 그러면 절로 행복해지고 따라 하고 싶어진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정한 생각이 나를 사로잡는다. 지인, 지인 이야기 속 이웃 그리고 송은정 작가처럼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신기하게도 『비건 베이킹』 책 속에서도 영화 리틀 포레스트(좋아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타인을 만나는 큰 기쁨, 괜스레 이 책도, 송은정 작가도 더 좋아진다)에서 나온 보늬밤이 나온다. 어렵다기보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은 더 많이 필요한 보늬밤으로, 밤의 두꺼운 외피를 날리는 소일거리로부터 일종의 유희와 평안, 자유를 맛 봐왔을 지도 모르겠다는 표현에 공감하게 된다. '요리'라는 세계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치유의 시간에 감사한다.

 

짓는 사람, 파는 사람, 먹는 사람으로 이어지는 순환 속에서 대부분 먹는 사람에 속하는 나는 망각하고 산다. 씨앗이 떡잎을 내고 열매를 맺기까지 실재하는 누군가의 땀과 노동이 존재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저자가 마르쉐에서 마주한 얼굴들이 깨닫게 해준 것처럼 나 또한 이 책을 통해 우리 집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의 서사를 되새겨 본다. 오늘의 지구와는 분명히 다를 내일의 지구를 두려워만 말고, 지금 자연과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부지런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감사하며 현재 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하루에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유기묘 '옹심이'로 비건 베이킹을 시작하게 된 저자와

'나의 문어 선생님' 다큐멘터리를 보고 문어를 먹지 않게 된 저자의 남편.

이처럼 변화는 일순간에 찾아오는 경우가 잦다. 평소 관심이 있었든 없었든 벼락에 맞은 듯이 전후가 명확히 달라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쯤은 하게 된다.

나는 변화의 계기보다는 비건을 지향하는 저자가 주위 사람들에게 권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끌렸다.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관한 질문에 대해 상대방의 윤리의식, 가치관을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배려 넘치는 답을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자신의 답을 정답이라 남에게 강요하지 않지만, 관심을 보이는 타인과는 공유하고 확장하는 현명함이 좋았다. 그래서 송은정 작가가 들려주는 비건 베이킹 이야기들이 더 설득력 있고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온전한 내 것, 확실한 내 것인 기쁨을 느끼게 해준 비건 베이킹으로 송은정 작가는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변화와 내일을 그리고 자신만이 줄 수 있는 친절과 사랑을 완성시켜가고 있었다.

 

책을 덮고 나니,

버리기는 아깝고 쓰기에는 귀찮아 몇 년째 모셔두기만 했던 오븐을 괜스레 꺼내어 보게 되었다.

송은정 저자가 소개해 준 '독일빵고모'님 유튜브 채널을 보고 있다. 도전하는 것부터가 큰 용기지만 빵조카 아니 빵손자라도 돼보고 싶은 지금의 의욕이 나를 달라지게 할 것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 찾고 싶다면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다른 시도를 해보는 용기가 필요할 터이니.

 

송은정 작가는 반려묘 옹심이를 계기로 비건 베이킹을 시도하는 등 '삶을 지속하기 위해 이전과 다르게 사랑해 보기로 했다'라고 말한다. 불현듯 나도 삶을 지속하기 위해 나만의 무언가, 인생에 무해한 썸띵이 궁금해졌다. 춥고 긴 밤을 통과해야 할지라도 아침이 온다는 순전한 사실만으로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나만의 딴짓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글담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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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개주막 기담회 3 케이팩션
오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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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나라 사절단의 사행길에 만난 기이하고도 뭉클한 열하기담

 

지난겨울, 선노미는 조선 땅 너머 청나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연암 박지원과 머나먼 길을 떠난 그가 돌아와 기이하고 괴상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 그날을 애타게 기다렸다. 이제 그가 들려주는 기이하고도 뭉클한 이야기들을 들을 시간이다.

 

선노미는 건륭제 70세 생일 축하 사절단으로 청나라로 떠나는 연암 박지원의 시종으로 사행길을 따라나선다. 생애 처음으로 삼개 나루터를 떠나 머나먼 청나라까지 가게 된 선노미는 얼마나 가슴 벅찼을까?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삼개주막 기담회에서 들은 진귀한 기담들이 전해준 교훈과 감동을 떠올리니 기대감이 솟구친다. 더 넓은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접하면서 들은 기이하고도 괴상한 이야기보따리! 열하기담, 지금부터 시작이다. 



삼개주막 기담회3/오윤희 기담소설/고즈넉이엔티



이번에도 6편의 기담이 우리를 찾아왔다. 

▶ 압록강 뱃사공

▶ 돌아온 탕아

▶ 마마신이 찾은 마을

▶ 붉은 비단의 저주

▶ 화피

▶ 낙원

 

 

<압록강 뱃사공>

청나라를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압록강! 그곳에서 만난 뱃사공 주매가 첫 번째 화자이다.

강 이쪽과 저쪽을 오가며 두 세계를 이어주는 안내인이지만,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라 느끼는 뱃사공 주매는 자신이 겪은 믿기 힘든 기이한 사연을 털어놓는다. 선노미처럼 태어나 자란 작은 마을에서 뻔히 그려지는 자신의 미래가 갑갑해 벗어나고 싶었던 주매는 압록강을 찾았다. 강 건너 자신이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는 그를 설레게 했고, 팍팍하고 단순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버팀목이었다. 자주 찾아 얼굴이 익은 나루터 뱃사공의 제안에 사공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땅거미가 질 무렵 배를 탄 젊은 남녀 한 쌍이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죽어서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구천을 떠도는 영혼, 귀신과 그를 안내하는 저승사자였다. 강을 건네주는 일을 하는 사공과 넋을 인도하는 일을 하는 저승사자, 어찌 보면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귀신도 예전엔 사람이었어요. 우리도 죽으면 귀신이 될지 모르고요."

 

이 세상과 저세상 사이에 낀 넋들이 가야 할 곳으로 안내해주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잊지 못하는 뱃사공 주매의 가슴 시린 뒷이야기가 그가 짊어지고 있는 고통의 무게를 가늠하게 한다. 세월이 흘러 예전과 다시 만나길 바라며 노를 젓어 사라지는 주매의 뒷모습에 찌릿해진다. 모르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고, 이루기 전이기에 꿈꿀 수 있다. 다 알고 나서도 이루고 나서도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 싶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간 뱃사공 주매의 가슴속 깊은 이야기가 마냥 슬프기만 하지 않아 다행이다 싶다. 

 

<돌아온 탕아>

구련성에 도착해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하던 중, 근처에서 천막을 치고 머무르던 의주 만상 구복이 괴상하고도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인이라 조선과 청나라를 오가며 장사를 하면서 들은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어린 시절 직접 겪은 귀신 이야기이다. 

 

"동생은 정말 성가셔."

 

한 배에서 나온 형제자매라 한들 다 제각기 다른 사람이기에 외모, 성향, 성품이 다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교한다. 그리고 입에 담는다.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되는 일임을 알지도 모른 채. 그 상처가 곪아 누군가가 망가지면 결국에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고치고자 노력해야 했으나 못했던 이의 책임인지, 계속 비교하여 상처를 낸 이의 책임인지. 하지만 책임을 떠나 가족 관계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은 가족 모두에게 큰 상처와 고통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형제자매가 많든 적든 서로에게 큰 힘을 주는 존재가 큰 상처가 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마마신이 찾은 마을>

폐쇄적인 마을에서 전체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일부를 희생시켜도 된다는 집단주의에 빠진 원로들이 벌이는 잔인한 행태가 그려진다. 역병을 피해 오지로 피신 왔던 이들이 정착해 만든 마을이기에 더 철저히 지켜왔던 규칙일지도 모르지만 위험한 발상이다. 원로들에게만 전해져 오던 극악무도한 규칙은 바깥 세상서 죄를 짓고 도망친 목수 용주에 의해 깨지게 된다. 모난 돌이었던 용주는 인간 된 도리를 아는 이였건만 잘못된 선택을 한 춘삼에 의해 가여운 운명을 맞이하고 만다. 그리고 결국 용주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서 돌아온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들 하지."

"무서운 건 사람이죠.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저는 실제로 봤으니까요."

 

이 이야기를 들은 연암의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괴짜 선비였기에 더 와닿는 이야기였으리라. 

신분이 정해준 대로 살아야 했던 조선 시절, 신분에 맞지 않은 재주는 오히려 자신을 갉아먹는 화가 될 수 있다. 연암과 벗 경준의 이야기는 조선 시대 신분제가 가져온 한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태어나 보니 서얼이요, 태어나 보니 종이라는 데 얼마나 답답하고 분통할 일인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일이다. 

 

 

<붉은 비단의 저주>

청나라에 갔으니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 씨 이야기가 빠질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리도 가슴 저미는 이야기로 마음을 헤집어놓았다. 타국에서도 백성들을 위하는 길을 찾는 강인한 여성인 민회빈 강 씨를 만나 존경스럽고 좋으면서도 허망하게 져버린 가엾은 운명의 결말을 알기에 더 애달팠다. 꼬이고 꼬인 이야기라 찬찬히 풀어나가면서 읽어야 한다. 타국에서조차 백성들의 안위를 챙겼던 의로운 여인이었던 세자빈 강 씨를 허망하게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바로 유언비어와 풍문이었다. 근거 없는 소문은 가벼운 사람의 입을 타고, 바람을 타고 어느 곳이든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덩치를 키워나갔다. 

 

"인간이란 세 치 혀로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 사는지……"

 

 

<화피>

드디어 청나라 서생이 직접 들려주는 청나라 표 기담이다. 얼굴을 자유자재로 바꿔 끼워 사람을 현혹한다는 요괴, 화피를 만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손자가 들려준다. 화가였던 할아버지 안핑은 어느 날, 밤이 꽤 깊어갈 무렵 화실을 찾아온 젊은 여자의 청으로 그녀의 집에 따라가게 된다. 화폭에서 걸어 나온 것 같은 여자의 미모에 홀려 불안과 의심을 애써 누르고 따라간 게 화근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얼굴을 그려줄 이가 필요해서 화가인 안핑을 유혹해서 집으로 끌어들였으니, 안핑의 운명은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눈에 보이는 걸 믿지 마시오."

 

안핑과 같이 붙잡혀 온 아이로, 무거운 봇짐을 짊어진 노파로, 발목을 삔 젊은 여자로, 길가에 쓰러진 노인으로 변신하여 안핑을 현혹하더니 안핑이 넘어오지 않자 안핑의 어머니로 변신하였다. 이토록 지독하게 사람을 속여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 요괴 화피를 보고 있자니, 인간이 얼마나 눈에 보이는 걸 쉽게 믿는지 새삼 깨달았다. 눈에 보이는 걸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맘 편한 대로 믿고 싶은 나약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교묘히 파고드는 게 화피였다.

 

 

<낙원>

이번 이야기에서는 청자의 입장이었던 연암 박지원과 선노미가 기이하고도 끔찍한 일을 겪게 된다. 청나라 황제가 있는 열하에 가기 위해 무리한 일정을 감행하던 중 박지원과 선노미는 급류에 빠져 거센 물살에 휩쓸렸다. 다행히 구조되어 눈먼 자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마을 사람들 스스로 '낙원'이라 칭하는 이곳은 인간이 탐욕으로 타인에게 어떻게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곳에서 약에 취해 점점 변해가는 연암을 데리고 나오기 위해 선노미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야 만다. 

 

"차라리 청나라에 오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무게에 짓눌려있던 선노미는 연암과 같이 들른 천주당에서 서양 선교사를 만나 고해성사를 하게 된다. 선교사 마티유는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며 선노미를 위로하지만, 그의 귀에는 닿으나 마음에는 닿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선노미는 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와 함께 청나라에 가보지 않겠느냐? 

그곳에서 더 많은 기담을 듣고 기록하거라."

 

연암 박지원 하면 절로 떠오르는 '열하일기'를 잘 활용하여 청나라 기담을 꾸린 

<삼개주막 기담회3>

청나라 성경에 도착하여 숙연한 기색을 내비친 연암과 번잡하고 화려한 광경에 넋이 나가 들뜬 사절단 관리들이 대비되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병자호란으로 조선의 힘없는 백성들은 갖은 치욕과 아픔을 겪어야 했다. 왕자인 소현세자와 봉림대군뿐만 아니라 수많은 조선인들도 노예로 함께 끌려왔던 것이다. 나라가 약해 고통받는 백성들을 염려하는 연암의 자세가 응당 지배계층에게 요구되는 당연한 책임이지만 권리와 권세에는 익숙하나 책임과 의무는 외면하는 위정자들이 많기에 한숨과 함께 짧은 문장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도 국민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시대를 앞서 살아간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열하일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소설 곳곳에 잘 녹아있어서 찾으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 <삼개주막 기담회3>는 탄탄한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인물이 등장해서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조와 화평옹주 그리고 정사 박명원의 가슴 아린 사연이 소개되어 눈길을 끈다. 

 

더 넓고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듣고 기록한 <삼개주막 기담회3> 열하기담은 더 믿기 어렵고 놀랍고 기이하고 뭉클하고 애틋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화자가 연암과 선노미에게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뒷이야기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기담 자체가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본성과 심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서평을 쓰면서 한편 한편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니 팔에 소름이 돋는다. 얼마나 쉽게 생각하고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얼마나 편하게 행동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선노미의 내일은 어떻게 될 것인지……

곱디고운 외모 뒤에 감춰진 선량하고 정의롭고 다부진 성품을 지닌 선노미가 디시 우리 곁으로, 삼개주막으로, 연암 박지원 곁으로 돌아올 날이 있으리라 믿는다. 기약 없는 기다림을 <삼개주막 기담회> 시리즈로 채워본다. 잠 못 이루는 여름밤, 괴짜 선비와 선노미의 활약이 우리를 다독여줄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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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의 기묘한 조선환담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괴담실록 지음 / 북스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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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야사와 전설, 괴담을 들려주는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

이번에는 영상이 아닌 책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정사가 아닌 야사 특유의 맛이 잘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모아 모아 엮은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이 그 주인공이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괴담실록 지음/북스고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면서도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나에게 어린 시절 <전설의 고향>은 큰 모험이었다. 보고 싶지만 보고 나면 잠을 잘 수 없는...... 결국에는 이불 덮고 눈 가리면서 보고야 마는 그런 존재였다. 다듬어진 딱딱하면서도 교훈적인 정사보다는 인간사 갖가지 욕망과 분노, 배신,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는 야사가 끌리는 건 다양한 일이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괴담실록이다.

크게 4개의 주제로 엮어진 이야기집으로,

평범한 우리네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의미를 되새기면서 읽어나갔다.

    • 기이한 역사 속 비범한 인물들의 이야기
    •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기묘한 이야기
    • 괴이하고 요사하며 그리고 신기한 조선의 귀신 이야기
    • 예나 지금이나 무섭고 잔인한 인간의 욕심



    어느 책이든 시작과 끝이 중요하다.

    괴담실록이 선택한 첫 번째 이야기는 「고려를 무너뜨린 거인」이다.

    연관어는 정몽주, 거인우, 고려 멸망이다. 고려 멸망을 예언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우와 그와 인연을 맺은 사냥꾼의 이야기이다. 정체를 모르고 우의 죽음을 도운 사냥꾼에게 '우禹'의 존재를 설명해 주는 이가 바로 고려의 마지막 충신 '정몽주'이다. 씁쓸하게 고려의 앞날을 걱정하던 젊은 청년 정몽주와 마지막까지 충절을 지킨 노년 정몽주가 겹쳐지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외전 <정몽주의 비석>으로 죽어서도 변치 않는 정몽주의 충심을 읽을 수 있었다.

    유명한 인물을 등장시켜 집중시킨 이 책에는 우리가 듣지 못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이야기들도 있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오랜 세월 전해지면서 매끄럽지 못한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각색한 부분들도 있어서 알듯 모를 듯한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담고 있는 큰 틀은 그대로 전하고 있기에 혹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서로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챙길 수 있다. 저자의 각색일 수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전해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괴담실록이 선택한 마지막 이야기는 「얼굴에 못 박혀 죽은 여종의 저주」이다.

    많은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질투'가 부른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저주로 다가올 화를 알고 있으면서도 방도가 없어 후대까지 고통받는다는 결말에 소름이 돋는다.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지만 그래서 실제와 더 비슷한 이야기이기에 실감 나다.




    역사 속에서 접한 비범한 인물들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라면 당연한 내면의 고민과 갈등뿐만 아니라 탐욕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한 결말은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특별한 인물이 겪은 일들이지만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서 빠져들어 읽게 된다. '나는 저렇게 안 했지.' '어쩜, 나도 저랬을지 몰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는 것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이야기여서 일 것이다.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기묘한 이야기들이 책에 집중하게 만든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괴수, 요괴, 요물, 귀신을 묘사대로 떠올려 보면서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와 영화의 한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렸을 때는 인간을 괴롭히는 존재들이 다 잘못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유 없이 인간을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존재도 있지만, 대부분 인간 스스로 만든 재앙과 화인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에도 탐욕으로 괴물보다 더한 인간들이 비극을 초래하는 이야기를 많이 수록하고 있다. 외전과 특별한 이야기까지 40여 편의 특별히 엄선된 괴담을 만날 수 있다. 적절한 표현과 수준으로 어느 누구나 즐길 수 있고, 과하지 않은 묘사로 상상력을 자극해 재미를 키우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우리가 선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고, 악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 나쁜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 정해진 답이 없는 세상사를 재미나게 풀어낸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어찌 보면 잔혹하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펼쳐지고, 어처구니없지만 평범한 이들의 간절한 염원과 소망을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왕부터 민초까지 품고 있는 수많은 욕망과 감정들을 풀어내기 위해 인어, 그슨새, 두억시니, 칠성신, 독각귀 같은 귀신과 요괴들이 등장하는 이 잔혹하고도 기묘하고 씁쓸하면서도 뜨끔한 조선 환담을 통해 이 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리자. 잠 못 드는 여름밤, 어서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을 펼쳐보길 추천한다. 자꾸 옆과 뒤를 흘끔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 활자만으로 부족한, 더 오싹한 여름밤을 즐기고 싶은 이들은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과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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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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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브 #소설다이브#창비#소설Y#소설Y클럽


    다이브/소설Y 대본집 #05/블라인드 가제본/창비


    "서울은 언제나 한국의 동의어였다.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서

    바다가 건물을 뒤덮었어도,

    그래서 인천이 수몰된 다음에도,

    온갖 나라들이 전쟁을 벌인 뒤에도,

    그래서 한국을 지켜주던 댐이 무너지고 나서도,

    서울 사람들은 계속 서울에 살았다."



    작년 늦가을 우리는 투발루 외교장관이 무릎까지 물에 잠긴 채 기후 위기에 관한 연설을 하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지금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투발루에서 자라나는 마지막 세대일 수도 있다.'라는 점을 각인시키고 있다고 한다. 지구촌 한 쪽은 물에 잠겨 사라지고 있고, 다른 한쪽은 극심한 가뭄으로 땅이 갈라지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한 권의 책이 찾아왔다.

    소설Y클럽 『다이브』

    2057년 우리나라는 물에 잠겼다. 높은 지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감자와 콩을 기르거나 물고기를 잡아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소설은 물에 잠긴 세계를 배경으로 삶과 죽음, 기억과 치유, 고통과 성장을 그려내고 있다. 기후 위기로 내일을 불안해하는 우리와는 다르게 디스토피아 세계(이 또한 우리의 관점에서 그럴듯하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십 대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이 기억하는 지금의 서울과 그들이 모르는 예전의 서울은 단순히 시간의 간격뿐만 아니라 세계 자체가 다른 차원이다. 물에 잠긴 것은 건물, 사람, 자동차, 핸드폰 등 형태를 지니고 있는 사물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 가치관 그리고 낱말까지!!! 예전의 세계를 송두리째 집어삼켜 버렸다.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 지난 시절의 흔적과 식량을 찾는 이인 물꾼 선율. 노고산 물꾼인 선율은 남산 물꾼 우찬과 시비가 붙어 내기를 하게 되었다. 기한은 보름, 심판은 중앙의 둔지산 물꾼들이 맡기로 했다.

    내기에 이기기 위해 깊은 물속으로 내려간 그녀는 수호를 데리고 온다.


    아이콘트롤스의 최첨단 시냅스 스캐닝 기술은

    고인의 기억과 의식을 그대로 구현합니다.

    평생 플랜 구독을 통해 당신의 아이를

    다시 한번 품에 안으세요.

    부모님에게 못다 한 말을 남기세요.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너의 기억을 깨워 줄게."

    2057년 서울, 잠든 과거를 찾아 떠나는 여정


    불과 20년 후인 2042년에 서울이 물에 잠기게 된다는 설정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지구의 이상 기후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고 이제는 SF 수준에 머무는 공상 판타지 미래가 아니다는 경각심은 커지고 있다.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이어지는 내일의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무서움도 컸다. 이 소설, 어른인 내가 보기에 참 무겁고 무섭고 어렵고 미안한 이야기였다. 마지막 책장까지 넘기는 데 힘겨웠다. 기어이 책장을 덮고 다음날 다시 읽었다. 그제서야 선율과 수호와 지오와 우찬이 노을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광경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살 그 아이들의 내일이 그려졌다. 고통을 마주하면서도 고통스럽지 않을 방법을 찾은 그들이 나아갈 다른 시간이 기대된다.

    예전의 서울은 정말로 터무니없는 곳이었다고들 했다.

    지금의 서울은 뭐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바라보는 예전의 서울은 이해할 수 없는 곳이었다. 없어진 것도, 아주 먼 곳에 있는 것도 눈앞에 불러낼 수 있었던 세상, 그게 너무 당연해서 만질 수 있는 무언가를 간직할 필요가 없던 세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예전에도 그리고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지금에도 고통은 존재한다. 살기 위해서는 잊어야 한다고 쉽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는 것이랑 마음이랑은 다르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이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지우거나 무시하거나 잊어버린다. 하지만 정답이 아니라는 듯 그 고통은 매일 밤낮으로 생채기를 낸다. 이런 고통을 겪는 이들 앞에 나타난 기계 인간, 채 수 호! 18살이었던 2038년에 멈춰있는 기억을 가진 이 소녀는 잃어버린 4년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한다. 이는 노고산 사람들과 수호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따라가보자.


    다이브/단요 지음/창비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 교차하고 있는 이 소설에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인물이 있다.

    '서문경' 과거에도 현재에도 삼촌인 그가 품고 있는 상처가 이 소설의 열쇠이다. 그로 인해 현재의 고통이 되었다. 그가 입을 다물기로 선택한 결정으로 오랜 시간 엉켜 있다고 생각했던 상처가 천천히 느슨해져서 마지막 매듭이 풀리길 기다리던 상태에 수호가 그 매듭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아직 오지 않은 과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선택한 선율과 수호 덕분에 등장인물들은 오랜 자책과 미안함과 원망을 차례대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

    예전의 서울에서 살아있을 때조차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없었던 수호는 죽어서도 선택할 수 없었다. 착하고 예쁜 딸을 강요받았던 그녀를 보면서 가족의 이기심을 고통스럽게 깨닫는다. 수호를 떠나보낼 수 없는 자신들의 아픔을 아픈 수호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수호의 부모님은 죽음으로 끝을 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아픈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자신의 계획을 바꿔야 하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지쳐가는 경이는 죽음으로 끝이 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몰랐다. 놀랍게도 모든 게 끝났는데도 세상은 더 끔찍해질 수 있다. 예전의 세상 이야기다. 하지만 낱말조차 물에 잠겨 예전의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관계가 다 무너진 현재, 어린 사람을 돌보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있다. 사람을 사람 한 명으로 내버려 두지 않는 낱말들에서 벗어나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그물 속에서 사람들은 모두의 삶을 함께 만들어 나갔다. 물질적 풍요의 시대에서 오히려 가난하고 고립된 생활을 했던 사람이 물에 잠긴 세계에서 더 여유롭고 자유롭다. 수호와 선율의 대화를 읽으면서 아, 탄복했다. 이렇게 간단한 일인데……


    "애들은 여기 있는 게 좋아서 남았다고 해도……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

    다른 산에 있는 사람이 보고 싶어질 때도 있을 거잖아."

    "그러면 가서 만나면 되지!"

    아픈 수호는 경이 삼촌을 통해 자신이 누리고 싶은 삶인 다른 차원의 세계를 접했다. 하지만 이룰 수 없는 삶이었기에 애달팠는데 경이는 자기 나름의 현실에 치여 어느 순간 따뜻하게 보살피지 못하게 되었다. 그 과거가 오늘을 옭아매어 괴롭다. 이 모든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선율의 말처럼 솔직해진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어도 문제를 풀려면 솔직해져야 한다.

    내기 때문에 시작된 일이지만 선율은 수호가 과거를 바라보게끔 도와주었다. 남의 세계를 뒤흔들려고 한 게 하니라 수호의 지금을 그 자체로 받아들였다. 비난하거나 틀렸다고 하지 않고 곁에 있어 주었다. 선율은 그렇게 수호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이렇게 그 사람 자체를 위한 진실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오랜 시간 생채기를 냈던 고통을 지우거나 잊거나 피하지 않고도 마주하면서 고통스럽지 않게 되었다.

    노고산 물가에서 손을 꼭 잡은 채 노을을 보고 있을 선율과 수호를 떠올리며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단요 작가의 편지 속 피난처가 되길 바란다는 글귀처럼 마음을 치유해 주는 소설Y클럽 『다이브』

    어린 사람을 돌보는 나이 많은 사람인 나에게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소설이다.


    소설Y클럽 4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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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하나뿐인 큰둥이 작은둥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307
    앙리 뫼니에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김윤진 옮김 / 비룡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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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은 언제나 새롭다.

    글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서사가 펼쳐진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공간이 구성된다. 서사가 진행되는 공간, 이 둘의 조화는 마법같이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생명을 얻은 그림책은 새로운 친구가 되어 우리와 함께 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큰둥이 작은둥이/앙리 뫼니에 글/요안나 콘세이요 그림/비룡소



    이번에 사귄 친구는 『세상에 하나뿐인 큰둥이 작은둥이』이다. 앙리 뫼니에 작가는 마치 감미로운 한 편의 시 같은 이야기를 귓가에 속삭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요안나 콘세이요가 그린 큰둥이와 작은둥이의 그림은 손을 내밀어 우리를 초대한다. 그 공간에 초대받은 우리는 마음껏 상상하고 즐기면 된다.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은 이번에도 역시 세밀하고 따뜻하고 부드럽다. 은유적인 글을 그만의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생명력 넘치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느새 독자는 글과 그림이 엮어진 이 공간에서 싹트는 이야기에 사로잡히게 된다.

     

    『세상에 하나뿐인 큰둥이 작은둥이』




    같은 날 아저씨랑 아주머니 집에서 아이의 첫 울음소리가 두 번이나 들렸다. 높고 작은 소리가 한번, 낮고 큰 소리가 한번. 놀라서 정신이 없으면서도 행복한 표정이었다는 글과 화면을 꽉 채운 큰둥이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새삼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뭉클해졌다. 아이와의 첫 만남은 영원히 잊지 못할 소중하고 귀한 경험이다. 따뜻하고 다정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안았다. 



    큰둥이 작은둥이 형제는 매일매일이 흥미진진한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단짝이 되어 서로 손을 잡고 시간을 함께 보낸 그들은 성장하게 된다. 큰둥이 작은둥이, 이제는 의미가 퇴색되어버린 그 이름처럼 달라졌어도 그들은 언제나 함께였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평범하지 않은 형제가 성장하는 과정 같으면서도 우리가 성장하면서 잃어가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그리는 듯하기도 하다. 또는 성장하게 되면서 바라게 되는 꿈 조각이 자유롭게 날아가는 상상도 하게 된다. 바람에 실려 온 세상을 떠돌던 아이가 내려앉은 곳, 그곳을 떠올리며 눈을 감아본다.


    『세상에 하나뿐인 큰둥이 작은둥이』는 아름다운 은유와 섬세한 그림으로 우애와 연대 그리고 성장을 담고 있는 묘한 그림책이다. 해석은 독자의 몫이니, 자신의 감성으로 글과 그림을 받아들여 느껴지는 무언가가 이 책의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림 곳곳에 그려진 작은 존재들을 살펴보며 추억하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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