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게임 : Escape Room
크리스토퍼 엣지 지음, 최지원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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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 크리스토퍼 엣지가 모험 가득한 게임처럼 재밌지만 인류의 책임과 과제를 묻는 묵직하고 강렬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위험한 게임 ESCAPE ROOM/크리스토퍼 엣지/크레용하우스



아이들이 좋아하고 흥미로워할 만한 방 탈출 게임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의 시작은 모험심과 승부욕으로 가득하다. 에이미는 아빠가 예약해 준 ESCAPE 게임에 다른 아이들과 팀을 이루어 도전하게 된다.

에이미, 아쥬아, 오스카, 이브라힘, 민.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다섯 명의 아이들은 여러 사람이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는 의미의 '하이브 마인드'에서 착안한 'FIVE MIND'라는 팀명을 짓고 게임을 시작한다.

다락방, 도서관, 마야 붉은 여왕의 무덤, 쇼핑몰, 우주선, 해변가.

단순한 밀실 체험으로 시작했던 게임은 단계가 높아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지구가 탄생하고 첫 생명체가 출현한 이후 수많은 종들이 지구상에 존재했으며, 그들은 진화하거나 멸종되었다. 지구의 유구한 역사 45억 년 중 인류가 존재하는 시기는 아주 짧다. 하지만 인류만큼 지구 생태계에 크나큰 영향력을 미친 종은 없다. 지구 전 지역에 걸쳐 군집을 이루어 나라를 형성하고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지구를 소모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우리 현대인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지구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선물 같았던 자원들, 사실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었고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가져다 쓴 빚이었다. 눈과 귀를 틀어막은 채 외면했던 지구와 다른 종들의 목소리가 이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파리기후협약 등 국제적인 각성과 대안을 찾아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였다. 탄소제로를 향한 국가 중심의 국제적인 발돋움이 신재생 에너지원 개발과 산업의 탄소 중립 정책 등으로 이어지면서 변화의 물결이 퍼지고 있다. 자본의 힘이 강한 오늘날 시스템의 전반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많은 진통이 따르고 있지만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위험한 게임 ESCAPE ROOM>은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행위를 방 탈출 게임 포맷으로 다루고 있다. 개발과 편의를 위해 다른 종의 서식지와 산림을 파괴하고 전쟁을 일으켜 서로를 죽이고 약탈하기도 하고 풍요를 소비하다 지구를 병들게 하고 결국 돌아온 부메랑을 마주한 인류를 보여준다. 기후 위기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촉구하는 청소년 활동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남의 일인 양 무관심하고 귀찮거나 번거로운 문제로 치부한다. 그렇기에 청소년들이 즐겨 하는 게임을 배경으로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는 점이 이 소설의 강점이다. 우리 집 십 대 아이들 또한 호평이다. 주인공이 비슷한 연령대이라 좋아하는 방 탈출 게임을 같이 풀어가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생생한 묘사와 주어진 문제들을 풀기 위한 긴박한 상황이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를 보는 듯한 전개에 에이미를 비롯한 팀원들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작가가 세상에 던지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고민하게 된다.


우리의 책임으로부터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 오늘부터 바로잡아야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에서처럼 구원자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작은 습관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우리가 되어야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내일을 선물할 수 있다. 지금의 풍요를 내일의 지구를 위해 내려놓을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위험한 게임 ESCAPE ROOM>은 청소년에게 인류가 살아온 역사를 되돌아보고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하게 환기시키는 책이다. 과학과 문학의 만남으로 위험천만한 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정신없이 풀어나가다 마지막 순간에 숨 막히는 반전!!! 을 만날 수 있다. 소설은 예상치 못한 결말 하지만 감당해야 하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 우리의 내일은 우리의 힘으로 쟁취할 수 있다. 이 희망을 나누기 위해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크리스토퍼 엣지가 선사하는, 매력 넘치는 모험의 세계에 호기롭게 발을 내디뎌 보기를.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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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프리카인가 -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아프리카!
나선영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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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하면 이글거리는 태양과 드넓게 펼쳐진 초원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온갖 야생 동물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생명의 땅에서 음악과 춤을 즐기는 흑인의 모습이 이어서 떠오른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이글거리는 생명력이다.

 

지금까지 연구결과 현생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이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인류가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 환경에 맞춰 진화하면서 오늘날 인류의 특징들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1871년 다윈이 『인류의 유래』라는 책에서 인류의 고향을 '아프리카'라고 밝혔으나 그 당시 유럽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야만인의 땅이라 여겨 발굴 조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인식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옅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그 매력에 흠뻑 빠져 아프리카 여행 에세이를 펴낸 이가 있어서 관심이 갔다. 『왜, 아프리카인가』 나선영 작가는 '지금까지의 아프리카는 잊어라'라며 독자에게 아프리카의 진정한 매력을 선보인다.


왜, 아프리카인가 / 나선영 글·사진 / 바른북스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아프리카의 유혹에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은 작가는 아프리카를 다채로운 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1. I Love Africa : 아프리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2. Rainbow Africa : 아프리카에게 바치는 헌시

3. Tour of Africa : 아프리카 여행기

4. Interior of Africa : 아프리카의 인테리어

5. Dream of Africa : 아프리카 여행의 매력

6. Movie of Africa :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영화

7. Why Africa : 왜, 아프리카인가?


 

아프리카에 대해서 정확히 전달하고 이해를 돕는 것이 이 글을 쓰는 목적이라 밝히고 있는 나선영 작가는 아프리카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선입견을 버리는 일부터 권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다. 킬리만자로 산, 세렝게티 국립공원, 빅토리아 폭포 등 이름만 들어도 웅장해지는 대자연을 만날 수 있는 아프리카. 이런 대자연을 있는 그대로 지키고 보존하고 유지해 온 아프리카의 노력과 사랑을 먼저 알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나선영 작가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이 첫 여행지여서 아프리카 적응은 빨랐을지 모르지만 아프리카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백인들이 아프리카의 전부인 줄 착각했으나 조금씩 아프리카 흑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들을 제대로 마주 보게 되면서 어느새 Black People이 아닌 People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진정한 아프리카 여행이 시작되었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물, 와인, 커피를 뽑고 있다. 식문화를 통해 생활습관을 파악하고 예절을 익히고 더 나아가 그들의 문화와 역사까지 체험할 수 있다. 물 부족 국가가 대부분인 아프리카에서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소비하는 물의 소중함을 여기 아프리카에서 처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작가의 글이 마음에 새겨진다. 아프리카 와인을 소개하는 글을 읽고 놀랐다. 와인을 즐기고 싶어도 너무 다양한 리스트에 움츠려들게 되어서 더 찾지 못하게 되는 듯하다. 그런데 와인 마니아 사이에서는 유명하다고 하니 아프리카 와인을 접하고 싶어졌다. 추천할 만큼 탁월하다고 하니 그 맛과 향이 궁금하다. 세 번째 커피, 아프리카는 너무나 유명한 원두 원산지이다. 아프리카만의 특화산업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슴 아픈 현실이 있다. 어린이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유지되고 있는 이 산업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으니 씁쓸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케냐산 원두커피를 마시고 있다. 끊을 수 없는 중독 그렇다면 정당한 노동의 가치가 그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우리의 일일 것이다.




 

『왜, 아프리카인가』를 읽으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견들이 스르르 무너졌다.

- 영어,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렇게 잘 하고 싶은 외국어인 영어를 아프리카인들은 자유롭게 구사한다고 한다. 모국어가 있는 그들이 영어를 잘 하고자 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묘사된 학교의 교육 현장을 보면서 교육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느꼈다. 좀 더 나은 삶을 향한 그들의 의지가 배움의 현장 곳곳에서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 인테리어 모델링을 하는 저자답게 아프리카의 인테리어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화려하고 독특한 문양과 강렬한 색감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했는데 공간과 특색에 맞게 단순하게 또는 특별하게 작업된 인테리어들이 흥미로웠다. 타일과 그림 그리고 수공예품들에 대한 소개가 기억에 남는다.

 

- 작가가 소개한 아프리카 여행 -힐링여행, 은퇴여행, 신혼여행, 가족여행, 방학 여행, 봉사여행- 을 보면 남녀노소 전 연령대가 아프리카로 떠나야만 한다. 그만큼 볼거리, 느낄 거리, 생각거리가 많은 행복한 여행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사람과 대자연에 감화된 저자의 벅참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45개국, 지구 한 바퀴를 돌고 간 아프리카에 이렇게 마음을 빼앗긴 건 저자 말대로 운명이었을까?

 



 

사진과 글을 통해 아프리카의 순수한 생명력을 전해주는 『왜, 아프리카인가』

가장 낙후된 지역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아프리카인들은 행복했다. "현실의 불공평을 탓하기 전에 왜 그렇게 밝은 모습과 해맑은 미소를 하느냐?" 다소 무례한 저자의 질문에 아프리카인들은 이렇게 답한다.



까만 얼굴로 하얀 이를 드러내며 해맑게 웃고 있는 이들은 현실을 받아들이지만 좌절하지는 않는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해 걸어나간다. 그들의 '하쿠나 마타타.' 스와힐리어로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야.'를 뜻하는 이 주문은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만날 때마다 '잠보' 인사하고 안부를 정성스럽게 묻는 그들의 일상이 그들을 말해주는 문화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아프리카이다. 저자도 이런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에 흠뻑 빠져 제2의 인생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한 게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의 아프리카 대신 알지 못했던 새로운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는 『왜, 아프리카인가』

다양한 주제로 아프리카를 진솔하게 풀어내고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이목을 집중시켜 아프리카를 빛나게 하는 책이다. 그녀처럼 일탈을 꿈꾸는 이들에게 '아프리카'라는 또 다른 선택지를 선보이고 있다.

자, 아프리카로 떠나봅시다! 하쿠나 마타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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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의 임금님 귀 책 먹는 고래 28
김문홍 지음, 어수현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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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48대 왕 경문왕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는 잘 알고 있다. 그 임금님이 바로 경문왕이다. 47대 왕 헌안왕의 사위로 왕위를 물려받았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왕위에 오른 뒤에 갑자기 귀가 당나귀의 귀처럼 길어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두건을 만드는 복두장 한 사람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평생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있다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도림사의 대나무 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다. 그런 뒤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숲에서 그 소리가 들려왔고, 경문왕은 대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산수유나무를 심었다. 그러자 “임금님 귀는 길다"라는 소리만 났다고 한다.


이 설화를 각색하여 『대나무 숲의 임금님 귀』가 출간되었다. "사실 임금님 귀는 보통 사람들 귀와 똑같은 데 일부러 크다고 소문낸 것은 아닐까?"라는 김문홍 작가의 공상에서 이 이야기는 출발하였다.


 

대나무 숲의 임금님 귀/김문홍 글/어수현 그림/고래책빵

 


가실은 서라벌 최고의 복두장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시전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랑 사는 열 살 여자아이다. 할아버지가 서라벌 최고의 복두장인 것 못지않게 완벽하고 정확한 눈썰미로 완성된 복두를 점검한다. 가실이 인정해야 복두 제작이 다 끝나는 것이다. 이렇게 할아버지와 손녀가 쿵작이 맞는 한조가 되어 생활하는 모습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도림사 주지스님의 말씀처럼 임금님이 할아버지와 가실을 궁으로 부르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디 '귀' 하나로만 나타날 수 있냐? 싶은데 유독 귀가 크다, 작다에 연연하는 임금님과 신하들의 모습에 화가 나고 분통 터졌다. 스스로 백성의 소리를 듣고 행복할 수 있게 다스려야 할 임금이 신하들에게, 백성들에게 자신의 귀가 크냐? 작냐? 지난번과 비교해서 어쩌냐? 묻고만 있으니 나라 곳곳에 흉흉한 소문이 도는 것은 당연하다. 귀로 비유되는 경청과 소통의 자세는 행동으로 나타나야 할 것인데 소문으로만 다스리려 하니 뿌리내릴 없는 말들만 허공을 떠돌고 있다.
 



 

임금은 임금의 자리에서
신하는 신하의 자리에서
백성은 백성의 자리에서
제각기 맡은 자리에서 제 실력을 갈고닦아 세상을 이롭게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임금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신하는 자신의 권력과 자리를 키우기 위해 입맛에 맞게 헛된 소문만 내려 하니 가실네 가족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대찬 소녀 가실과 지혜롭고 의로운 할아버지가 풀꽃 이름 내기를 하면서 정겹게 걸어가는 모습을 기억한다. 길섭에 핀 풀꽃들에게도 관심을 보이며 이름을 불러주고 예쁘다 해주는 따뜻한 심성의 가실이 겪은 시련은 참으로 가슴 아프다. 짧은 동화라 백성들이 겪은 고난들이 상세하게 서술되지 않으나 가실네뿐만 아니라 긴 세월 있는 자들에게 협박당하고 농락당한 일들이 묘사되어 있다. 그 일들을 다 품어준 도림사 대숲의 영험함에 대한 고마움도 잘 드러나 있다. 대숲조차 아는 진실을 사람이 모른 체하며 거짓된 소문으로 하늘을 가리려고만 하는 임금과 신하들이 어리석게 느껴지고 답답하였다.

새로운 임금님이 백성과 소통하고자 하는 이야기로 끝맺음을 맺은 책에 담긴 쓴소리 바른 소리 잘 들어 세상을 평안하게 이끌어 나가주길 바라는 염원이 지금 우리에게도 닿았으면 좋겠다.

"좋은 나라님이라면 백성들이 언제나 걱정 없이 배불리 먹고 살아갈 수 있게 해야지요. 그게 바로 훌륭한 임금님이지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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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양장)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소설Y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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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장편소설/창비/소설Y클럽



중불에 달구어진 설탕 냄새가 난다. _첫 문장

 

지독하게 아픈 꿈을 꾸고 일어나 눈물 젖은 뺨을 닦으며 꿈이라 다행이라 생각하며 옅은 미소를 짓는다. 이 소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럴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다. 이렇게 꿈이었다면 훌훌 털어버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꿈이 아니었기에 자기가 처한 현실을 마주하고 선택하고 책임져야 했던, 이제 고1인 16살 '나'를 만났다.


속이 뒤집혀 다 토해버렸으면서도 땅콩버터 맛 대보름 빵 맛이 각인되어버린 나.

빵은 지긋지긋하면서도 빵 한입에 우유 한 모금 물고서, 건조하지도 눅눅하지도 않은 오늘분의 감정을 꼭꼭 씹어, 마음속 깊숙이 담아 둔 밀폐용기에 가두는 나.

단지 이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단지 거기 존재했을 뿐인데, 가족(아버지와 배 선생과 무희)에게서 도망쳐야만 했던 나

 

도망쳐 나온 '나'의 바지 주머니에 있던 열쇠가 나를 울렸다. 엄마가 청량리역에 자신을 버리고 오던 날, 집 주소를 몰라서 돌아가기 어려웠던 '집' 그리고 아버지의 재혼 후 언제라도 뛰쳐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집'이 떠올라 가슴이 시렸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없어지지 않는 곳, 몸이 기억해 닿을 수 있는 곳이었던 '집'이 없어져 버린 그 아이가 꼭 챙겨야 했던 물건이 '열쇠'였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 아직은 도망칠 수 없어 죽기 살기로 버티고 있는 십 대 아이에게 아버지, 배 선생이 가하는 방임과 폭력은 떨어져 죽을 지도 모르지만 놓을 수 없던 썩은 동아줄마저 포기하고 싶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무런 목적도 의지도 없는 채로 우연히 거기 있었던 것들이 서로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 그때부터 이유를 만들어간다고 해.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들의 흩어짐이 대원리 또는 숙명을 이뤄." _121쪽


 『위저드 베이커리』 

애써 부탁하지도 않아도 돌아봐 주고 이해해 주는 마법사와 파랑새를 만나 아이는 마음의 상처를 이겨낼 수 있는 단단함을 기르게 된다. 그 아이를 오해하지 않고 순수하게 인정해 주고 감사하다 말해주고, 충분히 울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주는 사이가 되었다. 마법사의 말처럼 이유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아이에게 적당한 이유가 되어줄 관심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

 

 

갓 구운 빵과 같은 온기가 혈관을 타고 번져 나갔다. _115쪽




흔히 결말 하면 열린 결말인지 닫힌 결말인지를 이야기하는 데 이 소설은 결말도 선택하게 한다. '경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이랬다면, 저랬다면 하면서 결과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쉬움과 후회를 조금은 덜어낼 수 있게 2가지 결말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건가요? Y의 경우? N의 경우? YES or NO? 예전에는 배 선생과의 인연조차 없애버린 Y의 경우에 끌렸지만, 개정판으로 다시 만난 지금은 N의 경우에 기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고 결과를 지켜보면서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때로는 후회와 자책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다시 선택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져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끔찍할 정도로 비참해 숨구멍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되돌아갈 수 없다.

책에서는 그런 마법이 이루어졌지만, 그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이 고통스러워졌다. - 타임 리와인더 - 마법사는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책임을 나누어서 진다고, 시간을 마음대로 감아도 좋다고 허락했다지만, '내'가 뒤틀어 놓은 물질계와 비물질계를 다른 힘으로 붙들거나 되돌려야만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이런 큰일을 잊어버린다는 것도, 모든 생명이 책임을 나누어서 진다는 것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다 두려운 일이다. 그리고 나의 시간을 감았더니 운명의 소용돌이가 아가리를 벌려 내가 아닌 어린 생명을 꿀꺽 삼켜버렸다. 내가 시간을 되감아도 비극은 어디에선가 일어난다. 이미 벌어진 비극 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운데, 나의 행위가 부른 결과임을 알지조차 못하는 비극은 얼마나 끔찍한 잔인한 일인가. N의 경우처럼 오늘을 마주하고 선택하고 책임 짓고 매듭지어가는 시간을 가지는 '나'의 결말이 와닿는다. 두렵고 무섭지만 진실의 힘이 치유의 손길을 베풀어 '나'를 성장시켰다.

 

지금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올 수도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 _끝 문장

 

 

 

빵집 마법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다양한 물건들이 팔리고 있다. 정체불명의 빵들을 팔고 있지만 마법사는 확실히 경고하고 있다. 회원가입 안내문과 각 물품의 맨 마지막 줄에 인상적인 경고문을 명시하고 있다.

 

모든 마법은 자기에게 그 대가가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분만 가입하시기 바랍니다.

긍정이나 부정, 자기가 바라는 변화가 어느 쪽이든 간에 이것은 물질계와 비물질계의 질서를 깨뜨리는 일입니다. 따라서 모든 마법의 이용 시 그 힘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하지만 이 사이트를 찾는 이들, 우리 인간들은 이 문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소설 속 인물들처럼 그냥 하는 소리로 치부하거나 자신의 감정에 취해 원하는 욕망이나 결과 외에는 신경 쓸 만큼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선택으로 얼마나 무거운 책임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지 모른 채 마법사의 물품을 산다.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마법사에게 항의하고 전가하려는 이들의 이기적인 행태를 보면서 마법사가 짊어진 숙명의 무게 또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하지만 세상 어느 곳에 문을 연 『위저드 베이커리』가 분명히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법사와 파랑새가 반겨주는 그곳, 살면서 한 번쯤은 방문하고픈 그곳은 감사하게도 여전히 24시간 영업 중일 거다.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잔인하고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이토록 매력적인 『위저드 베이커리』를 방문할 예정이다. 

'마인드 커스터드 푸딩'을 주문하고 싶습니다만!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건 나이기에.



<소설Y 클럽 3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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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페이스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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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반드시 속는다.

자신만만한 문구로 독자에게 도전하는 [리얼 페이스]


리얼 페이스/치넨 미키토 장편소설/소미미디어


그동안 많은 작가들의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즐겨 읽고 영화, 드라마도 즐겨 봤기에 도전장을 호기롭게 받아들였다. 셜록, 푸와로, 미스 마플, 엘러리 퀸, 브라운 신부, 탐정 갈릴레오, 코난, 몽크, 프라이니 피셔, 구경이까지 함께 한 모든 시간들이 나를 진실로 인도하리라 믿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속았다.

 [리얼 페이스] 

성형외과 의사 히이라기 다카유키를 둘러싼 성형미인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는 '히이라기 성형클리닉'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마취과 의사 '아사기리 아스카'이다. 그녀는 히이라기 의사가 썩 맘에 들지 않지만, 경제적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첫 수술부터 의견 차이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비싼 의료비를 청구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자신만의 기준이 뚜렷한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히이라기 의사는 아름답지 않은 수술은 집도하지 않는다. 히이라기 의사를 경박하다 생각하지만 그로 인해 행복해진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아스카는 더 고민하게 된다. 그 와중에 그녀에게 접근하는 한 사람-프리랜서 저널리스트 히라사키 신고-이 있다. 그녀는 히이라기 의사에 대한 의문이 깊었기에 저널리스트 히라사키와 만나게 되고 점점 더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현대 외모지상주의로 토대를 다진 성형산업은 이제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친숙해졌다. 쌍꺼풀, 보톡스, 앞트임, 리프팅 등 다양한 시술을 받는 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K-성형'이라 불릴 정도로 외국인들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몸, 외모에 대한 관심과 집착은 성형, 얼짱, 다이어트, 몸짱 열풍을 일으켰다. 성인뿐만 아니라 성장기 청소년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압박은 개인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

 

본디 성형외과학은 전쟁에서 상처 입은 병사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얼굴의 상처뿐만 아니라 마음 그리고 인생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였다.

성형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가치관에 의해 달라질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강하지만, 외모나 상처 때문에 인생 자체가 왜곡되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하는 이들의 결정을 잘못되었다 쉽게 말할 수는 없다. 히이라기 성형의사 말처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신외과'적인 측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타인, 집단, 사회에 의해 형성된 부정적인 인식을 성형을 통해 깰 수 있다면 필요한 의료 행위라고 생각한다. 

 [리얼 페이스] 

 

"당연히 당신을 치료하기 위해서죠. 나는 '아름다움'을 위해 필요하다면 무슨 일이든 합니다. 이를테면 그게 법에 저촉되는 일이라도." _233쪽

 

이 책을 읽으면서 성형보다는 '아름다움'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괴짜인 히이라기 의사의 '아름다움'의 기준에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아름답다는 것은 외모뿐만 아니라 온전히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가면과 위선을 벗어던지고 순수한 자신을 보여주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그이기에 사회통념과 윤리에 어긋나는 경우에도 사나에와 아스카는 함께 했을 것이다. 소설이기에 공감하고 감동받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동조하기는 힘들 듯하다. 3번의 전신마취 성형수술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우리나라 정서상 맞지 않는 요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새 히이라기 의사의 선택을 존중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인터넷서점 책소개 이미지

 


"다만 나는 그 선택이 '아름답다'고는 생각하네. 나는 이해할 수 없으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우직하게 계속 노력하는 건 어떤 의미에서 보면 '아름다움'이지." _176쪽

 

히이라기 다카유키와 연관 있는 성형미인 연쇄살인에 대한 비밀이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지는 과정도 매우 흥미롭다. 범인의 시선을 담아내는 <막간> 꼭지는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예상과는 다른 결말에 결국 속고 말았지만, 기분 좋은 결말이다.

의술 외에는 허당인 히이라기와 그런 그를 엄마처럼 누나처럼 아내처럼 챙기는 사나에 그리고 아스카의 조합은 대성공이었다. 그가 못마땅하면서도 솜씨에 놀라고 결과에 놀라고는 진실을 알기 위해 불도저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아스카를 많이 응원하였다.

재미도 챙기고 시사하는 바도 큰 소설 [리얼 페이스] 매력에 퐁당 빠질 이들이 많을 듯하다.

 

"나는 말이야, 내가 정말 싫어. 아니, 싫다는 말 정도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 나를…… 증오해. 아마기 마이가 현재의 자신을 증오하는 것 이상으로, 그래서 나는 그녀의 마음을 잘 알지. 나라면 그녀를 고칠 수 있을지 몰라." _221쪽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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