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십대를 위한 자존감 수업 4
아웃사이더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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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를 좋아한다. 나의 하루 중 책이나 영화가 빠지는 날을 세기 힘들 정도로. 하지만 음악은 즐겨 찾지 않는다. 어떤 영상, 어떤 책을 통해 알게 되어서 며칠 동안 듣는 경우가 많다. 한 작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작가의 작품을 릴레이 하듯 읽는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꽂히면 계속 그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하지만 나에게 음악의 영향력이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음악은 항상 나의 삶에서 주변이다. 특히 힙합은 저 멀리 우주 너머쯤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래퍼 '아웃사이더'를 안다. 그가 책을 냈다는 소식에 어떤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아웃사이더 지음/자음과모음

 


우선 글쓴이 소개와 프롤로그에서 알게 된 '아웃사이더' 신옥철 작가의 이력에 깜짝 놀랐다. 가수, 제작자, 강연자, 키즈카페 사장. 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직업을 가지다니, 열정 넘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의 말처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많은 사랑을 나누는 직업들이다. 그렇게 소통하고 사랑하고 공감하며 살아갔던 그에게 코로나19로 멈춰버린 이 시기는 잠시 멈춤, 변환점이 되었다. 다른 일들로 쉬었던 본업인 가수로 활동을 재개했으며, 청소년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과 경험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엮어 청소년을 위한 진심이 가득 담긴 에세이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를 발간하였다. 꾸준히 삶을 단단하게 다져온 그였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제 그의 글을 통해 불안하고 흔들리는 시기인 청소년들이 온전하게 자신을 마주하는 용기를 낼 시간이다.

 

#가져라, 긍정의 에너지를!

#끊어라, 부정적인 에너지를!

#잡아라, 인연과 기회를!

#바꿔라, 위기를 기회로!

 

직접 가사를 쓰는 래퍼이기에,

한때 작가를 꿈꿨던 문학소년이었기에 그런지 그의 글은 매끄러웠다. 적정한 단어 선택으로 주제를 파악하기 용이했다. 그리고 청소년에게 애정을 가지고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자신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의 현실적인 고민에 대안과 자세를 제안해 주는 내용들을 공감하며 읽었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힘들고 부끄럽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나'를 찾으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설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진짜 '나'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남들의 시선에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 보여주는 얼굴의 '나'를 걷어내어야 한다. 아웃사이더는 개인의 성향에 대해 살고 있는 나라나 속해 있는 집단에 따라 환경적, 문화적 혹은 또 다른 특성들이 결합하여 판단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성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환경적, 문화적 특성을 관통하는 '좋은 성향'은 있다. 본질은 외부 환경이나 조건이 바뀌더라도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좋은 성향을 지니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자세로 실패와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자세가 습관이 되어 태도가 되고, 태도가 언젠가는 신념이 된다는 그의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대단하지 않는 꾸준함 어딘가에서 시작되는 대단한 무언가를 아는 그이다.

 



 

매 순간 다가오는 고난을 게임 한 판이라고 생각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즐겨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감정을 에너지로 전환하여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감정을 기록하며 다시 꺼내서 소화하게 되면 어느 정도 해소되거나 완화된다. 기록하는 방법은 본인에게 편한 방식이면 된다.

 

청소년에게 소중하고 큰 의미인 '친구' 관계에 대해서도 자신의 인연들을 소환하여 현실적이고 따뜻한 조언을 전한다. 경험으로 얻은 지혜와 깨달음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누구나 아프고 힘든 게 인생이라며 누구가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라는 위로는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단순한 사실을 쉽게 잊고 산다. 진짜 '나'를 알고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십 대 청소년의 불확실성을 정확히 가리키면서 공감해 주는 아웃사이더의 에세이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진지하게 자신을 대하고 소중한 이들에게 집중해 온전한 시간을 보내는 하루들이 쌓여 인생이 채워져간다.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는 데 있어 목표는 끝이 아니라 인생의 한 지점이라는 유연한 자세가 기억에 남는다. 누구보다 빠른 랩을 구사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로 소통하는 아웃사이더가 준비한 크고 묵직한 선물이 십 대 청소년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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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조영주 외 지음 / 해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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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T BENEFIT

우리말로 하면 '가성비'이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며 우리가 소비를 할 때 가성비를 많이 고려한다. 어떻게 하면 가성비를 고려한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런 합리적인 선택, 합리적인 소비가 옳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수백 년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하면서 발전해 온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가성비, 합리적, 효율적 사고방식, 행동방식은 본연의 의미가 변질된 형태로 우리를 조종하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합리적은 이치에 합당하는 것일 텐데 그 이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너무나도 다른 결과로 치닫는다. 자본주의 팽창으로 물질적인 가치가 너무 커진 오늘날, 진정한 인생의 가치가 자리를 잃어가는 듯하다. 이런 시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집을 읽었다. 가성비로 우리 인생 곳곳을 살펴본 작가 5명의 각양각색 이야기가 담긴 앤솔로지 소설집.

<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코스트 베니핏/조영주, 김의경, 이진, 주원규, 정명섭/해냄

 


조영주_절친대행

독특하면서도 다분히 현실적인 설계에 놀라워하면서 읽은 단편이다. 독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첫 번째 역할을 잘 수행하였다. 대행업은 상견례에서 부모 역할이나 결혼식에서 친구, 가족 역할을 대신해 주는 이들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보여주기 위한 일시적인 역할이 아닌 일상을 나누는 친구 그것도 절친이 되어준다는 설정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으면서도 요즘이라면 가능하겠다는 묘한 인정을 하게 된다.

변화가 빠르고 욕구도 넘치는 세상 속에서 혼자의 시간을 제대로 채울 수 없는 이들은 더더욱 외로울 수밖에 없다. 소설 속 재연과 명혜처럼. 그들이 절친대행에 빠져들어 서비스와 현실의 경계를 망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씁쓸하고 비릿했다.

'일수' 메모지에서 시작된 황당한 발상은 작가의 펜에 의해 세계 시장을 휘어잡을 경쟁력을 갖춘 사업으로 탄생했다.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혼자력을 키울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이다. 외로움, 고독을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재연과 명혜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미안해, 재연아. 하지만 난 이게 직업이야. 너도 그건 잘 알잖아."

오대양 육대주,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인간은 없다. 이보다 더 가성비가 좋은 사업은 없을 듯했다.

 

정명섭_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

좋아하는 두 작가를 같이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한 단편이었다. 애정 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모티브로 삼은 정명섭 작가의 작품이라 좋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이들을 가성비의 관점에서 바라본 작가의 시선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인공지능 리모스의 말 중 나오는 '가성비' 부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상 탈출 우주선을 타고 한 명만 탈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쓸모 있는 존재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비상 탈출을 해서 다른 이들을 구하는 게 가능한 사람이 쓸모 있다는 의미인데 이를 어떻게 결정할지 인공지능도 모른다며 공을 인간들에게 넘긴다. 자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생각해 보면서 읽는 것도 좋을 듯싶다.

 

두리안의 맛_김의경

블로거 윤지가 고가의 태국 여행을 무상으로 떠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된 이들을 만나고 알아가면서 여행의 의미, 자신의 미래 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SNS를 통한 타인과의 소통은 통제 가능한 부분이 크다. 윤지가 선별하여 올리는 가공된 사진과 글에 달린 댓글 하나가 그녀를 자극한다. 바로 닉네임 스파이더맨이다. 그의 일상은 일탈을 꿈꾸며 고가의 태국 여행을 떠난 윤지와 대비되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준다.

 

코로나 따위 두렵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것은 두렵다.

공짜 여행 별로였어요.

 

가성비 대비 최고일 거라 기대한 여행의 끝이 이리도 떨떠름한 것은 미처 가심비를 챙기지 못한 게 이유지 않을까 싶다.

 

이진_빈집 채우기

신혼부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읽으면서 결혼 준비하던 시기도 떠올라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가성비를 가장 많이 따지는 가전제품에 대한 남녀의 차이뿐만 아니라 고정화된 성 역할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소설이었다.

 

2005년생이 온다_주원규

파이어족, 요즘 40대 초반에는 은퇴하기 위해 경제적 자립을 꾀하는 이들을 칭한다. 몇 권의 책을 통해 접한 그들의 삶은 놀라웠다. 그런데 이 단편에 나오는 2005년생 자유주의 학생은 더 놀라운 계획을 세운다. 스무 살에 학교와 인생을 조기 은퇴하자는 급진적인 의견을 말하면서 가성비 완벽한 삶이라 부르짖는다. <90년생이 온다> 책도 신선하고 세대 간 차이를 느꼈건만 <2005년생이 온다>는 머리가 빙빙 돈다. 17살 고등학생들이 말하는 가성비 완벽한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17살의 나를 떠올려 보지만 쉽지 않다.

 

이렇듯 <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주제로 다채로운 단편들을 만나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성비만으로는 완벽할 수 없다.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가치와 신념으로 살아가기에 가성비의 프레임으로 선택한 결과도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각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는 가성비 훌륭한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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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옛날엔 그랬어
비움 지음 / 인디언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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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화가이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비움' 작가의 시화집 『나도 옛날엔 그랬어』

글로 쓰고 그림으로 채워진 이 책은 비움 작가만의 숨결이 가득하다. 시와 그림이 하나의 몸을 가진 존재로 그를 드러내고 있다.

 


나도 옛날엔 그랬어/비움 시집/인디언북



시집을 자주 읽지 않지만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시를 소화시키는 과정이 어색하다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낯선 시어들이 만들어내는 서사는 나에게 친절하지만은 않다. 압축되고 정제된 언어들이, 공백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저 멀리 우주 공간에서 전해지는 빛처럼 빠르면서도 느리다. 그래서 나는 매번 시인의 마음을 쫓아가는 데 바쁘다. 시인의 마음과 나의 감정이 맞닿는 순간을 그리며 시를 본다. 그래서 시집을 읽는 시간은 흔치않고 만나는 시집은 소중하다.

이번 시집 <나도 옛날엔 그랬어>는 4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시인은 왜 이렇게 덩어리지었을까? 하는 의문과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된다.

 

사랑이 오고 - 손가락을 보여 줄까요? - 나도 옛날엔 그랬어 - 문 열어 주세요

 

사랑이 오고

사랑의 시로 마음이 애틋해져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연결점 없던 나와 네가 '님'이 되어 사랑했던 순간 찰나의 행복과 아픔과 기대 그리고 후회가 되살아나 너의 님이었던 내가 되었다.

 


 

거기는 너처럼 고운 꽃들이

지천일거야 _꽃 中

 

노래 따라 사람은 간다고 했지

그래서 너와 나는

다른 곳에 있나봐 _내 노래 中

 

나는

이유 없이 좋더라 _니가 좋더라 中

 


 

손가락을 보여 줄까요?

비움 작가의 가치관,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챕터였다. 시에 대한 열정과 예술가로서의 고뇌, 삶을 대하는 겸손한 자세는 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의 양분이 된다.

 

혼자 있어라

눈을 감아라

귀를 닫아라

영혼의 숨을 사랑 하여라 _숨 中

 

말갛게 비워진 뒤에야

뚜렷이 보이는 진실! _미니멀리스트가 되다 中

 

눈도 없고 코도 없고 먹는 것도 없지만

나를 태우고 잘도 달린다 _자전거

 


 

나도 옛날엔 그랬어

상처 입은 이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파트였다. 그리움, 두려움, 처연함, 외로움. 고통과 아픔에 눈물 흘리면서도 내일을 노래하는 용기가 느껴졌다. 다시금 힘을 내라고 옛날의 나와 닮은 오늘의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시들이었다. 비움 작가의 진정한 위로가 닿기를 바라며 공감 가는 시구를 적어본다.

 

남극의 모래도 적도의 빙산도 다 너의

잇 사이에 있다 _끝이 없는 사람 中

 

그러면 어느새 귀족이 되고

공주가 되고 왕이 될 거야 _하지 마 中

 

때리고 뒤섞이고 엎어지고

부서진 형체들

아가리로 미끄러지는 파편들

말의 시체들 _세탁 中

 


 

문 열어 주세요

관계에 대한 고민과 사색을 담고 있다.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없기에 끊임없이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자신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허투루 대하지 않고 마주 보고 대할 수 있기를 바라며 고민한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무엇일까? 생각에 잠기게 하는 시들이었다.

 

샘이 열리면

생명이 탄생하는 것 _샘 中

 

절박하게 찾아드는 아늑함

어둠아래 누워있는 무위의 마음위로

흰 새가 난다 _낮은 낮이게, 밤은 밤이게 中

 

작은 사이즈의 책이지만,

우리에게 말을 거는 내용은 커다랗다. 너른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읽어가다 보면 시인이 일으킨 물결에 발을 담글 수 있다. 나에게 닿은 그 물결이 더 퍼져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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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만나다 사계절 1318 문고 132
이경주 지음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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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만나다』 


우리를 만나다/이경주 글/변영근 그림/사계절



퍼즐을 맞춰가듯 읽어나갔다.

<나와 그 애>가 기억을 잃은 채 책장을 넘기듯 나도 아무것도 모른 채 책장을 넘겼다.

그 애들이 읽으면 나타나는 글자들이 모여 진실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누군지 잊어버린 채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설정이 인상적이다.

이야기를 읽으면 객관적으로 캐릭터들의 입장을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의 인생일지라도 이야기로 들여다보면 자신의 상황,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나와 그 애>는 기억은 잃었지만 자신에 대한 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읽기 시작하고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에 힘들어하고 혼란스러워한다. 혼자였으면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힘든 여정은 둘이 함께 하기에 가능하였다.

<우리를 만나다> 서로가 엮어있는 줄 몰랐지만, '로비오 - 사람이 죽어야 오는 곳'에 있는 도서관에서 잃어버린 기억 속 소중한 이를 공유하면서 그들은 아프고 슬픈 조각을 받아들이고 상처를 치유하려 한다. 다시 시작하려는 선택을 한 그 애들은 힘겹지만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우리 꼭 다시 만나."


로비오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희미해져가는 자신의 인생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책장에 가득한 수많은 책들처럼 제각기 다른 인생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인생은 그들이 읽고 있는 한 계속되는 것이리라.


동호, 이수 - 제로, 밴쿠버

이제 고등학생인 이 아이들은 모두 상처가 있다. 가장 가까운 어른에게 받은 상처, 그래서 더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상처는 곪아간다. 그 곪은 상처를 서로 치유해 주는 이야기는 가슴아리게 아름답고 슬프다.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던 아이들이 낯선 감정에 당황하면서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단순히 성장통이라 하기에는 함께 한 시간과 위로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그 애들에게는 오히려 큰 고통이었다. 흔들리는 그 애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그 애들을 몰아붙였다. 현실처럼 자비롭지 않은 그 애들의 관계는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 감정은 어쩔 수 없기에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한번 엉켜버린 실타래는 풀 수 없을 만큼 꼬여버렸다. 그래서 기억이 지워진 상태로 소설이 시작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살다 보면 한 번씩 되감기를 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물론 되감기 해 돌아간다고 해서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좋아서 기억하고 싶어서 싫어서 지워버리고 싶어서 다양한 이유로 되감기 하고 싶어진다. 되감아서 출생부터 다시 시작한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하는 선택을 했다. 용감한 그들은 다시 환하게 웃었다.

"너를 처음 만난 날"


색깔을 읽는 소녀 제로와 소중한 친구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소년 동호 그리고 그들에게 소중한 친구이자 그들을 사랑한 이수이자 밴쿠버. 그들의 이야기가 따뜻한 파란색 수첩을 통해 나에게 닿았다. 다시 책장이 넘겨지고 글자들이 나타날 것이다. 부디 그 애들이 기억하기를…

"시간이 지나도 괜찮아지지 않는 게 있어. 아픈데 안 아프다고 할 수 없잖아. 그래도 우리가 더 나이가 들면 지금보다 덜 아프지 않을까. 괜찮아, 제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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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동물 - 동물은 기록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세계사 세계사 가로지르기 5
임정은 지음 / 다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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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동물』

- 동물은 기록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세계사



세상을 바꾼 동물/임정은/다른

 


다른 출판사 [세계사 가로지르기 시리즈]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색다른 역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섯 번째 이야기인 『세상을 바꾼 동물』은 동물의 시선으로 인간의 역사를 바라본다. 세계사를 선사시대 - 고대 - 중세 - 근대 - 현대 - 미래로 구분하고 시대별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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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계 - 척삭동물문 - 포유강 - 영장목 - 사람과 - 사람속 - 호모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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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관점에서 본 인간이다. 분명 '동물'로 규정하고 있지만 보통 우리는 평상시 자신을 '동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이 책을 통해 그런 관점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인식과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선사시대 인간 동물은 다른 동물들과 함께 어울려 살았다. 채집과 수렵활동을 통해 식량을 구하다 보니 규칙적인 식사를 하기 힘들었을 터 야생동물을 길들이는 방안을 자연스레 떠올렸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야생동물의 가축화에 대해서 인간이 야생 동물을 길들였다는 의견과 야생동물들 스스로가 가축화되기를 선택하였다는 의견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야생동물 중 왜 일부만이 가축이 되어 인간 곁에 머무를 수 있었는지 살펴보는 내용은 야생동물의 가축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인간의 의지와 노력만이 아니라 야생동물의 특성이 적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사시대에 인간과 동물은 공존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다.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여 한곳에 뿌리내리게 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문명이 시작되고 여러 나라들이 생기고 전쟁이 일어났다. 그리고 수레, 전차, 등자, 마구 등의 발명으로 전쟁의 양상은 달라졌다. 말은 전쟁을 위해 체격이 크게 개량되었다. 이런 변화로 중세 기사 계급의 성장과 봉건제가 성립되게 되었다. '말'에 의해 세워지고 융성한 중세 시대는 쥐와 벼룩으로 근대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산업혁명으로 혁신적인 발달을 이룬 근대는 제국주의 시대였다. 이 시기에도 인간의 이기심, 탐욕, 허영심에 의해 많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멸종에 이르는 등 아픔을 겪었다. 현대에 들어서 동물의 처지는 더욱더 비참해졌다. 다량 생산, 공장형 생산 방식인 현대식 카포(Confined Animal Feeding Operation : 우리에 갇힌 동물 사육 공장)와 동물 실험 등 동물이 처한 현실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잔인하다.

 




 

이 책에서는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인간에 의해 희생당하고 고통받은 동물들의 이야기만 담고 있지 않다. 우리에게 생명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다 같이 더불어 살아야 하는 공존의 내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풍족한 물질과 다채로운 서비스를 누리는 인간의 편의 이면에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거나 알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차별과 핍박이 존재한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화장품이나 약의 안전성을 위해, 패션을 위해, 도로 확장을 위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원하는 인간의 단순한 욕망이나 편의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자본의 논리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은 차단된 채 최종 단계에서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소비하는 우리들이 존재한다. 이런 우리들에게 작은 생명의 외침을 전하는 천성산 도롱뇽 소송 이야기는 묵직한 울림과 함께 우리의 내일을 묻는다.




 

책에서 나온 내용 중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가 와닿는다. 인간들도 고통받는 이들 스스로 차별을 벗어나기는 더디고 힘들고 어렵다.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기꺼이 나누고자 하는 이들이 있기에 더 나은 미래를 그려온 것이다. 과연 동물의 권리는 어느 누가 대변해 줄 수 있을까? 동물원에서 먹이를 주던 나의 손이, 장 볼 때 동물복지 유정란과 일반 계란의 가격을 보고 일반 계란을 집던 나의 손이 부끄러워진다.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단순하고도 분명한 진리를 되새겨 본다. 우리의 관심과 목소리가 모여서 달라지고 있는 오늘을, 달라진 내일을 그려본다.

 

"모든 동물은 지구를 공유하며 우리는 더불어 살아야 한다." _ 마크 베코프 동물권리선언

"이제 우리 곁에서 영영 사라져 갈지도 모를 작은 생명의 외침을 통해 그동안 자연과 생명에 대한 배려 없이 극단까지 와 버린 우리의 사회와 문화를 돌이켜 보고 인간 중심으로 기록되었던 무뢰한 지구의 역사를 모든 생명이 함께하는 조화로운 세상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작은 단초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_ 천성산 도롱뇽 소송에 대한 지율 스님 글 일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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