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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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연인들] 문학의 힘에 기댄  인문학적인 연애심리테라피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랑의 형태나 사랑의 심리를 분석해 본다면 현실의 사랑문제에 답을 얻을 수 있을까.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격정적인 사랑, 때로는 괴팍하고 때로는 죽음을 불사를 정도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는 현실과 맞닿아 있기도 한데......

그렇다면 소설 속 연인들을 통해 현실의 아픈 사랑을 치유할 수 있을까.

사랑은 설렘이기도 하고 배반이기도 하기에 늘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사랑은 오히려 혼란스럽고 아프고 쓴 맛일 수 있다.

허기진 아이처럼 사랑에 허덕이다 보면 고민스럽기까지 하다. 뭐가 부족한 걸까. 진정한 사랑이 아닌 걸까. 양념이 부족한 음식처럼 무엇을 더 첨가해야하나.

 

 

이 책은 명작소설 속에 나오는 신경증이나 광기에 가까운 기이한 연인의 심리, 판타지를 벗긴 사랑의 누추한 면모 혹은 인문학적 통찰, 사랑의 기적 또는 기적을 행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좋은 소설은 이미 이런 미친 듯한 기묘한 심리들을 발견하고 묘사했다. 좋은 소설은 마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담은 '마음의 백과사전'이다.

(책에서)

 

훌륭한 소설은 말하기 꺼려지던 심층심리를 명명백백하게 언어로 드러낸다고 하는데, 소설은 자신의 심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거울 같은 것인가.

흔히들 유행가를 들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라고 한다. 소설도 그런 역할을 하겠지.

 

윤대녕의 <달에서 나눈 얘기>에서는 어떤 사랑을 치유할까.

새로 시작한 연애가 반복적인 고뇌와 번뇌만 안겨준다면, 윤대녕의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명상으로 가득한 짧은 소설이다.

2% 부족한 사랑으로 시작하는 결핍된 사랑 이야기다.

 

어느 날 자동차 사고로 한쪽 팔을 잃어버린 여자가 남자를 찾아온다.

남자는 중학생 때부터 여자를 짝사랑하며 쫓아다니지만 대학생이 된 여자는 남자를 버리고 다른 사람을 사귄다.

여자는 절망과 고독 속에서 세 번의 자살 시도를 이야기하고 남자에게 청혼한다. 그러자 남자는 자신을 사랑하는지 묻는다.

여자는 솔직하게 답한다. 남자가 절실하다고, 아직 사랑인지는 모르겠다고.

남자는 자신의 마음에 자문해 본다. 그리고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한다.

여자는 지금부터라도 남자를 사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남자는 그 말이 더 진실하다고 생각한다.

 

결핍된 만남, 결핍된 사랑이다. 불타는 사랑보다 불 지피는 사랑이다.

온전히 내 것이어야 만족하는 사랑은 왠지 불안하다. 결국 터지고 마는 활화산 같다.

부족한 채, 덜 채운 채 시작하는 사랑에는 채움의 미학이 있지 않을까.

 

상대의 완전함을 찬탄하는 시간보다 불완전함을 발견하는 사건이 더욱더 사랑을 성장시키는 토양노릇을 한다. 상대의 결핍은 다른 무엇보다 강력한 에로스의 화살인 셈이다. 결핍 있는 상대에게 매혹되는 이유는 그의 결핍이 나의 결핍을 환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중략)……상대의 결핍은 내 결핍을 일깨워준다. 내 결핍을 깨달아야 사랑을 꿈꿀 수 있다. 스스로 온전하다고 믿는 사람은 사랑의 절실함을 느끼지 못한다. (책에서)

 

저자는 열렬한 사랑 한가운데도 결핍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데…….

부족을 채우는 것도 사랑의 재미겠지. 시련을 통해 사랑이 더 튼실해지듯이.

그리스 신화의 에로스도 결핍과 풍요의 중간에 있는 자라고 한다.

결핍을 아는 자 풍요의 감사를 드릴 수 있는 것처럼.

사랑에 대한 결핍을 맛보았다면 풍요의 빛도 눈부시게 볼 수 있으리라.

결핍이 절박할수록 풍요를 위한 열정도 불태울 수 있으리라.

 

완전한 사랑에 대한 전설. 완전한 사랑에 대한 그림들은 이상향, 유토피아, 샹그릴라에만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부족함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 행복의 길임을 생각한다.

 

어떤 이는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다 사랑앓이를 시작하게 되고 어떤 이는 신경증적 혼란에 빠지면서 불안 의심, 두려움이라는 심리적 좌절을 겪기도 한다.

사랑이 치명적인 허무인 사람도 있고 만능의 묘약인 사람도 있다.

사랑은 허무와 누추한 국면들도 있지만 구원의 힘도 있다.

사랑은 환상과 잔혹성도 있지만 치유의 힘도 있다.

 

순수한 끌림에서 비롯된 사랑, 서로 첫눈에 반한 사랑, 현실적인 압박감을 이겨낸 사랑, 상대만 보이는 사랑을 다양한 소설 속에서 끄집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소설을 읽으며 사랑에 억눌렀던 마음을 풀어내고 어두워진 마음을 밝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핍 속에서도 건강하고 풍요로운 사랑, 행복한 사랑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프레시안'에 연재된 <박수현의 연애상담소>를 책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한다.

소설형식의 서두, 에세이 형식의 본문이 정말 특이하다.

소설 속에 나오는 연인들의 연애심리를 파헤친 책이다.

문학이 지닌 치유의 힘에 기대고 싶은 이들을 위한 인문학적인 연애심리테라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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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 엮음 / 비즈니스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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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변화를 예측하는 힘을 길러야 곤두박질치지 않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동안은 가장 불확실성이 컸던 시기라는데.....

현재에서 보는 미래는 불확실성이란 엔진에 속도까지 달았기에 더욱 예측불허다.

모두들 현재를 보고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데....

미래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가 빠르게 변모하기에 5년 후 세계가 어떨지, 그리고 내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긴 한데......

 

세계는 지금 늙어가는 중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문제는 인구문제가 장기적이고 파급력이 크다는 것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50년에는 20억 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 추정인구 100억 명 중에 20%가 노인인구라는 말이다.

한국은 2030년이면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길 전망이다.

 

일할 사람은 적고 부양해야할 노인이 늘어나는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성인 1명이 노인 2명을 부양해야하는 미래인데......

한국과 중국처럼 연금제도가 발달하지 않은 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노인 빈곤층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한다.

 

생산인구의 문제는 여성의 사회참여를 늘리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도 있을까.

문제는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가정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한국은 남녀평등지수가 낮은 편인데......

 

고령화 사회의 소비트렌드는 어떨까.

고령화일수록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는 줄고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는다. 인기 금융상품도 바꿀 정도다.

그러니 빅데이터를 이용한 실버 시대의 소비 트렌드, 헬스 케어 분석도 필요하다고 한다.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면 안정적인 인구구조가 될 텐데......

한나라의 인구가 현상 유지되는 기준이 대체출산율 2.1명이라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9명이다.

저출산은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거겠지. 소비둔화도 둔화되고 성장률도 떨어지겠지.

저출산의 함정은 장기적인 문제를 야기한다고 한다. 40년 이후가 더 문제라는 거다.

 

앞으로의 소비트렌드는 어떨까.

소비시장의 새 주인으로 떠오른 신흥국이 가득한 아시아는 소비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여성과 노인이 중심 키워드다.

해결과제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 고령화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시아 소비 트렌드의 특징은 아시아형 소비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매력이 커진 아시아 중산층들은 아시아라는 문화권에서 친숙한 쇼핑을 하길 원한다. 외제만 선호하던 시대에서 개성과 질을 찾게 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정부 투자, 가속되는 도시화, 개개인의 구매력은 폭발적일 것이다. 지난 20년간 소비시장이 4배 이상 성장했는데......

 

앞으로 5년 뒤, 한국 경제가 가야할 길은......

혁신하는 마케팅 패러다임으로는 스토리로 기업의 아이덴터티를 만드는 것이다.

점차 세계는 절약 정신으로 무장한 가치소비의 시대로 가고 있다.

판매채널은 온라인을 넘어 저가 '모바일 커머스'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SNS마케팅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이다. SNS에서는 그 핵심을 전달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모든 것을 파헤치는 빅 데이터 마케팅은 개인 구매경향의 분석이 가능해졌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분석하는 역량에 있다. 제대로 가공하고 쓸모 있게 정리하는 일이 능력이 되고 있다.

 

한국이 주시해야 할 세계 변화의 흐름은......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주력 제조업 서비스 및 브랜드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신흥 시장을 대상으로 한 주력 제조업 기술 격차 유지를 통한 미드테크 시장 공략과 주력 제조업 현지 밀착 마케팅을 통한 차별화도 필요하다.

저개발국 등 프런티어 마켓을 대상으로 한 미래 시장으로서의 현지 관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인프라성 서비스업을 신흥국, 저개발국에 집중 구축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혁신하는 마케팅 패러다임, 늙어가는 소비자에 맞춰 달라지는 산업 구조, 앞으로 5년 테크놀로지 시나리오 등에 대한 설면, 세계 석학들, 전문가들의 미래전망 인터뷰도 실려 있다.

이 책은 전 세계 최고 석학과 전문가들이 진단한 미래보고서라고 한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평양을 건너며 싸이클론이 될 수도 있다.

정보를 모으고 하루하루 준비하는 것도 미래의 태풍이 될 수가 있으리라

앞으로 5년, 금방 지나가는 시간이다. 길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준비된 자에게 위기는 기회가 되겠지. 현명한 대비를 하려면 전문가들의 미래전망을 참조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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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유사 - 천년고찰 통도사에 얽힌 동서양 신화 이야기
조용헌 지음, 김세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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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유사]천년 고찰 통도사에 얽힌 신화와 전설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천년 고찰 양산 통도사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와 전설, 사람에 얽힌 이야기가 많다니…….

 

저자는 조선일보 칼럼니스트인 조용헌이다.

불교민속학을 공부하고 천문, 지리, 인사에 관한 강호동양학의 3대 과목을 한국 고유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통도사의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을 김부식의 사기체를 따르지 않고 일연의 삼국유사체를 따랐다고 한다.

신화와 전설, 야사 이야기니까.

 

참고로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는 역사적 사실에 중점을 둔 기록이고. 일연이 쓴 삼국유사는 정신세계의 영험한 이야기를 다룬 종교적 색채가 특징이라고 한다.

 

현생의 생로병사, 사단 칠정의 번뇌에서 관조하려면 신이와 영험의 세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고대 북방 유목민에게 오리는 영혼의 메신저.

영험한 터를 잡을 때 오리를 날려 잡는 풍습은 수천 년 된 문화의 전통.

자장율사의 통도사 터 잡기에서도 '나무오리'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책에서)

 

특별한 장소의 영험함을 찾아서 나무오리로 터를 잡았다는 통도사.

땅의 기운, 자력의 힘이 강한 곳은 고대부터 종교적인 영험한 장소로 주목받아왔다고 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있는 곳, 희랍의 델포이 신전, 로마의 파르테논 신전도 땅의 기운이 올라오는 곳이라고 한다.

 

통도사의 터를 잡은 나무오리 이야기가 신기하다. 지금도 그렇게 터를 잡는 사찰이 있을까.

통도사에는 나무로 만든 오리를 공중에 날려 보내면 칡꽃을 물고 왔다는 전설이 있다.

칡꽃이 피어 있던 자리가 축서산이었고, 지금의 통도사 금강계단이 있는 자리라고 한다.

도선국사 이후에는 풍수지리를 적용해서 터를 잡았지만 그 이전에서 나무오리처럼 택지점을 쳐서 터를 잡았다고 한다. 양산 통도사와 순천 송광사는 나무오리를 날려 터를 잡은 대표적인 사찰이다.

 

오리의 신화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마을 입구에 세워 둔 솟대에도 오리가 장식되어 있는데…….

동네를 지켜준다는 수호신 역할의 솟대와 고대로부터 숭배되어 오던 조류의 결합이라니.

솟대 위에 나무오리를 만들어 숭배하던 민속신앙은 시베리아, 몽골, 만주 일대의 북방 유목민들의 공통된 풍습이었다는데…….

 

통도사 영축산은 풍수 물형론으로 보더라도 독수리 형상이다.

즉 영축산에는 신라의 신조(神鳥)숭배와 불교에서 최고 위상을 갖는 산의 아우라.

그리고 풍수 물형론의 독수리 모습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융합되어 있는 셈.

(책에서)

 

신조숭배는 경주의 닭, 영축산의 독수리에서도 나타난다.

인도 영취산은 석가모니가 인생 후반부 대부분을 굴에서 설법하면 보낸 곳. 자장율사가 한반도의 영취산을 통도사 터로 잡은 연유도 부처의 영험함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독수리는 한국 뿐 아니라 동서양 신화에서도 삶과 죽음을 잇는 중재자 역할이라고 한다.

시체를 먹는 독수리는 조장과 관계가 있다.

고대 인도나 티베트의 조장은 시체를 도끼로 토막 내어 독수리가 먹기 좋게 해준다는데…….

조장의 풍습을 보며 인생무상을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자연으로 돌려주는 순환을 생각하게 한다. 이런 게 자연주의 일까?

 

풍수적으로 통도사 경내 지세는 '용' 의 지맥, 을(乙)의 형국.

휘어지면서 거침이 완화되니 산의 기운이 부드럽고 편안하면서 은은하게 만든다.

또한 지세가 벌어져 있으면서도 오므라져 있으니, 기운을 모아주는 명당이다. (책에서)

 

통도사에는 구룡의 전설이 있다. 현재의 금강계단 자리는 원래 연못이었고 주변에 칡꽃이 피어있었다. 연못에 사는 아홉 마리 용은 터의 주인이었다.

불화(火)자를 쓴 종이를 태워 연못에 던지자 불길에 휩싸인 용이 날아가다가 바위에 부딪혀 죽게 되고 눈이 먼 한 마리만 그대로 구룡지에 살게 되었다고 한다.

용과 관련된 이름을 지닌 구룡지, 오룡골, 용혈암의 유래다.

 

덤으로 땅에 자수정이 묻혀 이으면 치유의 기운이 있고 명상에도 도움이 된다는데, 경주에서 통도사 일대까지가 자수정이 뭉친 지층이라서 물맛도 좋고 기운도 특별하다고 한다.

주변에 자수정 동굴도 있는데......

 

양산 통도사는 예전에 몇 번 가 본 적이 있다.

그저 역사적 유물, 유적이 많은 오랜 사찰 정도로만 알았는데…….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이어서 걷기에도 좋았는데....

바람을 타고 오는 기분 좋은 숲 냄새는 그대로 삼림욕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상쾌했는데......

통도사를 에워싼 주변의 산들이 영남의 알프스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산들인데......

신불산의 억새밭도 다시 가고 싶은 곳인데.......

땅 밑에 깔린 자수정 지층이 좋은 기운이 내뿜는다니 다시 가보고 싶다.

 

이 책에는 통도사 이야기에 세계의 민담과 설화, 전설이 어울러져 등장한다.

이야기의 원형이 되고 있는 건국신화들도 있다.

독수리와 칡꽃, 나무오리와 용에 얽힌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여서 정겹다.

책 속에 그려진 부드러운 먹빛 한국화에선 묵향이 나는 듯하다.

추억을, 이야기를, 역사를 떠올리며 읽는 통도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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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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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마광수의 고전읽기, 역시 독특해.

 

 

이중적 위선에 맞서고 싶다는 자유인, 문화운동가, 시인, 소설가, 대학 교수인 마광수의 책을 만났다.

<2013, 즐거운 사라>, <가자, 장미 여관으로>에 이은 세 번째 만남이다.

 

난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야한 표현들, 마조히즘적인 때로는 새디즘적인 표현들이 잔인하기까지 한데…….

그의 글들은 퇴폐적인 관능미라고 운운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퇴폐적인 것에 미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

 

재주는 좋은데 삶을 보는 시선은 비틀린 작가일까.

너무나도 솔직해서 나이 든 철없는 작가일까.

윤동주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면 윤동주 연구를 더하면 좋지 않을까. 모두가 기다리고 반길 텐데…….

 

그러면서 궁금해진다. 이번엔 괜찮을까.

작가의 소설 읽기는 어떨까. 명작들이 가득한데…….

이번에도 야한 여자에 초점을 맞출까. 아니면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출까.

 

기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세 번째로 나온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한 번 더 읽어 보리라 마음먹은 지가 벌써 몇 개월째인지도 모르겠다.

<제인 에어>가 영화로 세 번이나 상영되었다는데 왜 나는 못 봤을까.

TV로 얼핏 본 기억 밖에는 없는데…….

 

<제인 에어>는 여주인공이 못생긴 용모를 가졌다는 점에서 문학사에 특별히 기록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이 19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소설의 여주인공은 무조건 미인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통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제인 에어>는 그러한 통념을 깨트리고 나타났고, 그래서 이 소설이 갖는 다른 결점들을 덮고서 '세계명작'의 대열에 낄 수가 있었다. (책에서)

 

작가의 생각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제인 에어>는 이전에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인물을 창조했다는 점에 가치가 있다. 신데렐라 스토리가 너무나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이다. 고아인 여주인공이 대지주 로체스터의 양딸 가정교사로 들어가서 결국 그와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니까.로체스터 본부인이 광녀라는 라는 점, 그 광녀가 집에 불을 지르고 로체스트가 맹인이 된다는 설정은 드라마틱한 재미가 있다. 결국 제인 에어와 결혼한 로체스트는 의술의 힘을 빌려 눈을 뜨게 되고 해피엔딩이 된다는 게 껄끄러울 정도.

영화는 세 번째 나온 영화가 가장 재미없다. 여 주인공의 얼굴도 매력 없고 남 주인공의 얼굴 역시 형편없어서다.

소설처럼 '설마 못 생긴 것은 아니겠지' 라는 관객들의 기대를 그대로 묵살한 영화라는데…….

사람의 외모 문제는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고 생존의 문제다. 그래서 이젠 '마음의 아름다움'따위로 외모 문제를 덮어두기보다는, 성형의학이나 화장술을 통해 인공미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꾀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작가의 생각이다.

 

제인 에어가 재미있게 읽히는 이유는 스토리 라인이 '그로테스크의 미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다.

고풍스런 저택에서 흘러나오는 기괴한 웃음소리의 주인공에 대한 의문이 긴장감을 읽고 추리하려는 본능을 일깨우게 된다. 누굴까.

 

낭만적 신데렐라 스토리에 유령 분위기가 배경으로 깔린다는 점은 반전을 기대하게 된다. 패미니즘적인 시각에서 제인 에어의 자의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글도 읽은 적이 있다.

 

살벌하고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피어나는 사랑이 아슬아슬하게 느껴져 더욱 긴장감을 주는 거겠지.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상처와 슬픔을 극복하는 스토리가 그렇게 긴박한 수가 없었는데…….

 

마광수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 지극히 편협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것에 미를 노래하고 있기에.

그래도 이번 책은 읽기를 잘 했다는 느낌이다. 좋아하는 고전들이 많기도 하고 그리 잔인한 표현들도 없으니.

32편의 소설 읽기에는 세계 명작들을 읽은 작가의 감상평이 있다. 다른 작가들과 다른 마광수 만의 독특한 시각이 책 전체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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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 / 뿔(웅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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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앨리스 먼로의 단편소설이란, 이런 것!

 

 

82세의 현역 작가인 앨리스 먼로에 대한 평가에는 최고라는 찬사가 거침없이 붙는다.

북미 최고의 단편작가, 단편 소설의 정수를 보여주는 우리 시대의 체호프, 캐나다 총독문학상 의 유일한 3회 수상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캐나다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여성 작가로는 13번 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북미권에서 1993년 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 이후 20년 만에 나왔기에 북미권을 뜨겁게 달궈 화제가 되기도 했다는데…….

깊은 연륜이 묻어나는 화사한 미소천사인 앨리스 먼로는 평생 단편소설만을 써 왔다는데…….

오늘 그녀의 소설집을 만났다.

 

처음에 나오는 단편소설이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이다.

 

새 비서가 알려준 놀이는 딱 하나. 종이에 남자 애 이름과 자기 이름을 적고는 서로 같은 철자를 지워버린 다음, 남은 글자 수에 맞춰 손가락으로,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을 차례로 말하면서 세어 나가는 것이었다. 그 숫자에 딱 걸리는 단어가 그 남자 애와 나 사이의 운명이라면서....(책에서)

 

조해너는 맥컬리 씨의 가정부다.

그녀는 주근깨가 난 넓은 이마의 붉은 곱슬머리를 가진 여자다.

약간 시골스럽기도 하고 약간 이국적이기도 한 그녀는 수수한 차림이다. 여태 남의 집에서 일만 했으니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만한 패션 감각도 없고 도시사람 같은 세련미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여인이다.

 

그녀는 식탁과 의자, 침실용 가구 일체와 소파, 커피 테이블과 낮은 탁자, 거실 등, 진열장과 식기 세트를 기차로 배송하기 위해 역으로 간다. 그리고 자신의 기차표도 끊는다.

부드로가 있다는 서스캐치원의 그디니아 행으로 가려고.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별 탈 없이 가구를 옮길 수 있을까. 부드로는 반겨 줄까.

 

그녀의 행색은 그대로 월레츠 부인이다. 이전에 가정부로 있었던 월레츠 부인의 옷을 물려받았기에 할머니 티가 철철 난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급 의상실로 간다. 그리고 자신의 예상가보다 2배나 비싼 옷을 산다.

무슨 일이 있기에 이렇게 겁 없이 저지르는 것일까.

 

뭘 걸치느냐에 따라 자기가 좀 그럴 듯해지는 것 같은 이런 어리석은 느낌은 평생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책에서)

 

좋은 일이 있냐는 의상실 점원의 말에 결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라고 무심코 내뱉는다.

결혼. 부드로의 입에서 결혼이야기는 나온 적도 없는데…….

그가 역으로 마중 나와 주기는 할까.

 

언제나 예의 바르고 말 수 적은 노인 맥컬린은 갑자기 하소연하고 싶어진다. 너무 억울해서다.

왜냐하면, 가정부 조해너가 마르셀의 가구를 가지고 부드로에게 간다는 작별편지를 읽게 된 것이다.

맥컬리의 사위인 부드로 씨에게 가구를 보내며 자신도 따라간다고. 허걱.

맥컬리의 사위인 부드로는 맥컬리의 모든 것을 가져가 버렸다.

수술 받으러 갔다가 죽은 가엾은 딸 마르셀도 그의 탓만 같고.

이제 가정부까지 챙겨 달아난 것이다.

그래도 사위라고 가구를 담보로 돈을 빌려줬는데, 또다시 가구를 담보로 돈을 빌려 달라는 파렴치하고 믿을 수 없는 공군 장교 사위를 이젠 고소하려고 했는데…….

인생의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하다니.

 

아이의 장난이 어른들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을까. 장난 같은 인생.

부드로의 딸인 이디스의 장난 편지가 모든 사람의 인생을 바꾸게 될 줄이야.

이디스는 조해너의 편지를 받고는 아버지인 척 장난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편지를 받은 조해너는 부드로가 자신에게 호기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편지는 점점 농도 짙은 애정 편지로 바뀌게 되고.

마지막 장난 편지에는 와주면 좋겠다고 적혀있고…….

 

자신에게 관심과 사랑을 표현해 준 첫 남자이니 더 망설일 것도 없어진 그녀.

조해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멋진 옷까지 입고 그디니아 역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고 황량한 바람뿐인 역에.

 

물어서 찾아간 허름한 이층건물.

사람이 살지 않는 듯 한 건물에 부드로가 기침을 하며 누워있다.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 조해너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심지어 그녀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는 부드로와의 만남.

독자의 입장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보고 있는 긴장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녀의 간호를 받으며 기력을 회복하게 된 부르도는 그녀의 가방에서 그녀의 이름과 통장과 지폐를 본다. 장인 집에서 잠깐 봤을 뿐, 가정부의 이름도 몰랐고 말도 해 본적이 없었는데…….

지금 호텔은 돈 먹는 호텔이니 정리하고 다른 걸 알아보라는 조해너의 충고.

지금에야말로 조해너 같은 여자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드로.

 

골려주려고 시작한 아이의 유치한 편지장난이 어른들의 삶에 사랑과 미움, 행복을 가져온다는 이야기가 잔잔히 흐른다. 마치 한적한 시골풍경 같은 단순한 이야기에 조금씩 반전을 곁들이는 이야기다.

작은 단편소설 속에 반전과 긴장, 스릴과 순수함을 한꺼번에 녹아내는 작가만의 재치가 가득하다.

감미롭고도 강렬한 문장으로 우리의 삶을 노래한 소설가라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은 소설이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쓴 아홉 빛깔 이야기가 맛깔나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은 2007년 5월 전 세계 상영되었던 화제의 영화 <Away from Her>의 원작이라고 한다.

<타임> 선정 2001년 올해의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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