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적정기술, 모두를 위해 지속가능해질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25
섬광 지음, 김정태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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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에서 시작해서 지속가능해야하는 기술! [적정기술]

 

 

 

 

 

적정기술.

적정이란 어떤 상황이나 조건에 꼭 맞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적정기술이란 사용되는 사회의 문화와 사용자의 지적, 경제적 수준 등을 고려한 상황에 딱~맞는 기술을 말한다.

적정기술은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고안된 기술로,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먹을 물을 찾아 하루 여덟 시간씩 사막을 걷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고화질 텔레비전을 생산하는 기술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매일 굶주림이 일상인 이들에게 고가의 스마트폰이 무슨 소용일까.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밤낮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물건을 개발하지만 불행히도 전 지구의 10%만이 그 혜택을 누린다고 한다. 63억 명의 인구 중 6억 명만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첨단과학기술의 혜택은 차치하고라도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이들이 절반도 안 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적정기술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적정기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5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린 유네스코회의에서 영국의 경제학자인 에른스 슈마허가 소개한 중간기술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원시적인 기술보다는 우수하지만, 선진국의 거대 기술보다 비용이 덜 들고 소박한 기술을 중간기술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된 개념이다. 석유가격의 급등으로 적정기술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이후에 보다 긍정적인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적정기술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적정기술은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기술이다.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재료와 적은 자본, 간단한 기술을 활용해 빈곤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제공해주고 이들이 생산 활동에 참여해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게 해 주는데 의미를 둔다. 물건의 주인이 손쉽게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적정기술은 일시적인 필요충족이 아닌,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도움이 되어야 하며 지속가능해야 한다. 미래사회의 필요를 해치지 않으면서 현재의 경제를 성장시켜 자원과 노동력을 더 좋은 상태로 생산, 분배,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페달펌프.

한 개의 페달펌프를 생산, 판매, 사용하는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이 참여해서 경제적 이득을 얻도록 한다. 이렇게 페달 펌프를 통해 혜택을 입은 주민들은 보다 나은 교육, 보다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가 있을 것이다.

 

 

땔감절약형 스토브.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는 전체 인구의 80%가 요리를 할 때 장작을 땐다. 나뭇가지를 주워 땔감으로 사용하는데, 이 스토브를 이용하면 평균 7시간의 땔감 줍는 노동시간과 노동력도 절약할 수 있고 적은 땔감으로 오래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 현지기업들이 스토브를 생산하면 고용된 주민은 직업을 갖게 되는 이점까지 있는 것이다.

 

 

 

태양열 조리기.

인도의 가디아솔라라는 사회적 기업은 대형 태양열조리기와 소형 태양열 조리기를 함께 생산 한다. 물론 소형은 저소득층 주민들의 조리용, 소규모 사업체의 열이용을 위한 것이다. 기업을 위한 대형 태양열 조리기에서 얻은 이익을 소형 태양열 조리기 판매손실부분의 대체역할을 하도록 한다. 가격차별화로 모두가 기술의 혜택을 누리도록 한 것이다. 더불어 사는 공동사회의 실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현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이기에 그냥 기술이 아닌 인간의 진보를 위한 기술이다. 기존의 첨단기술과 경제구조가 해결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술이다.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의 빈민층들을 위한 실질적이고 따뜻한 기술이다. 가격대도 낮고 환경을 생각한 기술, 자원을 절약하는 기술이다.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기술, 실질적인 필요에 의해 고안된 기술이다.

 

 

한국에서는 적정기술을 사회기술이라고 불리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기술을 말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외에 적정기술 거점 센터와 지원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책에는 오염된 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 고안된 라이프 스트로, 가정용 정수기인 라이프스트로 패밀리 유닛, 세라믹 필터, 모래와 자갈,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샌드필터 , 항아리와 흙으로 만든 천연냉장고인 항아리 냉장고, 회전 무대라는 놀이 기구와 펌프를 결합한 형태의 펌프인 플레이 펌프, 캄보디아의 공중화장실인 안락한 변소 프로젝트,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지역의 땔감 절약형 스토브, 몽고의 겨울 추위를 견디며 환경보호와 자원절약을 돕는 한국형 지세이버, 말라리아를 옮기는 아프리카의 살충모기장 퍼머넷, 선진국의 저소득층을 겨냥한 보청기, 저소득층을 겨냥한태양열 난방기 등이 소개되어 있다.

 

 

 

적정기술.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이다. 첨단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소외된 90%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에 '소외된 90%와 함께하는 기술'이라고도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주는 것이 적정기술의 시작인 셈이다.

적정기술이야말로 제3세계의 빈곤과 자립문제해결에 구원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지 않은 기술로 가난한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적정기술이야말로 꼭 필요한 착한 기술이요, 바람직한 기술이다.

 

 

동반성장이 아닌 일부만을 위한 성장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개발도상국이 빠진 가난의 함정은 어쩜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수가 있다. 모두의 작은 도움들이 모여서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음을 배운다. 거창하지 않은 작은 기술이 이웃에게  행복을 선물할 수 있음을 배운다.

적정기술이 도미노효과처럼 널리 번져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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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 / 예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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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딸이 평양의 망명자로~[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그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아프리카에 있는 적도기니 대통령의 딸에서 평양의 망명자로 16년을 살다가 껍질을 깨며 스스로의 운명 앞에 주인이 되고 싶었던 모니카 마시아스.

 

그녀는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의 막내딸로 태어나서 일곱 살의 나이에 평양으로 간다. 아프리카 최초로 스페인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이 된 그녀의 아버지는 강경한 탈식민주의 정책을 펼쳤지만 1979년 스페인 정부와 우호적이었던 사촌이자 국방장관 테오도르 오비앙 응게마의 쿠데타 성공으로 위기에 몰리게 된다. 그 뒤 모니카 마시아스의 형제들은 아버지와 친분이 돈독한 김일성의 도움을 받아 북한으로 피신한다. 결국 아버지가 군사재판에서 처형을 당하고 되자, 잠시 머무를 줄 알았던 평양에서 모니카의 형제들은 망명자의 신세가 되고 만다.

마시아스는 일곱 살의 어린 나이에 평양이라는 머나먼 낯선 도시에 도착해서 16년간 북한의 교육과 문화를 공부하게 된다. 그녀의 평양생활은 보통의 북한 주민들에 비해 편안한 삶이었다. 양부인 김일성 주석의 보살핌으로 큰 어려움 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었으니까. 아버지가 형님처럼 받들던 김일성에게 자녀들의 교육을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언니는 의사공부를, 오빠는 건축 공부를, 마시아스는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공부를 해서 훗날 적도기니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부탁의 편지를 남겼던 것이다.

 

삼남매는 김일성의 특별배려로 외국인 전용 아파트에 살면서 만경대혁명학원에 특별학급까지 설치하면서 교육을 받게 된다. 어린 시절의 충격으로 모국어와 스페인어를 모두 잊어버리고 북한말을 모국어처럼 사용하면서 평양의 생활에 익숙해져간다. 돌아갈 곳이 없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적응이 최선의 방책이었겠지. 까만 얼굴에 곱실한 머리로 인해 놀림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뼛속까지 북한사람이 되어 간다. 살기 위해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늘 새기며 북한식 사고와 생활습관을 배우고자 노력한다.

 

현실은 늘 평양 안에서 한정된 사람만 만날 수 있고, 한정된 곳에만 갈 수 있었지만 그녀에게 평양은 고향 같은 곳이었다. 대학생이 되어 중국, 두바이, 시리아 등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들과 어울렸지만 유년기와 사춘기를 평양에서 보낸 그녀에겐 평양식 사고빙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로 부딪치기도 했다.

 

 

-너는 쭉 평양에서만 살았으니 바깥세상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를 수밖에. (본문에서)

 

그녀는 임수경의 평양 방북으로 자연스럽고 당당한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모니카, 우리도 저 친구처럼 스스로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본문에서)

 

리노라는 사촌이 베이징에 적도기니의 대사로 와 있다는 사실을 듣고 방학을 맞아 베이징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평양의 다른 아이들처럼 나는 김일성 주석을 '위대한 수령님'이라 부르며 늘 존경해왔다. 더구나 나는 개인적인 은혜까지 입지 않았던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 철학, 정치 등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나는 100% 진실이라 믿어왔다.

(본문에서)

 

베이징의 많은 인파, 많은 사람들을 접하면서 '너는 쭉 평양에서만 살았으니까'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마음에도 변화가 오게 된다.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남한 사람들과도 만나면서 벽을 허물기 시작한 것이다.

평양이라는 도시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순박함은 사랑하지만 보이는 이게 다일까. 그제야 자신의 자유로운 기질을 발휘하며 익숙해 있던 것에 대한 의심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외부세계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러다가 김일성 주석이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재자요, 자신의 아버지도 악마처럼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의 시작을 스페인에서 하기로하고 떠난다.

 

모니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려면 세상이 만들어놓은 편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야 해. 진짜와 가짜가 어지럽게 섞여 있는 세상속에서 진실만을 골라내려면 스스로 부딪혀가며 찾아야 할 거야. (본문에서)

 

마리벨, 난 죽을 때까지 여행을 할 거야. 북극도, 남극도 내 눈으로 직접 벌 거야. 너무 오랫동안 마음을 가둬뒀으니까 이제 영원히 열어 놓고 다닐 거야. (본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유년의 고향이던 평양을 떠나면서 낮은 자세로 세상을 체험하고자 한다. 스페인, 뉴욕, 한국, 적도기니를 다니면서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그녀의 여유와 성실함이, 진정성과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 다른 세상에 향한 강렬한 호기심과 열정이 통했던 걸까. 그녀는 세계와의 벽을 허물어 뜨리며 자신의 운명과도 화해하게 되고 아버지에 대한 진실도 알게 된다.

 

 

운명을 거머쥔 자는 누구일까.

타고난 운명을 거스른다는 건 운명의 주인이 된다는 말일까.

태어나는 과정에서는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될 수는 없지만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껍질들을 깨고 나와야 하는 게 사람의 운명이 아닐까.

 

 

알에서 깨어나는 새처럼 자신의 운명을 깨고 나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모니카의 경우라면. 그래도 운명과 마주하며 주인이 되려면 껍질을 깨야 할 것이다. 모니카처럼. 기구한 운명이든, 행복한 운명이든 결국 패는 자신의 손에 놓여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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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uro - 단돈 삼만 원 들고 떠난 219일간의 세계 무전여행
류시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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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십만 원 들고 떠난 219일간의 무전여행[26 Euro]

 

 

 

 

 

 

헐~무전여행이라니. 정말 대단한 용기다. 그것도 세계무전여행이라니. 돈이 없으니 먹는 것 잠자는 것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비가 오거나 아플 때는 잠자리가 중요한 법인데 어떻게 해결했을까. 도보로, 히치하이킹으로 염치불구하고 하는 여행에서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저자가 말하는 돈이 없어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경험엔 어떤 게 있을까.

정말 궁금한 마음으로 한 장씩 넘기며 읽었다.

 

 

-우리 딸도 지금 유럽 무전여행중인데...

 

 

국내무전여행 중 히치하이킹으로 만난 운전자의 말에 세계무전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저자.

 

저자는 경희대학교 조리학과 출신의 여행중독자 류시형이다. 두 번에 걸친 국내무전여행, 219일 간의 세계무전여행, 김치버스 세계일주 프로젝트, 알래스카 오지탐사, 세계 여러 나라로의 여행.....

서른하나의 이력이 정말 화려하다.

 

 

 

저자는 2002년, 2003년 국내 무전여행, 2006년 세계무전여행을 했다고 한다.

돈 한 푼 없으니 노숙과 구걸, 굶주림과 구질구질한 모습은 각오해야할 텐데 어떻게 해결 했을까.

여행을 하면서 먹고사는 게 만만치 않음을 배웠을까. 아니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재미에 맛 들였을까.

파리에선 파리지앵처럼, 런던에선 런더너처럼 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요리 실력이 좋아서 기술이 한 몫 했을까.

 

 

 

 

출발 전에 타이항공 마드리드행 편도 비행기 티켓을 86만원에 사고 주머니에 환전한 26유로가 준비한 돈의 전부였다. 그중에서 첫날 유스호스텔 숙박비로 낸 12유로가 지출되었고, 귀국여행비를 벌려고 런던에서 20일 정도 일을 했다. 그 돈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대륙횡단기차를 타고 중국 베이징까지의 차비, 그리고 페리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교통비가 지출의 전부인 셈이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낯선 동양인과 대화하고 싶은 사람들, 또래의 겁 없는 젊은이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었다. 때로는 집으로 초대해서 자신들의 사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자기네 문화라며 소개하기도 하고, 다른 지인들에게 소개해 주기도 하는 마음을 터놓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친구를 사귀는 자신만의 비법은 무엇일까.

여행에서 친구를 사귀는 그만의 규칙이라면 아무나 붙잡고 재워 달라고 하지 않기다. 대신 혼자 다니는 2030의 젊은 남자들에게 말을 걸어 마음을 터놓고 친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0여 명의 친구를 사귈 수 있었고 그들로 인해 더욱 재미있는 여행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 도착지인 마드리드에서 숙소는 어떻게 해결 했을까.

사전계획상으로는, 마드리드행 비행기 안에서 마드리드 사람을 찾아 친분을 쌓은 뒤에 초대를 받을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은가 보다. 별 소득 없을 때를 대비한 차선책은 유명 음식점을 찾아가 조리과 학생이니 무급으로 일하고 싶다고 말하고 숙식을 제공 받거나, 그도 아니면 공짜로 잠을 잘 수 있다는 프리 호스텔로 가서 숙박을 해결하는 거였다고 한다. 공항에서 중국인 커플의 차를 얻어 타고 마드리드까지 갔지만 그 고급식당에서는 쫓겨나고 프리 호스텔은 집창촌 같아서 결국 8유로를 들여 유스호스텔에서 첫째 날을 보낸다.

 

그 이후로는 히치하이킹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현지 문화를 체험 하면서 친구들을 사귀어 나간다. 노숙도 하고, 보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고, 캠핑카를 얻어 타기도 한다. 2인용 산악자전거 타고 풍경을 구경하기도 하고 축제 분위기의 선거유세장도 보고, 런던에서 귀국여행비를 벌려고 잡다한 일들을 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파티 메뉴로 친구들에게 실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달랑 26유로와 편도티켓에 운명은 맡기고 떠나기가 쉽지가 않았을 텐데.

 

 

 

 

저자는 여행은 중독적이라며 또 다른 무전여행을 꿈꾼다고 한다.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의 단계로 나아가는 자의 용기, 정말 제대로 된 여행을 즐기려는 겁 없는 젊음이의 용기가 부럽다.

 

 

관광지만 눈에 담으려는 자와 현지인들과 몸으로 부대끼며 만나려는 자의 여행은 질이 다른 거겠지.

이 책은 사람냄새 물씬 나는 여행 이야기다.

돈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젊은이들에게 돈 없어도 할 수 있는 게 많음을 보여주는 여행기다.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이들과 정을 나누며 열정적으로 걸어가는 그의 여행에 활력이 넘친다.

 

이 책에는 그가 비자문제를 해결한 방법, 의사소통의 문제 등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는 세상엔 축제도 많고 따듯한 사람도 많고 유쾌함도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대해 벽이 많은 나에게 벽을 허물라는 조언 같다. 백지 같은 마음, 타블라 로사. 그 순전한 마음이면 세상은 통하는 걸까.

겁 없는 용기는 이십대의 특권인가.

두 다리와 열정, 설렘과 떠나는 자의 용기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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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
너대니얼 호손 지음, 박계연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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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은 주홍글자

 

 

아마도 여고 시절에 읽었을 것이다. 그때는 주홍글씨라는 제목이었다. 주홍글자 A가 간음한 여인에게 주어지는 잔인하고 끔찍한 형벌, 불공평한 형벌이었다고 어렴풋이 기억된다. 남자들의 권위와 위선에 희생되는 여자의 모습에 안타까워했던 것도 같고, 글자가 주는 상징성에 몸서리를 쳤던 기억도 있다.

 

주홍글자 A는 낙인이다. 간음한 여인에게 주어지는 형벌이다. 경멸과 비난의 눈초리를 받아 가슴이 멍들어도 뗄 수 없고, 동정조차 허락하지 않는 죄악의 표식이다. 절대 지워지지 않는 고통의 상징이다.

이야기는 17세기 중엽의 어둡고 칙칙한 뉴잉글랜드의 보스톤을 배경으로 초기 청교도 시대를 그리고 있다. 종교가 인간에게 미치는 양면성인 구원과 잔학성을 잘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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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법률이 거의 일체를 이루었던 고지식한 청교도 시절에 뉴잉글랜드에서 벌어진 실상에 대한 고발은 종교가 벌인 죄에 대한 심판이 지나치게 편협적이고 이기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공적인 형벌인 광장 처형대 앞에서 목사나 재판관이 내리는 벌은 동정조차도 기대할 수 없는 마녀사냥 식이었고, 구원과 회개는 눈곱만큼도 기대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서의 판결은 모두에게 경외심과 두려움을 갖게 하는 힘이 있었기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젊은 목사 딤스데일과 짧은 사랑을 나눈 아름답고 열정적인 부인 헤스터 프린은 처형대에서 세 시간 정도 세우고 평생 가슴에 치욕의 상징물을 달도록 하라는 판결을 받는다. 그녀는 자신과 죄를 범한 남자를 말하라는 추궁에도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버틴다. 안고 있는 아이의 아버지를 인간들에게는 절대 가르쳐주지 않겠다고 한다.

 

그녀에겐 이미 늙고 기형적인 어깨를 한 책벌레인 남편이 있었다. 아내가 먼저 대서양을 건너오는 과정에서 2년 동안 떨어져 산 사이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재능과 학식을 겸비한 딤스데일 목사는 그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타고난 말주변과 종교적인 열정으로 이미 성직자로서의 높은 지위를 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헤스터 프린과의 사랑으로 그는 남몰래 괴로워한다. 죗값을 오롯이 혼자서 짊어지고 가겠다는 헤스터 프린을 보며 더욱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고백할 용기가 없는 그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용서를 빌게 된다.

 

다시 감옥으로 돌아온 헤스터 프린에게 로저 칠링워스라는 의사가 와서 치료를 해주고 간다. 남편인 자신을 앞으로 모른척하고 절대 비밀로 하라는 당부도 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이 다른 이름을 갖고 돌아온 것이다. 늙어가는 불구의 지식인과 젊고 정열적인 여자의 결혼엔 애당초 애정이 없었다.

 

-저도 당신에게 큰 죄를 지었어요.

-처음에 죄를 범한 것은 나요.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젊은 당신과 시들어가는 나와의 부자연스런 관계를 원했으니 말이오. (본문에서)

 

책 속에서 진리를 구하고 연금술로 금을 만들어내기도 했던 그는 사물을 꿰뚫어 보는 능력자가 되어, 약초로 환자를 치유할 수 있는 의사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남편인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말고 비밀을 지키라고 한다. 죄인의 남편이 되어 손가락질을 받기 싫었던 것일까.

 

금고 형기를 마친 프린은 죄의 화신이라는 주홍글자를 단 채 외진 곳에서 삯바느질로 생활해 나간다. 그녀는 뉴잉글랜드가 자신이 죄를 지은 장소이기에 이곳에서 속죄해야 자신의 영혼이 깨끗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고통을 견뎌야 속죄된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솜씨 좋은 바느질 실력 덕분에 경제적인 약간의 여유는 누리지만 사람들과의 접촉, 인간적인 대우는 기대할 수가 없는 생활이다. 은밀하고 노골적인 경계 밖의 인간이라는 시선이 고독과 씁쓸함을 안겨줄만한대도 그녀는 죗값이라며 달게 받고 살아간다. 목사의 십자가까지 지겠다며 온갖 모욕을 참아내는 것이 순교자의 삶 같기도 하다.

 

로저 칠링워스는 목사인 딤스데일의 주치의로 등장하면서 인정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그를 치료하고 위로해 주지만 그가 범죄의 상대방임을 알고부터는 그를 서서히 고통 속으로 몰아간다.

 

7년의 세월이 지난 뒤 고통으로 허덕이던 딤스데일은 처형대에서 자신이 아이의 아버지임을 고백하고 가슴을 열어 보여준다, 주홍글자 A가 새겨진 끔찍한 가슴을,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다.

 

가슴에 선명하게 수놓은 주홍글자를 새긴 옷을 입고 시민들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죗값으로 여겼던 시절. 선량한 시민을 길러내는 데 유용한 도구로 쓰인다는 명목 때문에 수치와 공포를 견뎌내고 서 있어야 하는 처형대에서의 형벌. 만인 앞에 자신의 죄를 드러내고 고백하게 하는 것은 분명 공포다. 프랑스의 단두대 처형, 북한의 자아비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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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 정도가 어디까지 일까.

물론 죗값은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온갖 모욕적인 비난과 멸시보다 회개의 기회를 줬더라면, 바늘처럼 독화살처럼 마구 찔러대기 전에 뉘우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죄 없는 사람이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는 예수의 말이 떠오르는 책이다. 누가 누구를 단죄할 수 있을까. 물론 죗값은 달게 받아야겠지만 처벌은 공평해야 하는 법 아닐까.

태어나면서 악마의 자식이라는 죄인의 자식이라는 낙인은 또 다른 주홍글자다. 죗값을 받고 있는 사람과 그것을 심판한 사람 중에 누가 더 사악할까.

 

젊은 목사 아서 딤스데일과 아름다운 부인 헤스터 프린의 짧은 사랑, 그리고 그녀의 늙은 남편 인 로저 칠링워스의 끈질긴 복수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 낸 소설이다. 종교가 지닌 이중성인 구원과 위선에 대한 묘사, 통찰력 있는 인물의 세밀한 심리묘사,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치밀한 구성, 정교한 시대적 종교적 상징들이 가득한 소설이다. 19세기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꼽힌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간과 공간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인간이기에, 아무리 시대적 억압과 굴레가 불공평하더라도, 종교적인 잣대가 어느 개인에게 지나치게 엄격하더라도 반항하거나 저항할 수 없다. 개인 앞에 선 정치와 종교의 힘은 거대한 골리앗 이상이니까. 지나친 처벌과 그렇게 해서 받은 마음의 상처를 누가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구원과 용서는 어느 정도에서 이뤄져야 할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고전의 힘은 시공을 초월하는 힘이 있음을 이번에도 절절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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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북부도서관에서^^

 

 

아파트단지를 나와서 길 하나를 건너면 도서관이 있어요.

도서관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하죠. 지금은 각 구마다 1개씩 있지만 더 많아 졌으면 해요.

 

 

오래된 건물이라서 추억의 붉은 벽돌입니다. 아이들의 공부방이 되기도 하고 쉼터인 이곳은 저의 놀이터이기도 하죠.ㅎㅎ

 

입구에 독서퍼즐. 매달 하는 행사인데  저도 한장을 가져와서 풀어 봤어요. ㅎㅎ

어린이 열람실에는 유아방도 있답니다. 아기들에게 책꾸러미 선물도 하고 있답니다.^^

얼른 자라서 책 읽으러 오라구요.^^

 

2층 대출실입니다. 저의 서재죠.ㅋㅋ

여기서 많은 책들을 빌려 봤답니다.

 

신간코너에 제가 읽은 리뷰한 책들이 눈에 들어 올 때의 샘솟는 기쁨... 정말 뿌듯해지네요.

희망도서신청, 대출예약, 반납기한 문자까지 ....

요즘 도서관의 서비스가 많이 좋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사서선생님들도 매우 친절하답니다.

 

급하게 문자받고...  문닫기 전에 찍는다고 바빴네요. 그리고 수업 다녀오고...

오랜만에 도서관 나들이 했답니다. 한 달 만에 간 듯해요.

배롱나무의 꽃들이 예쁘게 피어서 잠깐 감상하기도 했답니다.

즐거운  대구 북부도서관 나들이 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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