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의 느티나무
박희주 지음 / 책마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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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와 함께 한 사랑과 추억들....[내 마음 속의 느티나무]

 

 

 

9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을 읽으니 제목만큼이나 잔잔한 여운을 준다.

바람소리 물소리 들리는 고즈넉한 시골풍경을 떠올리게도 하고, 어릴 적 추억의 학교 길을 그려보게도 하고, 이웃집의 소소한 일상들을 상상해 보게도 하는 친근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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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마음을 더욱 끄는 건 마지막에 나오는 <내 마음 속의 느티나무>다.

느티나무.

 

예전에는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마을의 수호신 같이 우뚝 솟은 존재였다. 휘휘 늘어진 가지마다 무성한 잎들이 반짝이는 한여름이면 뜨거운 햇볕을 가리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던 곳이었다. 어머니 품 속 같던 편안함으로 동네놀이터, 동네사랑방의 역할을 든든히 했던 느티나무. 그 아래에서 모든 만남이 이뤄졌고 모든 마을 문제가 논의 되었으며 모든 마을사람이 모이던 곳이었다.

 

 

우등생인 이찬이는 학교에서 제일 예쁜 미숙이를 좋아한다. 같은 동네, 같은 나이, 같은 학년, 같은 반이면서도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던 어느 날 둘은 이찬이가 길가의 밭에서 따 준 단수수대를 먹으며 친해진다. 간식이 귀하던 시절이었기에 자연에서 얻은 열매가 제일 좋은 간식이었다. 앵두만한 파리똥(보리수 열매)을 먹자며 지름길인 산길로 가서 흰 점이 야리야리한 빨간 파리똥 열매를 맛있게 먹게 된다. 그러다 작은 동굴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추억을 쌓게 된다. 그 이후로 둘은 더욱 가까워지나 진학을 하면서 헤어지게 된다.

 

 

삼십년의 세월이 흘러 대학교수가 되어 고국을 찾고, 고향을 찾은 이찬.

그의 눈에 보이는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마을의 느티나무 두 그루는 베어지고 그곳에는 도로가 나고 옆에는 새로운 정자가 들어서 있다. 어린 시절의 풋 사랑이었던 미숙이는 교통사고로 숨진 남편을 먼저 보내고 고향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돌아가신 부모님, 환대해 주는 고향 사람들, 고향을 떠난 사람들과 고향에 남은 사람들.....

 

베어진 느티나무만큼이나 마을도 변했고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한 시간 동안이나 걸어가던 등교 길은 10분 만에 차로 달릴 수 있고, 수수밭 자리에도 넓은 도로가 나고, 오십호 하던 마을이 열다섯 채 남짓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고향이 되어 버렸다.

 

미국에서 박사논문을 마치느라 아버지의 임종도 보지 못한 이찬은 그제야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것은 느티나무와 아버지의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은 느티나무도 없고 아버지도 계시지 않는다. 자신도 그런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느티나무 같은 아버지가.

 

아버진 너나 너그 성이 높은 사람이 되길 원치 않는다. 사람의 도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면 그만이다. 사람의 도리를 지킬 줄 알면서 큰 사람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말이다. 단 한 가지 너도 커서 장가를 가고 아들딸을 낳게 되면 그 애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애비로서 버팀목이 되어줘야 한다는 거다. 뙤약볕이 내리쬘 때 저 정자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마을사람들을 쉴 수 있게 한 것처럼 너도 그늘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네 새끼들의 그늘, 나아가서는 너보다 못한 사람들의 그늘 말이다.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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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느티나무와 아버지의 든든함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듯하다. 베어진 느티나무만큼이나 아버지의 부재는 씁쓸하고 마음을 허전하게 한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존재들은 다 든든한 느티나무 같은 추억을 갖고 있지 않을까.

 

 

태어나고 자란 곳의 느티나무. 나에겐 그런 느티나무는 없지만 지금도 부모님들이 느티나무처럼 든든히 버티고 계신다. 그 느티나무들이 오랜 세월을 건강히 잘 지냈으면 좋겠다.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해보는 시간, 어릴 적 추억을 곱씹어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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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티키, 바다를 구해줘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지음, 우진하 옮김 / 북로드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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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을 타고 태평양을 건넌 사람들^^ <플라스티키 바다를 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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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이자 지구의 환경을 걱정하는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를 비롯한 6명의 젊은이들이 12,500개의 페트병을 모아 설탕과 캐슈넛 열매에서 추출한 천연 접착제로 배를 만들어 태평양을 건넜다. 모두 친환경 또는 재활용된 소재들이다. 해양오염의 실태, 방사능 물질과 유기오염 물질의 피해, 플라스틱 폐기물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이 항해의 목적이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드니에 이르는 긴 여정동안 그들이 보고 느낀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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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는 이미 북극점을 횡단하며 지구의 생태계 파괴 현장을 목격하고 는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새로운 탐험을 위한 주제를 찾던 중 국제연합환경계획에서 펴낸 어떤 보고서에서 <심해와 공해의 생태계와 생물의 다양성>이라는 글을 보게 되면서 바다 위에 떠다니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병의 실상을 알게 된다.

 

플라스틱은 분명 인류의 귀중한 발명품이지만 일회용인데다 영원히 썩지도 분해되지도 않는 일회성의 소모성 제품이라는 것이다.

 

다시 재활용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제대로 재활용되지도 않고 땅 속에 묻히거나 바다로 흘러가서 환류 위를 떠돌며 뭉치게 된다. 땅 속에 묻힌 페트병도 문제지만 바다로 흘러간 페트병은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이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자 저자는 페트병으로 쌍동선을 만들어 14,800km가 넘는 바다를 항해하고자 계획한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페트병 배로 항해를 하면서 그가 보고 느낀 것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타고 있는 건 배가 아닌 나의 꿈이다. 나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가장 진지하게 구현한 결정체가 바로 이 배, 플라스티키인 것이다. 더 나은 미래란, 현재의 생활방식이 만들어 내는 감당할 수 없는 쓰레기와 환경파괴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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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자원의 한정성으로 인한 자원고갈의 문제. 석유 제품들의 폐기물이 주는 환경문제는 늘 제기되어왔던 일이다.

 

플라스틱 병을 줄일 수는 없을까. 친환경적인 페트병은 만들 수 없을까. 재활용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페트병을 재활용한다고 전부 수거해 가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미국인들이 1년 동안 사용하는 200억 개의 플라스틱 페트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1700만 배럴의 원유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페트병 6개 중 5개는 재활용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페트병은 자연 상태에서 완전히 분해되는데 약 450년이 걸린다. (p. 55)

 

 

 

 

해변에 쓰레기가 몰려 있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바다에 쓰레기 더미가 몰려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보통의 사람들은 바다 위 쓰레기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 피해가 바다생물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히는지도 물론 모르고 있을 것이다. 나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 너무 많았다.

 

 

 

 

매년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10만 마리의 바다거북이, 돌고래, 고래, 그리고 다른 해양 포유류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100만 마리의 해양 조류도 희생양의 일부다. (p.97)

 

 

 

죽은 고래의 배 속에 천 뭉치 5개, 배관용 테이프 2뭉치, 양말 한 짝, 전선용 테이프 1미터, 바지의 다리 한 짝, 골프공 1개, 타월 2장, 낚싯줄, 녹색밧줄 40 cm, 주스 빈 병 1개, 나일론 밧줄 1m, 플라스틱 통 1개, 쇼핑백 2개, 비닐봉지 잔해 30개가 들어 있었다면 믿겠는가. 2010년 5월 시애틀 근처 바닷가에 11m 길이의 죽은 고래 안에 있던 것들이라고 한다. 결국 고래를 죽인 건 쓰레기들이었던 셈이다. 내가 버린 쓰레기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해양오염의 80%는 육지에서 시작한다. 전 세계의 어류자원의 5%는 이미 포획되었고 바다는 감당할 수 있는 오염의 한계를 넘어섰다. 1톤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때마다 우리는 약 900리터의 원유를 절약할 수 있다. (p.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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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바닷새나 물고기들의 배를 채우고 있다니. 너무 놀랍다.

바다생물의 개체 수 감소와 남획, 엄청난 수산물 소비로 인해 바다의 자원이 고갈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이 생긴다. 그 넓은 바다에서는 무한의 생명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바다자원도 한정될 수 있다니.... 육지와 바다 자원이 모두 고갈되면 우린 어디로 가야 할까.  모두 인간의 이기심이 키운 재앙이다.

 

 

 

모든 플라스틱 페트병들이 재활용되어 순환하는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 또 다른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완전히 재생될 수는 없을까. 플라스틱 제품들과 그 포장재들이 처음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함을 생각한다.

 

 

 

 

이 항해는 바다 사랑, 자원절약에 대한 목표와 도전과 변화를 갈망하던 접점에서 시작된 항해다. 환경파괴를 막고 고갈 없는 자원 개발을 위한 혁신적인 작은 걸음이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바다를 둘러 본 사람들의 탐험기를 읽으면서 한정된 자원을 너무 낭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결국 고래 배 속에 들어갈 수도 있음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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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원과 환경, 공존과 미래, 꿈과 모험에 대한 고민과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단순한 탐험기가 아닌 감동적인 자연 다큐다.

많은 이들이 읽고 해양오염, 해양 쓰레기 실태들을 알고 바다사랑을 실천했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페트병 사용 줄이는 방법, 또는 바다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수병 대신에 끓인 물을 사용하기, 비닐봉투대신 장바구니 사용하기, 마실 물은 개인용 병에 담아 다니기, 수산물을 적게 먹기, 합성세제를 친환경으로 바꾸거나 덜 쓰기, 물자절약하기, 가까운 곳은 걸어 다니기,......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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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추리 - 강철인간 나나세
시로다이라 쿄 지음, 박춘상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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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괴담을 허구추리로 해결하는 신선함이!! - 허구 추리 강철인간 나나세

 

 

 

만화 같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요괴, 귀신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섭기 보다는 귀엽고 깜찍하고 발칙하다. 으스스한 분위기 보다는 기발하고 톡톡 튀는 분위기다. 일본에서 제 12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이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시로다이라 쿄. 그가 '절원의 템페스트', '스파이럴 얼라이브' 등의 애니메이션의 원작자라고 하는데 만화는 잘 보지 않기에 처음 듣는 이름이다. 만화가의 특징을 살려 목차를 만화로 그렸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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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도, 병원에도, 강에도 산에도 요괴, 유령, 마물이 숨어있고 그들을 부르는 이름이 있고, 나무에도 풀에도 숨어 있지만 대부분은 해를 끼치지 않고 존재한다는 설정이다.

 

일안일족一眼一足

비를 맞으며 잠드는 것을 좋아하는 이와나가. 150센티미터도 채 못 되는 키에 40킬로그램도 나가지 않는 자그마한 체구. 크림색 베레모를 쓰고 언제나 우아하게 빨간 지팡이를 짚으며 세상 고민 따윈 모른다는 듯 재잘거리는 특징이 있다.

그녀는 열한 살 때 2주 동안 유괴를 당한다. 요괴들에게 유괴되고, 지능이 떨어진 그들을 대변해 주는 지혜의 신이 되는 조건으로 그녀는 풀려난다. 단 일안일족이 되어. 한쪽 눈과 다리가 없는 일안일족은 지혜의 신이 되기 위한 조건이었던 것이다. 의안과 의족으로 완벽히 변신했지만 그래도 모자와 지팡이가 필요했던 이와나가. 베레모와 빨간 지팡이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다.

그녀는 병원에서 만난 쿠로를 2년간 짝사랑해오다 최근 애인과 이별한 쿠로에게 구애를 한다. 그녀는 기회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성미가 아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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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와나가가 좋아하는 남자인 쿠로.

요괴마저 그를 두려워한다고 한다. 왜 일까.

옛날부터 인어고기를 먹으면 불로불사한다는 전설이 있다.

스물한 살 때 할머니의 속임으로 자기도 모르게 요괴 둘, 즉 쿠단과 인어고기를 소고기나 생선회 쯤으로 알고 맛있게 먹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요괴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존재,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된다.

그가 요괴마저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사키는 이별을 통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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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의 전 애인 사키. 현재 경찰관이다. 도시전설이 실체로 다가 오고 있음을 알고 의무감을 갖고 요괴를 잡고자 한다.

강철인간 나나세.

나나세 카린은 연예계 아이돌이었지만 악의적 루머로 인해 피해 다니다가 결국엔 철골에 맞아 처참하게 죽게 된다. 타살인지 자살인지도 모른 채. 그리고 그녀는 귀신이 되어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도시전설이 된다. 얼굴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아이돌 시절의 의상인 검은 미니드레스를 입고 왕 가슴을 드러낸 채 기다란 철골을 휘두르며 그녀가 사람들을 습격한다는 소문이 난 것이다. 그리고 강철인간 나나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단지 꾸며낸 이야기였죠. 하지만 이름과 형태를 얻은 허구는 수천, 수만, 수십만이나 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뿌리를 박고 여러 사람들을 오가면서 점점 피와 살을 붙여나가, 결국 실체를 얻게 되죠. 바로 사람의 상상력이 괴물을 낳은 겁니다. (본문 중에서)

 

하나의 사실에 아주 사소한 계기로 정체모를 무엇인가가 끼어들게 되고 어떤 힘도 실체도 없으면서 발 없는 소문이 천 리 만 리를 가게 되면 결국 힘을 얻고 실체도 얻는다는 도시괴담. 거기에 이름까지 붙기 시작하면 더욱 강력해 지는 힘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 그 소화하기 어려운 이야기에 더 강력한 허구를 만들어 전파하자는 이와자가 일당들...

인터넷을 통한 허구에 대항하여 또 다른 강력한 허구를 만들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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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허구에 허구추리로 맞선다는 설정이 정말 이색적이고 기발하다. 사람의 상상력이 만든 존재는 상상력이 충분히 존재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진다는 데 단서를 두고 더욱 압도적인 허구를 소문내어 요괴를 물리친다는 설정이 논리적이기까지 하다.

 

인터넷괴담, 연예인들의 인터넷 소문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확대되고 실체처럼 키워지는지를 잘 보여준 소설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쉽게 비틀어지고, 망가지고, 혼란스러울 수 있는지를 잘 반영한 소설이다. 인터넷이 생기면서 소문의 망령이 키워진다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제 전설은 산에서, 바다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이다. 조심스럽다.

 

불안정하고 혼란스런 세상이기에 도시전설은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 있는 도시괴담은 무엇일까.

괴기소설, 호러소설인데도 추리소설, 연애소설 같은 느낌이 많아서 궁금해 하며, 신기해 하며,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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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게르트루트 - 문예 세계문학선 067 문예 세계문학선 67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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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음악가의 열정, 사랑, 고독의 노래 - 게르트루트

 

 

헤르만 헤세의 글들을 좋아해서 학창시절부터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게르트루트>는 처음 읽는다. 처음 접하는 제목이 사람이름인 듯해서 자전적 성장소설일까 싶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아니다.

<데미안>, <수레바퀴아래서>, <크눌프 삶> 등은 자전소설의 경향이 짙은데 반해 <게르트루트>는 소설다운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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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글을 읽다 보면 문장들이 별처럼 빛나게 쏟아지고 꽃향기처럼 흩날리며 공간을 가득 매운 듯해서 좀체 눈을 뗄 수가 없는데, 이 소설은 그 정도가 더하다고 할까. 헤세의 표현력에 감탄하며 음미하며 읽다보니 정독을 하게 된다. 속독을 하기엔 너무 아까운 문장들이다. 밑줄 쫙~ 치느라 읽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지나치게 행불행을 따지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내 생애에서 가장 불행한 시절이라 해도 그것을 내버리기란 갖가지 즐거웠던 시절을 내버리기보다 더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감수하고 좋은 일도 궂은일도 충분히 맛보고 나서, 외적인 운명과 함께 우연이 아닌 내적인 본래의 운명을 획득하는 것이 인간생활의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면 내 생애는 가난하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외적인 운명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할 수 없이 신의 뜻대로 내려져 지나버렸다 하더라도, 내적인 운명은 나 자신이 만들었으므로 달든 쓰든 당연히 내 것이며 거기에 대해서는 나 혼자서 책임을 지려고 한다. (본문 중에서)

 

 

주인공 쿤은 소년시절에 여자 친구가 무모한 썰매를 타자고 하는 바람에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오다 한 쪽 다리를 다치게 되면서 인생이 달라진다. 그 짧고 경솔한 썰매타기로 청춘의 쾌락과 어리석음에 대한 보상을 치르게 되고, 절름거리는 다리로 보통 사람처럼 걸을 수도, 뛸 수도, 춤 출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활발한 성격이 점차 소심해져 간다. 그러다 고독과 씨름하면서 음악에서 구원을 찾게 된다.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작곡을 하면서 깊은 위안을 받게 된다. 가곡을 만들고 아리아를 만들고 오페라를 만들면서 생활에 활력이 생기게 되고 차츰 명성을 얻어 간다.

 

 

음악은 거침없이 흐르고, 이제는 보이지도 않고 보려고도 안 한 게르트루트를 향해 황금의 길로 나를 데리고 갔다. 마치 아침 나그네가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주저 없이 이른 아침의 연한 하늘색과 더 맑은 초원의 반짝임에 몸을 맡기듯이, 나는 음악과 호흡과 사상과 심장의 고동을 그녀에게 바쳤다. 아울러 기쁜 마음이 들고 음이 넘쳐흐르면서 놀라운 행복감이 나를 드높였다. 별안간 사랑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본문 중에서)

 

 

드디어 사랑을 찾은 쿤은 용기를 내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게루트루트에게 고백하려는 찰나에 가장 친한 친구인 무오트가 둘 사이에 끼어들게 된다. 결국 무오트는 게르트루트와 결혼하게 된다. 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며 희생을 모르는 무오트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게르트루트와 결혼을 하다니... 바람기 많고 폭력적인 그를 게르트루트가 사랑을 하다니.....

상심한 마음에 자살을 결심하지만 '부친위독 속래요망 모' 라는 전보를 받게 된다. 부친의 사망과 모친의 뒷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마음의 상처를 극복해 간다.

그리고 쿤은 어릴 적 꿈처럼 오페라작곡자로 점점 이름을 날리게 되고 무오트는 여전히 가수로서의 명성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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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친한 친구와 한 여인을 둘러싼 삼각관계라는 흔하디흔한 이야기다. 하지만 헤세 특유의 문장력에 끌려 감동하며 읽게 된다.

음악적인 표현들, 심리묘사가 너무나 아름답다.

온 우주에 하모니로 가득 채워져 있는 듯, 박자와 리듬이 숨결 속에 흘러 다니는 듯, 선율들이 춤을 추며 마음에서 솟아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읽으면서 독일인이 된 듯, 독일마을에 사는 듯 한 느낌으로 읽었다.

필사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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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클림트의 그림에도 게르트루트에 대한 그림이 있다.

클림트가 <게르트루트>를 읽고 아름다운 <게르트루트 뢰브의 초상>을 그렸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쾌락과 고통은 한 순간에 바뀔 수 있는 동전의 양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둘 다 고통스럽기도 하고 감미롭기도 하고 ...그 속에서 창조력은 활활 불타오르게 되는 것 처럼. 그리고 모든 고통은 자신의 의지로 극복한 자에게만 회복이라는 선물을 준다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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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김치 맛에 입맛이 돌아오고 ^^! - 홍진경 더 김치

 

 

식탁에서 김치가 떨어지는 날이면 속이 허해진다. 음식을 먹어도 개운하지가 않다.

그만큼 김치 없는 한 끼를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어릴 적부터 김치와 함께한 식생활이기에 김치가 없는 한 끼의 식사는 영혼 없는 식사를 한 듯 뭔가를 자꾸 갈구하게 된다.

 

김치는 재료별로도 종류가 많지만 계절별로도 대표 김치들이 있다.

겨울의 대표 김치라면 김장과 동치미일 것이고 여름의 대표로는 오이소박이, 오이지, 나박김치일 것이다.

 

김치를 사 먹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다른 사람이 한 김치에는 언뜻 손이 가지 않는다. 엄마손 김치에 익숙해 있기 때문일까. 그래도 선물로 들어 온 김치는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모든 선물에는 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홍진경의 더 김치 를 택배로 받은 날. 기분이 좋았다. 깔끔한 포장에 푸짐한 양까지. 습관처럼 재료부터 살펴보았다. 우리농산물이다. 주재료도 부재료도 모두 국산이다.

 

설탕 대신 무즙과 양파즙을 사용해서 단맛을 냈고, 밀가루 대신 찹쌀풀, 대파 대신 쪽파를 사용해서 상큼하고 깔끔하게 깊은 막을 냈다더니 과연 그렇다.

 

홍진경 더 김치 의 정성이 느껴진다.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 같다. 건강을 생각한 먹거리에 고맙기까지 하다. 웰빙 음식, 유기농 먹거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부모님들은  주말에 채소 농사를 짓기도 해서 모두 국산이라는 말에 가족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소금과 고추, 멸치액젓까지 모두 국산으로 하기가 쉽지가 않을텐데....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과감한 결단을 했다는 생각에 정말 고마웠다.

 

 

 

 몇 장의 사진을 찰~칵 찍어 놓고선 그대로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살짝 익힌 새콤한 맛을 식구들이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처음 먹을 때 보다는 이틀 뒤에 먹을 때부터 약간 발효된 듯 시큼하고 칼칼한 맛이 좋았다.

그리고 매일 식탁에서 조금씩 먹다보니 어느새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져 버렸다. 식탁 사진도 못 찍었는데 벌써 동이 난 것이다. 어~~ 리뷰 써야 하는데 .... 사진이 부족한데 어떡하지....

 

어이쿠~!! 오이소박이와 나박김치가 2kg 씩 들어 있기에 굉장히 오래 먹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빈 그릇이다. 매일 매일 먹는 것에만 집중하고는 느긋하게 있었더니 계산 착오다.

그만큼 모든 식구들이 사각거리는 시원한 맛에 반했던 걸까.

그래도 처음에 사진 찍어 둔 것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나박김치는 일명 물김치다. 나박이 무를 뜻하며 한자어로는 蘿葍이라고 한다.

 

 

여름용 물김치인 셈이다.

식구들이 심심한 맛을 좋아해서 집에서 담근 매실액을 약간 첨가해서 먹었다.

그렇게 하면 느리게 신다고 한다.

 

나박김치에는 유산균과 수많은 유기산이 들어있어 소화를 도와준다.

 

주재료인 무는 풍부한 수분과 비타민 C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면역력을 향상시켜준다.

 

 배추에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배추의 부드러운 섬유질은 장운동을 도와 배변을 쉽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고

 

갈증을 덜고 숙취해소에 좋다.

그러니 나박김치는 단백질, 지방, 당질, 단백질이 우수하고 칼슘과 비타민 C,

젖산균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장 활동을 도우며 다이어트, 건강에도 좋다.

부재료인 쪽파, 미나리,  당근 등이 납짝하게 썬 무, 배추와 어울려 시원하게 사각사각

거린다. 상쾌하고 깔끔한 맛이다.

 

오이소박이는 저칼로리 음식으로 여름날 땀 분비가 많을 때 수분보충의 효과가 크다.

 유산균과 수많은 유기산이라는 분해효소가 소화를 돕고 면역력 향상까지 기여한다고 한다.

비타민 C 가 많아서 피부에도 좋고 활력충전에도 좋다.

 

오이소박이의 주재료인 오이는 약 95%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오이는 단백질, 지질, 당질의 함량이 낮은 저칼로리 식품이다.

 

그러니 수분보충에 좋아 여름철 반찬으로 적합하다.

 

 오이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어 몸속에 쌓인 나트륨과 함께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해 몸을 맑게 하고 부기를 빼준다.

 

즉 오이의 칼륨은 과잉의 염분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하여, 이뇨작용을 촉진시켜서,

 

 신장병 환자나 고혈압 환자에게 좋은 식품이다.

 

그리고 오이는 성질이 차고 해독 작용이 있어 몸의 열을 내리는 효과가 뛰어나다.

 

오이소박이는 살짝 맛이 드니까 새콤한 맛이 일품이다. 아삭한 맛의 오이 속을 각종채소로 채워서 먹으니 한 입에 여러 영양소가 듬뿍 들어오는 느낌이다.

 

매일 식탁에 김치가 없으면 왠지 모르게 허전함을 느끼는 식구들을 위해 묵은 김치부터 새 김치까지 늘 김치 냉장고를 꽉~ 채워 두고 있기에 김치 아쉬운 줄은 모르고 살아왔다.

 

 잠깐 손님처럼 온 홍진경 더 김치 의 맛에 입맛 없다던 아버지께서  맛있게 먹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았다. 어느새 입맛을 회복하셨는지 또 찾으신다.

이제 그  물김치가 없다면서  엄마는 또 무를 썰고 계신다. 이젠 엄마표 나박김치다. 물론 모든 재료가 국산이다. 거기에 정성까지 가득한 걸. 벌써 군침이 돈다. 새콤 시원한 감칠 맛이 눈 앞에 그려진다.

 

좋은 음식 앞에서는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난다더니 홍진경의 더 김치 도 그랬다.  맛있게 정말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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