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론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6
플라톤 지음, 이환 옮김 / 돋을새김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이 시공을 초월해 가치가 있는 이유는 인간의 본질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 때문이겠죠. 어렵게만 느꼈던 고전에 서서히 재미를 들여가고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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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론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6
플라톤 지음, 이환 옮김 / 돋을새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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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플라톤의 국가론-현자 소크라테스와 작가 플라톤이 만났을 때

 

며칠 전 플라톤의 저서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으면서 플라톤이란 철학자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통쾌한 논리에 끌리기도 했지만 그의 글 솜씨 또한 만만치 않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늘, 책장 한 켠에 밀쳐둔 플라톤의 <국가론>를 읽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와 제자들과의 대화 형태로 시종일관 진행되지만, 그 속에는 플라톤의 생각도 깊이 있게 녹아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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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비극작가를 꿈꾸기도 했던 그의 유려한 글 솜씨가 없었다면 오늘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소크라테스는 살면서 단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대화하고 질문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눈 게 다였다. 마치 예수처럼.

소크라테스에 대한 모든 기록은 그의 제자인 플라톤이라는 탁월한 작가의 작품이다. 플라톤이 있었기에 소크라테스 역시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 오늘날까지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남을 수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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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비극작가를 꿈꾸던 플라톤이 디오니소스 극장 앞에서 우연히 소크라테스를 만나게 되면서 운명은 시작된다. 전날 밤 새끼 백조가 무릎위에 있다가 날개를 퍼덕이며 기쁘게 날아가는 모습을 꿈 꾼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을 보자마자, "이 친구가 바로 꿈속의 백조로군." 했다고 한다. 백조는 학문과 예술의 신인 아폴론의 상징동물이다.

운명적인 그날이후 플라톤은 이전에 썼던 작품들을 모조리 불태운 뒤에 소크라테스를 스승으로 삼고 따르게 된다. 천재가 천재를 알아보는 순간의 짜릿한 체험은 어떤 것일까.

 

그의 스승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무한대였나 보다.

플라톤은 자신이 소크라테스와 같은 시대에 태어난 것을 행운이라고 했다.

 

나는 야만인으로 태어나지 않고 그리스인으로 태어난 것과, 노예로 태어나지 않고 자유인으로 태어난 것과, 그 중에서도 소크라테스와 같은 시대에 태어난 것을 신께 감사한다. (부록 중에서)

 

소크라테스가 70세를 끝으로 생을 마감할 때, 플라톤의 나이는 28세였다.

플라톤이 80년의 세월을 사는 동안 소크라테스와 함께한 세월은 7~8년 정도였던 셈이다.

 

25년이나 끌던 펠로폰네소스전쟁(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싸움)에서의 패배로 피폐해진 아테네를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스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아테네의 민주정치에 대한 배신감은 어느 정도였을까.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그가 정치에 회의를 느끼며 쓴 글이 바로 <국가론>이라는데...... 이 책은 모두 열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 방대하고 깊이가 있어서 그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비극작가의 꿈을 꾸며 시나 글을 썼던 플라톤.

마치 드라마를 쓰듯 인물, 사건 배경을 나열하며 특정 주제들을 다루는 솜씨는 정말 놀랍다. 현실 문제를 다루면서도 실존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고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유지하면서도 암시와 복선이 깔려있음에 여러 번 놀란다.

이 책에서는 정치, 철학, 종교, 교육, 문학, 예술, 신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정의에 대한 깊은 탐구에서 시작해 이상 국가와 올바른 인간에 대한 폭넓은 논의들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시종일관 관통하는 주제는 훌륭한 삶,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가이다.

 

1권 정의의 이익

2권 국가의 탄생

3권 수호자들을 위한 교육

4권 정의로운 삶

5권 공산사회와 남녀평등

6권 철학자와 통치자

7권 선의 이데아와 이상국가

8권 잘못된 국가체제

9권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왕국

10권 시인 추방론과 영혼불멸설

 

소크라테스가 철학적 논의를 가지고 말로써 사람들의 영혼을 흔들어 놓았다면 플라톤은 그의 부와 지식을 가지고 아카데미아를 세우고 교육과 저술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가 버렸다. 일례로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귀를 틀어막고 도망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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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정치가 집안의 귀족 청년이었던 그가 결국엔 현실 정치를 떠나 학문과 교육에 관심을 두며 아카데미아를 세웠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할까. 그의 이상국가에 대한 강력한 실천의지가 아니었을까. 스승의 철학을 전하기 위한 강렬한 열망이 아니었을까. 그는 스승이 죽은 후 철학과 저작 및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며 스승과의 지난 시간들을 음미했으리라. 그의 저서에는 소크라테스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나온다. 그것은 스승이 죽은 후에도 그는 늘 스승과 대화했다는 뜻이리라.

그러니 소크라테스가 오늘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도 다 플라톤 덕분이다. 땡큐~~플라톤~~

 

 

플라톤이 42세에 세운 아카데미아는 이후 1000년이나 지속되다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A. D 529에 문을 닫게 된다. 정치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평생에 걸쳐 <국가론>을 쓰면서 이론적으로 완성한 이상국가론을 시라쿠사에 실현해 보고자 노력했지만 그의 처남인 디온의 개혁실패로 불가능을 절감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차선의 국가 확립을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 아카데미아를 통한 교육과 그의 저서 <법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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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저서목록들을 보고 있으면 그가 이상 국가, 훌륭한 국가를 얼마나 염원했는지, 소크라테스를 몰라준 세상이 얼마나 야속한지를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어려운 철학 내용들이지만 대화체인데다 그의 비범한 글 솜씨에 끌려 생각보다 읽기가 수월한 편이다.

1권 정의의 이익에서는 마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강의를 듣는 듯 하기도 했다.

국가를 이야기하면서 삶의 본질, 올바르게 산다는 것의 의미, 훌륭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 올바른 국가가 되기 위해 통치자들이 지녀야 할 덕목들을 다루고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이 왜 고전인지, 고전이 시공을 초월해서 감동을 주는 이유가 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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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3-06-1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만남이 없었다면 이런 책이 나왔을까요......스승과 제자의 만남, 그 관계가 아름다운 두 사람을 보며 전율을 느낍니다.


봄덕 2013-06-1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이 시공을 초월해 가치가 있는 이유는 인간의 본질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 때문이겠죠. 어렵게만 느꼈던 고전에 서서히 재미를 들여가고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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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와 서양화가 통할 수 있다는 건 인간 삶의 보편적 이야기, 소중한 스토리,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땐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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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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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미술에 해박한 미술평론가 손철주와 서양미술을 전공한 성신여대 미술교육과 이주은교수의 동양화와 서양화로 나누는 문답형식의 미술에세이. 우리 삶이 다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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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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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림이다-동양화로 말을 걸면 서양화로 대답하다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면 예쁘고, 재미있고, 비밀스럽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음을 본다.

오늘 동양화와 서양화가 만나서 문답을 주고받는 책을 만났다.

동양화와 서양화는 종이의 재질이나 그리는 방법, 분위기 등이 분명히 다를 텐데, 같은 주제를 놓고 주거니 받거니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동양화로 말을 걸면 서양화로 대답하고 서양화로 말을 걸면 동양화로 대답하는 정~말 특이한 책이다.

동양미술에 해박한 미술평론가 손 철주와 서양미술을 전공한 성신여대 미술교육과 이 주은 교수의 문답은 편지처럼 주고받는다.

 

손 철주가 동양화를 꺼내 놓고 예스럽고 고전적으로 지적 유희를 펼쳐 놓으면 이 주은이 서양화를 꺼내 들고 세련되고 현대적인 필치로 편안하고 부드럽게 맞장구를 쳐 준다.

 

그림을 통한 삶의 대화 같다. 동서양 화합의 장 같다. 그런 대화가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랍다. 그건 아마도 인간 삶의 보편적 주제들을 다뤄서 그런가.

 

14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동양화와 15세기 르네상스에서 20세기까지의 서양화 속에서 나누는 이야기들.....

 

그리움, 유혹, 성공과 좌절, 나는 누구인가, 나이, 행복, 일탈, 취미와 취향, 노는 남자와 여자, 어머니, 엄마 ....

 

이 10개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개의 그림 속을 유유자적하며 노닐다 보니, 그림에 대한 높은 벽이 조금씩 무너지는 느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뜻이겠지.

 

 

종이에 그리면 그림이고, 마음에 그리면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어디서 옵니까. 아무래도 부재와 결핍이 그리움을 낳겠지요.....

화가는 예부터 이제까지 허구한 날 그림을 그려댑니다. 무슨 그리움이 그리 사무쳐 그릴까요....

세상과 그림, 어느 것이 옳은가

봄볕 내려오니 피지 않는 꽃이 없구려.

 

손 철주의 글은 초록빛이고

이 주은의 글은 보랏빛이다.

 

낮에 스치듯 바라본 그림이 간혹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심연을 흔들어 놓을 때가 있어요...... 아득히 오래 전에 처음 벌어진 그 경이로운 경험과 그것이 지금 내게로 익숙한 듯 새롭게 다가온 느낌, 그 둘을 그림 속에서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신선하고 순결한 과일을 술로 만들어 건조한 우리의 일상에 촉촉함을 선사했던 바쿠스의 포도주처럼 요.

 

 

그리움은 무엇입니까.

 

손 철주가 짧아서 그리운 봄날을 더욱 애틋해 하며 당나라 시인 설도의 '춘망시' , 고려의 이규보의 '꽃 심기'를 읊조린다. 그리고 신윤복의 <연당의 여인>에서는 울 혈진 그리움을, 김홍도의 <미인 화장>에서는 님을 기다리는 예쁜 그리움을 , 작자미상의 <서생과 처녀>에서는 가깝고도 목마른 그리움을 얘기하며 질문한다. 그리움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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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은이 답을 띄운다. 그리움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애틋함인 가요라며 요시토시 <시노부가오카의 달>을 보여 준다. 기다리다 그리워하다 꽃이 된 사연을 담은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 꽃>을, 모든 첫 것은 그리운 법이라며 조반니 볼디니의 <첫 과일>을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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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0개의 주제들을 놓고 저자들은 서로 나누고 호응하며 공감해 나간다.

다 그림이다.

그렇지. 하루하루가 그림의 한 장면 맞다. 맞아.~

오늘이라는 캔버스 위에 내 주변을 배경으로 나를 그려 가는 것. 그래서 세상사 모두가 다 그림이라고 했나 보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어렵지만 남의 그림을 보고 이해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그림에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다보니 미술의 세계가 주는 숨은 이야기와 의미에 끌려서 자꾸만 그림 속으로 빨려 들게 된다. 그림 뒤에 가려진 뭔가를 알아가는 느낌에 전율하기도 하고, 여태 높게만 느껴지던 벽이 확~실히 친근하게 느껴져 흐뭇해하기도 한다. 이해와 공감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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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3-06-0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양미술에 해박한 미술평론가 손철주와 서양미술을 전공한 성신여대 미술교육과 이주은교수의 동양화와 서양화로 나누는 문답형식의 미술에세이. 우리 삶이 다 그림이다'


봄덕 2013-06-0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양화와 서양화가 통할 수 있다는 건 인간 삶의 보편적 이야기, 소중한 스토리,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땐 언제나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