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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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없는 세상 _ 19세, 그 혼란의 성문화를 이야기하다.

 

 

-한 번 하자.

-싫어.

.......

-한 번 하자.

-싫어, 인마.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소설의 처음과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왠지 19금 분위기가 소설을 장악할 것 같은 예감이다. 얼굴 붉힐 일이 많을까?

제목에서도 19금의 분위기를 내고 있는데.... 童貞? 同情? 動靜? 同精? 동정?

 

작가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배반치 않고 시종일관 십대의 성을 다루고 있다. 19금이냐고? 살짝 19금. 아무튼 이 소설에는 포르노, 마스터베이션, 야동, 섹스 등이 거침없이 다뤄진다.

 

 

19세, 수능을 치고 난 직후. 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닌 어정쩡한 경계에 선 남자 아이들의 성문화를 정면으로 다루는 소설이다.

 

 

 

주인공 준호는 자나 깨나 여친 서영이와 한 번 해 보는 게 소원인 아이다. 공부 잘하는 서영이는 매번 싫다며 다른 것에 관심을 돌려 보라고 한다. 그러나 준호의 구애는 끈질긴 고무줄이요, 착착 달라붙는 찹쌀떡이다.

 

 

 

남자는 여자를 알아야 어른이 되는 거야.

 

 

이 말은 친구 경석이의 주 레퍼토리다.

친구들은 벌써 미아리에 가서 동정을 떼고 어른이 되었다고 자랑 질인데……. 준호는 자신만 아이인 것에 은근 약발 돋는다.

 

죽을 때는 따로 죽더라도 살 때는 같이 살아야 한다친구들의 맹세가 부질없다는 생각에 배신감만 든다. 그렇다고 미아리로 가자니 서영이가 걸리고 …….

 

 

수능은 봤지만 대학에 가고 싶은 생각도, 미래에 무엇이 되고 싶다는 희망도 없지만 열렬한 단 하나의 소망이라면 서영이와 한 번 해 보는 것이다. 섹스를 하고 싶은 욕망과의 투쟁.....

 

 

-십대가 성욕이 제일 왕성한 때인데 못하게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생물학적인 나이와 사회적 나이의 괴리 탓이야. 조선시대만 보더라도 십대에 이미 시집가고 장가가고 했잖아....

 

 

성적 욕망이 가장 빠른 시기가 지금이라며 자신의 생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준호. 친구이자 아버지 같은 삼촌, 명호 씨는 조카의 궁금증에 농경시대와 자본주의 시대를 비교하며 궁금증을 풀어 준다.

 

 

 

야설과 소설이 한끝 차이라는 준호는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서 그 한끝의 차이가 실은 굉장한 차이임을 느끼게 된다.

 

 

준호 엄마 숙경 씨.

주변에 흔한 인물은 아니다. 그런데 바람직한 모성 상을 보여줘서 가장 깊은 인물이다.

 

 

-엄마, 우리 집에는 왜 아빠가 없어?

-아빠? 왜 없냐면 말이지. 없으니까 없는 거야.

-그래도 다른 집에는 다 있는데?

-그럼 말이지. 우리 집에는 할아버지가 있어?

-없어.

―그러면 할머니는 있어?

-돌아가셨잖아.

-그래서 지금은 없지?

-응.

-우리 집에는 아빠만 없는 게 아니라 할머니도 없고 할아버지도 없고 네 형이나 동생도 없어. 근데 어떤 아이들은 할머니도 있고 할아버지도 있을 테고 또 어떤 아이들은 형이나 동생이 있지? 식구라는 건 다 그렇게 집마다 다르게 있는 거야. 무슨 얘기인지 알겠어?

-응.

 

 

아빠가 왜 없냐는 아이의 질문에 조곤조곤 예를 들어가며 집집마다 다른 게 현실이고 그게 자연스럽다고 설명한다. 요즘엔 한 부모 아이가 많다고 하는데 좋은 답변 같아서 가슴에 새겨 둬야겠다.

 

 

-이제 슬슬 원서 쓸 때지? 어떻게 할지 생각은 해봤어?

-아직 모르겠어.……. 정말 나 대학 안 가고 미용학원 같은 데 가도 괜찮겠어? 아니 미용학원도 안 가고 다른데 취직도 안 하고 그냥 집에만 있어도 괜찮겠어?

―네가 한 제일 큰 효도가 뭔지 알아?

-뭔데?

-네가 태어나서 이십 년 동안 내 옆에 있었다는 거야.

 

 

자식에게 대학가지 않는다고 야단은커녕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절대 사랑의 경지. 말은 맞는데 우리의 현실에서는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자식사랑의 고수다운 말에 숙연하고 뭉클해지는 순간이다. 가까이 있어야 효도인 것인 것은 맞는 것 같다.

 

 

독일사는 친구, 영국사는 친구들이 있다. 자식 얼굴 한 번 보기 힘들다고 하는 친구 엄마들을 뵐 때, 가까이 사는 게 효도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수험생의 비애를 묘사한 부분은 가슴 아프다.

우등생 영석. 그는 서영이 사촌이기에 늘 성적 좋은 서영이와 비교되는 불운의 친구.

잘 나온 성적에도 불구하고 부모 모두 서울대생, 두 형들도 서울대생이다 보니 자신도 서울대를 가야 격을 맞출 수 있는 집안…….그래서 결국, 재수를 선택하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가는 게 아니라 학벌을 찾아가는 모습에 안타깝다. 우리의 모습 같아서......

 

 

준호는 대학을 가느냐. 엄마처럼 헤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미용학원을 가느냐로 저울질 중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각자의 길을 가는 친구들을 보며 심심해한다.

 

 

아무리 옆에 사람들이 많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에 느낄 수밖에 없는, 인간이란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존재본연의 고독함을 폐부 깊숙이 느끼는 준호…….준호는 심심한 것보다는 근사해 보이는 고독을 택한다며 소설을 읽는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 돈 주앙, 오양의 이야기, 눈 이야기, 북회귀선, 작은 새, 홍루몽, 소녀경......

 

 

 

삼촌 명호 씨.

서울법대를 나왔으나 백수생활 끝에 어릴 적 꿈이었던 만화카페를 연다. 위풍당당한 그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멋지다.

그는 포르노를 수집하는 조카에게 포르노의 뜻과 어원을 찾아보게 한고 궁금해 하는 것을 상담해 준다. 하지 말란다고 안 할 준호가 아니기에 일단 들어주고 충고하는 센스 있는 삼촌.

 

 

 

뭐든지 하고 싶었던 그때에 해야 되는 거야.

시간이 지나고 나면 왜 하고 싶었는지 잊어버리게 되거든…….

자꾸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하고 싶은 것이 없어져 버려.......

욕구라는 것도 채워주면 채워줄수록 ,

새로운 욕구가 샘솟지만 포기하다 보면 나중에는 어떤 욕구도 생기지 않게 되어 버리는 거야.

그러니 너도 쉽지는 않겠지만 하고 싶은 것을 자꾸 만들어서 해 봐.

 

내가 일류로 근사한 사람이 되면 내가 나온 대학은 무조건 일류대가 될 것이다.

 

 

 

무엇을 하건 간에 어차피 어른이 되는 것이라면 근사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준호는 미래에 대해서도 섹스에 대해서도 점점 어른스러워져 간다. 그래도 아직은 어른이 되는 과정이 낯설고 두렵기만 하다.

 

 

 

때론 되고 싶기도 하고, 때론 되고 싶지 않기도 한 어른.

하고 싶은 게 뭔지 막연하기만 한데, 선택은 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감은 몰려들고......

불쑥 솟는 욕구도 다스려야하고 미래도 설계해야 하는 시점. 19세.

 

갑자기 커버린 당혹감에 한 번 쯤은 세월이 정지하기를 바란 적은 없었을까.

 

 

 

이 소설에는 동음이의어의 잔칫상 같다. 사색, 동정....

그리고 온갖 유명인들이 동정을 뗀 시기에 대한 열거도 흥미롭다. 평균 16세....

성에 관한 주제를 다룬 소설도 굉장히 많이 나온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 소녀경.......

 

 

 

 

성을 매개로 했지만, 수능이 끝난 어중간 시점의 청소년의 심경을 잘 대변해 준 소설.

19세의 심리묘사가 제대로 되어 있는 소설.

 

십대들의 성적 호기심을 풀어 주면서 그들의 성문화가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는 소설이다. 성적 자극이 널려 있는 시대에 올바른 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소설..... 청소년들이 있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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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3-05-28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십대의 성문화가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는 맘이 가득한 소설. 우리시대의 바람직한 어른의 모습도 그리고 있어서 훈훈한 소설. 살짝 19금인 소설.
 
의욕의 스위치 야마자키 다쿠미 시리즈 3
야마자키 다쿠미 지음, 김은선 옮김 / 에이지21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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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의 스위치 -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어제 같은 의욕이 오늘 생기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한번 해보자.' 라고 기운차게 외쳐보지만 끝마디가 뿌연 안개처럼 흐물흐물 퍼져 버릴 때, 식어버린 의욕을 다시 데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의욕의 스위치>

 

이 책의 저자는 야마자키 다쿠미다. 그는 개인의 개성을 살리는 멘탈 디자이너이고 꿈 실현 프로듀서이다. 리더십론, 커뮤니케이션론, 일하는 법, 타임 매니지먼트 등 멘탈 트레이닝에 대한 저술과 강연을 해 온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한다.

 

 

 

 

 

 

저자는 의욕은 항상 내 안에 있다고 한다.

 

좋은 일이 생기고 동기부여가 될 땐 의욕이 솟아나지만, 나쁜 일이 생기고 의기소침해질 땐 의욕이 바닥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나의 의욕도 덩달아 반응하고 좌지우지 되는 것을 체험할 때도 있다.

 

인간인지라 마음도 변덕스럽고 의욕도 한결같지가 않음을 잘 알고 있고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언제나 에너지 넘치고 큰일을 척척 해내는 사람이 되려면 마음과 마주 하는 법을 잘 알아야 하고, 스스로 기분을 좌우할 수 있어야 하며 당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의욕의 스위치를 찾아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의식과 무의식을 바탕으로 한 의욕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무수히 존재하는 현실 가운데 우리의 뇌는 내가 의식한 현실, 내가 원하는 현실만을 받아들인다. 그러니 같은 물건을, 같은 장소를 똑같이 보고 있더라도 받아들이는 의식은 각자 다른 법이다. 보는 것도 주관적이고 평가하는 것도 주관적이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는 이기는 장면과 지는 장면을 모두 한 화면에 담을 수 없다. 머릿속에 '이뤄지길 원하는 하나의 상상장면'을 무수히 그려야 한다.

 

꿈은 과거완료형으로....

'내 꿈은 이미 이루어졌고 내게는 당연한 일인 걸...'

원하는 것을 글로 적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과거완료형으로 소망을 표현해보면 이미 안정적이 상태로 접어 든 느낌이 들게 한다.

 

 

 

 

 

 

기운 빠지는 일이 계속 된다면 '그건 뻥이야~~' 라고 말하고 빠져 나와야 한다. 짜증은 또 다른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도미노 같으니까. 그러니 이미 벌어진 일에 마음 휘둘리지 말고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걱정거리가 많을 때는 안개노트를 만들어 그 우울한 원인들을 낱낱이 적어보자. 중복되는 문제를 지우고 난 뒤, 문제가 해결된 뒤의 상쾌하고 짜릿한 기분을 느껴 본다.

 

스케줄을 체크하여 앞날의 기분을 적어보자. 스케줄 노트를 보고, 어쩐지 즐겁지 않을 것 같은 날에는 스스로에게 선물이 될 만한 일정을 끼워 넣어 보자. 날마다 내일이 기다려지도록......

 

 

어제의 나는 기억이고 내일의 나는 희망이므로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와 의논해야한다. 실패한 추억이 있다면 좋았던 추억으로 다시 편집하는 것이 좋다.

 

몽상일기. 희망을 가로막는 여건들이 있다면 몽상일기가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 멋진 일이 일어난다면!' 몽상을 일기로 적어보자. 몽상에 불가능이란 없으니까.....

 

'이 일을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문형으로 바꾸는 순간, 아하! 하는 번뜩이는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처럼 답이 존재하는 질문으로 바꾸면 무의식이 작동한다.

 

 

 

 

 

 

항상성. 언제나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려는 성질이 인간에게 있다. 갑작스런 마음의 변화는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 그러니 변화를 원한다면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서 익숙하게 해야 한다.

 

능숙한 사람이 하는 일은 무척 쉬워 보인다.

그들이 어려운 일을 힘들이지 않고 즐겁게 해내는 이유는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무한반복의 습관만이 몸에 익숙해지도록 기억시켜 준다.

 

 

셀프이미지를 높이는 방법.

매일 내가 동경하는 그 사람이 된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특유의 화법, 사소한 습관까지도 닮아서 '이미 그렇게 된 나'에 익숙해져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자신이 동경하는 사람들의 영역으로 뛰어 드는 것이다.

 

 

다른 이의 장점을 칭찬하면 동시에 자신을 칭찬하게 되고, 자신의 의욕도 업~시킨다. 뇌는 언어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의기소침할 때 마법의 주문으로 다스리자.

 

모든 일은 잘되고 있어.

기적은 쉽게 이루어진다.

나는 빛을 선택한다.

멋진 일은 간단히 일어난다.

 

 

자신의 의욕을 확인하는 방법은 거울을 보고 자신의 눈에 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거울을 보며 의욕이 넘치는 포즈를 취하면 실제로 의욕도 솟아남을 느낀다.

 

의욕의 정체는 집중이지 흥분이 아니다. 지성이면 감천.... 최대한 집중하면 자신의 능력을 초월한 보이지 않는 힘이 발휘된다.

 

큰일을 해치우는 마법. 눈앞의 작은 일부터 최대한 꼼꼼하게 처리한다.

 

하루에 한번 나 홀로 회의.

기분이 좋아지는 장소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떠오르는 생각과 그 해결책을 일단 적어 본다. 적다보면 번뜩임이 올 수도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불필요한 마음의 담장을 의심해보자. 그리고 담장 밖으로 나와 보자.

내가 부자가 되는 것을 허락한다. 내가 사랑받는 것을 허락한다. 내가 성공하는 것을 허락한다.........

 

 

 

.......(생략)

 

 

 

 

저자는 소원 100가지를 적고 20년 후에 뒤돌아봤더니 모든 꿈이 이뤄졌다고 한다.

 

 

생각하는 대로 꿈은 이뤄진다.

꿈을 종이위에 적는 순간 꿈은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우리가 늘 듣던 소리다.

어쩌면 교훈은 단순한 것일지도 모른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이 단지 경제원칙만은 아닐 것이다.

꿈을 이루는 비밀의 법칙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널리 알려진 것 단순한 사실들임을 깨닫는다.

 

 

의욕이 생겨나는 이유든, 의욕이 생겨나지 않는 이유든 적다보면 문제해결의 영감이 떠오를 수가 있다.

 

 

 

 

 

종이에 적으면 실현은 더욱 쉬워짐을 느끼기도 한다.

언젠가 해보다만 나의 소원 100가지 적기.

처음엔 반듯한 글씨가 차츰 삐뚤어져도 왠지 다 이뤄진 느낌이 들고 의욕에 불 밝힌 듯 한 느낌이 든다.

다시 시작하는 거야!!

현실은 실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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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3-05-26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원100가지 적는 일이 그리 어렵지도 않은데 늘 미적거렸어요. 행복의 비밀, 성공의 비밀이 단순한데도 어렵게만 느꼈어요. 생각대로, 마음먹은대로 적어 보는 것이 시작임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아름다운 폐허
제스 월터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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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폐허 - 이야기들은 사람들이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이야기들은 사람들이야. 나도 이야기고 너도 이야기고... 네 아버지도 이야기지. 우리 이야기들은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나가는데, 가끔, 운이 좋으면, 우리 이야기들이 하나로 합쳐지기도 해. 그러면 우리는 잠시나마 덜 외로워지는 거야. (92쪽)

 

 

 

 

이탈리아의 한 해안가, 절벽과 바다 사이의 틈새에 낀 작고 외진 마을인 포르토 베르고냐. 전화도 없고 도로도 없고 기차도 없는, 오직 배로만 오갈 수 있는 지도에도 없는 작은 마을이다.

 

 

 

가족 소유의 작고 텅 빈 호텔을 꾸려가고 있는 젊고 멋진 파스쿠알레 투르시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어머니와 호텔식당일을 도와주는 이모와 함께 살고 있다. 장차 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명성을 얻게 되리라는 것은 단지 그의 희망사항일 뿐, 실제로는 권태와 만족 사이, 행복과 불행 사이를 적당히 오가는 일상이다.

 

어느 날 죽어가는 미모의 미국 배우 디 모레이의 도착으로 어둡던 호텔에 활기와 긴장이 돋는다. 회색빛 삶 속에 짧게 무지개가 드리워지는 순간이랄까.

 

 

 

 

나중에 생각해 보면, 그것은 꿈이라기보다 오히려 한 평생의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대하는 소나기의 청명함이라 할 수 있었다. (9쪽)

 

 

 

 

이탈리아에서 촬영 중이던 영화 <클레오파트라>에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캐스팅되면서 영화 홍보담당인 마이클 딘은 두 주인공의 실제 열애사실로 홍보효과를 노리려고 한다. 두 주인공 모두 기혼자였던 만큼 그들의 열애는 기자들의 관심과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다. 리즈의 시녀역인 금발의 디 모레이는 리처드 버튼의 사랑을 받고 그의 아이를 가지지만 영화를 위해 몰래 멀리 보내지게 된다. 뜨거운 열애설이 지저분한 스캔들로 알려지는 순간 영화홍보는 물 건너 간 것이 되므로....

 

 

엉뚱하게 도착하게 된 곳이 바로 파스쿠알레의 포르토 베르고냐의 호텔..... 어머니를 암으로 잃은 충격에 의사의 암 진단은 그녀를 절망에 빠뜨리게 된다. 죽음만 바라보는 그녀에게 호텔에서의 유일한 낙이라면 젊고 멋진 파스쿠알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근처 절벽을 오르거나 실패한 미국의 작가 앨비스 벤더의 쓰다만 소설을 읽는 것이었다. 며칠 뒤 자신이 위암이 아니라 리처드 버튼의 아이를 임신했고 이 모든 것이 뱃속의 아이를 없애려는 마이클의 계략임을 알고 더욱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을 갈망하던 그녀는 파스쿠알레와 앨비스 벤더의 도움으로 미국에 꼭꼭 숨어버리게 된다.

 

 

50년의 세월이 흘러 마이클의 스튜디오를 찾은 은발의 파스쿠알레.....디 모레이를 찾아 왔다는데....

 

1962년에 일어난 한순간의 이야기가 50년의 세월을 흘러 어떠한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한 편의 영화를 보듯, 1962년과 현재 사이를 오가는 동안 일어난 사랑, 인생, 가족, 일에 대한 이야기들....

파스쿠알레, 디 모레이, 마이클 딘의 이야기들이 도도한 강물처럼 흐르고......그 외 주변 단역들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끼어든다.

 

 

디 모레이를 짝사랑했던 파스쿠알레는 상사병이 든 청년의 마음을 숨기고 자신의 첫사랑과 자신의 아들을 찾아 피렌체로 떠나고 거기에서 아이들의 아버지로, 남편으로 살아간다. 가슴 속에 남겨진 말 못한 그리움은 우울증으로 변하지만 현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주어진 시간에 순응하며 살아갈 뿐이다.

 

 

실패한 작가, 성공한 술꾼인 미국인 작가 앨비스 벤더. 글을 쓰기 위해 해마다 들르는 파스쿠알레의 호텔에서도 그의 글은 진전이 없고 술 실력만 는다. 아버지의 자동차 대리점 성공으로 글쓰기를 포기하고 가업을 이어가고....아름다운 디 모레이를 찾아서 그녀와 결혼하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로 생을 달리한다.

 

 

자유로운 영혼 디 모레이. 연극배우를 꿈꾸다가 영화판에 뛰어 들었지만 리처드 버튼과의 짧은 사랑으로 아이를 갖게 되면서 꼭꼭 숨어 살게 된다. 말없이 갑자기 떠난 파스쿠알레에 대한 우정과 사랑에 감사하지만 이젠 가슴 한켠에 자리한 쓸쓸한 추억이 되고....

 

자신의 욕구와 야망을 억누르는 대신 학생들의 야망을 북돋워주는 일에 재미를 느끼며 교사로 ,극장운영자로 살아간다. 데보라 무어라는 이름으로 사는 동안 진정한 희생에는 고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삶을 견뎌온 여자.....

 

 

마이클 딘. 20세기 폭스사의 홍보담당으로 시작해서 영화 <클레오파트라>의 성공으로 탄탄대로를 달린다. 더 젊어 보이고 싶다는 욕망으로 온갖 시술을 해서 피부를 탱탱하게 유지하지만 영화판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만 골몰하는 진실성이 결여된 남자....

 

 

마이클 딘의 도움으로 드디어 만나게 된 파스쿠알레와 디 모레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미안해요.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었어요.(426)

 

 

흰머리에 주름투성이, 지팡이나 휠체어의 신세를 지고 만나게 되는 늦은 황혼, 호숫가에서의 조우......

 

살짝 비껴가는 인연들이 들쭉날쭉하다가도 마지막에는 전체로 완성되는 것.. 이것이 인생인가보다.

 

젊은 날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눈부신 설렘과 야망이 세월이 흘러 서서히 허물어지고 폐허로 남을지라도 그래서 원하던 것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인생은 아름다운가 보다.

 

 

그리고 설령 그들이 찾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다 해도 햇빛 아래서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451쪽)

 

 

지나간 일들이 다 화려할 수는 없지만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추억 하나씩은 있는 법이다. 여러 빛깔의 이야기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음료처럼 마시기도 하고 나무처럼 기대기도 하다가 황혼의 노을 앞에서 이야기를 음미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예상 밖으로 꼬일 때도 있고 의외로 술술 풀릴 때도 있고......

 

매순간 여러 방향으로 퍼졌다가 모였다가 부서지기도 하는 인생..... 그조차도 아름다운 것임을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이야기는 나라와 같다. 이탈리아는 대서사시, 영국은 두꺼운 장편소설, 미국은 화려한 테크니컬로 찍은 경박한 영화다. - 앨비스 벤더 (409쪽)

어떤 때는 말이야..... 우리가 하고 싶은 일과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 똑같지가 않단다.....네가 하고픈 일과 해야 하는 옳은 일 사이의 틈이 작을수록 너는 더 행복해 질 거야..... 우리의 의지와 욕망이 언제나 맞아 떨어진다면 인생이 얼마나 살기 쉬워질까.....(407쪽)

 

 

인생은 몇 장의 서류로 요약되기도 하고

한 권의 소설로 완성되기도 한다.

인생은 한 편의 다큐로 찍을 수도 있고

한편의 시로 노래할 수도 있다.

 

 

엘도라도.

그 환상의 이상향이 현실엔 없을지라도 우리는 맺어진 인연 앞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각본에도 없는 스토리를.......

이야기들은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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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3-05-25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그렇게 노력하다가 결국엔 홀로 죽는다해도.그래서 폐허로 남는다해도 아름다운 것임을 일깨운 소설. 그리스로마의 건축유물처럼,닳아서 덧칠해진 프레스코벽화처럼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 - 폴 크루그먼, 침체의 끝을 말하다
폴 크루그먼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 - 불황의 늪을 빠져 나오게 하는 해법

 

 

경제 불황이 전 세계적으로 오랜 기간 휩쓸다 보니 불황에 관련된 책들이 여러 분야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기불황의 직접 당사자이든 아니든 어느 누구도 경기침체가 좋을 리는 없다. 개인적으로 경기불황에 대한 체감이 그리 크지 않지만 확실히 도로의 차량통행량이 예전만 못하고, 대형마트에 들어가려는 차량행렬이 줄어들었다.

 

다들 오랜 경제 불황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시점이기에 누구나 경제 불황에 대한 해결책이라면 귀가 솔깃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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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의 경기침체에 대한 해법이 담겨 있다. 그는 " 오랜 경기침체를 이젠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넘어 안타까운 심정으로 호통치고 있다,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고.

지금까지의 경제 불황 원인분석만으로도 충분하므로 이젠 대책을 짜서 빨리 탈출하자고, 더 이상 시간허비하지 말자고 호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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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폴 크루그먼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예일 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 및 MIT 경제학 교수를 역임했다. 1991년에 노벨경제학상보다 받기 어렵다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국제무역과 경제지리학의 영역을 통합한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학 교수이자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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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를 통해 오늘의 방향을 잡아 가듯이 경제 불황도 역사를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면 어떨까.

크루그먼은 1930년대의 미국 대공황과 지금의 경제 불황의 유사점을 제시하면서 대책을 내 놓았다.

 

대공황 당시, 경기부진과 부분적인 경기회복이 반복된 것을 보면 현 상황도 그와 비슷한 국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사례가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육아협동조합 사례, 유럽경제위기, 일본의 사례를 들기도 한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경제 불황의 끔찍한 수준이 계속된다면 치명타를 입는 건 아무래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빈곤자들인 취약계층이다. 회복이나 완전붕괴의 조짐 없이 비정상적인 흐름이 오랫동안 만성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누적된다는 건 이들에게 치명적일 소지가 다분하다. 일자리 가뭄이 5년 동안 지속되고 있어서 실업자들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있고 자존감마저 결여되고 있으며 청년들의 미래는 초라하고 어두워 절망하고 있다. 무너져가고 있는 인생들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도 분명히 있다.

그는 지금의 비자발적 실업은 위험수위에 있으니 정부는 달러를 더 찍어서 재정지출확대에 힘쓰라고 돌직구다. 그리고 케인스 경제학의 원리를 들먹이며 달러를 푸는 재정정책을 과감히 지속적으로 하면 2년 안에 이 위기를 끝낼 수 있다고 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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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이 있고 가능하다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경제위기가 오면 언제나 특별한 것처럼 모두들 호들갑이다. 물론 똑같은 상황이 어디 있겠는가. 경제학자들과 경제 관료들이 머리를 짜내고 대책을 내놓지만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은 힘들고 오히려 99%의 국민들은 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분명 정치의 잘못, 학자들의 잘못도 있는 법이다.

그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비를 줄이고 빚부터 갚으라는 것은 지금의 병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한다. 그런 교과서적인 대책이 아니라 전혀 다른 처방이라야 통한다는 건데......

 

달러를 폭발적으로 풀어도 미국경제는 끄떡없으니 지속적으로 더 풀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신뢰회복을 위한 긴축재정 프로그램들 모두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회복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다른 침체국면과 최악의 실업사태까지 맞았음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절망적인 정치 지도층의 개개인의 이기심도 문제고 부와 권력을 가진 극소수 1%의 이익보호를 위한 정책들은 빈부의 차를 벌이기만 하는 경제악몽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도대체 우리가 모르는 정치 전략가들과 최상위 1%의 이해관계란 무엇일까.

일자리 가뭄이 재정적자보다 더 큰 문제이며 침체 정도가 심각한 현실을 볼 때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5년을 넘기고 있는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 15조 달러정도인 미국이 기껏 1조 달러 정도의 적자에 두려워 말라고 호통이다.

실업으로 줄어드는 소비는 경기침체를 동반하며 다시 일자리 감소와 소비자들의 부채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정부가 융자구제 프로그램이나 부채를 줄이는 정책 등으로 돈을 대폭 쓴다면 회복전략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채증가속도가 경제성장속도보다 느리게 유지시키는 건 미국 정부가 할 일이라고 한다.

 

애초의 위기는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각종 금융 규제를 풀어버리면서 예측된 것이었다. 도덕적 해이를 가진 작자들의 무분별한 탐욕이 금융위기를 가져왔고 그 여파로 경제위기가 몰아쳤다는 것도 동감이다.

저자는 비자발적 실업자들의 상처 입은 자존감을 위해서는 서둘러 고용확충을 위한 합리적 정책을 시행할 의지를 정부가 보여주길 촉구하고 있다. 정부의 올바른 정책이라면 2년이면 이 불황의 늪을 탈출할 수 있으므로 지출을 축소할 게 아니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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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꼼꼼한 자료 분석과 통쾌한 역설, 오랜만에 되새겨 보는 케인스 경제학 등이 다시 학창시절로 되돌아가는 듯 한 느낌이 들게 했다. 최근에 읽은 다른 경제서적보다 학문적인 듯해서 시간을 두고 그 내용을 검색해보며 정독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가 이룩한 놀라운 성장의 열매가 소수상류층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에 마음 한켠 씁쓸해진다. 자유를 갈망하지만 그 자유로 인해 더 큰 혜택을 누리는 것은 모두가 아닌 소수 1%라는 것도 충격이다. 빈부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는 것을 어찌해야 할까. 오랜 경제 불황의 여파는 나머지 99%를 더욱 힘들게 한다고 하니 정부의 지혜로운 개입이 필요함을 느낀다. 경제 불황도 그렇고 분배의 문제도 자꾸 신경 쓰인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정부의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형편도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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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3-05-21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라서 끌린 책인데 읽다보니 저자의 열정이 묻어나서 더 좋았어요.^^
최근에 읽은 경제서적 중에 개인적으로 최고예요.ㅎㅎ
 
내 몸을 살리는 역설 건강법 - 금오 김홍경의
김홍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내 몸을 살리는 역설 건강법 -잘못 알고 있는 건강 상식을 바로 잡으세요.~~

 

 

나는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이유도 있지만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진보할 지 굉장히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무병장수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앞으로 100세, 150세 시대가 온다는데.....

건강하려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해야 한다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금 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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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를수록 양약보다는 한약에 관심이 더 많이 가고 서양의학 보다는 동양의학에 관심이 기우는 나를 발견한다. 몸이 주는 자가 치유력을 믿어서인지 갈수록 식이요법을 따르게 되고 마음 비우는 연습을 많이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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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에 가면 몸의 균형을 맞추도록 약을 지어 주는데 어떤 원리로 그렇게 하는지 궁금했다. 동양의학에서는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뤄야 건강하다는데 무슨 의미인지 늘 궁금했다. 그래서 한때는 한의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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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한의사 김홍경이다. 자신이 연구해 온 사암침법을 중심으로 한 진료 활동과 무료 의료 봉사 및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EBS TV 특강 <김홍경이 말하는 동양의학> 을 몇 번 들은 적이 있어서 낯익은 얼굴이다.

 

이 책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모든 건강 상식을 바로 잡기 위한 그의 30년 노력의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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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다는 건 육체적, 사회적, 정신적으로 모두 질병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동양의학에서는 몸과 마음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보고 진료한다. 현대인의 병도 자연을 따르지 않고 몸과 마음의 어긋남이 계속되면서 생겼다고 본다. 그러니 병의 원인을 마음에서 찾아 몸과 마음이 그 본래의 리듬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은 치료의 시작이다.

자연의 이치에 맞게 사는것, 몸과 마음의 조화는 어떤 것일까.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 수 있을까.

 

 

이 책은 크게 7개의 역설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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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1. 우리가 아는 건강 상식의 역습

전 시대를 아우르는 보편적 건강 원리는 자연의 순리대로 자연과 더불어 살고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몸보다 마음을 잘 이끌어 가는 것이 먼저다.

동양의학의 바이블인 황제내경에는 정기(면역력)가 굳건히 있으면 사기(질병)가 들어올 수가 없다고 한다.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칠정(七情)의 부조화는 내상(內傷)의 원인이다. 내상은 분노, 시기, 질투, 욕심 등 건강하지 못한 마음을 말한다.

인간의 몸은 우주의 축소판이다. 먹고 소화하고 배설하는 생명현상은 우주와 대자연의 이치와 같다. 음양원리에 따라 대립관계에 있지만 상대적이다.

임맥과 독맥을 제대로 알면 건강 고수가 된다.

임독맥화평지인이 되어야 한다.

 

 

 

 

......

인체의 다섯 가지 장부는 오행의 기운을 따른다.

플라톤은 투쟁에 가장 좋은 인간이 '담즙성 인간'이라고 했다. 동양의학에서도 간이 발달하면 리더십이 있고 진취적인 기상을 지닌 사람으로 본다. 간이 크다. 담력이 세다. 우리가 평상시 자주 사용하던 말이다.

동양의학에서 심장은 마음과 정신활동 및 감정을 조절하는 기관이라고 본다.

심장은 혈을 주관하는 으뜸 장부이므로 건망증과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연뿌리와 연자(연 씨앗)가 좋다고 한다. 심장의 기능 이상은 뇌에 영향을 미치고 뇌사해도 심장이 멈춰야 비로소 사람은 죽는다.

신장은 사람의 정기가 모여 있는 곳이다. 생식, 생장, 발육, 정력 등 가장 본질적인 일들이 신장에서 시작된다. 우리 몸의 뼈를 주관하고 골수를 만들어 내며 뼈의 발육을 돕는다. 신장이 좋아야 머리털에 윤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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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기(風寒(풍한)暑濕(서습)燥(조)火(화))로 인해 생기는 계절성 질병이 있다. 계절에 따라 사람의 정서도 변한다. 생기는 봄, 자라는 봄, 거두는 가을, 갈무리하는 겨울, 각 계절의 고유 기운을 따라야 병이 안 생긴다.

음양은 일원적이고, 상대적이고, 역동적이다. 동양의학에서 중시하는 균형은 음양조화요, 중용이다. 가을, 겨울에 부고(訃告)가 많은 것은 이 계절의 기운이 살기(殺氣)이기 때문이다. 싸움은 가을에 하는 것이라는데 역사책을 눈 여겨 봐야겠다. 전쟁에서 돌아 온 후에 살기 제거는 기본. 누군가와 싸웠다면 살기를 제거한 뒤에 아이를 안아줘야 한다. 깊은 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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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을 따르지 않는 실생활은 없다. 사람은 머리가 양, 식물은 뿌리가 양이다. 뿌리채소인 무나 당귀는 양적이고, 배추나 버섯은 음적이란다.

더운 여름에 나는 것은 기운이 차고 추운 겨울에 나는 것은 기운이 따뜻하다.

차가운 회와 매운 고추냉이의 조화, 냉면 위에 얹는 달걀과 겨자의 조화, 탁주에 나오는 찌개와 전의 조화, 맥주안주인 뻥튀기, 건포도, 마른안주의 조화 등은 다 음양의 조화다.

 

알고 보면 이미 실천하고 있는 음양건강법은 의외로 많다. 왼손은 음, 오른손은 양, 손바닥을 많이 치는 것도 음양의 조화다. 양의 성질인 끓는 물을 반 쯤 넣고 음의 성질인 차가운 물을 반 쯤 넣고 마시는 음양탕은 인체의 상하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한때 유행하던 반식욕은 기혈순환에 좋은 음양조화법이다. 음양관이 제대로 된 생활은 우리를 건강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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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해서 오는 병인 허증과 넘쳐나서 오는 병인 실증은 모두 위험하다.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라'는 두한족열은 주택, 목욕, 자동차, 의복, 정치, 음식 문화 등에 두루 적용되는 지구촌 건강법이다.

겉과 속은 원래 계속 달라지는 것이다.

일곱 가지 감정에 해당하는 인체 장부가 있다.

감정 역시 '중용의 도'를 지켜야 한다.

육미를 六(육)快(쾌)하게 섭취해야 건강해진다.

체질도 후천적으로 변할 수 있다.

외우는 것은 어렵지만 실천하는 것은 의외로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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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2. 잘 먹기 위한 역설

마른 사람에게 조미료는 약이 되기도 한다.

생마늘, 개고기는 녹내장, 백내장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보리밥은 여름철에 어울리는 음식이다.

맥주에는 맵고 건조한 안주가 좋다.

먼저 뜨거운 음식을, 나중에 차가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

생채소즙은 몸이 차고 비대한 사람에게는 독이다. 약재가 과하면 독이 되기도 하고, 독도 잘 활용하면 명약이 되기도 한다.

열이 많은 사람에게 인삼은 구토, 발열을 일으킨다.

차고 습한 체질에게 죽염은 독이다.

신맛은 수렴하고 매운 맛은 발산한다. 식초는 면을 쫄깃하게 한다. 허해서 땀나는 사람은 오미자를 먹어야 하고 뚱뚱하다면 수렴하는 식초보단 발산하는 고추를 먹는 것이 좋다.

변비 치료법에는 대황, 갈근, 파의 잎 끝 부분이 좋다.

음양관에 따라 마늘 사용을~~

몸이 차가울 땐 마늘이 좋지만 위장병이 있다면 삼가는 게 좋다.

몸이 마른 만성 기침환자에게 매운 음식은 나쁘다. 유자차, 오미자차, 매끄러운 은행 등이 약이 된다.

서늘한 기운을 가진 사람은 녹차를 피해야 한다. 따뜻한 성질인 귤피차나 생강차가 좋다.

 

 

역설3. 잘 살기 위한 역설

공복에 마시는 약수는 병을 부른다. 찬 약수가 목을 따뜻하게 감싸주지 못하면 비염이 올 수도 있다.

갈증이 날 때에는 속이 차가우므로 따뜻한 음료가 좋다.

식사는 배고플 때 하라. 배고플 때 먹고 졸릴 때 자는 것이 자연스럽다.

체질이 한 쪽으로 치우쳤을 때는 편식을 해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1일 1식 패턴을 못 맞출 거라면 아예 하지 마라. 육체노동자나 성장기 아이들, 수험생은 제때 먹어야 뇌가 원활하다.

적당히 잘 씹어야 위가 건강하다.

뚱뚱한 사람의 경우 비타민 C복용은 신맛이 지닌 수렴성으로 인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 몸에 불필요한 기관은 없다.

五味(오미)의 맛이 고루 갖추어진 식탁이 좋다.

 

........

역설4. 잘 키우기 위한 역설

병이 나면 안 먹던 음식을 먹는 것이 낫다.

지나친 칭찬은 교만한 아이를 만든다. 작은 일에 칭찬을 남발하다 보면 진짜 칭찬 받을 일에는 약효가 떨어진다. 야단과 칭찬을 탄력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

어린이에게는 아침 조깅보다는 고요한 잠이나 명상이 좋다.

불필요한 약을 많이 먹으면 장기가 약해진다. 가벼운 병은 몸으로 버티는 것이 건강 비결이다.

위장은 濕을 좋아하고 燥(조)를 싫어한다. 밥상위의 국은 우리만의 식문화지만 소화에는 지장이 없다.

뚱뚱한 아이에게 수렴성인 신 음식은 비만을 부른다.

산만한 아이들은 느린 음악을 들어라. 조급한 양적 체질에는 헨델의 '라르고' 같은 느린 음악을, 느리고 몸이 찬 아이에게는 빠른 행진곡 풍의 음악을 듣게 한다. 공자가 말한 음악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樂(악)治(치).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보면 민심을, 유행을, 건강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적당히 잊어 주는 것이 건강에 좋다.

몸을 꽉 조이면 건강도 조인다.

체질에 따라 과일 달걀, 우유의 양도 달라야 한다.

집착을 없애는 맛은 담백한 맛이다.

 

 

역설5. 행복한 마음을 위한 역설

 

건강 염려증은 오히려 미병을 부른다.

일확천금에 대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

죽음에 순응하는 마음이 마음의 병을 물리친다.

소속감이 강할수록 질병이 많아진다.

마음을 비우면 늘 건강하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분노는 조절해야 한다.

우울증은 전염성이 있고, 특히 가까운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파되기 쉽다.

.........

역설6. 편안한 잠과 건강한 성을 위한 역설

........

역설7. 길고 건강한 삶을 위한 역설

치매는 두뇌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혼란과 갈등이 많은 과거를 잊고 싶은 무의식적 소망이다.

중풍을 예방하려면 급하게 화를 내는 등의 유전된 나쁜 생활습관을 버리고 혈관의 탄력도를 유지하자.

심장질환은 오장육부의 모든 장부가 연결된 병이다.

방탕하고 쾌락적인 생활로도 당뇨병은 걸린다. 몸을 건조하게 하는 밀가루는 피하고 치자, 보리밥, 수박 등의 서늘한 음식이 좋다.

스트레스가 암 발생의 1차 요인이다.

精氣(정기), 즉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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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마음이 道(도)의 근본도 되고 禍(화)의 원인도 된다고 했다. (347쪽)

인간은 일생을 살면서 약 100만 번 정도 암에 걸릴 기회가 있다고 한다.(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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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한족열. 이 원칙만 잘 지켜도 건강을 유지할 것 같다.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함을 느낀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기에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고 마음에 병이 없기를 바라기에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몸과 마음이 하나이듯, 인간과 자연도 원래 하나라는 말이 공감간다.

매일 운동하며 복식호흡을 하는 것, 체질에 맞는 식사로 몸을 따뜻하게 보하는 것이 명약인 듯하다. 몸과 마음의 평형유지는 자가 치유력을 키우게 한다는 사실을 잘 새기어 실천하고 싶다. 바른 마음, 바른 먹거리, 바른 생활은 마음치유의 기본임도 명심해야 하고.....

지나친 욕심과 근심을 버리고 오늘의 족함에 감사하는 생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의 취미나 봉사활동, 가까운 사람들과의 여행은 분명코 삶에 탄력을 주겠지. 공감 가는 말들이 너무 많아서 필요할 때마다 자주 봐야겠다.

건강한 장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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