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한빙 경제대이동 - 우리는 경제 대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스한빙 지음, 차혜정 옮김, 권성용 감수 / 청림출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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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한빙 경제대이동- 세상은 지금 체스게임 중. 과연 승자는 누구?

 

공식 인구 13억 5천명, 잠정인구 31억 정도, 국토크기는 러시아, 캐나다, 미국 다음이고 최근 G2로 급부상한 거대공룡 중국.

중국최고의 경제예측가이자 상하이자오퉁대교수이며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스한빙.

중국의 경제전문가 스한빙이 중국 인민을 위해 애정 어린 마음으로 써 내려 간 <스한빙의 경제대이동>.

이 책이 중국에서 베스트셀러였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오랜 우리의 이웃 중국이고 한반도를 둘러 싼 국제정세와 경제흐름 또한 중국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에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구나 싶었다. 중국의 인기 경제전문가가 내 놓은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은 어떠할까? 그의 글은 경제현상의 본질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다각적 접근을 통한 논리적 전개라는 면에서 설득력이 강하면서도 쉽게 쓴 편이다. 그래서 500여 쪽에 이르는 글을 메모하며 읽는 동안 부담 없이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비록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이 글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글로벌금융시장을 둘러싼 미국 유럽 등 전통강국과 뜨는 강국 중국의 움직임이 어떻게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중국인 입장에서의 솔직한 전망이 담겨 있다. 열강들의 정책 이면에 숨겨진 속내를 파헤쳐 놓은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고 새로웠다. 경제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치전략, 사회제도, 국민의 가치관에 대한 중요성도 빠뜨리지 않고 지적하고 있다. 2010 GDP 규모면에서 이미 일본을 넘어섰고 해마다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아마도 2020년에는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G2로 부상한 이웃 중국과 G1 우방 미국과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 또한 그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화폐의 위기와 중국 경제트렌드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부분이 금융시장이다.

제 2 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발행국이라는 특혜를 배경삼아 세계경제를 통제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하고 있어서 유로화, 위안화의 확대로도 역부족인 달러와의 대결. 달러의 절대 권력은 환율에 따라 각국 무역수지가 요동치더라도 궁극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기대 마침내 결실을 맺고야 만다는 것이다. 미국이 지난 10 년간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위안화의 절상을 독촉해 온 것은 이런 맥락이며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에도 중국은 여전히 달러를 쥐고 있는 미국과의 힘겨루기에서도 열세일 수밖에.

물론 이를 타개하기위해 중국도 내수 시장 확대 등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오랜 시간이 필요한 문제여서 애초에 공정한 게임이 될 수가 없다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G2의 경기부양책과 거품경제

투자, 수출, 소비 중 GDP의 70%를 소비가 차지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GDP의 20%가 소비, 80%가 수출인 구조다. 부동산 거품 등 거품 경제를 빼고 내수시장 확대를 부르짖으며 자동차소비시장을 위한 제도, 농촌의 소비 진작을 위한 사회보장체제 등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많이 미흡한 상태다.

자국보호의 출구를 찾는 미국의 전략을 보면 연속적이고 체계적인 느낌이다. 미국의 경기부양책 논리는 자국을 보호하면서 위기를 전가하고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 것인데 미국의 자국보호핵심전략은 사회보장강화라는 것이다. 미국은 부시든, 오바마든 누가 집권을 하더라도 미국의 전략에는 연속성이 있고 자국보호시스템이 체계적이어서 세계의 화폐전쟁에 주도면밀할 수 있다는 부러운 시선도 던진다.

예를 들면 사회보장강화라든지, 의료개혁방안, 중산층구제와 감세조치 등은 지출확대로 연결되어 전체금융체계가 파괴되는 걸 막아준다. 또한 미국은 경기회복을 위해 전 세계에 위기를 전가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다. 미국이 다른 국가로 경제위기를 전가하는 방식에는 달러발행량 증가, 환율전쟁, 국채발행, 무역 전쟁이 있다. 실제로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생하자 미국 정부는 최대한 진상을 은폐하기위해 유럽, 일본, 중국 등이 대규모 자금을 미국에 투자하게 했다. 이런 자금은 미국의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것을 막아주었다. 미국이 세계최대의 경제대국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게 하는 이유 중에는 큰 그림을 보며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우수한 제도와 정책, 강력한 위기대응 능력 등이다.

 

위기 이후 세계경제와 힘의 이동

한국과 북한이 서로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지만 정작 주시해야 할 상대는 남북한이 아니라 중동 이라는 분석은 그럴싸하면서도 놀랍다. 연평도, 천안함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리적으로나 국제관계로 볼 때 북한은 미국에 큰 해를 입히는 방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미군을 계속 배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빌미인 까닭에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석유자원의 보고이자 전략요충지인 중동은 어떤가. 재스민 혁명, 색깔혁명으로 인해 부는 중동민주화는 서서히 번지고 있어 미국과 공감이 가능해지고 있고 미국의 입장을 유리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중동평화의 적이며 미국과도 적대관계이다. 그래서 미국은 다음목표인 이란과의 싸움에 대비해 석유수입원을 다변화하고 동시에 바이오연료산업 등을 추진함으로써 에너지위기를 준비해 왔으니 중동에서의 전쟁이후에나 남북한을 신경 쓴다는 것이다. 중동전쟁에 있어서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은 절대적이다. 러시아극동지역은 영토가 넓고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자원지상주위를 내세우는 러시아의 전략에 미국이 관용을 보이는 이유도 자원국가인 러시아의 도움을 구하기 위함에서다. 핵무기로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푸틴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이용해서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누구와 더 친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란과의 전쟁에 협력을 얻을 필요가 있어서 일본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해 질것임을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들

중국이 G2로 부상했다지만 아직은 거품도 많고 취약한 부분이 많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자동차시장의 급증으로 비축석유부족, 교통체증유발, 오염, 세계 식량전쟁 등은 중국이 처한 어려움들이다. 그래서 중국은 내수시장 확대와 농촌경제 살리기를 외치지만 정책의 선진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문제해결이 어려움을 고백한다. 경제거품빼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빼야 할 거품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집값거품, 화폐거품, 증시거품, 화폐발행초과거품, 생산력거품, 과학기술거품, 교육거품, 도덕거품......

또한 정부주도의 경제개발은 위험이 너무 크다는 주장이다. 효율성과 경쟁력 저하, 높은 행정비용, 권력 악용과 남용, 음성조작과 부패만용 등은 많은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도의 개혁, 정치개혁이 먼저 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빈곤취약계층이 너무 많고 부의 분배가 효율적이지 않아 응집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국유기업이 많은 현실에서 부실과 부패는 건강하지 못한 기업문화를 만들고 리스크를 키운다는 것이다. 중산층 부재와 가치관 실종은 안정적인 지지층이 부족하게하고 진보적이고 적극적인 가치관의 결여로 이어진다. 중산층이 사회에서 맡는 역할은 소비의 주력군이고 사회안정의 기반이며 사회진보를 추진하는 동량이므로 건강한 중산층을 키울것을 당부하고 있다.

 

중국의 미래전략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넘어서서 부의 고착화로 재산을 지키려면 양질의 제도와 시민들의 건전한 가치관이 우선되어야 세계경제의 선두에 설 수 있다. 특히 금융혁신과 시장거래에 유리한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고 희귀자원의 고부가가치상품으로의 전환, 해외진출, 해외투자전략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우수한 정치체제는 사회안정과 경제발전의 기초일 뿐만 아니라 민족의 미래운명을 결정하는 기초다. 제도가 우수해야 부패를 최대한 줄이고 운영효율을 최대화할 수 있으며 자원배치 최적화와 국민 행복감도 증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세상은 체스게임중이라는 스한빙. 그는 좋은 제도 아래서는 체스게임을 마음대로 원하는대로 이끌어 갈 수 있지만 지금의 중국 제도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역부족이기에 어서 빨리 제도 개혁에 나설 것을 충고한다. 그리하여 훗날 보다 강력한 중국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 책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요즈음 중국의 저력과 밑바탕에 깔린 인프라가 잘 되고 있음을 느끼기에 위기감이 저절로 드는 게 사실이다. 미국이 세계최강인 이유도 놀라웠고 자국을 보호하기위한 철저한 속내와 그 대비책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중국을 포함한 세계강호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들의 속내를 꿰뚫어 보는 힘을 길러야 겠구나하는 생각에 한 개인이지만 정신이 퍼득 든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좋은 제도의 혁신과 건전한 시민의식이 더욱 필요하겠구나 싶다. 이 책은 전쟁은 무력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분야가 전쟁인 세상임을, 그래서 사실을 똑똑히 알고 대비를 잘 해야 함을 알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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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주디스 허위츠 지음, 방영호 옮김 / 애플트리태일즈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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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기업에 찾아 온 행운을

지속 가능한 성공으로 바꾸는 10가지 법칙

30 여 년간 컴퓨터 저널리스트, 전략 컨설턴트, 컴퓨터 업계 분석가로 컴퓨터 업계에 있으면서 고속 성장하는 기업, 좋은 신기술에도 쇠락하는 기업, 굴러 온 행운을 잘 잡은 기업 등 첨단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지켜 본 저자. 그의 느낌과 직설들로 금쪽같은 메시지가 가득한 책인 <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는 서두부터 새겨들을 말이 잔뜩 있어서 메모하며 읽어야 할 책이다.

기업에 몸을 담고 있든 아니면 1인 기업이든, 첨단산업이든 전통산업이든 간에 이 책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이겨낼 수 있는 방법,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업계에서 속도경쟁,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무엇을 혁신하고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통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비슷한 업종인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비교분석도 있고 능력이 탁월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결정적인 차이점에 대한 분석도 눈에 뛴다.

우리가 알만한 기업들 이야기가 많다. 왕 연구소, DEC, 선 마이크로 시스템즈의 치명적인 실수에 대한 정리도 있고 잠재적인 충성고객의 중요성과 충성고객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있다. 애플의 회생, 구글의 기습전략, 아마존닷컴의 성공비결, 세일즈포스닷컴의 탄생배경 등 깨알 같은 기업전략들이 가득하다. 첨단 테크놀로지 사업체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 속의 일정패턴들을 통해 얻어야 할 교훈도 제시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실버불렛 시장, 가차 신드롬, 하이프 사이클 등 에 대한 지식도 제공한다.

우리는 때때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바람을 갖기도 하고 때론 조용히 묻어갈 수만 있어도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첨단 테크놀로지 산업에서 묻어가는 것을 허락이나 할까? 스스로 한계를 지어 버리는 순간 벌써 퇴물이 되고 무너지기 마련일 텐데. 그래서 저자는 혁신할 것을, 변화할 것을, 고객의 요구와 불만에 민감할 것을, 동종업체끼리 서로 협력할 것을 그리하여 성공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혁신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진 않지만 경쟁의 선두를 달릴 수 있는 비결이고 필수전제조건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오래도록 생존하고 싶다면 혁신 기업, 고객중심 기업, 시장중심 기업이 되어 살아남을 것을 권한다.

이 책의 주제는 크게 10가지다.

1. 당신의 운을 당연시 하지마라.

2. 고객의 접근성을 높여라.

3. 더 빨리 성공하기위해 자주 실패하라.

4. 자기만족에 빠진 경쟁자들을 속여라.

5. 고객을 당신의 성공을 위한 열쇠로 삼으라.

6. 당신의 기술로 고객의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기위한 전략을 세워라.

7. 실질적인 비즈니스 솔루션을 창안하라.

8. 벼락성공 같은 것은 없다.

9. 늘 고객보다 몇 발 짝 앞서가라.

10.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고수익 상품을 과감히 버려라.

난 이 중에서 몇 가지가 마음에 와 닿는다.

먼저 고객의 신뢰도와 고객의 접근성을 높여서 충성고객을 확대시켜 가라는 것이다. 우리는 입소문의 장점이 광고효과이상임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고객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시각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고객의 고충해결을 우선과제로 삼으면서 혁신을 지속하라는 것과 오래된 대표상품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금세 낡은 상품이 되어 가치가 떨어지므로 과감히 버려라는 얘기다. 하루가 다르게 고객의 입맛과 취향이 바뀌고 있고 세상은 또 그렇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실패한 개척자들이 남긴 교훈들이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제시하는 기업에 찾아 온 행운을 지속 가능한 성공으로 바꾸는 10가지 원칙이 마음을 끈다.

1.고객의 고충을 파악하라.

2.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타이밍과 방법을 찾아라.

3. 월계관에 안주하지 마라.

4. 시장을 면밀히 분석하라.

5.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마라.

6. 기술력을 쌓으면서 부지런히 협력관계를 맺어라.

7. 테크놀로지 자체가 아니라 테크놀로지에서 비롯되는 고객가치에 주목하라.

8. 끊임없는 변화에 주목하라.

9. 신생기업의 혁신을 수용하라.

10. 초창기 기술을 새로운 시장에 창의적으로 적용하라.

세상에 쉬운 건 없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이러한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성공담보다 실패담이 더 많은 게 현실 아닌가. 당장 시장동향을 파악하고 고객의 눈높이를 조사하고 동종업계끼리 서로 협력하는 윈윈전략을 짜면서 혁신을 도모해야하지 않을까.

혼자 있어도 1인 기업이 되는 세상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번쯤은 읽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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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주디스 허위츠 지음, 방영호 옮김 / 애플트리태일즈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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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어도 1인 기업이 되는 세상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 테크놀로지 산업에 대한 비교분석, 충고와 정보가 가득하다. 혁신이 무엇인지, 고객이 무엇인지, 협력은 어떻게 할 것인지 깨알 같은 정보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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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향전.숙영낭자전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5
이상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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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향전-3D 입체 로맨스 판타지 소설

 

화설이라.

조선 후기 가장 널리 읽힌 애정소설이라는 문구에 끌린 <숙향전>.

로맨스는 시대를 초월하고 세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인기주제가 아니던가. 평소 애정소설을 사랑하는 만큼 타임머신을 탄 기분으로 사백여 년 전 이 땅을 살던 여인들의 모습을 상상체험 해보자는 심정으로 펼쳐 들었다.

 

<숙향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만 3D영화 <아바타>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 소설에서는 야광충 등 신기한 동식물들, 시공을 넘나드는 거리이동, 각종 생물들의 신기에 가까운 재주들, 신선이 인간으로 변신했다가 다시 신선으로 탈바꿈하는 일이 다반사다. 청학 한 쌍이 어린 숙향을 날개로 덮어주고 대추를 물어주며 추위와 허기를 달래준다거나, 파랑새 한 마리가 준 꽃을 먹었더니 천상에서의 경험이 되살아나 일순간 숙향은 선녀의 감정으로 되돌아가고, 사슴을 타고 먼 거리를 달리고 연엽주를 타고 수만리 길을 눈 깜짝할 사이에 순간이동 한다.

하늘의 선경은 또 어떤가. 오색구름이 떠다니고 용과 봉황을 탄 신선들, 옥수레가 다니고 온갖 기이한 향내가 진동한다. 숙향이 이선과 결혼할 때의 장면이나 천태산 마고선녀가 파랑새로 변신했다가 할미로 돌아오는 장면, 숙향이 정렬부인이 되어 행차할 때 거느리는 엄청난 수의 시녀들은 거대 블록버스터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상상을 초월한다.

 

구름 같은 차일이 하늘 높이 솟아있고 안개 같은 병풍이 겹겹이 둘려 있었다. 사방에는 장막과 깔개 등이 화려하게 빛났으며, 색색의 그림으로 수놓은 휘장과 기구 등 온갖 것이 인간 세상에서는 보지 못하던 것들이었다. 좌우에 서 있는 손님들 역시 모두 요지연에서 본 선관과 선녀 같았다. …….(97-98쪽)

할미가 입고 있던 적삼을 벗어주고 두어 걸음 걷더니, 문득 간 곳 없더라.(113쪽)

상서가 각종 약을 가지고 황태후에게 다가가 먼저 옥가락지를 시신 위에 얹어두니, 얼마 뒤 살빛이 완연히 되살아났다. 또 귀에 벽이용을 넣고 눈을 계안주로 씻으니, 눈빛이 빛나면서 몸의 상태가 예전같이 되돌아왔다. 잠시 후 황태후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시니, 자던 사람이 태연하게 일어나 앉는 것 같았다. 이어 개언초를 드시게 하니, 마침내 말씀도 물 흐르듯이 하셨다.(204쪽)

 

로맨스에 판타지의 융합으로 시공을 초월한 이 소설을 조선시대 여인네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지금이야 공상과학이 현실이 되고 있는 시대니까 아마도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지. 라며 상상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그 시절엔 터무니없는 환상이었을 테니까.

제도와 신분에 속박된 답답한 현실을 잠시라도 벗어나 그 갈증을 해소하고 회포를 풀 수 있는 방법이 판타지가 아니었을까? 현실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과 꿈, 욕망 등을 상상의 나래 속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었으리라.

 

각설이라.

이 소설은 규모에서 보듯이 인간의 사랑이야기는 아니다. 조선은 드러내 놓고 남녀상열지사를 얘기하기가 쑥스럽고 발칙한 거라 여기던 시절이 아니던가. 이 소설은 인간으로 환생한 희노애락의 감정을 지닌 신선들의 사랑이야기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보다는 좀 더 기품 있고 의젓하지만 말이다.

천상에서 지은 죄로 인해 인간세상으로 귀양 온 달나라 선녀 숙향이 그 대가로 다섯 번의 액을 치른 후에야 사랑하는 이선을 만나고 행복하게 살다가 다시 천상으로 간다는 선녀와 신선들의 이야기.

잠시 인간의 몸을 빌리고 인간의 땅을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 이선이 태어날 때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와 재주가 남다른 귀인임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고 숙향이 태어날 때의 범상치 않는 기운과 그녀의 신기한 능력들을 그려주고 있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사랑은 쉽지 않은가 보다. 이선이 운명의 여인 숙향을 찾기까지 그녀가 살아온 이력을 거쳐 가게 된다. 말로 듣는 것보다 상대방이 겪은 고초를 체험하게 해서 숙향에 대한 사랑을 더욱 깊게 하기위한 장치 같아서 흥미롭다. 사랑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여럿 고비가 있고 그런 연후에 더욱 튼튼한 관계가 지어지는 것처럼, 비 온 뒤에 더욱 굳어지는 땅의 진리처럼. 또한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신선들의 희롱도 폭소를 자아내고 숙향과 이선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도와주는 하늘도 반전이다. 벌은 내리지만 미워하지 않는다는 건가?

 

각설이라.

숙향전에는 세상 만사가 미리 정해 준 운명에 따라 인연을 만나고 살아가던 시절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운명이 프로그램으로 입력된 거라서 우연도 인연이 되고 필연이 된다고 믿던 시절. 그래서 노력하며 사는 것도 숙명임을 말하고 있다.

숙향과 혼사를 정한 뒤 양왕의 딸 설중매의 청혼에 양다리를 걸치기 싫어 요리조리 피하는 이선의 모습은 든든하면서도 귀엽다.

 

숙향전에는 인과응보, 권선징악의 고전소설의 단골 주제들이 보인다. 아마도 유교사회였기에 정의에 대한 시대적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리라.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은혜를 갚는 것은 기본 예의임을 말하고 있다.

늙은 도적이 반야산에서 숙향을 구해 준 것을 나중에 정렬부인이 된 숙향이 보답한다거나 김전이 반하수를 지날 때 어부들의 손에서 구해준 거북이 김전과 그 가족을 수차례 위기에서 구해 준다는 내용, 숙향이 장승상 댁에 있을 때 종 사향의 음모로 쫓겨나게 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죽음에 이르는 사향 등 은혜 갚는 내용, 잘못에 대한 응징이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어 인간의 도리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그 과정은 절대 녹록치 않은 역경들이 가득해서 현실의 힘듦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이겨내라는 메시지 같다.

 

조선시대에 나온 이 소설이 현대판 3D영화에 못지않게 장대한 스케일과 인간세상과 천상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판타지, 달콤한 사랑을 갈구하는 여성들에게 주문을 거는 꿈결 같은 마술이 가득한 이야기라서 놀랍다.

 

*인상 깊은 구절

부부의 인연은 하늘이 정한 것이며, 애정에는 천하고 귀한 것이 없는지라.(107쪽)

할머니의 은혜는 이승에서는 다 갚지 못할 것이니, 저승에 가서라도 꼭 갚겠나이다.(112쪽)

이선이 어진 까닭에 사람마다 절개를 지키는 것이로다.(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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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

 

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

 

호숫가에 지은 통나무집은 아니지만, 시골 깊숙이 들어앉은 토담집은 아니지만, 산 속 움막집 같은 곳에서 며칠을 보낸 적이 있다. 중학교 다닐 때쯤으로 기억된다. 주위가 어찌나 고요하던지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신기했던 곳, 바람 부는 소리에 놀라 한참을 밖에서 귀를 기울이던 곳, 새들의 노래에 작은 휘파람으로 대답하며 행복해 하던 곳.

지금 <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을 읽으면서 까마득히 잊고 있던 그곳이 떠올랐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김치 하나에 감사했고 시원한 얼음물 한 사발에 행복했던 시골에서의 며칠. 지금은 큰길이 나고 산길이 확장되어 그 곳도 더 이상은 고요한 시골이 아니겠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이 소박한 시인을 170년이 지난 오늘 만나면서 시공을 초월한 만남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오늘 나의 가슴을 울리고 나의 정신을 일깨우고 있기에.

 

가끔은 모든 걸 내려놓고 가볍고 소박하게 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은 팍팍하고 삶과 영혼에 여유는 없다. 열심히 일하지만 행복은 아직도 멀리 있는 듯하고 생활은 풍요로운 듯 한데 마음의 허기는 더해지고 있다. 매사가 숨 가쁠 정도로 워낙 빠르게 지나가다 보니 빠른 것이 가치의 척도인 양 자꾸만 휘둘리는 것 같아 중심을 잃기도 하고 영혼의 비곗덩어리가 점점 비대해짐을 절감하고 있다.

이 책은 내게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라고 그래야 행복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젠 느리게 가라고, 욕망을 버리면 영혼이 행복해 진다고 말하고 있다. 주입된 교육으로 인해 잘못된 가치들을 잘못인 줄 모르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지적하고 있다. 생태계를 파괴하면서까지 이기적으로 살지 말라고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말라며 부르짖고 있다.

스승 에머슨의 영향을 받은 소로우는 행복해지기 위해 고향근처 월든 호수에서 스스로 지은 오두막집에서 자급자족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는 문명사회의 이기주의와 욕망들을 비판하며 자연을 친구삼아 더불어 즐기라고 더 이상 자연을 파괴하지 말라고 세상을 향해 외친다.

 

욕심의 차이가 행복의 차이를 만든다.

부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거의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소로우. (18쪽)

욕망이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이기에 자연을 온전히 누리며 스스로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지켜내라며 얘기하고 있다.

 

어린이보다 지혜로운 어른은 없다.

옛사람에게는 과거의 행위가 있듯이 새 사람에게는 새로운 행위가 있다. 그러므로 단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좋은 선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나이 들면서 얻는 것보다 잃어버리는 게 많기 때문이다.(21쪽) 그래서 그는 연륜보다 젊음을 높이 사고 있다.

그는 나이 먹은 사람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가 꿈꾸는 길을 가고 자기 내면에서 외치는 소리에 귀 기울여 자기 멋대로 살아 보기를 권한다. 법적인 나이보다 신체의 늙어감보다 정신의 늙어 감을 염려하고 있다. 외양보다 내면이 중요하다는 철학자이자 시인인 소로우. 아마도 그는 성선설을 믿은 듯하다.

 

낡은 구두를 신어도 영웅은 영웅이다.

진정한 영웅이라면 하인의 낡은 구두를 신더라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인간에게는 아주 오래된 신발인 맨발이라도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허영심으로 겉모습을 치장하는 데는 단돈 1달러도 쓰지 않았다. 그는 의복에 자신의 성격이 스며들어 점차로 몸의 일부처럼 되기를 원했다. (41쪽) 해마다 철마다 옷이 필요하지 않는데도 우린 유행따라 사고 유행따라 버리기를 반복한다. 뱀이 허물을 벗듯이. 그런 우리에게 소로우는 겉치레보다 내면의, 영혼의 실속을 챙기라고 일침한다. 이것은 우리 옛 선비들의 안빈낙도의 삶과 상통한다.

 

행복은 절대 이자가 붙지 않는다.

오늘 행복하지 않는데 내일 행복하다는 건 모순이라며 지금 여기에서 즐기며 행복하라고 그는 외친다. 상당히 현실주의자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결과 바람의 결을 읽는 삶

소로우는 자신을 눈보라와 폭풍우의 관찰자라고 했고(82쪽) 나도 아주 가끔은 구름과 빛의 관찰자라는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 동지의식을 느낀다

 

혼자 있을 때 온전히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나는 고독처럼 좋은 벗을 아직 찾지 못했다. 우리는 방안에 혼자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릴 때 더 고독하다. 사색을 하거나 일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 항상 혼자다. 고독은 누군가와 그의 친구 사이에 놓인 거리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버드대학의 혼잡한 교실에서도 정말 공부에 몰두해 있는 학생은 사막의 수도승만큼이나 고독한 것이다. (109쪽)

나는 여럿이 모이면 유쾌하고 즐겁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도 외롭지는 않다. 내 스스로 무게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뜻인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도 별로 궁금해 하지 않은 점은 소로우와 통하는 점이다.

 

170여년 전의 사람인 소로우. 오늘 그의 순수한 영혼이 나의 화려한 껍데기를 비웃고 내 영혼의 기름기를 빼라고 소박하지만 예리하게 일깨우고 있다.

소로우가 2년 2개월 동안 월든에 살면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고독을 즐긴 것처럼 작가도 10년의 세월을 시골에서 자연 친화적으로 살았기에 소로우의 글을 쉽고 소박하게 풀어 쓸 수가 있었고 그래서 수수하지만 울림이 큰 책이 되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많은 위인들이 그의 저서에서 영감과 감동을 받았다. 간디, 톨스토이. 함석헌, 법정스님, E.B. 화이트, Robert L. 프로스트, W.B. 예이츠, 케네디 대통령, 만델라 대통령, 킹 목사……. 모두가 소로우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 목소리다.

 

예나 지금이나 소로우가 말한 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이, 그의 글이 울림이 있고 감동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리라. 현재에도 그의 한마디가 가슴을 치게 하고 영혼을 일깨우는 단비같기 때문이리라. 영혼의 갈증을 해소하고 아픔을 치유하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가 남긴 지혜의 말에 오늘 나의 가슴은 요동치고 정신은 맑게 깬다. 그리고 그가 남긴 다른 책들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도서목록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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