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2
헤르만 헤세 지음, 한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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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헤세의 작품.오랜만에 다시 펼쳐드는 전율가득한 문장들. 명품이 영원하듯 고전도 영원하다.몇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고 다시 곱씹게하는 힘. 시공을 초월하는 명문장의 신비.그 매력속으로. 빠지고싶다.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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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2
헤르만 헤세 지음, 한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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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헤세의 작품.오랜만에 다시 펼쳐드는 전율가득한 문장들. 명품이 영원하듯 고전도 영원하다.몇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고 다시 곱씹게하는 힘. 시공을 초월하는 명문장의 신비.그 매력속으로. 빠지고싶다.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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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뱀이 잠든 섬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2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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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흰 뱀이 잠든 섬- 전설과 현실, 그 모호한 경계에서 빛나는 우정!!

 

 

뱀의 해를 여러 번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뱀에 대한 상서로운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인지, 새해 첫날을 맞는 기분은 '어제와 같은 오늘' 딱 그 정도였다.

뱀에 대한 나의 평소 생각은 무섭고 징그럽고 사악하다는 것이다. 흰 뱀, 누런 뱀, 초록 뱀이든 애완용, 보신용, 동물원용이든 색깔불문 용도불문하고 말이다.

극지를 제외하고는 전 지구상에 분포된 뱀. 정작 뱀은 부의 상징, 수호신의 이미지이고 열대지방으로 갈수록 그 종류와 수가 점점 증가해서 열대지역은 뱀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인 편이다. 십이지 동물 중 여섯 번째인 뱀은 불사와 재생의 상징으로 신화와 전설에 다양하게 나타난다는데도 아직은 친근하지가 않다.

그래도 올해는 명색이 뱀의 해인데 이젠 좀 편견을 깰 수 있으려나하고 '흰 뱀이 잠든 섬'을 펼쳐 들었다.

미우라 시온. 한국 젊은 작가도 잘 모르는데 일본작가는 더욱 낯설고 미우라 시온 역시 생소한 작가이다. 제 135회 나오키상 수상자이고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라는 설명에 적어도 지겹지는 않겠구나하는 정도의 안도감이 들었다.

흰 뱀이 잠든 섬에 사는 주민들은 뱀을 무서워할까? 든든해할까? 흰 뱀이 겨울잠을 자는 건가? 봉인된 채로 영원한 잠을 자는 걸까? 마을에서 두려워하는 큰 사건이라면 어떤 종류일까? 만약 섬이 위기에 처할 때 뱀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서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까? 온갖 상상을 하며 책을 읽는데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

이 소설의 배경인 오가미섬에는 바깥세계와 다른 규정 및 독특한 관습들이 있다. 이를테면 섬에는 장남만 남을 수 있고 장남끼리 지념형제를 두며 백사님을 모시는 신궁인 아라가키 신사에서 실질적인 섬지배를 하고 있는 것 등이다.

늘 뜻을 함께 한다는 지념형제.

지념형제는 섬에 있는 장남끼리만 맺을 수 있다. 혈육인 친형제보다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좁고 단조로운 섬 생활을 지루하지 않게 외롭지 않게 하려는 장치인 듯하다.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섬에 남게 하여 이 작은 공동체를 유지하고자 하는 섬사람다운 발상이다. 그들만의 평화를 위한 생존법칙이 부럽다. 누구라도 지념형제가 있다면 세상은 좀 더 견딜만하고 안정적이 될 테니까. 현재의 학교폭력과 자살문제까지 생각하니 제도적으로라도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뚝 든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마니또니 멘토니 하는 정도로는 미약하니까.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사토시와 고이치는 지념형제이다. 섬을 떠나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사토시와 섬을 지키며 배를 타기도 하는 고이치는 쌍둥이처럼 서로를 배려하며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토시는 섬을 자꾸 떠나려하고 섬사람과도 이질감을 느끼며 물 위의 기름처럼 섬 생활에 동화되지 못해서 혼란스러워 한다. 마치 예민한 사춘기소년의 정체성혼란처럼.

 

형태는 보이지 않았다. 느낌뿐이다. 하지만 사토시는 알 수 있다. 어떤 불온한 것이 이 마을을 잠식하려 한다는 것을. -본문 94쪽

이 섬은 사토시의 피부를 자극한다. 아픔을 느끼는 감각의 부위가 커지는 것 같다고 할까. 숨구멍이 모조리 열리고 그 곳을 통해 실바람이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듯 한 찌릿한 고통이 섬에 올 때마다 사토시를 덮친다. 섬 공기가 신경을 예민하게 만든다. -본문 97 쪽

 

13년 전 열병을 앓은 이후로 사토시는 신기한 것을 보는 아이가 되었고 지념친구인 고이치는 정작 자신은 보지 못하지만 말없이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친구이다. 대축제를 앞두고서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증상이 점점 심해져서 더욱 선명해지고 그 횟수도 잦아진다. 현실인지 꿈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마침내 '그것'을 보기까지 한다.

'그것'은 바다와 산을 드나드는 전설 속의 괴물로서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금기어이다. 입에 담거나 글자로 쓰는 순간 재앙이 닥친다는 그것이 마을에 나타났다는 소문에 마을 인심이 흉흉해 진다.

이 섬의 특징은 고등학생들이 과자나 물을 달라고 하면 담배나 맥주가 나온다는 점이다. 어떤 부분은 통제하고 어떤 부분은 자유롭게 한다. 섬에 뭔가가 있기에 그 고통과 불안을 잠재우기위한 생존방식이 아닐까? 그래도 백사주를 마시고 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신으로 섬기는 백사를 술로 만들어 마시다니 겁도 없이. 아니 작가가 겁이 없는 거지.

그런데 가장 특이한 비밀은 백사님을 모시는 아라가키신사다. 섬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는 이곳에는 뱀의 비늘을 지닌 아이가 태어난다는 오랜 전설이 있다. 시게지라는 금지구역엔 뭔가(황신님)가 봉인되어있어 신사는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섬사람들은 그 비늘을 보고 신구가를 살아 있는 신으로 받들게 되었고 오가미섬 축제는 시게지에 봉인된 그것을 달래고 그것으로부터 섬을 지킨다는 의미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장남인 신이치에게는 비늘이 없고 차남 아라타에게는 비늘과 동시에 신기한 능력도 있다. 그런 동생을 시샘하는 장남. 물론 이점에 대해서는 마을주민 누구도 모르는 사실이다. 어쩌면 알면서도 서로가 내뱉고 이야기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금기사항이니까. 비밀인지 모르는 건지 독자들을 아리송하게 한다.

신화는 전승되면서 종교적인 지위를 누리고 전설의 단편적인 이야기는 문화와 환경에 미치는 힘이 큰가보다. 신화와 전설이라는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섬 전체를 지배하는 신사. 모든 신화와 전설들은 종교였었다는 신화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오가미섬에 흐르는 백사와 황신의 전설은 뭔가 명확하지는 않으나 종교로서의 지배력을 갖는다. 체계적이지는 않으나 사멸되지 않고 계속 발전되는 이야기가 되어 섬 깊숙이 파고든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지념석, 시게지, 금줄 등으로 형상화 되어 사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잘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오시다 아줌마 집에서 본 검은 그림자, 축제 때 마을 가장 깊은 곳에 들어 온 외부인, 섬에 굳이 돌아 올 필요가 없는 차남! -본문 85 쪽

 

축제 전 날 아라타의 친구이며 대학에서 민속예능을 조사한다는 이누마루가 아라타의 집에 머무는 미스터리 속에 섬은 축제준비로 바쁘다.

축제 날 금기어가 된 '그것'이 나타나 마을사람들은 쉬쉬하며 불안해하고 축제의 밤에는 산사태로 길이 끊어지고 마을이 정전되는 등 대혼란에 빠진다. 위기를 느낀 사토시와 고이치는 아라타와 이누마루의 도움을 받아 고생 끝에 신사 뒤편의 바닷가 동굴벽에 금줄을 거는데 성공하여 불온한 무리들의 섬 침입을 잠재운다. 축제는 무사히 끝났고 신궁의 후계자도 장남 신이치에게 무사히 계승되고 마을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섬의 꿈틀거리는 기운과 이누마루를 본 사람은 사토시와 고이치뿐이다.

작가는 현실과 가상의 그 모호한 경계를 독자들에게 체험시키고 있다. 헝거게임의 캣니스처럼 진짜야? 가짜야? 라고 외치게 만든다.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샹그리라, 마음속의 해와 달을 찾아서' 만큼이나 허공에 붕 떠있는 듯 한 전설과 현실의 경계선이 흐릿해지는 짜릿한 체험을 하게한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전설인 거지? 미스터리를 접하면 해결의 열쇠고리가 될 단서를 찾아 집중 추궁하는 심리를 이용하는 듯하다. 이럴 땐 다시 읽으며 그 단서를 찾아야 의문점이 해소된다.

 

난 옛날부터 신구가의 '비늘소유자'에게는 약하니까 -본문 142쪽

'비늘 달린 자'가 살아있는 한 함께하는 것-본문358쪽

동굴 속에서는 아라타가 백사의 화신 같다고 느꼈지만 아라타는 '황신님'과 손을 잡은 존재다. 바다에서 온 백사님과 예전부터 섬에 있던 황신님이 아라타라는 존재를 통해 영향을 미치고 융합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덕분에 지금의 평화가 유지되는지도. -본문 170쪽

 

신구가의 존재가 시게지에 봉인된 것을 진정시키고 그것으로부터 섬을 지키기 위한 것이듯 영원한 황신님인 이누마루는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주인님인 백사가 탄생할 때마다 불안정한 마을을 안심시키기 위해 백마 탄 왕자처럼 구세주처럼 등장해서 백사를 돕게 된다는 것이다. 이누마루. 영원을 사는 그에게는 순간을 사는 백사님 아라타와의 만남이, 이런 섬 축제가 그저 심심할 때 놀아주는 파수꾼정도라니. '비늘 달린 자'와 함께 있을 때만 잠깐 눈을 뜨고 놀아주다가 다시 잠을 자고, 순간과 영원이 끝없이 반복되고, 순간의 기억은 그때뿐인 신의 세계. 어쨌든 섬 축제를 통해 황신님과 백사님은 사랑하는 사람처럼 다정히 손을 잡았고 덕분에 당분간 평화가 유지되겠지.

늘 사람들 속에 섞이지 못하고 현실적 판단에 자신 없어 하던 사토시도 섬 축제가 끝난 후 고교로 돌아가는 뱃길 위에서 안정과 자유를 느낀다. 이제 더 이상 낯선 고향이 아닌 친근한 고향이 된다. 신기할 정도로 변함이 없는 조용한 마을이 아니라 그 속에 어마어마한 비밀을 간직한 마을임을 체험했기 때문일까? 막연한 환상들을 직접 체험하면서 불안정하던 생각들이 정리가 된 사토시.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던 그에게 한여름 밤의 체험은 확실히 평화를 가져다 준 것 같다. 불확실한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청소년의 심리를 대변하듯 보고 듣고 느낀 걸 직접 생생하게 확인해서야 안심을 하고 있으니. 청소년의 성장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닐까?

아이들의 장난처럼 한여름 밤의 꿈처럼 동화 같은 설정이 신의 세계를, 신묘한 백사와 황신의 전설을 귀엽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들어 버린다. 무시무시한 뱀일 것 같다는 선입견을 무장 해제시켜 버린다. 두렵고 떨리는 두 신의 우정이 사토시와 고이치의 우정보다 더 매력적이고 귀엽다. 신이기에 지념석은 필요없지만 누구보다도 더 지념형제같은 이누마루와 아라타. 순간의 기억은 그때 뿐, 곧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순간을 사는 영원한 신 이누마루의 모습이나 비늘이 없는 장남 신이치를 도우며 모든 것을 양보하는 동생 아라타의 배려 등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뭘까? 신이 있느냐 없느냐의 확인보다 서로에 대한 확신과 배려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밋밋하고 지루한 섬을 짜릿하고 긴장감 도는 섬으로 만들었다가 마침내 안정적인 섬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전설, 그런 전설 하나쯤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심리묘사가 뛰어나다는 미우라 시온의 청소년심리해법인가. 청소년의 아슬아슬한 불안 심리를 아리송한 전설과 섞어 감칠 맛나게 풀어 버린다.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다.

 

* 인상 깊은 구절 *

인간은 정말 희한한 존재라고 이누마루는 생각했다. 형태가 없는 마음을 헤아려 그것을 말로 표현한다. 소중한 보물처럼 -본문 360쪽

도망치고 싶은 곳이 있고, 그리고 그곳에 언제나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어야 돼.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사람은 그곳에서 도망치면서 자유를 느낄 수 있어. -본문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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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한 친구들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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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죽음을`을 먼저읽고 이책은두번째.`백공`보다 더재미있다. 욕망과 질투를 조심하라.너무 튀지마라.친구를 가려사귀든지 친구의장단점을 미리파악해 자신을보호하라.상처받거나 피해보지않도록.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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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 소리
황석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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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세차게 흘러가는 여울처럼 이름 없는 민초들의 가슴에도 꿈은 흐르고 있다.

 

 

지난 해 말 개밥바라기별을 읽고는 황석영님의 유머 가득한 문장, 깊이 있는 글 솜씨에 반했고 청춘, 그 맘 때 쯤 이면 누구나 한번쯤 했을 고민들에 지극히 공감하며 감동하며 읽었다. 왜 이제야 읽은 거지 싶을 정도로 푹 빠져 읽었다. 그 후론 바리데기, 여울물 소리까지 읽게 되었다.

 

여울물 소리.

제목을 딱 읽었을 때는 꽤나 낭만적인 이야기인가? 표지도 귀여운 핑크색깔인 걸 보니……. 어? 여울은 강이나 바다에서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센 곳이라서 비록 물소리는 작지만 힘이 있는데 그렇다면 기구한 사연이 많은 판소리꾼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했다.

 

등단 50 주년을 맞은 일흔이 된 대한민국 대표작가의 넋두리 같은 메시지를 다 읽고 난 지금은 자꾸만 뭔가를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어려운 옛날 용어들이 많아서 사전을 들춰가며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술술 재미있게, 때론 가슴 절이며 읽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미처 몰랐다. 이렇게 곱씹으며 긴 생각에 빠질 줄은.

 

2013년 오늘의 현실에서 마주한 19세기 우리 백성들의 아우성. 그 자생적 움직임들. 언제나 백성들은 한결같이 지켜보고 소원하고 있었구나. 올바른 세상. 모두에게 공평한 세상. 억울하고 굶주린 자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오기를 목숨 걸었고 비굴과 부조리, 부패에 맞서 용기를 냈구나. 라고 생각하니 울컥한 마음에 고개를 조아렸다.

 

소설의 이야기는 박연옥의 회상으로 시작해서 그의 남편 이신통과 엮이게 되고 이야기꾼과 동학 즉 천도교, 그 시절의 만인소, 임오군란, 동학혁명 등 역사적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광대, 민요, 판소리, 전기수, 언패소설, 민담, 놀이패, 육자배기, 삼현육각, 거벽 등 새로운 사실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서 19세기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기분이다.

 

박 연옥. 그녀는 시골양반과 기생 첩 사이의 서녀로 태어나 나이 열여섯에 시골 부자의 후처로 들어가지만 투전판을 떠돌며 집 안을 돌보지 않던 남편과 삼 년 만에 이별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결혼 전, 이미 마음속에 이 신통을 정인으로 두었기에 민란에 참여했다가 부상당하고 돌아온 그를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며 짧은 행복을 누린다. 하지만 행복의 단잠은 잠깐 뿐. 나라에서 금지한 천지도의 신자인 이 신통은 도인들의 고통과 각지의 민란을 외면할 수가 없어 연옥을 떠나게 되자 연옥은 그런 신통을 찾아다니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제야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 신통. 그는 서얼의 서자로 태어나 신분의 한계를 지닌 지식인이 되어 주변부를 떠돌게 되는 엄격한 신분제도의 희생양이다. 이름 난 전기수로, 강담사로, 재담꾼으로, 광대물주로, 연희대본가로, 천지도의 교리와 스승의 행적의 기록자로서의 떠도는 다양한 삶은 신통방통한 그의 글 읽는 솜씨만큼이나 재주가 많고 기지가 번득이기에 좋은 시대를 만났다면 더 많은 일을 하지 않았을까싶다.

 

'내 마음 정한 곳은 당신뿐이니, 세상 끝에 가더라도 돌아올 거요.'(p.87)

신통이 연옥을 떠나면서 남긴 이 말은 오히려 연옥의 혼잣말이 되고 우리 민족의 한 서린 외침 같이 들린다. 마치 정의와 진실은 돌고 돌더라도 반드시 돌아 올 거요 라는 울림처럼. 불의에 맞서기 위한 항거와 봉기의 움직임은 분명 더 좋은 세상을 꿈꾸는 민초들의 꿈의 물결이다.

 

몰락해 가는 왕조와 외세의 침략이 들끓던 19세기 그 격변의 시대에 봉건적 신분제도와 성리학에 바탕을 둔 유교사상을 뒤엎는다는 것은 상상불가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부정부패와 제국 열강들의 침탈을 더 이상 목도 할 수 없었기에 농민들과 일부지식인들이 감히 용기를 내어 동학혁명을 일으켰다. 결국 권력의 개입과 일본의 개입으로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힘이 없을 것이라 여겼던 민초들의 도도한 저항의 힘이, 그 정신과 혼들이 흐르고 흘러서 3.1운동, 4.19의거,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등으로 세차게 스며든 것이 아닐까? 싶어 그 반란의 가치를 높이 사고 싶다.

 

'그게 모두 일본이 서양 것들에게 당했던 그대로를 우리에게 덤터기 씌운 게랍니다. 석 달 동안에 조정은 미국, 영국, 독일과 차례로 수호조약을 체결하였답니다.'(p.248)

 

'바야흐로 난세인데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나 정말 죽일 놈들은 모두 벼슬아치들이지요. 청은 물론 양, 왜가 함부로 들어와 나라의 이권을 제각기 도적질해가는 판인데 힘없는 백성들 등이나 치려고 사고 파니 망해가고 있는 거지요.'(p.422)

 

'사람이 바로 하늘이니 사람밖에 사람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좋은 마음이 하늘이니 그 마음을 존귀한 하늘처럼 소중하게 받들어서 좋은 마음에 따라 사는 것이 곧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길이로다'(p.372)

 

'평생의 근심은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며 아비가 아비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한 각박한 세상이 되었음이라.'(p.375)

 

요즘 영화판을 휩쓰는 메뉴들, 26일, 레미제라블, 클라우드 아틀라스 등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힘없는 자들의 목숨 건 반란과 혁명을 다루는 것 같아 반가우면서도 가슴 한 켠 씁쓸하다.

 

언제쯤이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될까? 정치가들 뿐 만 아니라 우리 각자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꼭 오리라는 신념과 확신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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