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정원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김효은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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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 '언어의 정원'은 '너의 이름'으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기작이다. 물론 이전에도 많은 작품이 있었지만, 이 '언어의 정원'으로 인해 그의 이름이 한국에서도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언어의 정원'은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고등학교 1학년생 '아카즈키 타카오'와 우울증 및 트라우마로 인해 어른임에도 혼자서 제대로 걸을 수 없었던 27살의 '유키노 유카리'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비가 오는 날이 되면 학교를 땡땡이치고 우에노 공원의 한 정자를 찾는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짧지만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친해지기 시작하고, 결국엔 서로가 오늘은 비가 내렸으면 하는 바람을 품을 정도로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세상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세계로 갈 수 있는 비 오는 날, 정자에서의 만남이 바로 본 책의 주요 스토리이다.


여기까지 봤을 때 아마 몇몇 분들은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같은 막장 드라마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도 보고 원작 소설에 해당하는 이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이 '언어의 정원'은 결코 두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만을 담은 책이 아니다. 영화에서조차 보이지 않던 타카오와 유키노의 깊은 속사정과 그들 주위에 있는 조연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다 보면, 평범한 사랑 이전에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비롯해 살아가면서 한 번씩 느껴봤던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건 뭐지?'. '지금 가는 길이 정말 맞는 걸까?' 하는 고민들을 꽤나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주인공인 타카오가 있다.

작중에서 타카오는 고등학교 1학년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의 이혼하면서 엄마와 형, 이렇게 세 식구끼리 살게 된 일. 그리고 형이 자신의 학비 때문에 원래의 꿈을 포기하고 일찍이 회사에 다니게 된 점, 자신과 똑같이 부모님이 이혼했던 옛 여자친구로부터 '혼자만 사연 있는 척하지 마. 이 세상에 이혼하고 한 부모랑 사는 가정이 얼마나 많은데!'라는 말을 들었던 일. 그 외의 모든 현실적인 사정이 타카오를 덮쳐오며 그는 어린 나이임에도 '어른이 되겠어'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타카오가 결론지은 진정한 어른이란 '자신이 갈 길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었으며, '제대로 걸어야 해'라는 의미에서인지는 몰라도 구두 장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러한 타카오의 생각은 어른인 내가 봐도 대견하다.

그리고 동시에 앞에서 말했듯이 '나도 내 앞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학창 시절 진로 희망서를 쓰는 것 같지만 정말 이 책을 읽다 보면 학생이든, 어른이든 어른 됨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오늘날엔 꿈이 없어도 괜찮다는 위로 같은 조언이 많아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다고 보는 주인장이기에 이런 식의 고민은 괴로우면서도 의미가 깊다고 본다. 특히 타카오와 반대로 어른이지만 아직도 어린애 같은 유키노 선생님의 모습과 비교해 본다면 그 느낌이 더욱 와닿는다(무엇보다 유키노 선생님이 겪고 있는 우울증에 대한 묘사는 무척이나 생생하다.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겠다는 그 말이 남 일 같지 않다).


아무튼, '언어의 정원'은 하나의 비와 같다.

영화를 보고 이 책을 보는 사람은 다시 영화판을 보면 비에 맞은 것처럼 영화가 생생하고, 새롭게 느껴질 것이고, 만약 소설책으로 이 책을 처음 접한 사람은 읽는 것 자체로 생생하고 훗날 영화를 볼 때 역시 영화를 먼저 본 사람처럼 싱싱한 느낌의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잔잔한 소설, 영화 '언어의 정원'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 드린다!

나는 여전히 어린애지만, 적어도,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지향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 P14

내 몸이 다소 차가운 건
이슬비 속에서 홀로
걸었기 때문이지

내 손바닥은 이마는 촉촉한 채로
어느덧 나는 어두워지고
여기에 이렇게 기대앉아
불이 켜지기를 기다리지

알지 못햇고 바라지도 않았던
하루를 내게 가르쳐주며
고요함에 대해 뜨거운 한낮에 대해
비의 잔잔한 속삭임은 이렇게
불현듯 이렇게 저렇게 말해주지
나는 그것을 들으며
언젠가 언제나처럼 잠이 들겠지. - P52

필사적으로, 무너질 것만 같은 마음을 필사적으로 끌어안으면서도 나만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부르짖던 마음이 눈앞에 선연히 떠올랐다.
모르는 사이에 우리 모두는 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건강한 어른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누가 우리를 선별할 수 있을까. 자신이 병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 P64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고 인간은 그리 간단하게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도 나는 빨리, 더 좋은,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정자에 앉아 노트에 구두 디자인화를 그리며 타카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소중한 사람을 잘 돌봐주고 다정하며 강인한 인간, 어느 날 갑자기 혼자가 되어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강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 P140

나는 지금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고 있는 걸까. 어쩌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누군가를 잃으며 자신도 잃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은 아닐까. - P166

유카리도, 아카즈키도 자신의 울타리 안에 타인에게는 결코 드러내지 않는 특별한 영역을 감추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것은 타인에게 가치가 있는 경우도 있고 누구에게도 의미가 없는 쓰레기에 불과할 때도 있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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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군 실험노트 - 상 - 시안 코믹스
하야카와 노지코 지음, 양여명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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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일기‘에 이어서 ‘실험노트‘편이다. 이번 편이 그 후속편에 해당하는 것 같은데 전과 마찬가지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잔잔한 분위기와 색다른 감성 때문에 한번 계속 읽어보자고 생각했으나 똑같았다. 하지만 아쉽긴해도 위와 같은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분명 재미있을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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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군 관찰일기
하야카와 노지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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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생각이 나는 그림체와 잔잔한 분위기가 특징인 만화. 친구가 추천해서 읽어봤지만 그다지 인상깊지 않았다. 엔도와 츠다의 관계도 그렇고 전개 방식이 특히 그랬다. 누군가의 말대로 소장까지 할 정도의 만화는 아닌 것 같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섬세한 작품을 좋아한다면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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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노 군에게 닿고 싶으니까 죽고 싶어 2
시이나 우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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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과 함께 구매해서 읽었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반전에 반전이 가득했다. 특유의 공포스러운 분위기 역시 매력적이다. 아오노 군과 유리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3권도 빨리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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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노 군에게 닿고 싶으니까 죽고 싶어 1
시이나 우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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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체 때문에 자칫 평범한 순정만화 같아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은근 호러 분위기가 가득한 만화이다. 그럼에도 다른 만화들과 달리 스토리 전개나 설정이 아주 매력적이다. 로맨스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적극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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