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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외투.광인일기.감찰관 ㅣ 펭귄클래식 64
니콜라이 고골 지음, 이기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고골의 작품은 풍자가 주를 이룬다.
만약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고골의 문학이 형편없는 작품으로 보일 것이고, 반면에 문학적 유희를 좋아하는 유능한 독서가라면 분명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그런데 속물적인 인간들이 있기 때문에 고골의 문학이 빛나지만 말이다.)
팔이나 다리가 없다 해도 코가 없는 것보다 나을 거고, 귀가 없어도 보기는 흉하겠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할 거야. 그런데 사람이 코가 없어서야 말이 되냐고. 새가 새가 아니고, 사람이 사람이 아닌 거지. 차라리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게 낫지! - P57
온갖 관청, 연대, 사무실 등, 말하자면 이런 곳에 근무하는 관료들보다 더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없다. 요즘 개인들은 모두 자신이 당한 일을 사회 전체가 모욕당한 것처럼 생각하니 말이다. 최근에 어느 군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하여튼 어느 군 경찰서장이 청원서를 제출했는데, 거기에는 국가의 법령이 폐기되고 있으며, 자신의 신성한 이름이 아무 쓸모 없이 회자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 - P75
이 성스러운 러시아 땅에 모방 병이 돌았는지, 모든 사람이 이런 식으로 장관을 흉내 내 서투르게 모방하는 것이 유행이 되어버렸다. 유명 인사가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엄격함이었다. ‘엄격, 엄격, 또 엄격‘을 자주 반복했고, 마지막 단어를 말할 때면 듣는 이의 얼굴을 매우 위엄 있게 쳐다보았다. 그가 아카키를 기다리게 한 까닭은 오래전에 관직을 떠나 초야에 묻혀 있는 친구에게 자신을 찾아온 아카키를 오랫동안 문 앞에서 기다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 P104
"당신이 지금 상대하는 사람이 누군지나 아는 거요?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기나 한단 말입니까?" 이 중요한 인사는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나타난 데 만족했고, 자신의 말 한마디가 한 인간의 감각조차 마비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감에 취해, 곁눈으로 친구가 얼빠진 듯 이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을 슬쩍 보면서 스스로도 전율을 느끼기 시작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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