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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오징어 - 독서의 탄생부터 난독증까지, 책 읽는 뇌에 관한 모든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6월
평점 :
지금까지 독서는 공평한 학습 방법이라고 믿었습니다. 독서를 통해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와 감정을 익힐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지역마다 공공 도서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독서 환경의 불균형을 보완하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이 책의 뒤표지 추천사 중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더군요.
「이 책을 읽고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고등학교까지 아이들에게 평등한 독서 환경이 왜 필요한지를 더 강하게 인식하게 됐다.」
제 생각과 정반대의 추천사입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소리로 한국어를 접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글자 체계를 배웁니다. 이 단계는 누구나 공평하게 거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글자를 익히는 단계부터 불균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니요. 어떤 점에서 그렇다는 것인지 호기심이 일어서 이 책을 구매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뒤표지에 ‘읽는 뇌의 경이로운 여정’이라고 적혀 있는 걸로 보아서 책을 읽을 때 생기는 뇌의 변화를 알 수 있다면 ‘객관적인’ 독서를 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서문과 목차를 토대로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문자의 기원이라는 아름답고 다양한 변형적인 역량에 대한 찬양으로부터 시작된다. 뒤이어 독서하는 뇌와 다양한 학습 경로의 발달과 관련하여 펼쳐지는 획기적으로 새로운 조망을 다루며 마지막으로는 앞으로 전개될 상황의 장점과 위험성이라는 까다로운 문제를 언급하며 끝을 맺는다. 25쪽」
서문과 목차를 살피 보기만 해도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만일 시간이 부족하다면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만 골라서 읽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문자, 문장, 글을 읽으면서 생기는 뇌의 변화가 궁금하다면 처음부터 정독해야 경이로운 여정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겉으로 이 4가지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누구나 제대로 독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만약 독서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라면 마지막 장에 난독증처럼 글을 읽지 못하는 뇌가 존재할 리가 없겠지요.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면 ‘독서는 학습의 결과물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요.
한 줄 평가를 내리니 그렇다면 독서에도 수준이 있다고 말하던 책 <독서의 기술>이 떠오릅니다. 최근 <독서의 기술>을 읽어서인지 <프루스트와 오징어>에서도 독서가의 유형과 관련된 내용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프루스트와 오징어>에서는 독서가 유형을 총6가지로 구분합니다. 예비 독서가, 초보 독서가, 해독하는 독서가, 유창하게 독해하는 독서가, 숙련된 독서가입니다. 유형별로 뇌가 어떻게 반응하고 움직이는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숙련된 독서가로 성장할수록 뇌의 반응 속도는 짧아지고, 활성화되는 부위는 많아집니다. 인지 능력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무대가 바로 ‘독서’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독서 수준이 높을수록 표면적 의미는 물론이고, 글 속에 숨겨진 숨은 의도까지 간파할 수 있습니다. 그 수준으로 독서 수준을 끌어올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뻔한 말 같지만 결국 글을 많이 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글자를 배울 수 없는 유아기에는 소리로 글을 배웁니다. 소리로 발음과 의미 단위를 배우면서 짧은 이야기를 읽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어휘를 습득하고, 여러 감정을 배워갑니다. 독서를 위한 기본을 쌓는 것이지요. 기본을 반복하면서 숙련된 독서가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만약 기본기를 본인이 키울 수 없고 주위에서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면, 사람마다 기본기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지요. 그 차이를 메꾸기 위해 교육이 존재하고요. 독서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아기부터 구술 언어, 독서를 자주 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본 책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차이를 메꾸려면 적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그 방법이 공공 도서관뿐이라고 한다면 조금 아쉽습니다. 수업에서도 시험이 아닌 독서 자체를 목적으로 한 교육을 도입할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 바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