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정전
오가와 사토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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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6편의 단편을 관통하는 주제는 시간입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려는 자, 현재를 유지하려는 자, 미래(과거 시간 기준, 즉 현재)를 바꾸려는 자들이 뒤얽힙니다. 1번째 단편에서 시간을 오가는 방법을 마술로 묘사합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 자들이 등장하지요. 2번째부터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오가며 현재(과거 기준 미래)를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을까요? 그 여정을 마지막까지 지켜보는 사람이 독자입니다.

 

<유행의 존재 이유>

 수많은 여정 중 제 픽은 <마지막 불량배>입니다. 인생은 가끔 쳇바퀴에 비유됩니다. 그저 집, 학교 혹은 직장을 오가는 생활. 따분하고 지친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지요. 짜인 틀 같은 세상에서 사람들은 무언가를 계속 찾습니다. 마음을 위로해주고 기운을 줄 것을요. 그렇게 발견한 걸 다른 사람들과 나눕니다. 시대, 나이,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요. 그렇게 자신만의 취향을 완성합니다. 각자의 취향이 모이고, 공통점이 나옵니다. 즉 유행입니다.

 

유행은 주로 문화 분야에서 발생합니다. 잠시 현실을 잊고 다른 세계에 몰두할 수 있는 통로니까요. 순수하게 자신의 취향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 분야에서 탑이 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늘 대중보다 빠르게 다른 걸 시도합니다. 시도가 새로운 것이라고 소개합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시도를 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바꾸어 적용합니다. 비슷한 듯 다른 취향이 많아집니다. 티 나지 않게 유행은 대중 속에 자리를 잡습니다. 대중은 유행을 소비하며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이런 유행의 순환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유일무이한 유행>

 <마지막 불량배>에는 유행의 개념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유행에는 반드시 따라하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유행을 따라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유행은 일상화됩니다. 가장 먼저 유행을 주도했던 사람은 더 이상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만일 시간이 흘러도 자신을 모방하는 사람이 없다면 어떨까요? 모방하는 사람이 없기에 희소가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변형하지 않아도 되는 유행 즉, 유일무이한 유행입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불량배는 유일무이한 유행이 될 수 있을까요? 불량배가 유일무이한 유행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바로 불량배에게 피해를 받는 사람입니다. 불량배는 누군가를 욕할 수도 있어야 하고, 누군가를 부려먹을 수도 있어야 하고, 누군가를 때릴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 자리를 맡으려는 사람이 존재할까요?

 

<유행에는 규율이>

 그래서 <마지막 불량배>의 끝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모모야마는 구리모토에게 유행 단체에 가입할 것을 권유를 받습니다. 그리고 구리모토의 턱을 후려갈기는 장면에서 소설은 끝납니다. 만일 모모야마가 구리모토의 추천을 통해 유일무이한 불량배로 남겠다고 했다면 제약이 따랐겠지요. 일정한 규율 속에서 불량배로서 적당히 움직여야만 할지도 모릅니다. MSL유일무이한 유행MSL의 법칙을 따르는 유행에 불과하니까요.

 

그러나 그 자리에서 바로 구리모토를 때림으로서 스스로 불량배의 유행을 시작점이 되고자 합니다. MSL 회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요? MSL에서는 폭력, 도둑질, 강도짓도 유행의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지요. 그 모임에는 그런 짓을 유행처럼 만들려는 사람을 제재하는 법칙이 생기겠지요. 그러면 다른 이를 모방하지 않고는 유행을 즐길 방법이 적어지겠지요. 결국 MSL에도 유행의 일상화가 이루어지겠지요. 일반적 사회와 차이는 사라지고요. 서로를 위해 지킬 건 지켜가면서 유행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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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라는 착각 - 확신에 찬 헛소리들과 그 이유에 대하여
필리프 슈테르처 지음, 유영미 옮김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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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비합리적

 

위 단어들의 느낌은 어떠한가요? 아마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 분이 많겠지요. 사회를 살아가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 있으니까요. 긍정적인 단어와는 연이 닿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제정신이라는 착각>에서 확신이라는 단어와 함께 사용됩니다. 어쩌다 확신이 위의 단어들과 어울리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사회

 

먼저 확신의 뜻부터 살펴볼게요. 굳게 믿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믿음의 대상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사회에서 비정상이라고 일컬어지는 현상도 포함됩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거나 어떤 위험이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른다고 믿는 겁니다. 이런 확신이 지속될 경우, ‘비정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마르가레트 G.의 사례를 읽어 보세요.(36) 그녀를 비정상으로 정의한 기준은 딸과 의사의 확신이었습니다. 그녀의 확신이 옳을지도 모르는 데도요. 이 사례를 통해 확신은 옳을 수도 옳지 않을 수도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불확실한 확신은 이런 이유로 탄생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저자는 독자에게 한 가지 사실을 계속 언급합니다. 망상 증상이 곧 정신적 질환을 뜻하지 않으며, 정신적 질환에 걸린 사람이 망상 증상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요. 망상에도 강도가 있으며, 평범한 사람도 망상을 할 때가 있다고 언급합니다. 망상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독자의 시각을 환기하려는 목적이 있지 않을까요?.

 

확신과 망상의 적응적 진화

 

13장 조현병은 왜 생겨날까?(97~)

26장 균형을 잃은 사람들(221~)

27장 여기서 병든 사람은 누구일까?(270~)

 

위의 챕터를 통해서 독자는 망상의 원인, 과정,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심리학, 뇌과학, 유전학, 신경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예로 들며 독자에게 망상 증세를 설명합니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단어 적응적이 자주 등장합니다. 여기서 적응적이란 말은 생존과 번식에 직접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발휘한다는(153) 뜻입니다. 생존을 위해 비합리성이 적응적으로 진화해 왔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입니다. 확률은 낮지만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치명적인 오류를 피하고, 비용-편익을 고려하고,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이끈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런 적응적 이점이 사람의 확신 또는 망상을 더욱 굳힙니다. 설령 그것이 비합리적이라고 해도요. 이것이 비합리적 확신이 나오게 된 배경입니다.

 

사실 이 책의 주제는 프롤로그에 나와 있습니다.

 

어떤 확신이 정상적인 것으로 혹은 제정신이 아닌것처럼 보인다 해도, 그것은 언제나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19)

 

이 명제를 설명하기 위해서 저자가 온갖 근거를 설명합니다. 그런데 에필로그에서 데이터는 완전할 수 없기에, 새로운 데이터나 인식이 등장하면 과학의 진술도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한다(325)고 덧붙입니다. 자신의 주장조차도 불확실한 확신, 비합리적인 확신일 수 있다고 소개하는 셈이지요. 수많은 실험을 토대로 삼은 주장도 불확실하다는데, 경험에만 의존하는 개인의 생각은 오죽하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부족한 경험의 양이 착각을 부르고, 착각이 불확실한·비합리적 확신으로 굳어지는 원리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다양한 예시를 들어서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제정신이라는 가설을 파헤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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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간은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들의 기쁨과행복으로 유지된단다. 우리가 진짜 삶에서는 누리지 못했던 기쁨과 행복을 대신 경험하는 거지. 나는 수많은 사람의 기쁨과행복을 대신 경험했어. 내가 만든 치료제 덕분에 열이 내린 사람, 두통이 사라진 사람, 상처가 아문 사람들을 수없이 보았지. 그때마다 내 마음이 얼마나 충만하던지."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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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튀어나온 과속방지턱은 안전한 운전을 위해 만들어진 거지, 거기서 영영 멈추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란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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끚맺음을 맞이하는 자세가 내게도 필요하다.

"꿈도 바꿀 수 있더라고. 엄마, 난 내 꿈을 바꾼 거야‘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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