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마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8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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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을 때면 늘 선명한 감정선을 느낍니다. 사랑, 우정, 모성, 애정…… 거론하면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등장인물의 마음과 행동을 드러내 놓고 쓰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표현이 초중반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후반부에 독자가 직접 추리를 마치고 결과를 궁금해 하는 순간이 돼서야 등장인물의 진심이 휘몰아칩니다. 그 소용돌이가 후반부로 갈수록 독자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합니다.

 

이 책에서 느낀 감정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책의 뒷표지만 읽어도 바로 알아챌 수 있으므로 생략합니다. 다른 한 가지는 바로 누군가를 위한 마음입니다. 누구에게나 애()라는 감정을 느끼는 상대가 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애를 표현하겠지요. 그 방법이 선을 넘었을 때, 우리는 상대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의 시소가 번갈아가며 가라앉겠지요. 그 고민의 과정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고 일드 <N을 위하여>가 떠올랐습니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이런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등장인물 이름까지는 생각나지 않습니다만, 만약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죄를 저지른다면 넌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질문에 같이 경찰서로 가겠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잘못된 길을 걷는 상대방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어 주겠다는 그 마음이 꽤 인상 깊었습니다. 유리나에게도 그런 마음이 아예 없지는 않았겠지요.

 

소설이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독자가 유리나라면 어떤 감정을 품었을지 궁금해집니다. 최악의 상황까지 멀리 내다보고 결심한 신고에 대해 독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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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모닝 확장판 - 더 쉽고 더 확실하게 더 원하는 삶으로 바꿀 수 있다 미라클 모닝
할 엘로드 지음, 윤영삼 옮김 / 한빛비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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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요? 미라클모닝을 통해 성장했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가 많아진 게. 책 제목을 보면 경쟁하듯이 5, 4시처럼 이른 시간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습니다. 일찍 일어날수록 성장할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는 미라클모닝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걸 뜻하는 줄 알았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성장하기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는 거죠. 미라클모닝을 하고 싶다는 말을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고요.

 

그런데 이 책 <미라클모닝 확장판>을 읽고, 미라클모닝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미라클모닝아침형 인간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오해입니다. 미라클모닝을 실천하기 위해 아침형 인간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미라클모닝은 언제든 실천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언제 일어나든 상관없습니다!” 26

 

위의 글은 한국어판 서문에 저자가 한 말입니다. 국제적인 자기계발 강사로 활동한다고 했으니 한국 독자와도 만나며 미라클모닝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겠지요. 그 경험이 축적되어 한국의 독자는 미라클모닝아침형 인간을 혼동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따로 적은 듯합니다.

 

도서 띠지에는 전 세계 1억 명의 아침을 바꾼 기적이라는 문구가 실려 있습니다. 이 문구에서 우리는 아침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아마 해가 떠 있는 시간을 떠올리겠지요. ,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서 해가 떠오른 시간부터 무언가를 하는 것을 미라클모닝이라고 오해하기 쉽지 않을까요?

 

<미라클모닝 확장판>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모닝은 시간이 아니라 시작을 뜻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내용처럼 직업이나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아침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258) 그 사람들에게 모닝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일 겁니다. 오후 1시가 모닝인 사람도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5, 10분 점진적으로 기상 시간을 당기며 미라클모닝을 실천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미라클모닝 아닐까요?

 

책에서는 미라클모닝과 함께 미라클이브닝도 다루고 있습니다. 하루의 시작처럼 끝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미라클모닝

미라클이브닝

명상, 확언, 시각화, 운동, 독서, 기록

금식하기, 스트레스 풀기, 필요에 따라 수면보조제 사용하기, 내일을 계획하기, 블루라이트 피하기, 확언, 기분 좋게 해주는 책 읽기, 아기처럼 자기

 

어쩌면 뻔한 답일지도 모르지만 꾸준히 실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지요. 그나마 미라클모닝 중 3가지를 실천하고 있는 상황이니 아예 잘못된 습관은 아니라고 다독여 봅니다. 이제 다른 3가지를 더해서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제게는 목표가 없더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걸 확언하고 시각화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일단 제가 하고 있는 것들 중 더 발전시키고 싶은 걸 찾아내려고요. 지금 하는 것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미래의 목표만큼 중요하니까요. 여러분의 모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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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미야지마 미나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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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백 살까지 살 생각이야

 

띠지에 실린 아카리의 한 마디입니다. 이 문구를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엉뚱한 상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요? 저도 그렇습니다. 이런 생각이 아카리의 괴짜 기질을 확실하게 드러나게 하려는 요소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아카리가 2백 살까지 살 수 있다고 생각한 대목을 읽은 뒤, 아카리의 말이 그저 엉뚱한 이야기에 머물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생각에 이제까지 2백 살까지 산 사람이 없는 건, 그 때까지 살려고 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2백 살까지 살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중 한 사람쯤은 2백 살까지 살지도 모른다. p218-219

 

생각해 보면 엉뚱한 상상을 실현한 생활 요소가 많습니다. 도로 위를 질주하는 자동차 발명, 하늘을 날게 해 주는 비행기 발명, 터치 몇 번으로 세상을 유영하는 스마트폰의 발명……. 따져보면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엉뚱한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일상에 스며듭니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의학의 발달로 낯설지 않은 시대인 만큼 ‘200세 시대라고 오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건강을 염려하여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절합니다. 젊을 때보다 더 건강한 라이프를 지내는 셈이지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200세까지 사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아카리의 말에 동의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아카리의 독특한 궁금증과 막무가내 행동이 전개됩니다. 처음에는 진짜 엉뚱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름대로의 결실을 맺어가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됩니다. 가장 크게 미소를 지은 부분은 아카리가 낯선 감정의 정체를 깨달아가는 대목입니다. 평소의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불안해질 정도로 자신이 좋아하고 있었다는 자각. 그 모든 감정이 자신의 오해가 낳은 결과물이었을 때 밀려오는 안도감. 그렇게 낯선 감정을 알아가는 아카리의 청춘. 어쩌면 청춘은 낯선 감정을 하나씩 알아가는 시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청춘의 한 페이지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일본에서는 후속편이 출간된다고 합니다. 아카리가 배우게 될 낯선 감정을 한국에서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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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코스 창작론
미우라 시온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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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책을 떠올리면 어떤 내용을 짐작하시나요? 제 생각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맞춤법, 올바른 표현, 다양한 어휘를 배울 수 있는 실용적 도서와 글쓰기에 지치고 힘들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경험을 말해주는 도서. 두 종류 중 어떤 책을 읽고 싶어지나요? 저는 전자입니다. 다양한 규칙에 얽매이다 보니 좀처럼 글쓰기를 진행하지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노트북을 닫고 그 글에 대한 생각을 지웁니다. 언젠가 나중에 완성할 때가 오리라는 믿음과 함께.


지은이는 서문에서 자신의 글을 에세이를 읽듯이 읽어달라고 밝힙니다.(10쪽)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진짜 에세이를 읽은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지은이가 자신의 작품을 예로 들며 소설 쓰기에 대해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집필한 책을 예로 드니 자연스럽게 소설을 쓰며 겪었던 고민, 해결 방법이 녹아있습니다. 그 팁들은 소설 쓰기에만 적용되는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온종일 소설 쓰기에만 몰두하기보다 기분 전환을 한 뒤에 써도 좋다는 내용을 제시합니다. 직장에서 각종 서류-보고서, 기획서 같은 서류-를 작성하다 글쓰기가 막힐 때 잠깐 휴게실로 가서 커피 한 모금을 마시는 것에 적용해볼 수 있겠지요.


성실하게 임하는 건 몹시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성실하게 비껴가는 것.남과 다른 발상으로 쓰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입니다. 성실하게 비껴가는 것. 이 말을 일상 단어로 표현하면 아이디어, 창의력이 되지 않을까요? 이미 정해진 규칙대로 성실하게 임하면서 더 나은 길을 발견하기 위해 규칙을 비틀어 생각해 보는 것. 하던 대로 하자는 틀에 갇히지 않을 용기도 때로는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이렇게 자신의 생활 속에 적용해 볼 조언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놓치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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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파도에서 절망의 춤을 - 정신병동에서 하버드로, 삶의 가장자리에서 살아남은 여성의 간절한 고백
에미 닛펠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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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사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주인공이 입학한 대학이 하버드가 아니었어도 이 책은 독자를 만날 수 있었을까요? 불우한 환경 속에서 불안한 마음에 시달리는 아이는 유일하게 매달릴 수 있는 무언가를 찾습니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겠지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공부입니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말리지 않고 마음껏 해 보라고 응원하는 선택지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데는 이런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요? , 공부가 어른들의 눈에 들면서도 현실을 잊게 해 주는 수단이 되는 셈입니다.

 

도피처가 공부이니 자연스럽게 공부를 더 하고 싶어집니다. 당연히 대학을 꿈꿉니다. 주인공도 나는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대학을 이용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좇을 때면 평온해졌다(89)’고 밝힙니다. 대학을 졸업하는 쪽이 환경을 더 나은 쪽으로 바꿀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는 사회니 더욱더 매달리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공의 처지를 읽어나가면 읽어나갈수록 하버드가 아닌 다른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박수 받아 마땅한 상황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유독 하버드 입학에 초점을 맞추는 문구가 유독 거슬립니다. 하버드 입학이 주인공을 불우한 환경에서 벗어나게 해 준 방법인 듯 강조하는 듯해서.

 

주인공은 같이 거주치료소에서 지냈던 사람의 사례를 들며 우리가 겪은 일들을 감안하면 그들은 잘해나가고 있었지만 아주 근소한 차이만 있을 뿐 다들 힘들게 살고 있다(524)’ 말합니다. 여기서 힘들다는 어떤 점을 말하는 걸까요? 유추해 보면 경제적 상황이라는 걸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딛고 자신의 거처를 마련한 그들을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고 판단할 자격이 과연 우리에게 있을까요? 그들을 불우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한 사회적 안정망에 틈이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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