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절제술 트리플 21
서윤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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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날개 절제술>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온라인 검색을 했습니다. 표지에 흰 날개가 그려져 있고, 그 날개로 떨어지는 아이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날개를 절제한 아이가 추락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왜 아이는 날개를 절제해야만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이벤트 중이라서 도서를 제공받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집 <날개절제술>, <리튬>, <다이윗미>, <배틀그라운드>가 실려 있습니다. 이 감상문에서는 <날개절제술>(이하 <날개>)을 다루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제목에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병을 치료하는 것처럼 병원에 가면 그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아이가 그 수술을 받기를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가 참 씁쓸했습니다. 자신이 겪은 고통을 물려줄 수밖에 없는 모성이 처절했기 때문입니다.

 

소설에서는 아이가 그냥 머리 위의 링을 보기 전까지 아이는 스스로가 천사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p31)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 이전에 아이는 알지 않았을까요? 자신은 천사였다는 걸. 왜냐하면 날개를 제거하면서 고통을 느꼈으니까요. 모진 고통을 겪고 그 이유를 모를 수가 있을까요? 종종 부모는 아이가 인간을 연기한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p24)고 합니다. 자신의 언행이 착하다는 칭찬에 늘 화를 냈던 부모입니다. 자신의 기억에 자리 잡은 고통, 칭찬이 험담으로 바뀌는 순간들의 반복은 아이가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른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여기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내보자고 결심했던 게 아닐까요?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날개를 제거하고, 링을 제거하고, 성형수술까지 합니다. 자신이 천사라는 사실을 자각하면서도 현실에서 살아가려고 그렇게 합니다. 아이는 생각합니다. 언젠가 날개와 링을 제거하지 않아도, 성형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까? 그러려면 자신처럼 고통을 겪은 천사가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같은 고통을 천사들이 많아질수록 다양성을 존중 받는 범위에 속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아이는 출산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인간들은 천사를 이용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것이지, 천사를 자신들과 동등한 상대로 대하는 데 익숙해진 게 아니니까요. 천사로 대변되는 소수의 사람들은 하나의 생명으로서 존중받고 싶다는 갈망이 채워지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이 감상문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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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 - 세상의 모든 소리에 귀 기울여 나를 바꾸는 법
줄리아 캐머런 지음, 이상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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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을 쓰다 보면 가끔 스스로 만든 덫에 걸립니다. 네가 쓴 감상문은 읽는 사람에게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휩싸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아티스트 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하 <아티스트, 마음>)을 알게 됐습니다. 저자는 소설가이자 시인, 영화감독, 작곡가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예술가입니다. 감상문도 글쓰기에 속하니 예술에 속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만일지도 모릅니다만, 마음을 다시 추스르기 위해서 <아티스트, 마음>을 읽었습니다.

 

출판사는 <아티스트 웨이>(2012, 경당)의 일상 속 실천 방법이라고 포인트를 잡았습니다. 모닝페이지, 아티스트 데이트, 걷기도 충분히 일상적인데 왜 일상 속 실천 방법을 강조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은 뒤에야 비로소 <아티스트, 마음>의 일상은 제가 생각하는 일상을 한 차원 넘어선 공간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저자는 위의 3가지 방법을 한 챕터로 설명합니다. 그 뒤로는 듣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초반부를 읽으며 의문이 생겼습니다. 듣기를 강조하는데 읽기도 듣기에 속하지 않을까? 저자가 자신의 메시지를 글에 실었고, 독자는 그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니 읽기도 경청에 속하지 않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그 의문이 후반부에 풀렸습니다.

 

책 읽기도 일종의 듣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말을 듣는것이니까요. 우리 주변에는 지혜를 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작가가 지혜의 영감을 받아 쓴 책이죠. 그런 책을 한 권 골라보세요. 어떤 책을 골랐나요? (215)

 

저자도 저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확장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듣기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라면 듣기는 오감을 활용하여 의도를 파악하는 행위를 뜻하지 않을까요? 사람은 의도 없이 행동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 차려주는 식사를 떠올려 보세요. 그 행위에 아무런 의도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닙니다. 가족에게 식사를 맛있게 차려주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배워 온 규칙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여길 뿐이죠. 그러나 생각해 보세요. 플레이팅을 보고,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듣고, 얼큰한 냄새를 맡고, 물컹한 묵을 집어보고, 매운 맛을 느껴보고. 식사에 오감을 총동원합니다. 요리를 하느라 얼마나 수고로웠을지 생각하며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감을 총동원해서 고마움을 느끼고 긍정적 사고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두세 가지 감각만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감각만으로 누군가의 의도를 파악하지는 못합니다. 한 가지로만 의도를 파악하려다 오해 혹은 착각을 하는 것이지요. 감각을 동원해서 들으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일상 속에는 감사히 여길 포인트를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긍정적 마인드를 키울 수 있고요. , 저자는 듣기를 전방에 내세우며 오감으로 긍정적 사고를 키우자고 말하는 것입니다.

 

에세이처럼 읽히는데 <아티스트, 마음>을 왜 자기계발서로 분류했는지 끝까지 읽고 나서야 깨달았네요. 일상 속 드러나지 않은 긍정적 요소를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도록 감각을 훈련해야 한다고 독려하는 책이니 당연히 자기계발서로 분류할 수밖에 없지요. 주를 거듭할수록 방법이 어려워지니 한 번 읽고 덮지 말고 여러 번 읽으면서 체득해 보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정독하며 읽었으니 한 주에 한 챕터씩 읽으며 오감을 날카롭게 다듬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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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한국사 - 5천 년 역사가 단숨에 이해되는
최태성 지음 / 프런트페이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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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역사 공부를 어떻게 하셨나요? 전 필기한 내용을 달달 외워서 시험을 쳤습니다. 그 때 필기했던 내용을 돌이켜보면 명사로 가득했습니다. 사건명, 발생년도, 이름, 업적 등. 인적으로는 그 수많은 명사를 달달 외우기만 해도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제게 역사는 암기과목이었던 셈이지요.

 

그런데 이 공부 방식에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시험을 치른 뒤 다 잊어버리는 현상을 말할 줄 아셨죠? 그것도 문제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문제는 다른 것입니다.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왕과 업적이 무엇인지는 압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으므로 위대한 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글을 창제하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부끄럽지만 저도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최소한의 한국사>는 그 약점을 보완해줍니다. 사건들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물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행동했는지 짚어내며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인물들의 행동을 중심으로 읽으니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입니다. 저자는 누적 수강생이 600백만 명에 달하는 강사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노하우라고 할 수 있겠지요.

 

또 다른 특징으로는 저자의 의견이 덧붙여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역사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나열하기 바쁩니다. 그런데 이 책은 틈을 줍니다. 저자의 의견을 읽으며 역사적 사건에 대해 사고해 보는 시간을 줍니다. 이 시간을 통해 독자는 개인적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배운다고 합니다. 역사도 경험입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행동해서 얻은 결과가 우리들입니다. 그 분들의 이름과 업적을 기리는 것은 중요합니다. 거기에 업적을 이루어낼 때까지의 과정도 포함시키면 어떨까요? 선조들 역시 실패와 좌절을 겪었겠지요.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은 그저 선조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기도 합니다. 선조들의 동사가 우리의 동사와 다를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고 나서 비로소 선조들의 과정에서 한 수 배울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한국사>는 그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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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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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방송 <알쓸신잡>을 아시나요? 재미있게 봤던 프로그램이라서 지금도 가끔 VOD로 볼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출연진이 익숙하지만, 처음 봤을 때는 MC를 빼고는 다 생소한 분들이었어요. 과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인지 반신반의하며 봤습니다. 생각보다 출연진의 입담이 좋아서 흥미로웠습니다. 방송의 히트를 계기로 출연진의 저서도 많이 출간되었지만 사서 읽지는 않았습니다. 방송을 볼 때마다 출연진의 전문성이 매우 높게 느껴졌고, 그런 사람이 쓴 책을 읽은들 이해도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이하 <문과>)도 그런 책이었습니다. 저자에 대한 친근감으로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늘 삭제하는 책이었습니다. 인문학 이야기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거기에 과학을 더하면 절대 이해하지 못할 책이라는 확신과 함께.

 

그러던 어느 날, <서울리뷰오브북스> 11호에 <문과>의 서평이 실렸습니다. 그 서평이 이 책을 구매하게 만들었습니다. 교양 심리학 도서를 읽다가 뇌과학 분야의 책도 조금씩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에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지요. 저는 뇌과학 분야에서 머물고 있는데, 작가님은 뇌과학 분야에서 생물학 분야로 지적 이동을 하셨더라고요. 왜 그렇게 됐을지 궁금했고, 결국 읽었고, 감상문을 쓰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자신을 운명적 문과로 지칭합니다. 수학을 못해서 문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요. 그러나 작가님과 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작가님은 물량공세를 펼치면 수학 문제를 어느 정도 풀 수 있는 이해력이 있었지만, 저는 그것조차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줘도 바로 받아먹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니 문과 쪽에서도 딱히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문과>를 읽으면서 그 사실을 더 깊이 느꼈고, 세상에는 공부할 게 이렇게 많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인문학 이야기도 과학 이야기도 어렵지만 그래도 한 마리의 생선을 건져 올리기는 했습니다. 새끼라서 바로 방생을 해 줘야 할 것 같지만요.

 

이 책을 읽고 화학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다시 잘 때까지 화학제품을 소비하면서 화학을 나쁜 놈처럼 취급하는 모순을 일깨워준 챕터가 있습니다. 바로 화학은 억울하다챕터입니다. 화학의 연구대상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입니다. 물질의 구조, 성질, 관계, 변화를 연구합니다. 물질은 법칙대로 움직이는데, 법칙을 바꿔가며 다른 변화를 발견하고 자연과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좋지 않은 물질을 생성하는 책임을 화학에게 물어서는 안 되는 이유지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에는 에코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업이 제품을 출시할 때, 메인 카피로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를 합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지구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고 분석할 수 있겠지요. 화학을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신호로 보입니다. 트렌드처럼 시간과 함께 사라질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문과>가 작가님의 유명세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운명적 문과 + 열세한 문과인 입장에서 이 책은 과학 교양서로 충분한 가치를 지녔습니다. 이번에는 하나만 건졌지만, 다음에는 하나 더 건지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인문학 공부도 더 해야겠군요. 이 책의 예시를 이해하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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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작품
윤고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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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작품>(이하 <작품>) 출간 소식이 꽤 반가웠습니다. 왜냐하면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이하 <늙은 차>)에 똑같은 제목의 작품이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국내 작가 중 한 명인데다,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장편소설화한 셈이라 몹시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여러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가 기발한 상상력을 사용해 독자의 상상력을 이끌어냅니다.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무엇을 중점으로 말해야 이 책의 매력을 더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도 됩니다. 결국 제가 쓴 모든 서평후감이 그렇듯 가장 먼저 떠오른 걸 골랐습니다. 맨 처음 생각난 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도 풍성할 테니까요.

 

안이지는 로버트 재단으로 찾아갈 계획이 틀어져 로버트 재단으로 가지 못하고, 숙박시설에 머물게 됩니다. 그곳에서 티브이를 통해 화재 소식을 접합니다. 며칠이 지나도록 화재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여러 지역으로 번집니다. 그 화재로 안이지는 궤도를 회복하지 못합니다. 그저 로버트 재단의 연락을 기다릴 뿐입니다.

 

화재는 마치 자연의 경고 같습니다. 인간은 가장 먼저 지구에 존재한 자연을 이용하여 진화한 생물입니다. 만일 자연이 없었다면 굶주림을 덜어줄 양식도, 위험에서 지켜줄 집도 마련하지 못했을 겁니다. 서로 멸망하지 않을 정도의 피해를 주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균형을 인간이 먼저 깨트립니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그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집니다. 인간이 자신들이 이루어낸 결과를 자랑스러워하며 자아도취하고 있을 때, 자연은 더 이상 인간의 편이 되어주지 않습니다. 인간의 갈증을 해소해 주던 비는 산성비가 되었습니다. 인간의 영양을 채워주던 자연 음식이 공해 속에 함부로 먹지 말아야 할 식품이 되었습니다.

 

이제야 인간은 자신들이 완성한 시대가 훌륭하기만 한 작품이 아니라고 알게 됩니다. 다시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깨닫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나무를 심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텀블러를 사용하고. 물론 이런 사소한 실천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자연을 망가뜨리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소설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화재가 진압되었다는 힌트를 찾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를 드러내는 힌트가 발견됩니다. 안이지는 자신의 작품을 사겠다는 딜러를 만납니다. 그리고 소각될 그림의 모조품을 그립니다. 그리고 진짜 작품과 바꾸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로버트에게 들켰고, 로버트는 두 작품을 섞은 뒤 진짜를 골라가라고 합니다. 안이지는 수많은 고민 끝에 하나를 골랐고, 자신의 그림을 사겠다는 딜러에게 전화를 겁니다. 그런데 그 딜러가 말합니다.

 

딜러는 내가 정말 그 그림을 빼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거기서 불타기로 되어 있었던 걸 빼돌렸다면 그건 더 이상 진짜가 아니다.” 341

 

무언가를 소각해야 원하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소각할 대상이 자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계속 소각하니 자연이 스스로 삶을 포기해서 화재가 진압되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인간이 자연이 생명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거지요.

 

어쩌면 저를 소각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회복탄력성이 낮은 걸 보니. 그래도 시스템을 탓하고 싶지 않으므로,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고자 오늘도 교양 심리학 책을 읽습니다.

 

P.S. 혹시 소각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궁금하다면 <늙은 차>에 실린 <불타는 작품>

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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