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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스피치 (부록 : 윤석열의 말과 심리) - 심리학자 김태형과 스피치 전문가 박사랑이 분석한
김태형.박사랑 지음 / 서해문집 / 2022년 2월
평점 :
'공자는 말잘하는 사람을 싫어하면서 정작 본인은 말을 잘했다.'는 말을하는 학자가 있다. 《논어 (論語)》 〈학이편 (學而篇)〉에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을 하는 사람은 어진 사람이 적다 (巧言令色 鮮矣仁)”는 글귀를 그 근거로 제시하면서 동양사람은 말잘앟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을하는 사람은 간신이나 사기꾼을 뜻한다. 이들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 아니라, 타인의 비위를 맞추거나 속이기 위한 말들을 늘어 놓는 자이다. 이러한 사람을 참된 말잘하는 사람이라고 할수 있을까? 공자는 타인을 속이거나 비위를 맞추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을 어질지 못한자라고 말했을 뿐이다. 공자가 말잘하는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공자에 대한 오해는 말잘하는자 = 사기꾼이라는 오해로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한국 사회에서도 말잘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로 이어지는 역대 대통령도 그다지 말을 잘한다는 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한국 사람들은 말잘하는 사람이 나라도 잘 통치할 것이라는 확신을 못갖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말잘하는 지도자가 그립다. 그래서 김태형 박사의 '이재명의 스피치'라는 책을 꺼내들었다.
김태형과 박사랑이라는 걸출한 심리학자와 스피치 컨설턴트가 협업한 책치고는 두께가 얇다. 읽기에도 수월하다. 핵심도 간단하다. 말을 잘하려면 진심을 담으란다. 2021년 2월 부산 MBC인터뷰를 보면, 즉흥 인터뷰에서 이제명은 국민에 대한 믿음을 표명해다. 국민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평소에 있지 않으면 즉흥 연설에서 이런말이 나오지 않는단다. 평소에 진심으로 살아가고 그 마음을 담아 연설을 한다면 좋은 연설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더 이상 부언 설명이 필요치 않는 말이다. 건성으로 하는 사과와 진심어린 사과의 차이를 학생을 지도하면서 많이 느낀다.
학폭 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가 사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은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 학생의 학부모와 학생을 만나서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처음에 화를 내던 피해부모들도 화를 누그러뜨리고 침착하게 사태를 해결하려한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생을 지도하다가 학생을 다치게했다.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했다. 치료비는 제가 모두 드리겠으며,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다는 말을 누차 말했다. 그런데, 학부모는 오히려 웃으며 나를 격려해주었다. 학생을 위해서 지도하시다 그런건데 치료비도 받지 않겠다고 말하며 더욱 엄히 자식을 지도해 달란다. 너무도 송구스러워서 학생에게 여러권의 책을 사서 전해주었다. 물론, 그 학생은 웃으며 '그때 그일 이후로, 비가 올려고 하면 여기가 가려워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그학생에게 다가가서 '많이 아프니?'라고 물어보고는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러면 '아니에요. 괜찬아요.'라며 웃는다. 교사 생활 중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진심어린 사과로 무사히 넘겼다.
이재명의 말하기의 가장 큰 힘은 아마도 그의 경험담에서 우러나오는 스토리텔링일 것이다. '청년기본소득'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돈이 없어서 학원을 다닐 수 없었던 자신의 경험을 그림을 그리듯이, 영화를 보듯이 설명한다. 그의 말에 빨려들지 않을 재간이 없다. 다산 정약용도 글을 쓸때는 예화를 들어서 설명하라고 말했다. 이재명은 다산이 제시한 글쓰기 방법을 말하기에 적용하고 있었다. 예화를 들더라도 감질맛나게 말하는 힘이 이재명에게는 있다.
'이재명의 스피치'에는 부록으로 '윤석열의 말과 심리'가 있다. 부록이라기 보다는 비교적 대등한 분랑으로 윤석열의 말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서 그의 심리를 제시하고 있다.
"방어적 말하기는 가장 나쁜 말하기 중 하나다. 특히 열려 있는 사고와 유연하고 순발력있는 대응이 절실한 외교 무대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211쪽
김태형은 윤석열의 말하기와 심리를 분석하면서 윤석열의 말하기를 반면 교사로 삼아 올바른 말하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은 대통령이 된, 윤석열이 이책을 읽는다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상당부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캐나다 총리와 말하면서 종이쪽지를 보고 말한다든지, 미국을 방문해서 벌어진 부적절한 표현 논쟁도 김태형과 박사랑 저자의 코칭을 받고 노력한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보인다. 단, 김태형과 박사랑이 윤석열을 코칭할 기회가 올지는 미지수이다.
'민주주의는 말잘하는 사람이 설쳐대는 제도이다.'라면서 정치에 대한 염증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이책의 에필로그의 일부분을 들려주고 싶다.
"말하기 능력을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그에 기초해 형성 발전된 심리, 연습을 통해 습득한 말하기 전략과 기술의 결과다."-282쪽
말은 그 사람의 인생과 노력이 담겨져 있는 거울이다. 우리가 진심과 허위를 구분할 지혜를 가지고 있다면, 말만 번지르하게 잘하는 사람과 참된 인물을 구분할 수 있다. 진심과 허위를 구분할 지혜가 없기에 우리는 참되게 말하는 사람을 '말만 잘하는 사람'으로 무시한 것은 아닐까?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이정희 후보에게 망신을 톡톡히 당하던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듯이, 많은 수의 유권자는 아직 참된 사람과 말만 잘하는 사람을 구분할 지혜가 형성되지 않았다. 언젠가는 그 지혜를 많은 유권자들이 갖게 되길 고대하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