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 - 만주국의 초상
야마무로 신이치 지음, 윤대석 옮김 / 책과함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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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주국에는 박정희와 김일성 그리고 기시노부스케가 있었다. 그들은 만주에서 만주군으로 항일빨치산으로 만주경영의 실질적 책임자로 살았다. 광복후에는 남한과 북한, 일본의 최고 지위에 까지 올랐다. 만주국은 동아시아 현대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지만 만주국에 대해서 우리는 잘알지 못한다. 이 책은 그 만주국을 키메라에 비유하며 우리에게 그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만주국은 오족협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다섯민족인 화합하며 공존하는 이상세계를 상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상은 일본의 새로운 식민지일 뿐이었다. 중국인 관료와 일본인 관료의 급료차이는 물론이고, 생도들의 생활 차별도 심각했다. 


  "군관학교 생도는 중국인과 일본인이 각각 절반씩 차지하고 있었다. 커리큘럼, 교재 등은 똑같았지만 생활에 대한 대우에는 하늘과 땅 차이가있었다. 복장에 대해서 말하자면 일본인 생도는 위에서 아래까지 전부•신품이었지만 중국인 생도는 외출복 외에는 대부분이 낡은 것이었다.
침구와 그 외 생활용품도 복장과 마찬가지로 일본인 생도는 새것, 중국인 생도는 낡은 것이었다.
식사에도 차별이 있었다. 일본인 생도는 주식으로 쌀밥, 반찬은 영양이풍부한 것을 먹었다. 중국인 생도의 식사는 고량뿐으로, 그것도 말과 소에게 먹이는 사료용의 붉은 고량이었다. 그때 위병이나 위궤양에 걸린생도들은 사십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지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것이 ‘민족적 억압‘이 드러난 한 사례임은 명백하다 - P310

  

 오족협화는 허상이었고, 실제 생활에서는 야마토인의 우월성과 타민족에 대한 차별과 무시가 일상화되었다. 땅을 일본인에게 헐값에 강제 매각당하는 중국인과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겨울에 일본인에게 집을 빼앗기는 조선인들의 모습에서 오족협화라는 슬로건은 타민족 압살로 바뀌어야한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 모든 것을 빼앗겨서 한겨울에 알몸으로 살아가는 중국인 아이! 아버지는 강제 노동에 끌려가서 생사를 모른다! 저자는 아마도 군사 진지 구축에 동원되어 비밀유지를 이유로 학살당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것이 오족협화의 진실이었다. 

  오족협화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만주국 황제의 자리에 오른 푸이는 그 자리에 만족했을까? 비루한 푸이! 일본의 침략주의에 기대어 청나라를 다시 세우려는 야심도 있었겠지만, 그는 꼭두각시 제국의 꼭두각시 황제였다. 만주국의 관료는 일본인들이 장악했다. 국방은 일본제국에 의탁했다. 만주국에는 헌법조차 없었다. 푸이의 비루함의 극치는 일본천황과 같은 지위를 획득하려 청나라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를 포기하고 일본의 아메타라스오오카미를 제사지내는 것으로 정점을 찍는다. 신토를 국교로 삼으며 일본천황에 기대어 강력한 지위를 얻어려했던 푸이는 꼭두각시에서 벗어나 꼭두각시 공연자가 되려했다. 그러나, 그는 꼭두각시를 벗어날 수없었다. 청조를 부흥시키겠다는 그가 청조를 부정하고 일본인이 되려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어느 학자는 만주국을 동아시아의 인큐베이터라 말했다고한다. 만주국은 일본제국의 각종 정책 실험장으로 활용되었으며, 일본 관리는 만주국 관리로 파견되었고 일본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실험을 일본에 다시 펼칠 수 있었다. 놀랍게도 만주국의 경제 정책을 비롯한 각종 정책은 1945년 이후에도 시행된다. 

  저자는 "평화주의를 이념으로 내걸고 국방을 타국에 위임하고 자신의 국토를 전략 기지로 제공한다"는 전략이 "전후 일본이 선택한 방향과 어딘가 상통하는 점이 있지 않은가?(106쪽)"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식민지 혹은 그에 상응하는 국가를 가진 국가의 국민은 식민지를 지배하는 원리에 의해 아무래도 스스로가 지배를 받게 된다.(300쪽)"라고 지적한다. 괴물과 싸우며 괴물과 닮아가듯이, 꼭두각시 만주국을 지배하며 일본은 만주국을 닮아갔다. 일본제국 없이는 스스로 서지 못하는 만주국이 일본제국이 멸망하면서 사라졌듯이, 미국 없이는 스스로 서지 못하는 일본이 미국의 하수인이되어 꼬리를 흔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일본의 다리밑을 기며 배를 드러내고 아양을 떠는 친일주구가 있지 않은가? 그들은 일본이 무너지면 생존할 수 있으까? 

  

ps. 번역가가 일본신 한자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여 책읽기가 무척 힘들었다. 주석이라도 제대로 달아주었다면 조금 나았으리라,...

  예를 들어 "대어심"이라는 단어는 인터넷을 찾아보아도 없다. 큰 물고기의 마음이라는 설명을 빙이 할뿐이다.  또한 "착종" 처럼 잘 사용하지 않는 일본식 한자는 '혼종'으로 순화하여 번역하는 친절함을 발휘할 수는 없는지 저자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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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 - 만주국의 초상
야마무로 신이치 지음, 윤대석 옮김 / 책과함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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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월 9일, 5월 9일, 오호 우리나라의 치욕21개조를 승인하라고 무리하게 요구하네 - P34

2.5월 9일, 5월 9일, 국욕(國)의 고통이 얼마나 큰고한(조선)을 멸망시킨 수단을 우리에게도 사용하니우리는 결코 그처럼 되지 않으리
3.5월 9일, 5월 9일, 국욕은 반드시 씻어야 하리‘
-국치가

군관학교 생도는 중국인과 일본인이 각각 절반씩 차지하고 있었다. 커리큘럼, 교재 등은 똑같았지만 생활에 대한 대우에는 하늘과 땅 차이가있었다. 복장에 대해서 말하자면 일본인 생도는 위에서 아래까지 전부•신품이었지만 중국인 생도는 외출복 외에는 대부분이 낡은 것이었다.
침구와 그 외 생활용품도 복장과 마찬가지로 일본인 생도는 새것, 중국인 생도는 낡은 것이었다.
식사에도 차별이 있었다. 일본인 생도는 주식으로 쌀밥, 반찬은 영양이풍부한 것을 먹었다. 중국인 생도의 식사는 고량뿐으로, 그것도 말과 소에게 먹이는 사료용의 붉은 고량이었다. 그때 위병이나 위궤양에 걸린생도들은 사십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지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것이 ‘민족적 억압‘이 드러난 한 사례임은 명백하다 - P310

국무총리대신비서를 지낸 왕쯔형이 같은 방에서 근무했던 마쓰모토 마스오의 《복무수지(服務須知)》를 보고 적어두었다는 메모를 통해 그 내용을 엿볼수밖에 없다. 이 사료에는 모순도 있고 해서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는없으나, 어쨌든 거기에는 "조선민족과 한(漢)민족 사이는 소원하게 해야하지 친밀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양민족이 충돌했을 경우 그 시 - P311

비가 동등하다면 조선민족 편을 들고 한민족을 억누른다. 조선민족에게 잘못이 있으면 한민족과 동등하게 다루어야 한다"라는 말목 외에 각 민족의 민족성과 그에 대한 대응책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는 만계 관리에 대해 "친일파이건 반일파이건 그들의 언론, 행동, 공적·사적 생활에는 모두 주의해야 한다. ‘우리 민족이 아니면 그 마음은 반드시 다르다‘라는 말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적혀 있었으며, 또한 "일본인을 제외한 타민족의 재산은 오로지 축소감소시켜야 할 뿐 이것을 증가시켜서는 안 된다"라고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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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 (양장) -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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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이상의 남성들이 많이 보는 다큐가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속의 생존경쟁에 지치고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하고픈 존재들을 위한 다큐다. 내가 살고 싶은 대자연 속에 집을 짓고 자연으로부터 먹을 것을 구하면서 여유롭게 살아가는 나날들을 상상한다. "나는 자연인이다" 속의 자연과 자연인은 천국에 살고 있다. 그들을 괴롭히는 생존투쟁도 없고, 자본의 구속도 없다. 여유와 행복만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는 "나는 자연인이다" 속의 자연인들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전통사회를 소개했다. 이 책의 '전통사회'는 무리사회 혹은 부족사회를 뜻한다. 국가 성립 이전의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우리는 원시 부족사회를 낭만적으로 생각한다. 공동 생산 공동 분배하는 평등한 사회이며, 일정시간 사냥을 하고 여유롭게 나머지 시간을 즐기는 낭만의 시대로 생각한다.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유발 하라리는 원시 사회를 이상적으로 그려냈다. 그러나, 재레드 다이아몬든 교수는 낭만적 원시 부족사회는 없다고 말한다. 

  한예로,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에게 머슼켓총과 군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감자가 전해지자 대규모 머스켓 전쟁이 발발했다. 피지섬에도 머스켓 총이 전해지자 폭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평화로운 원시 부족사회는 환상이다. 그들 사회는 절대! 평화롭지 않았다. 부족간의 전쟁이 빈발했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한정된 식량을 두고 더욱 치열한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작은 전투에 총이 전래되자 대규모 전쟁으로 발전했다. 평화로운 무리사회 혹은 부족사회는 없었다.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상향일 뿐이다. 

  마르크스는 직접 가보지도 않은 원시시대를 원시 공산사회로 미화했고, 루소는 평화로운 원시사회 구성원이 각자의 자유를 확실히 확보하기 위해서 사회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것은 그들의 착각이었다. 원시 부족사회에서 생활하던 사람이 현대인에 의해서 발견되어지자, 그들은 원시 부족사회의 삶을 청산하고 문명사회에 적응하려했다. 왜일까?

  부족전쟁이 식민 정부의 강압적인 개입으로 종식되자 부족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부족전쟁으로 인한 희생자를 인구비율로 비교해보면, 현대 전쟁의 사망자 비율보다 부족전쟁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비율이 많다. 잦은 부족전쟁은 부족사회보다 현대 문명사회를 더 행복하게 여기게하는 주된 이유이다. 그래서, 뉴기니 고원지대의 아위야나족 남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삶이 더 나아졌다. .... 아침에 일어나 화살에 맞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없이 집에서 나와 소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20쪽


  국가가 없다면 개인은 더 행복했을 것이라는 가정은 잘못된 것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국가를 탄생시켰다는 홉스의 지적은 자연상태를 평화로운 상태로 가정한 로크나 루소보다 더 현실적이고 타당했다. 폭력의 독점은 개인간의 폭력을 줄였다. 그러하기에 혼란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려 제3세계 민중들은 독재자에게도 복종했던 것이다.

  원시 부족사회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첫번째로 관계 획복에 촛점을 맞춘 사법체계를 들 수있다. 학교 현장에서 학폭이 법정에 까지 가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하고 고말을 남발하는 학부모도 있다. 모든 것을 '법대로 처리'하려는 얄팍한 생각은 우리의 현실을 팍팍하게 말들고 있다. 학교폭력이 벌어지면 해당 사안을 처벌에 촛점을 맞춰 진행하다보니,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관계회복은 이뤄지지 않는 비극이 발생한다. 

  부족사회의 전통이 많이 남아있는 뉴기니에서는 사법적 처리도 이뤄지지만, 관계 회복을 위한 가해자의 노력과 피해자의 용서가 선행된다.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지적했듯이, 관계회복에 촛점을 맞춘 부족사회의 전통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사법적 처리와 함께 피해자가 원한다면 관계회복을 위한 절차를 사법부가 도와주는 것은 어떨까? 특히, 학교 현장에서 학폭사안에 대해서는 상담교사의 도움아래 관계회복절차라 이뤄지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둘째, 전통적인 뉴기니 사회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멀리한다. 마푸크는 재봉틀을 사서 부족민의 찢어진 옷을 수선해서 돈을 벌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친척들이 마푸크의 이기심을 나무랐다. 옷은 무료수선하고, 마푸크의 결혼식때 신부값을 지원하는 다른 방식으로 댓가를 지불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사례를 한가지 더 들자면, 뉴브리튼 섬의 카울룽족 아이들은 바나나 먹여주기 놀이를 한다. 어려서부터 이러한 놀이를 하며자란 카울룽족 아이들은 이기심보다는 공동체 의식을 더 중요시한다. 

  우리의 교육현장에서는 친구를 이겨야 내가 1등급을 맞을 수 있는 경쟁구조가 확고히 자리잡았다. 한학년에 2명 이상의 교사가 수업을 할 경우, 학생들은 타반 선생님은 힌트를 주었는데 우리는 왜? 주자 않느냐며 항의한다. 물론, 확인 결과 타반 선생님은 힌트를 제공한 적이 없었다.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친구를 딛고 일어서야한다는 경쟁심을 가르치는 우리 교육 현실이 개탄스럽다. 함께사는 세상을 만들기 보다는 타인을 딛고 내가 일어서는 삶을 살려하지 않을지 무척이나 염려스럽다. 

  셋째, 원시 부족사회의 노인 우대문화가 부럽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노인을 우대하는 유교문화가 뿌리 깊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사라진감이 든다. 물론, 원시 부족사회라고해서 무조건 노인을 우대했던 것은 아니다. 한정된 식량자원을 아끼기 위해서 노인을 유기하거나 죽이는 원시 부족사회도 있다. 그러나, 노인의 지식이 생존에 유용했던 원시 부족사회에서 노인은 존중받을 수밖에 없다. 

  친가에 나이드신 어머니가 있고, 처가에 연로한 장인어른이 있다. 노부모를 봉양해야하는 상황에서 여러 생각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난다. 나의 어머니에 대해서 효를 행하라고 아내에게 강요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전통적인 효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모를 봉양해야한다. 날로 노쇠해지며 치매 증세를 보이는 어머니를 어찌 모셔야할지 눈물만이 흐른다. 

  넷째, 이중언어의 중요성이다. 원주민들은 보통 4~7개의 언어를 한다. 혹은 1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원주민들도 있다. 좁은 지역에 다양한 언어가 있는 뉴기니에서 이중언어 생활은 당연한 것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원주민 언어를 보호하고 이중언어 생활을 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할 뿐만니라 원주민집단의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오해는 말자. 자신의 뿌리가 되는 언어를 무시하고 타언어를 열심히 배우자는 주장은 아니다. 


  "원주민 소수집단 중에서도 문화와 언어를 원형대로 유지한 집단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사회복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적다."-596쪽


  오스트리일리아 원주민 중에서 전통적인 부족언어를 배운 원주민은 문화적으로 단절된 원주민보다 약물을 멀리하는 경향을 띤다. 이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영재교육 연수를 갔을 때, 뇌과학자분이 유대인의 예를 들면서 역사를 배우는 것은 정체성을 세울 뿐만 아니라 뇌발달에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나라없는 유대인이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세계 금융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저력은 역사와 언어를 잃지 않으므로서 뿌리뽑힌 민족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원주민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면서 또다른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 뇌발달을 위해서, 타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책은 언제나 우리에게 통찰력을 준다. 그래서 한국어로 번역된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벽돌책을 열심히 읽는지도 모른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서도 탁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폭력적이냐 협조적이냐를 따지는 건 헛수고일뿐이다. 어떤 인간 사회에나 폭력과 협조는 동시에 존재하며, 환경에 따라 하나의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듯하다."-233쪽


  그렇다. 성선설과 성악설 논쟁은 무의미한 것이다. 인간이 어떻게 교육되었고 어떤 환경이 생애 초기에 제공되었느냐에 따라서, 자원의 희소성과 위협적인 국가가 이웃하느냐 등에 따라서 폭력적인 인간이 될 수도 있고 협조적인 인간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의 세계 질서는 폭력적인 인간을 만들고 있을까? 협조적인 사람을 만드록 있을까?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나의 마음에 심오한 화두를 던진다.







ps.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책에도 아쉽지만, 옥의 티가 있다. 


  "히틀러와 일본 조차 소련과 미국에 정식으로 전쟁을 선포하고, 그와 동시에 소련과 미국을 공격했다." -205쪽


  "일본 조차" 미국에 정식으로 전쟁을 선포하고 공격했다는 재레드 다이아몬든 교수의 지적을 잘못된 것이다. 일본은 진주만 공습 때 미국에 기습 후에 선전포고를 했다. 일본의 전형적인 전쟁 수법이 이른바 '선빵필승'이다. 선전포고 없이 먼저 공격한 후에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전후포고라고 해야하까?

  근데, 251쪽에는 진주만 기습을 "선전포고 전에 행해졌기 때문에 미국인들에게는 기만적인 잔혹행위로 여겨졌다."고 섰다. 205쪽의 서술과 배치된다. 물론, 205쪽 서술이 잘못된 것이다.


'어제까지의 세계'에는 마르크스의 그 유명한 문장도 소개되있다. 


  "종교는 억압 받는 사람들의 한숨이고, 비참한 세계의 심장이며, 영혼없는 상황의 상황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482쪽


  종교가 구원의 사다리이기보다 민중을 착취하는 지배자의 도구 혹은 그 지배자 자체일 때 마르크스의 종교에 대한 정의는 유효하다. 현재의 한국 종교에 이 정의가 유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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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1 - 복잡한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경제학 경제학 콘서트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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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자본주의를 경멸하는 사람이 많다. 강신주라는 철학자는 대중강연에서 '인문학자라면 자본주의자일 수 없다.'라는 말까지 했다. 자본의 이익에 충실한 사회보다는 인본주의에 입각한 따뜻한 사회를 가슴속에 품으며 그러한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동유럽 사회주의가 몰락하기 시작하더니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도 종말을 고했다. 자본주의의 맹주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군림했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이라는 책을 쓰면서 최후의 승자는 자본주의의 승리라고 단언했다. 

  어쩌면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자본주의가 승리한 것은 당연한 일일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알아야했다. 1997년 IMF 금융위기를 겪으며 한국사회의 물질만능주의는 극에 달했다. 자본주의의 속성을 모른다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배운 '정치 경제' 과목의 얇팍한 지식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경제학 서적을 골랐다. '경제학 콘서트'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경제학자가 팀 하포드는 현실을 단순 명쾌하게 경제학의 시각으로 설명한다. 그러다보니 현실을 너무도 단순화 시켰다는 인상을 주기도한다. 스타벅스 커피 가격이 비싼 이유를 팀 하포드는 매장의 위치 때문이라 말한다. 


  "스타벅스가 카푸치노 한잔에 그토록 큰 마진을 붙여 팔 수 있는 것은 커피나 직원들의 질이 아니라 오로지 매장의 위치 때문이다."-18쪽


  스타벅스가 큰 마진을 붙여 팔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매장의 위치 때문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과연 그것만일까?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스타벅스'라는 이름값을 무시할 수 없다. 그밖에 다양한 이유가 스타벅스가 파는 한잔의 커피 값을 올렸을 것이다. 단순한 설명이 주는 명쾌함 뒤에는 그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나의 찝찝한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현실을 경제적 시각으로만 보기에 명쾌하지 못한 설명이 있는 반면, 경제학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명쾌하게 설명되는 문제도 있다. 한때 진보적 시각을 가졌던 유럽인들이 최근 선거에서 극우의 입장을 지지하는 모습으로 돌아섰다. 역사는 진보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극우로의 회귀는 너무도 당황스러운 일이다. 팀 하포드는 노동계층의 이민반대 주장을 인종 차별이라 비난하기 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한 것이다."(-46쪽)라고 말한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다. 이상을 믿고 현실을 헤쳐나가는 존재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이상을 꺽는다. 이상만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들을 변절자라고 비난할 것이다. 그리고 편견과 불신을 싹틔운다. 먹고사는 것이 절대로 중요한 일반 대중에게 이민자를 따뜻하게 맞아주자고, 당신의 일자리를 나눠주자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하게 들릴까? 현실의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상은 실현될 수 없다. 오혀려 불신과 대립만이 가속화될 뿐이다. 우린, 현실을 개혁할 수 있는 능력과 용기가 있는가?

  팀 하포드는 지금 우리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설명을 한다. 현재 의사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며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팀 하포드는 어떠한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조지 버나드쇼가 전문직 종사자들은 '일반인들을 상대로한 음모단'이라고 칭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44쪽


  이 말을 해주지 않았을까? 현재 의대 정원을 둘러싼 대 혼란은 의사들이 자신의 특권을 지키기 위한 '가상의 그린밸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아닐까? 문재인 정권시기 의대정원을 늘리고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방 사람들을 위한 의료 정책을 추진하려했던 것을 의사들과 의대생의 반발로 접어야했다. 이제는 2천명 의대 정원 확대 라는 정부의 정책에 의사들이 당황해하고 있다. 나에게는 그들에게서 '가상의 그린밸트'를 버리기 싫은 처절한 투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슬픈 우리의 현실이다. 


  2006년 출판된 '경제학 콘서트'를 팀 하포드가 다시 쓴다면 반드시 수정해야할 부분이 있다. 팀 하포드는 어떤 기업도 완벽하게 효율적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고객 정보를 완벽하게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는 현실에서 기업이 고객 정보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중국은 축구장 안에 있는 지명수배범을 단5분만에 안면인식기술로 찾아내지 않았던가! 팀 하포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기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 기술이 현실화 된다면 그날은 소비자에게 행복한 날일까? 인류에게 불행한 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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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헌터 - 어느 인류학자의 한국전쟁 유골 추적기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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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헌터'!! 참 매력적인 제목이다. 학자의 길에 들어서면서 박선주 교수는 뼈를 찾아 다니고 뼈와 대화하며 진실을 밝히려했다. 그의 뼈사냥은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 세월호 까지 시기를 구분하지 않는다. 또한 우로는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에서 부터 좌로는 6.25 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터 발굴에 이르기까지 좌와 우를 넘나든다. 그가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을 했다는 사실을 보며 혹시 우익인사는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가 민간인 학살터를 발굴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이며, 학문적 탐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좌우익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다보니, 모든 사람들을 좌와 우로 나누어 살펴보려는 얄팍한 생각에 젖어 있었다. 

  한국 체질인류학 분야에 독보적인 존재가 바로 박선주 교수이다. 뼈르보며 동물뼈인지 사람뼈인지도 구분 못하던 우리 학계의 현실에서 미국 유학을 통해서 쌓은 체질인류학에 대한 그의 지식은 우리 인류학 발전 뿐만 아니라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진실을 밝히는 작업에도 사용되었다. 이책을 읽으며 놀랐다. 아산 출신의 친구를 만나면서도 그 친구가 살았던 아산지역에 6.25 전쟁을 전후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천안 아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면서도 빠르게 발전하는 아산의 모습에 감탄을 하면서도 그곳에 서려있는 고통의 역사를 물랐다. 

  이는 아산뿐만이 아니다. 대전 골령골을 비롯해서, 대전 교도소에서도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 시에서 만든 상소동 수영장을 가족과 가면서도 그곳에서 가까운 곳에 학살터가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역사는 기억하는자의 것이고 기록하는 자의 것이라했던가! 망각속에 잊혀진 역사는 반복될 우려가 크다. 아직도 극우 파쇼적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과 유튜버를 보면서 민간인 학살은 사라진 역사가 아니라, 언제나 다시 반복될 수 있는 역사임을 깨닫는다. 

  76세를 넘긴 박선주 교수는 이제 대학에서 정년퇴직했다. 그 나이라면 후학들에게 모든 일을 넘기고 편히 쉬어도 되지만, 그는 더 진실을 밝히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제 그는 더 이상 발굴에 참여할 수 없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발굴단의 중요 직책은 문화재 관련 학과 출신이어야한다는 조항이 그와 그의 친구들이 더 이상 발굴 작업에 참여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만든 법이 진실을 밝려는 이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이 부분은 법의 개정을 통해서 반드시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박선주 교수는 본 헌터로 생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어한다. 그가 진실을 마주하는 본 헌터로 계속 남길 우리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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