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강일기
정정화 지음 / 학민사 / 1998년 8월
평점 :
정정화! 그녀의 이름을 처음들은 것은, 어느 선생님의 발표에서이다. 여성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던 선생님은 그녀들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 발표 중에서 가장 나의 머릿속에 남은 여성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밀명을 띄고 국내로 6번이나 잠입했던 조선의 잔다르크 '정정화 여사'이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책들을 접하기가 힘들어 아쉬워하고 있을 때, 한홍구교수의 강의를 듣던 중에, 이책을 소개받았다. '장강일기' 얼마나 가슴벅찬 제목인가! '백범일지'는 알고 있더라도, '장강일기'는 처음듣는 사람이 많았다. 독립운동사에 대해서 나름 잘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나 조차도 처음듣는 책제목이었다. 이제야 '장강일기'를 집어들었다. 도도하게 흐르는 표지속 장강을 바라보며,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보는 듯했다.
책을 펼치자, 정정화 여사의 깊게 파인 주름살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역사의 굴곡이 주룸하나 하나에 깊에 박혀있는 듯했다.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허은 선생의 '아직도 내 귀에는 서간도 바람소리가'라는 책에서 느끼지 못했던 문학성!! 그것을 이책에서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정화 여서의 남다른 소양에 놀랐다. 한시도 책을 손에서 놓치 않는다는 김자동씨의 소개글을 보며, 파란 만장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지적 탐구를 멈추지 않은 그녀의 모습이 대단해보였다. 그녀의 유려한 글 솜씨에 놀란 나는 책을 한장한장 깊이있게 탐독해 나갔다.
젊은 시절 그녀의 모습은 '김희선'이라는 탈렌트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예쁜 여성에 대한 나의 편견이 또한번 깨졌다. 자신의 몸만 꾸밀줄 아는 여성들로만 아름다운 여성들을 평가했으나, 정정화 여사는 단순히 자신의 외모만을 가꾸는 그러한 여성이 아니었다. 그녀이 진정한 아름다움은 조국애로 불타오르는 그녀의 마음속 열정이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6번이나 압록강을 건넜으며, 일제의 감옥에서 옥살이를 했다. 임시정부를 따라다니며,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뒷바라지를 했던 그녀! 그녀의 이러한 아름다운 조국애를 무엇과 비교하랴! 장미가 아름다운 것은 장미의 겉모습보다는 장미의 꽃말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정정화 여사 그녀가 아름다운 것은 그녀의 외보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조국애! 민족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이책은 원래 광복 까지를 서술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광복 이후까지 서술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 강점기 자신을 잡아 수사했던 김태석이라는 친일 경찰을 광복후에 부역자로 조사받으며, 대한민국의 경찰에서 다시만난다.(이부분은 책에는 김태석이라는 친일 경찰 이름이 나오지 않으나, 한홍구 교수는 광복후 정정화 여사를 조사한자가 친일경찰 김태석이라고 강의했다.) 그리고 이 일이 있고 부터는 그녀의 꺾일줄 모르는 조국애는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그녀가 우리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광복후 그녀가 겪었던 이러한 우리 역사의 모순!! 그것을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일제 강점기라는 식민의 어둠속에서도 꺽이지 않았던 그녀의 조국애에 상처를 준, 우리의 현대사! 그 굴곡을 바로잡을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책 맨 뒷장 연보를 보았다. 아이젠 하워대통령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그녀는 예비 검속을 당했다. 우리의 독립투사가, 광복된 조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 정당한가! 시대에, 역사에 묻고 싶다.
정정화 여사의 아품을 가슴 속 깊이 되새기며,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노리는 지를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