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이유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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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천년고도 시안, 용문석굴로 유명한 뤄양, 찬란한 송나라의 수도 카이펑, 남송의 낭만이 깃든 항저우, 육조 문화가 꽃을 피운 난징, 농경민족이 세운 명나라와 유목민족이 세운 원나라, 청나라의 수도 베이징의 역사와 문화를 재미있는 일화를 곁들여 서술했다. 특히 각 도읍지의 문화 유적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중국 도읍지를 답사 혹은 관광하는 여행객들에게 좋은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중국의 도읍지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한 나에게 이번책은 꼭 읽어 보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중국의 여섯 도읍지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을 했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두가지가 나의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첫번째는 용문석굴의 많은 불상들이 불법적으로 뜯겨져 외국으로 반출되었다는 사실이다. 딱딱한 돌들을 쪼아서 외국에 팔어버린 중국인과 이를 사들여 자국에 전시하는 뻔뻔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행태는 분노를 자아낸다. 용문석굴의 불상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나라는 1위가 일본이고 2위가 미국이다. 대부분 반환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수많은 문화재도 외국을 떠돌고 있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며 도덕보다는 힘이 앞서는 국제사회의 냉엄함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이러한 양심없는 국가에 비해서 캐나다 국립 미술관에서는 간경사 마하가섭상이 불법 반출되어 캐나다 국립 미술관에 흘러들어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자진해서 중국에 문화재를 돌려주었다. 당연히 인간으로서 해야할 일이 칭찬을 받는 경우가 많다. 너무도 비정상적인 일들이 흔하게 일어나다보니, 주인에게 돌려주어야할 장물을 돌려주었을 뿐인데 칭찬을 받는다. 언제쯤이면 장물을 취득한 사람들이 이를 주인에게 돌려주는 사례가 미담으로 신문에 나오지 않는 날이 올까? 아마도 인간의 탐욕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번째는 판관 포청천의 일화이다. 카이펑을 대포하는 포증, 즉 포청천은 드라마 '판관 포청천'에서 비춰진 것과 같은 박진감 넘치는 일화가 있지는 않다. 그러나 황제가 총애하는 장귀비가 장요좌를 포증이 탄학할 때는 그 당당함에 놀랄 수밖에 없다. 포증은 황제에게 침을 튀어가며 "외람되이 높은 자리를 차지한 채 부끄러움을 모르니 진실로 깨끗한 조정의 오물이고 대낮의 도깨비입니다."라고 말했다. 황제는 마음이 좋을 리 없다. 황제는 침을 닦으며 자리를 떴다. 결국 장요좌는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직간을 하는 신하의 말을 달게 듣는 인종의 어진 마음과 목숨을 걸고 옳은 말을 하는 포증의 당당함이 카이펑의 풍요를 가져왔다. 한국이라는 사회는 과연 그러한가 물어본다.

  한국사회는 독재정권시기에 너무도 부정부패가 넘쳐났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사회는 깨끗해지고 있다. 하지만, 깨끗해야한다는 윤리가 진보세력에게 너무도 가혹하게 요구되고 있다. 우리는 노회찬을 잃었다. 그리고 조국을 법무장관에서 떠나보내야했다. 당시에는 사회적 관행이었을 수도 있고, 한국사회에서 높은 자리에 있으면 당연시 누리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예전의 관행과 특권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보수파들은 자신의 허물은 보지 못하고 진보세력의 티끌들을 맹렬히 공격한다. 성인 군자와 청렴한 성직자가 아닌 이상, 한국의 인사 청문회를 온전히 통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우리 사회는 윤리적 요구를 강하게 하고 있다. 윤리가 상대파를 밀어내기 위한 작두가 아니라, 사회를 아름답게 요리하기 위한 요리칼일 수는 없을까?

 

중국의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일반적인 방법은 중국의 역사를 태고적부터 현재까지 시간순으로 살펴보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방법은 역사를 시간순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잇점은 있지만, 역사책이 딱딱하고 재미없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역사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주제별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주제별로 역사를 살필 경우, 역사의 재미를 느끼며 책을 읽을 수는 있으나, 역사의 큰 흐름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중국을 빛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는 통사의장점인 시간 흐름 파악과 주제별 서술의 장점인 재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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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0-01-07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이펑이 어딜까 하며 읽다보니 개봉부군요 ㅋㅋ 포청천하면 개봉부^^ 이 책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 짐 로저스의 어떤 예견
짐 로저스 지음, 전경아.오노 가즈모토 옮김 / 살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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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투자가이기에 앞서 역사가로 세상에 기억되고 싶다."-8쪽

 

세계적 투자자 짐로저스의 말이다. 우리는 그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러나, 그는 역사전공자이다. '예일대에서 미국사와 유럽사를, 옥스퍼드대에서 영국사를 전공했다.' 우리는 두가지에 놀란다. 첫째, 돈을 벌려면 경제학을 전공해야하는데, 그는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다. 둘째, 그는 돈버는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역사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세계적 투자자가 되었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글로벌 투자사인 퀀텀펀드를 설립하고 10년 동안 4,200퍼센트라는 경이적 수익률을 올렸다. 역사를 대학이라는 상아탑에 가둬 놓고 진리를 추구하는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역사학자들과는 달라, 그는 역사의 교훈을 이용해서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을 읽고 투자한다. 그의 성공비결이 알고 싶다.

 

1. 역사는 답을 알고 있다.

짐 로저스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과거 대폭락이 일어났던 역사적 시기를 조사하게하고, 폭락장세가 나타나기 이전에 시장에서 나타난 전조를 조사하게 했다. 짐 로저스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투자에 이용했다. 보통 우리는 역사는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에서는 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천년왕국의 건설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자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의 발전이 역사의 최종 목적지라고 말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짐 로저스는 순환사관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언제나 반복되기에, 이번은 예전과는 다르다는 근거없는 믿음이 반복되기에, 그 어리석음을 예측한다면 투자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짐 로저스는 역사적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역사학을 투자와 연결시킨 탁월한 투자가이다. 밤하늘의 별만보는 천문학자에게 돈도 벌지 않고 밤하늘의 별만본다고 핀잔을 주자, 그 학자가 포도주기계를 모조리 샀다. 그러자 그해에 포도주 농사가 잘되어 그 천문학자는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그해 풍년이 들것을 미리 알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천문학을 천문학으로만 공부하느냐, 천문학을 우리 경제와 연결시키느냐에 따라서, 천문학자만이 될 수도 있고, 천문학자이자 투자자가 될 수도 있다. 역사학도 마찬가지였다. 짐 로저스는 역사를 투자와 연결시키는 몇 안되는 투자가이다.

 

2.  다이아몬드를 보기보다 원석을 봐라.

 

  "다들 싫어하고 꺼리는 것을 사랑하려고 한다."-189쪽

 

  마더 테레사의 말이 아니다.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의 말이다. 그는 무엇을 사랑한다는 말일까? 그는 "누가 봐도 빛깔 좋게 가공된 다이아몬드보다 세상이 쳐다보지 않는 원석이 내눈 길을 사로잡는 진짜 보석이다."라고 말했다. 짐 로저스는 투자가의 기본자질을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남들과 달리 세상을 바라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똑 같이 사고하지 마라. 변화에 대응하라."-15쪽

 

  짐 로저스가 퀀텀펀드를 설립하고 400%가 넘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은 타인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고, 타인과 달리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인과 같은 생각을 하고 타인이 보는 것을 본다면 그는 보통 투자가로 살았을 것이다. 때로는 미친 사람이라는 말도 들었던 그는 역사를 공부한 역사가로서 역사의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하락장세를 예측하고 공매도를 했다. 성장이 예상되는 나라의 주식에 투자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리고 커다란 수익률로 이어졌다.

  남들이 하는데로 휩쓸려서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자와 어제 주식이 올랐으니, 내일도 주식이 오를 것 이라는 근시안을 가진 투자자들이 많은 현실에서 그는 외친다. 거시적으로 세상을 보라고, 현실의 파도 뒤에 숨어있는 거대한 흐름을 보라고 말한다.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자신의 생각이 타인의 생각과 일치하는가 스스로 물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짐 로저스는 말한다. 당당하게 자신의 관점을 갖고 살라고...

  그럼, 짐 로저스는 무엇을 원석으로 보고 있을까?  농업에 주목하고 있다.

 

  "농업 종사자는 세계적으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라는 그의 지적이 충격적이다. 영국은 1주일에 한명씩 자살하고, 인도는 20 몇년 동안 30만명이 자살했다. 이렇게 자살률이 높은 직종을 유망산업이라 소개하는 것이 의아스럽다. 짐 로저스는 말한다. 농업은 절대 없어질 직업이 아니다. 생산량과 소비량을 보면, 소비량이 생산량을 웃돌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의 현실 속에서 곡물값 폭등은 예상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돈을 벌려면 농업에 종사하라고 짐 로저스가 말했던 것이다. 너무도 암울한 농촌현실을 보면서, 과연 농업이 유망직종이 될 수 있는지 회의적인 생각이든다. 밤이 깊을 수록 새벽은 멀지 않았듯이, 농업이 암울할 수록 농업에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가 보다.

 

3. 북한과 중국에 주목하라.

 

  "나는 지금 딸들에게 표준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데 그것만 아니면 북한으로 이사할지도 모른다."-74쪽

 

  짐 로저스가 한국인이라면 국가 보안법에 저촉되어 감옥에 갈 말을 했다. 세계의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다시 중국으로 이동할 것이라 예상한 짐 로저스가 중국에 가서 살기 보다는 북한에 이사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짐 로저스는 중국보다 북한에 기회가 더 많이 열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짐 로저스는 2번이나 북한에 간 적이 있었다. 첫번째 방북과 두번째 방북 사이에 북한의 변화를 읽었다. 그리고 양질의 노동력과 자원이 있는 북한의 발전 가능성을 보았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개방을 이용해서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일으키려는 구상과 맥을 같이하는 시각이다.

 트럼프의 몽니로 문제인 정부의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고 있다. 답답한 남북관계를 보면서, 언제 통일이 될 것인지 아득함을 느낀다. 그런데, 짐 로저스는 그러한 부침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거대한 흐름을 보라고 말한다. 남과 북은 통일 될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세계 모든 나라에서 해제해도 미국만은 마지막까지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다."라고 예상한다. 북한과 종전선언을 할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하노이 노딜을 하고, 아직까지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트럼프를 보며, 짐 로저스의 안목에 감탄한다. 강대국들의 우리의 통일을 싫어한다해도, 우리가 이를 어떻게 뚫고 통일을 이루는가는 우리의 역량에 달려있다. 짐 로저스의 예측이 맞아 떨어질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가 돌파력을 발휘하길 바래본다.

 

4. 최첨단 기술에 주목하라.

  워런 버핏은 최첨단 분야 투자에 소극적이다. 애플 주식을 사는 것도 타인에 비해서 늦었다. 빌 게이츠가 소개한 최첨단 주식을 사는 것보다, 코타콜라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 그에 반해서 짐 로저스는 최첨단 기술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핀테크와 AI, 블록체인에 특히 관심이 많다. 심지어는 다음과 같은 말도 한다.

 

  "가격이 싸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AI 조차 보지 못하는 주식에 직접 리서치해 보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다면 여러분은 크게 성강할 것이다."-227쪽

 

  AI 조차도 보지 못하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원석을 찾아 투자하라는 짐 로저스의 말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진정한 투자자가 되려면 이러한 열정과 포부가 있어야한다. 워런 버핏도 경제이론이 99%를 맞투고 1%를 틀린다면, 자신은 1%에 투자하여 돈을 번다고 말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1%를 보고, AI 도 발견하지 못하는 원석을 바라보겠다는 짐 로저스!! 단순히 최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첨단 기술이 보지 못하는 곳도 보겠다는 짐념이 그를 세계적인 투자자로 만들었다.

 

5. 짐, 로저스 그만의 시각

 이 책에는 짐 로저스만의 시각이 녹아 있다. 그 몇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파산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파산없는 자본주의는 지옥없는 기독교"-프랭크 보먼

 

  한개의 기업과 은행도 문닫게 만들지 안으려고 하다가 좀비 기업과 은행을 만든 일본의 사례를 비판하면서 짐 로저스는 프랭크 보먼의 말을 인용하고 나서 "지옥에 보내야하는 인간을 방치하면 이 세상이 지옥이 된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온정주의를 배격하고 차가운 자본주의 논리를 강조하는 모습이 냉혹해보인다. 그러나 그의 안목은 정확하다. 한개의 기업도 한개의 은행도 문닫게 만들지 않으려다가 잃어버린 20년을 보내고 있는 일본을 보며, 차가운 메스를 사용했다면 지금의 일본경제는 보다 나아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2008년 경제 위기에서 감옥에 보내져야할 사람들에게 공적자금을 투하해서 보너스 잔치를 벌인 금융재벌들을 보면서 짐 로저스는 개탄한다. 이 조치가 더 큰 위기를 몰고 올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일본의 사례를 본다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독재를 절대악으로 보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중국의 일당독재, 일본의 일당시스템을 사례로 들면서, "독재체제가 경제에 반드시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독재자의 그릇에 달렸다."고 외친다. 독재가 무조건 나쁘다는 우리의 상식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물론, 박정희 개발독재 시기에 경제 발전이 이뤄졌으며, 히틀러나 스탈린 시기에도 경제발전이 이뤄졌다. 이러한 독재가 '절대선'이 아니라는 사실은 짐 로저스도 동의할 것이다. 독재하에서 경제가 발전할 수 있으나, 그 치하에서 사는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기본권리를 향유할 수 없다. 또한 산업화시기에는 개발독재가 힘을 발휘할 수 있으나, 창의성이 중요시하는 단계에 들어선다면 개발독재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세상을 바라보는 탁월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짐 로저스!! 그의 말중에서 나의 가슴에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글귀가 있다.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는 말이 아니다. "외국인을 배제하고 문호를 닫은 나라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는 말이다.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고 폐쇄적인 일본은 '갈라파고스화' 되고 있다. 일본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을 예상하고, 통일 한국의 부상을 그는 예상하고 있다. 우리가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폐쇄적이 되면 안된다. 개방적이어야한다. 인재를 받아들이고, 같은 듯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북한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통일한국의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통일 한국을 담을 그릇을 키울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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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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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살조(殺佛殺祖)!!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죽여라!! 선종불교의 화두로 유명한 말이다.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라는 책은 살불살조를 외친 임제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책이다. 사실 반야심경을 단순한 주문을 모아둔 밀교적 성격의 책으로만 알고 있었다. 이 책을 읽을 생각조차하지 않았다. 도올 김용옥이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라는 책을 들고 나오자, 반야심경을 읽고 싶어졌다. 도올이라는 깊이 있는 철학자가 단순한 주문을 책을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랬다. 도올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스무살에 반야심경에 미친 도올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반야심경의 매력에 빠져보자.

 

1. 여인의 정체는?

반야심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도올 김용옥은 자신이 반야심경을 만나서 승려생활을 청산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먼저한다. 도올과 반야심경의 만남을 통해서 도올은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도올은 2장에서 한국 불교의 유명 스님을 중심으로 한국불교사를 살펴본다. 그중에서 경허스님의 이야기는 너무도 충격적이다. 계율을 지켜야하는 스님이 계율을 어기며 술을 마신다. 그리고 묘령의 여인을 열흘동안 자신의 방안에 들이다. 계율을 스스로 파괴하는 그의 모습은 고승과 파계승의 차이가 종이장 한장 차이라는 생각마져들게한다. 그러나, 사찰의 제자들이 그 여인을 내 쫓을 것을 요구하기에 어쩔수 없이 그 여인은 절을 떠난다. 그 여인의 모습을 본 제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달라며 경허스님에게 잘못을 구한다. 경허스님은 잘못을 비는 제자들을 뒤로하고 절을 떠난다. 경허스님과 열흘을 같이 있었던 여인은 도대체 어떠한 여인일까? 그리고 제자들은 스승의 잘못을 바로잡았다 행복해하지 않고 오히려 경허스님에게 잘못을 빌었을까? 그 여인의 정체를 알았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사찰의 계율에 얽매이지 않고 불쌍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모든 위험을 무릎서는 경허스님의 모습에 경외심이 들었다. 경허스님과 같이 열흘을 한방에서 지낸 여인의 정체를 알고 싶다면,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라는 책을 읽어 보길 바란다.

 

2. 불교를 부정한 경전

 

  "불교는 불교를 전면으로 부정한 지혜의 사상을 지혜의 완성으로 옹립했습니다. "-223쪽

 

아니, 불교경전이 불교를 정면으로 부정하다. 반불교적 행위를 지혜의 완성으로 옹립하다니 말이되는가? 그런데, 이는 사실이다. 반야심경의 일부를 살펴보자.

 

"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 無老死 亦無老死盡

(싯달타께서 깨달으셨다고 하는 12연기의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이 사라진다고 하는 것도 없다. 이렇게 12연기의 부정은 노사의 현실에까지 다다른다. 그러니 노사도 없고 노사가 사라진다는 것도 없다.)"-219쪽

 

  불교를 창시한 석가모니의 말씀조차도 "개구라"라고 말하는 대승불교의 방력있는 과감한 모습에 순간 나의 머리에 강력한 충격이 가해졌다. 260자밖에 되지 않는 짧은 경전이 나에게 이렇게 큰 충격을 줄줄은 미쳐 몰랐다.

  강을 건넜으면, 배는 버려라 라는 말이 있다. 부처의 말씀이라는 배를 이용해서 피안의 세계에 다다랐다면 부처의 말을 버려야한다. 깨달음을 얻으려면 깨달음을 얻으려는 마음조차도 버려야한다. 세상의 모든 허상들을 나의 마음에서 버려야한다. 그 허상들은 내가 깨닫기 위한 방편들일 뿐이다. 나의 인생이라는 항해를 위해서 만든 작은 나침반은 항해가 끝나면 버려야한다. 나침반은 인생을 항해하는 도구일뿐, 인생 그자체의 목적일 수 없다. '반야심경'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나침반을 버리고 깨달음의 세계에 노닐 수 있는 지혜를 주었다.

  도올은 말한다. "과연 기독교가 '신약성서'를 전면부정한 적이 있나요? 과연 예수의 역사성을 전면부정한 적이 있나요?" 아니, 기독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종교들 중에서 자신의 성전과 자신의 교리를 스스로 부정한 종교는 없다. 아인슈타인이 “불교에는 우리들이 장차 우주적 신앙에서 기대하게 될 특성들이 함축되어 있다. 자연과 인간의 영혼을 함께 아우른다. 만일 현대과학의 요구에 부합하는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곧 불교가 될 것이다. 미래에 과학에 부응하는 종교를 나보고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불교를 선택 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타 종교에서는 볼 수 없는 불교만의 파격성이 아인슈타인의 마음을 움직였나 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고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승불교의 얼개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저자 도올 김용옥은 마음의 짐을 내려 놓지 못해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책 곳곳에 이승만을 추종하는 세력이 도올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학자도 개인적으로 당하는 고소 고발에 괴로워하고 있다. "법비"라는 말이 있다. 법을 이용해서 사람의 재물을 약탈해가는 비적이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에는 수 많은 '법비'들이 있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는 사람을 법비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서 구속하려한다. 자신에 반대되는 말을 하면 '법비'들이 법을 이용해서 사람을 괴롭힌다. 도올이 '법비'들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반야심경'이 선사한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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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20-01-29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핫한 책이네요. 예전에 고 최인호 작가가 경허대선사님의 생애를 소재로 한 소설 <길 없는 길>에도 나온 일화인데, 저도 읽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반야심경은 꼭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한번쯤은 접해보면 유익한 경전 같습니다. 저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

강나루 2020-01-29 07:35   좋아요 1 | URL
맞아요^&^
고 최인호 작가가 경허스님을 소재로한 소설을 썼군요
암튼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민트 2020-03-2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덕분에 날마다 성장하는 재미를 배웁니다.
그런데 혹시 강나루님 역사 선생님이신가요?

강나루 2020-03-27 11:27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지구의 일생 - 45억년, 시간으로 보는 지구의 역사
최덕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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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독자적인 책수다'를 통해서 최덕근의 '지구의 일생'을 알았다. 재미있게 지구의 역사를 알려주는 방송내용에 매료되어 시간가는줄 몰랐다. 그리고 결심했다. 그래, 한번 도전해보자! 지구의 역사를 까마득한 빅뱅에서부터 시작해서 미래 태양계의 사멸까지 읽어보자!  그때 나와 약속했던 것을 지금에서야 지켰다.

 

  138억년전 빅뱅이 있었다. 그리고 우주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45억 6800만년전 태양계가 생성되었고, 약 45억년전 지구가 탄생했다. 무수히 많은 별들 중에서 태양이라는 별이 탄생했고, 그 별을 도는 행성 중에서 지구어세만 생명체가 탄생했다. 그러나, 그 생명체가 탄생하기 이전에 지구는 수억년을 쓸쓸히 지내야했다. 그리고 그 시기의 지구는 우리가 상상하는 지구가 아니었다. 원시지구는 마그마바다가 넘실거렸다. 5시간마다 자전했고, 지구와 달의 거리는 2만 4천 킬로미터이었다. 지금 달과 지구의 거리가 38만 4천 킬로미터인 것을 고려한다면, 그당시 달의 크기는 엄청 커보였을 것이다. 어린시절, 내가 보았던 그당시의 모습은 예전부터 그러했으리라 생각했다. 우리가 보는 지구는 예전부터 그러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러하지 않았다. 지구도 생명이 탄생할 수 없는 뜨거운 마그마 바다였을 때가 있었다. 성공한 CEO를 보면서 그는 예전부터 성공해 있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것과 같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의 생명력 넘치는 지구도 생명을 다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늦어도 10억년 후에는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여 광합성 활동이 일어날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른다. 그리고 지구에는 동식물이 사라지고, 세균과 같은 원핵생물들만 남겨진다. 20억년 후에는 강력해진 태양에너지의 온실효과로 지구에는 어떠한 생명체도 살아갈 수 없게 된다. 50억년 후에는 태양이 수명을 다하게 된다. 태양이 적색 거성이 되어 부풀어 오르다가, 헬륨의 핵융합반응이 끝나가면서 더 이상 활동하지 않는 백색 왜성이 되어 별로서의 일생을 마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듯이, 지구의 삶도 유한하다. 그리고 태양의 삶도 유한하다. 우리는 지구와 태양의 일생중에서 아주 작은 점을 차지하고 있다. 그 점 속에서는 지구와 태양이 무한해보인다. 마치 하루살이에게 인간의 수명은 헤아리기 힘든 시간으로 느끼듯이 말이다.

  지구와 태양계의 수명이 있다면, 우주에도 수명이 있지 않을까? 빅뱅으로 시작해서 많은 별들을 만들어낸 우주가, 그 팽창을 멈추면 우주는 사라지지 않을까? 그리고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지 않을까? 지구와 태양의 수명이 유한하듯이, 우주의 생명도 유한할 것이다. 그리고 우주의 생명주기는 우리의 시간 개념으로 상상하기 힘든 기간일 것이다.

 

  이책에는 전문용어가 많다. 팟캐스트를 들을 때와는 다른 수준의 내용이다. 그러나, 팟캐스트를 통해서 책의 내용을 예습했기에, 전체적인 내용은 이해 가능했다. 그리고 단순히 지구의 일생만을 상상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태양계를 거쳐, 우주의 일생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책이다. 인문학적 소양은 넘치지만, 자연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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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24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강나루 2019-12-24 19:4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서재의 달인 되신것 축하드립니다
 
세계를 읽다, 베트남 세계를 읽다
벤 엔겔바흐 지음, 김아림 옮김 / 가지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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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과 끈기의 민족"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중국에 천년의 지배를 받고도 민족성을 잃지 않았으며, 몽골의 3차에 걸친 침입을 물리쳤다. 프랑스와 미국과의 30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전쟁의 상처가 치유되기 전에 캄보디아와 중국과 연이은 전쟁에서 승리했다.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고 잠들어있던 베트남이 '도이모이'정책을 펼치며 기지개를 펼치고 있다. 이번 겨울 가족여행을 베트남으로 정했을 때, 그 베트남의 힘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여 이렇게 말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 잘보고 잘 느끼기 위해서 '세계를 읽다. 베트남'이라는 책을 꺼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벤 엔겔바흐'이다. 미국인 영어강사가 베트남에 대한 여행안내서를 썼다. 베트남 전쟁 당사국으로서 편견이 개입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랐다. 그는 너무 낭만적인 베트남에 대한 묘사를 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베트남의 부정적인 면만을 그리지도 않았다. 베트남의 현실을 서술했다. 택시기사와 노상시장에서 바가지를 쓴일도 서술하면서도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주는 마음씨 착한 베트남인의 일화를 서술하기도 했다. 가감 없이 베트남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 이책의 매력이다.

  미국인이 쓴 책이라서 미국인의 눈에 비친 베트남의 모습이 너무 이해가지 않는다는 내용이 많다. 그중에서 "체면"과 "많은 권력을 가진 노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체면을 중시하는 것은 중국인이나 한국인도 마찬가지이다. 유교 문화권에서는 일반적인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저자는 노인이 많은 권력을 가졌다고 표현하고 있으나, 이것은 '노인에 대한 공경'으로 표현해야할 것이다. 노인 공경이 '권력을 가진  노인'으로 해설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국인을 통해서 새롭게 알았다. 물론, 노인으로서 품의를 지키지 못하고 박근혜 지지 집회에 나가는 분들을 보면서 모든 노인에 대한 공경은 힘들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뭏튼,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우리에게 이를 이해못하는 외국인의 시선이 낯설다. 미국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베트남 사회를 바라본다는 것은 미국인이 가진 프리즘을 살필수 있는 기회이기도하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인의 시선에 '체면'과 노인공경은 이해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이책에는 베트남에 대한 여행정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이 어떻게 관광비자로 타국에 와서 직장을 얻으며 생활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이 책에 그 비법이 서술되어 있다. 저자 자신도 중국과 한국을 거쳐서 베트남에 정착하며 주변국을 여행한다. 10여개국을 여행하며 현실을 즐기는 욜로족의 모습을 보며, 초강대국 미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났다는 특권을 무기삼아 세계 여러나를 여행하고 현재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다. 단지 영어를 할 줄알며, 백인이라는 특권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며 인권을 침해당하는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는 엄청난 위화감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아차, 동남아시아 노동자에게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우리가 엄청난 특권을 가진 존재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해외여행을 하면 그 나라에 대한 책을 몇권읽고 가려 한다. 너무 학술적인 책과 너무 단편적인 정보만 담은 책 사이에서 인문학적 지식과 여행정보를 함께한 얇지만 깊은 책을 찾고 있었다. 간편히 하루면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베트남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책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이 책에 필수 베트남어가 몇개 소개되어 있다. 씬 짜오(안녕하세요), 땀 비엣(잘가요). 깜언(감사합니다.) 이 세단어는 베트남 현지에서 사용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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