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바로 지금 여기에서, 고유명사로 산다는 것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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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의 얼굴을 가진 노자!!'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도덕경> 속의 노자의 말은 다양한 각도로 재해석되어 왔다. <도덕경>을 병법서로 보는 관점과 제왕의 통치술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책으로 보는 시점에서 소개된 서적을 보아왔던 나에게 최진석 교수의 관점은 참으로 신선했다. 하나의 관점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 틀에서 벗어난 사실들은 무시해버린다. 왕필본 <도덕경>과 하상 공본<도덕경>을 읽고 있는 나는 두 주석서를 참고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도덕경> 속의 노자의 말을 이해하려 부단히도 노력했다. 알을 깨고 나오지 않으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없다. 최진석 교수의 책은 내가 <도덕경>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렇다면 내가 본 새로운 <도덕경>의 세상은 무엇일까?


 

1. 최진석만의 탁월한 해석

 

 논어 자로 편에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할까? 보통은 '군자는 조화를 추구하나 소인과 같아지지는 않고, 소인은 같아지기를 바라지만, 조화를 이루지는 못한다.'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최진석은 해석이 달랐다. 당시의 신분제 사회라는 점에 유념해서, 군자는 지배계급으로서, 군자와 소인 계급이 다르며, 따라서 차이를 인정하고 각각의 사명을 수행하여 전체의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소인은 피지배계급으로서 계급적 구분을 부정하고 군자와 차이 없이 같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라고 말한다. 기존의 현대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보통의 학자들과는 달리 혁명적으로 해석한 최진석의 해석은 나의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패는듯했다. 공자는 기존 질서 유지를 두둔하는 보수적인 학자로 볼 수도 있는 해석이다. 이러한 혁명적인 해석으로 <도덕경>을 <논어>와 대비시키며 최진석은 자신만의 <도덕경> 읽기를 한다.

 무명천지지시(無名天地之始) 유명만물지모(有名萬物之母)를 최진석은 어떻게 해석할까? '이름 없음은 천지의 시작이요, 이름 있음은 만물의 어머니이다.'라는 보통의 해석을 최진석은 자신만의 '무'와 '유'의 개념정의로 혁신적 해석을 해낸다. '무'는 없음을 뜻하지 않는다. 몸 안의 공간처럼 비어있으되 기능하는 영역을 '무'라  하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유'라 정의한다. 있음과 없음이라는 극단적인 표현보다는 '비어있음'으로 '무'를 해석하는 것이다. 비어있는 곳이 우리가 기능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다. 도시의 비어있는 공원이 도시의 삭막함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삶의 여유를 주듯이……. '있음'과 '없음'의 극단적인 개념으로 도덕경을 바라보았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던 도덕경이, 최진석의 새로운 관점을 통해서 바라보니, 너무도 쉽게 이해되었다.

 

2. <도덕경>의 핵심 '유무상생'

 <도덕경>의 핵심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 명가명 비상명(名可名 非常名)'을 핵심이라고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최진석은 <도덕경>의 핵심은 대립 면의 공존이라 말한다. 이를 도덕경의 표현으로 말한다면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 할 수 있다. 유와 무는 서로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새끼줄이 서로 꼬여서 하나의 새끼줄이 되듯이, 유는 무와 관계를 맺고 무는 유와 관계를 맺는다. '노자의 철학 체계 안에서 유와 무는 존재적으로 선후나 차등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층 차에서 공존한다.'는 최진석의 해석은 그가 바라보는 <도덕경>의 핵심이다.

 이러한 관계론적 측면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새로운 관점이 눈에 들어온다. '밝을 명(明 )'에 대한 최진석의 해석을 살펴보자. 그는 '해를 해로만 또는 달을 달로만 아는 것은 '지(智 )'이며, '해와 달을 한 세트로 아는 것'은 '명(明)'이라 말한다. 노자 철학을 관계론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최진석의 해석을 확장하면 그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많은 동양철학의 의문들이 풀린다. '생사일여(生死一如)' 즉,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이 말은 삶과 죽음을 같이 바라보아야, 둘 사이를 관계론적으로 바라보아야 제대로 '삶과 죽음'을 바라볼 수 있다는 철학적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니 '사랑과 이별'도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뿐인가? '사랑과 이별'이 하나라면, '사랑과 미움'도 하나이다. 사랑하기에 미움도 싹튼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 사랑하는 연인이 결혼해서 싸우는 것도 사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서로에게 무관 심해질 뿐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수많은 관계의 연속이다. 서로 대립하는 두 개념의 연속에서 벗어나서 때로는 대립하는 세차원의 관계 속에서 인생이 펼쳐지기도 한다.


3.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

 '馳騁?獵令人心發狂(치빙전렵영인심발광)'이라는 말은 '말달리며 사냥하는 사람의 마음을 발광하게 한다.'라고 해석된다. 나는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노자는 사냥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고 말했을까? 사냥은 고대의 군사훈련 성격도 갖고 있기에 군주는 사냥을 많이 다녔다. 그런데 왜? 사람을 미치게 할까? 최진석은 '바람직한 것을 모두 똑같이 수행하는 사회보다 바람직한 것을 없애고 각자 바라는 바를 다양하게 수행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가 더 강하다.'라고 해석한다. 사냥감을 쫓는 사람들처럼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서 맹목적으로 달리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미쳐 나갔는가? 충남의 00 고등학교에서 모의고사 1% 안에 드는 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사회가 정해놓은 목표가 근접한 학생이 모의고사 성적이 떨어져 고민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모두가 같은 목표, 사회가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 많은 학생이 미쳐나가고 있다. 자신이 정한 목표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서 정해놓은 목표의 위험성을 일찍이 노자는 지적하고 있었다. 1등이 아니면 모두가 패배자라고 치부하는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용기 있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노자의 구절을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

 '故貴以身爲天下 若可寄天下 愛以身爲天下 若可託天下(고귀이신위천하 약가기천하 애이신위천하 약가탁천하)'라는 말은 '그래서 자신을 천하만큼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고 자기를 천하만큼 사랑하는 사람에게 천하를 줄 수 있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언뜻 생각하면, 이기적인 사람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최진석은 '죽음을 가벼이 여기게 만드는 국가라면 이미 근본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한다. '자신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최진석의 주장은 노자가 말하는 건강한 사회를 이해하게 해준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가미카제 특공대'에서 우리는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제국주의라는 광풍 속에서 수많은 젊은이를 '일본제국'을 위해서 '천황'을 위해서 바치라고 강요했다. 승산 없는 전쟁에, 가치 없는 전쟁에 수많은 젊은이가 죽었다. 그 죽음의 행렬에 조선의 젊은이들도 있었다. 자신도 사랑하지 않는자가 어찌 남을 사랑할 수 있을까? 개인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국가가 국민을 안전하게 보살필 수 없다. 노자는 이미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과연 우리는 자신의 몸을 천하만큼 사랑하는 자에게 이 나라의 운영을 맡기고 있는가? 저 국회에 있는 국회의원 중에서 과연 얼마만큼이 그러할까?

 

 최진석을 통한 <도덕경> 읽기는 나에게 새로운 관점을 안겨주었다. 팟캐스트 '학자들의 수다'를 통해서, 하상공주에 근거한 노자 이해를 주로 해왔다면, 최진석을 통해서 대립 면의 관계성을 강조한 '(有無相生)'이라는 문구를 통한 노자 이해는 <도덕경> 이해를 한 차원 높여주었다. 그리고 '보통명사'로 살기보다는 '고유명사'로 살라는 말을 되뇌며, 학생들에게 남이 정해 놓은 목표를 살기보다는 자신이 정한 자신의 삶을 살도록 안내하는 교육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별 자의 독립성보다는 관계성에 주목하고, 나의 삶을 살자! 오늘도 나는 <도덕경> 읽기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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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뒤흔든 말, 말, 말
제임스 잉글리스 지음, 강미경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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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세계적인 명언과 연설들을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다. 인간의 말은 맥락속에서 이해해야한다. 여론을 호도하는 극우 정치인들은 특정인의 주장을 앞뒤 맥락을 잘라버리고 자신이 편리한데로 이해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악날한 수법을 사용한다. 맥락을 떠난 말은 진실을 말할 수 없다. 우리가 진실을 알고 싶다면 그 말의 앞뒤 맥락을 살펴보아야한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를 뒤흔든 말들을 살펴보고 싶었다. 그 말들의 앞뒤 맥락을 살펴보며 그 말들의 위력을 이해해 보고 싶었다.

 

1. 연설문 선정의 빛과 그림자

  이 책의 저자 제임스 잉글리스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저널리스트이다. 서양인이라는 그의 출신은 세계적 명연설을 선정할때도 그 한계가 드러났다. 동양의 명연설문은 간디의 연설문과 전범 히로히토 일왕의 연설이 전부이다. 최소안 동서양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은 없었다. 반면에 호주인인 그는 호주 출신의 명연설문은 꼼꼼히 챙겨 넣었다. 너무도 서양중심의 편향적인 연설문 선정이다. 제갈량의 '출사표'와 단재 신채호의 '조선혁명선언'을 비롯한 수많은 명문을 넣고 싶은 욕망이 치솟았다.

  이 책이 한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페리클레스의 전사자 추도 연설' 처럼 역사의 격랑속에서 이뤄진 명연설문을 만나볼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성 인권과 참정권에 관한 연설문을 비롯해서, 흑인 인권과 관련된 연설문을 수록했다. 이 책의 원제목이 'Fighting talk'이다. 단지 전쟁에 관한 연설문만을 싣지 않고 흑인 인권과 여성의 권리에 대한 연설을 빼놓치 않은 것이 이책을 더욱 빛나게한다. 물론, 흑백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한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저널리스트이기에 흑백 인종문제의 중요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2. 나의 가슴을 울린 말들!!

  세계의 명연설문을 묶어 놓은 이 책속에는 나의 가슴을 울린 말들이 많다. 그중에서 일부를 뽑아서 그 감동을 나눠보자.

 

  "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선에 협조하는 것만큰이나 중요한 의무입니다." - 마하트마 간디-

 

  '간디평전'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되살아나는 연설이다.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시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부역했는가? 4대강 사업에 협조하며, 때로는 침묵으로 그들에게 동조했다. 그들에게 빌붙어서, '폭식투쟁'을 하는 일배충들이 날뛰는 아비지옥이었다. 최소한 그 악의 세력에 동조하지 않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다.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쓴 저자중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2명이나 있다. 한명은 대학교시절 교수라는 작자고, 한명은 대학원에서 만난 사람이다. 최소한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박근혜정권의 국정교과서 작업이 얼마나 우리 역사교육을 뒷걸음치게하는가를 알고 있을텐데, 그들은 박근혜정권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들은 더이상 '교수님',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암흑의 9년이라는 시간 을 버틴,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당신은 용기있는자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들이 아버지를 묻는 것보다 아버지가 아들을 묻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만큼 어리석은 자는 세상에 둘도 없다." -헤로도투스-

 

  평화시에는 아들이 어버지를 묻지만, 전쟁시에는 아버지가 아들을 가슴에 먼저 묻는다. 전쟁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행위이다. 그 전쟁을 미화하며 '숭고한 전쟁'이라 말하며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떠미는 전쟁광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헤로도투스는 전쟁의 비극적 속성을 한마디로 잘 말하고 있다.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다.

예술의 반대는 추함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신앙의 반대는 이단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그리고 생명의 반대는 죽음이 아니라 무관심이다."-엘리 위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작가 엘리 위젤은 절규한다. 인류의 죄악에 무관심할때 그 악은 다시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보게 된다. 시간이 지날 수록 홀로코스트에 대한 관심이 무뎌지는 현실을 보며 엘리 위젤은 악이 다시 고개를 들것이라 몸서리쳤을 것이다. 그이 말대로 관심이 없다면, '사랑, 예술, 신앙, 생명'이 지속될 수 없다. 관심에서 '사랑, 예술, 신앙, 생명'이 지속될 수 있다. 우리 인류의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요즘 문제가 되는 예멘 난문문제를 비롯해서 팔레스타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관심'에서 부터 출발한다.

 

"친애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 미국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지 묻지 말고 인간의 자유를 위해 우리가 함께 손잡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물어보십시오."-존F.케네디-

 

  우리주변에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행운을 주기만을 바라는 사람이 많다.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으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부모 혹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행운을 주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 예전에 교장의 갑질을 보면서 어느 선배교사가 "아니, 왜? 전교조는 뭐하는거야!"라는 말을 나에게 했다. 그 선배교사는 전교조가 모든 학교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투였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선생님은 전교조에 왜? 안들어오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교사라는자는 전교조의 문제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용기가 없어 교장의 갑질에 숨죽이는 비겁한자가, 전교조 선생님들에게 앞장서서 갑질에 대항해주길 바라면서, 그들은 절대 전교조와 같이 연대하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교조를 욕하면서 전교조가 일구워 놓은 곡식만을 거둬들이려한다. 그들에게 케네디의 말을 해주고 싶다. 옥토를 물려주지 않은 부모를 원망하기 보다는, 자신이 개척할 황무지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라! 황무지를 옥토로 일굴 수 있는 부모에게 축복을 주어라! 누군가 자신에게 행운을 주기만을 바라는 거지 근성을 버려라!

 

"우리는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러 들어가는 것이며, 저 고대의 땅에 깃발이 휘날린다면 그것은 그들의 깃발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 존경심을 보여라."

"제군은 전투에서는 인정사정 두지 않되 승리에서는 관대해야 한다."

"(이라크) 그 나라에 가거든 살살 걸어라. 아무리 사소한 것도 함부로 대해선 안된다. 이라크 국민처럼 고결하고 관대하면서도 올곧은 국민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팀 콜린스 중령-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 쿠웨이트 사막의 포트 블레어 메인 기지에서 콜린스는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감동적인 연설을 약800명의 미군에게 한다. 이것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미군 장교의 연설이라면 당신은 믿겠는가? 미군이 1945년 9월에 인천항을 통해서 한반도에 들어서면서 그들은 '점령군'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2003년 미군은 스스로 '해방군'으로 이라크에 간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미군에 팀 콜린스 중령과 같은 군인들만 있었다면, 이라크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됐을 것이다. 전쟁터로 가는 미군이 자신의 적국 국민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존경심을 보이라는 연설을 한다. 이것이 그대로 실천되었다면, 미국은 존경을 받았을 것이다. 미군 최고 책임자, 부시 대통령 밑에 어찌 이리도 참다운 군인이 있을 수있는가?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장교가 꿈인 학생들에게 읽히고 싶은 명연설문이다.

 

"아내의 잘못에는 눈을 감고

아내의 미덕에는 후하게 칭찬하라."-윌리엄 피트가 영국 하원 연설에서 프라이어의 시를 인용-

 

무릎을 탁치게하는 명언이다. 두고두고 마음에 새겨야하는 시구절이다. 아내의 잘못에 눈을 감고 아내의 미덕에 후하게 칭찬해야 가정이 화목하고 평온해진다. 그런데 그것이 잘되지 않는다. 특히 아내의 미덕을 후하게 칭찬하지 못하는 나를 자주 발견한다. 무덤덤한 한국남자의 한계를 이제는 극복해야겠다.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

 

3.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이원복교수의 연수를 듣다가 놀랐던 기억이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소크라테스가 했으며, 소크라테스는 국가를 가장 중요한게 생각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도덕교과서의 서술은 잘못된 것임을 법원에서 판결로 이미 결론지었다. 그런데 이원복교수는 아직도 소크라텟가 악법도 법이라고 말했다 강의하고 있으니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독재정권시절에 만들어진 잘못된 지식이 민주정권이 들어선 지금도 횡횡하는 현실을 보면서 을씨년스러운 느낌이든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는 왜? 유죄판결을 받고 죽었을까? 그의 마직막 변론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좀 우스운 표현을 사용하자면 등에 처럼 성가신 나란 사람은 실은 신이 이 나라에 보냈습니다. 이 나라는 덩치가 커서 움직임이 굼뜬 준마와 같아서 생기를 불어넣을 자극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신이 하루 온종일 어디서나 여러분에게 들러붙어 일깨우고 설득하고 꾸짖으라고 나 같은 등에를 이 나라에 보낸 것입니다. 다시는 나 같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테니 나를 살려두는 게 좋을 겝니다."

 

  신에 대한 불경죄와 젊은이들을 오염시켰다는 죄목으로 기소된 그가 배심원들에게 할 수있는 말이 아니다. 그의 변론을 읽으면 그가 과연 살고 싶어서 이런말을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든다. 소크라테스는 배심원들을 내려다보며 꾸짖고 있다. 배심원들은 소크라테스를 제정신이 아닌자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아슬아슬하게 유죄판결이 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소크라테스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내가 한 마리를 빚졌네. 기억해 두었다가 갚아주게"라고 했다. 의술의 신에게 빚을 졌다는 말을 통해서 그는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죽음을 택했고, 그래서 배심원들의 유죄선고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그는 탈출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독배를 마셨다. 자신의 이상을 위해서..

  우리가 아는 명연설중에 페리클레스의 전사자 추도 연설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사 시험문제 지문으로도 자주나오는 이 명연설을 직접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도 무척 행운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페리클레스의 명연설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없는 내용이 있다.

 

  "아직도 출산할 수 있는 나이라면 죽은 자식을 대신할 자식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기운을 내십시오. 새로 태어난 자식은 잃어버린 자식을 잊게 해줄 뿐만 아니라 부국강병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과연 이것이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에게 할 말인가? 개인을 부국강병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고 있다. 마치 개인은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들리는 이 연설을 21세기에 한다면 아마도 수많은 여성들의 미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요즘, 미투운동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찍이 여성운동의 선구자로서 활약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의 연설을 읽으면, 몹시 불편한 느낌이 많이 든다.

 

"남성성은 파괴적이고, 고집스럽고, 이기적이며, 과정이 심하고, 전쟁과 폭력과 정복과 탈취를 사랑하고, 물질세계와 정신세계 모두에 불화와 무질서와 질빙과 죽음을 야기합니다."

 

  워싱턴에서 여성참정권을 요구하며 이러한 연설을 한 그녀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여성과 남성은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화합의 관계여야한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를 위해주어야한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적으로 돌린다면 인류는 생존할 수없다. 나의 주장이 옳다고 타인의 인격을 말살하는 행위는 인류를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여성이 권력을 쥔다고 반드시 여성성을 발휘하여 세상을 평화롭게 만든는 것도 아니다. 박근혜 전대통령을 보면서 과연 여성이 권력을 쥐면 반드시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볼 수있을까? 남성이든 여성이든 권력을 쥐면 누구든지 폭군도 될 수 있고, 현군도 될 수있다.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 각각의 그릇의 차이이다. 권력을 참되게 행사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닌자가 권력을 갖게되면 불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의 여성운동도 서로를 적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 화합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루디 줄리아니 유욕 시장의 명연설을 읽으며, 그의 테러없는 세상을 향한 이상에 공감한다. 그러나 테러의 원인을 다각도로 보지 못한점은 매우 아쉽다. 9.11테러의 원인을 미국의 패권주의에서 찾는 의견이 많다. 오사마 빈라덴이 사실은 사우디의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그가 왜? 반미주의자가 되었는지 생각해보아야할 것이다. 지금 서아시아(중동) 문제의 근본적원인은 서구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배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순 중에 하나는 강대국들! 정확히 이야기하면 매이져 석유기억들이 너무도 싼값으로 석유를 중동에서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들의 자원이 강대국들의 매이져 기업들에 의해서 헐값으로 팔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분노를 쌓았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과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거치면서 테러리스트들은 그 분노를 더욱 키웠다. 마침내 'IS'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다. 테러와의 전쟁이 오히려 테러라는 괴물을 키우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이책에 소개된 많은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연설을 쫒은 결과는 너무도 참담하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용서'와 '사랑'일 것이다.

  하임 헤르조그의 '시오니즘은 인종주의'라는 유엔 결의안에 대한 반박 연설을 읽으며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하임 헤르조는 나치에 의해서 벌어진 '크리스탈나흐트(수정의 밤)'사건에서 이야기를 출발한다. 마치 시오니즘을 인종주의로 규정한 사람들이 나치의 동조자인 듯한 인상을 주는 연설을 읽으며, 오늘날의 팔래스타인 문제가 떠올랐다. 어제의 약자인 유대인들이 오늘의 강자가되어, 오늘의 약자인 팔래스타인인들에게 가하는 참상이 떠올랐다. 폭력은 대물림되는 것일까? 어제의 피해자가 오늘의 가해자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길이 없다.

 

4. 연민의 글

  강해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때로는 연민의 정이 든다. 강철같은 심장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되는 엘리자베스 1세, 사자의 심장을 가진 맹수로 보이는 나폴레옹! 그들의 글에서 오히려 연민이 느껴진다.

  이 책에 따르면 엘리자베스는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다는 통념을 거부하면서 예사로 침을 뱉고, 욕설을 일삼고, 맥주를 즐겨 마셔 백성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당신은 이 글을 읽으며 어떤 마음을 들었는가? 엘리자베스에게서 정이 떨어졌는가? 나는 오히려 그녀가 애처럽게 보인다. '천일의 앤'이라는 이야기로 유명한 그녀의 어머니는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했다. 가장 행복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여야할 부부가, 어머니와 아버지가, 죽고 죽임을 당하는 관계가 되었을 때, 자녀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남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그녀는 갖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왜곡된 남성상은 그녀를 불행에 빠뜨렸다. 그녀는 '국가와 결혼했다.'라고 말하며 결혼을 거부한 것도 그녀의 불행한 가정사에서 비롯되었다 본다. 남자를 사랑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마음은 상처를 받았다. 누구도 그녀의 아픔을 보듬어줄 수없었을 것이다.

 

"프랑스, 군대, 조세핀"-나폴레옹-

 

  나폴레옹이 1821년 죽음에 임박했을 때, 그의 본처 조세핀의 이름을 불렀다.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녀와 이혼했다. 그리고 아들을 얻었지만, 그는 황위를 잃어버린다. 조세핀과 있을때, 그는 인생의 오르막길에 올랐고, 그녀를 떠나보면서 그의 인생도 내리막길을 걷는다. 죽음의 모래시계가 떠날때를 알릴때, 그는 자신의 인생을 떠올리면서 얼마나 많은 회안을 느꼈을까?

 

"그대의 선조들이 큰 물을 건너 이섬에 상륙하면서 말이오.  (중략) 그러면서 조그만 자리 하나만 달라고 청했소. 우리는 그들을 가엾게 여겨 그 부탁을 들어주었고, 그들은 우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소. 우리는 그들에게 옥수수와 고기를 주었으나, 그들은 그 보답으로 우리에게 독을 주었소."

"형제여, 예전에는 우리의 자리가 넓었고 그대들의 자리는 무척 좁았소. 이제 그대들은 아주 큰 민족이 되었고, 우리에게는 담요를 펼 곳마져 남아 있지 않소. 그대들은 우리나라를 온통 차지해 놓고도 만족할 줄을 모르는 구려. 우리에게 그대들의 종교까지 강요하려 들다니 말이요."-사고예와타 추장-

 

  청교도들을 환대하며 친구로 대해주었지만, 그들은 인디언친구들의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낯선 사람이 오면 환대하라 가르친다. 그러나 진정으로 환대한 것이 오히려 독으로 되돌아 오기도한다. 사고예와타 추장의 말은 우리의 가슴을 저리게한다. 환대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환대받을 가치가 있는자에게만 환대를 해야한다. 환대할자와 환대하지 말아야할자를 구분하는 능력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 제주도의 예멘 난민들은 환대의 대상인가? 환대하지 말아야할 자인가?

 

"오스트레일리아 노동자들은 영국의 대의가 정당하다고 굳게 확신하기에 그 중추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전력을 다해 기여해왔습니다.(중략) 그들의 조상은 잉글랜드에서, 아일랜드에서, 스코틀랜드에서, 웨일스에서 왔습니다. 그들은 영국 국민을 수세기에 걸쳐 결집시켜온 핏줄과 영광과 말을 물려받았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인종과 언어가 본토와 같은 영국 땅입니다."-존 커틴-

 

영국의 이익이 자신들의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생각을 읽으며 착잡한 연민을 느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을 위해서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일본군이 남진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를 위협하자 영국은 과연 오스트레일리아를 위해서 싸웠을까? 처칠은 오스트레일리아와 아시아를 일본에 넘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미국 군대를 영국 방어에 투입한다는 내용의 비밀협정을 루스벨트 대통령과 체결하기도 했다. 스스로를 영국인으로 착각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인의 모습을 보면서 착잡한 연민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이 책에는 우리의 피를 끓게하는 많은 연설이 수록되어 있다. 그 연설들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중에서 '징병과 전쟁을 비판한 무정부주의자의 연설'을 한 에머 골드먼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녀는 투옥과 추방을 여러차례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녀는 "미국 국민 모두가 들고 일어나 우리는 누가 뭐래도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미국의 남녀 무구에게나 자유와 기회를 의미하는 그런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외친다. 그녀는 온몸으로 주어진 천국은 없음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천국을 원한다면 당신이 사는 이땅을 천국으로 만들라고 우리에게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 이명박근혜정권에서 새로운 천국을 맛보기 위해서 이민을 가려는 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천국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땅을 천국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당신은 어느곳에서도 천국을 발견할 수 없다. 이땅이 지옥이라면, 우리 다함께 이땅을 천국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자! 그것이 이땅을 살아갈 자격이 있는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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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습작 -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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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많은 사람들이 글을 잘쓰고 싶어한다. 최근에 다양한 글쓰기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으며, 나 또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 솟구치고 있다. 시중에 많은 글쓰기 책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신뢰가 가지 않은 책들이 많다. 김택환!! 그 이름으로 충분히 글쓰기의 정도를 알려줄 것만 같다. 그의 책 '천년습작'을 읽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위한 비법을 얻기 위해서....

 

1. 글쓸 시간이 없다는 핑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의 가장 많은 핑계는 '시간이 없다.'이다. 하루 중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바쁘게 보내는데 한가하게 책을 읽느냐는 하소연이자 핑게를 들이댄다. 그러나 책은 시간이 남아돌아서 읽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이나 버스를 기다리며, 친구를 기다리며, 텔레비젼 볼 시간을 줄여가며 읽는 것이다. 책읽기의 비법은 글쓰기의 비법과 상통했다.

 

"문제는 외부적 시간의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삶은 사는 이상 글을 쓰는이에게 유리한 시간은 없다."

 

  시간이 많이 주어지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주어진다하더라도 좋은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김탁환은 말하고 있다. '시간이 상실되는 지점, 미혹과 시간의 부재가 주는 고독' 속으로 돌입하는 것!! 그 속에서 글쓰기가 이루어진다. 글을 쓰는데 시간이 없다고 투덜대는 존재는 시간이 주어져도 글을 쓰지 않고 새로운 핑계를 찾는다. 글을 쓰기 싫은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반성해본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많았지만, 진정으로 핑계만을 찾으며 자신을 합리화하지는 않았는지... 오늘 부터, 지금부터 글을 쓰자.

 

2. 글쓰기의 특별한 비법 하나!!

  많은 글쓰기 비법서를 읽으며,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특별한 비법을 가르쳐달라한다. 그러나 특효약을 달라고 매달리는 사람들에게 대가의 대답은 '글을 써라!, 무조건 써라.'이다.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쓰면 글을 잘 쓰게 된다는 진리이다. 나는 감탄을 했다. 글쓰기의 특별한 비법을 바라며 노력하지 않고서 자신의 글쓰기 실력이 탁월해지기를 바라지 않았는지, 나 자신을 반성해본다.

  김탁환은 발자크의 일과를 사례로 든다. 밤 12시부터 아침 8시까지 집필을 한다. 이 시간을 그는 평생 5만잔의 커피를 마시며 버티었다. 그리고 오후 시간은 퇴고와 산책으로 보냈다. 어찌보면 단조롭고 어찌보면 지독히도 노력하며 글을 쓰고 있는 발자크!! 탁월한 글을 쓰고 싶다면, 발자크와 같은 대가처럼 꾸준히 글을 써야하지 않을까? 내가 특별한 능력을 얻고 싶다면, 나는 특별한 노력을 해야한다.

 

3. 글쓰기 소재를 얻는 비법

  '책쓰기 연수'를 여름방학 기간 동안 들었다. 학생들에게 시를 쓰도록 하기 위해서, 그 선생님은 학생들과 운동장으로 나가서 드러눕는다. 그리고 하늘과 대화하고, 나무와 대화하고, 쓰레기 통과 대화하도록 한다. 그리고 글을 쓴다. 김탁환도 비슷한 행동을 했다. 어항에 귀를 대고 그들의 대화를 들으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대화를 듣는다. 그렇다. 남들이 대화할 수 없는 사물들과 대화하고, 사람들이 들을 수 없는 자연과 대화하면서 글쓰기는 시작된다. 타인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에서 머무르지 말고, 자연과 대화하자!

 

4. 따뜻한 글쓰기, 치유로서 글쓰기

  책을 읽다보면, 책의 오류를 종종 발견한다. 때로는 날카롭게 책에 대해서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김탁환은 '따뜻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따뜻하게 타인의 작품을 품을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읽어야한다!! 그러면서 그 글에서 얻을 수 있는 배움을 찾아야한다는 대가의 조언이다. 글쓰기 초보와 완숙한 작가의 차이가 느껴지는 지점이다. 상대가 나보다 못한 점을 찾기 보다는 상대가 나보다 나은 점을 찾으려할때, 나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 그래,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책을 바라보자.

  이러한 따뜻한 눈길은 '나' 자신에게로 이어져야한다. 자신의 슬픔을, 자신의 고통을 따뜻한 눈길로 보듬어 줄수 있어야, 진정한 치유의 글쓰기가 이뤄질 수 있다. '책쓰기 연수'에서 강의를 해주신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책을 쓰도록 지도하면서 학생들과 교사가 치유의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자신의 아픈 고통의 지점을 드러낼때, 비로소 치유는 시작되기에 책쓰기를 학생들과 그칠 수가 없다는 선생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자신에 대한 글쓰기 자체가 얼마나 아픈 고통의 과정이며, 상처받은 존재들에게 필요한 비타민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작가는 왜 이런 온갖 위험을 무릎쓰고 글을 쓰는 걸까요'라는 김탁환의 질문이 이해되었다.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자신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치유를 시작한다. 그리고 독자는 그 상처의 흔적을 보면서 상처받은 자신을 치유한다. 글쓰기는 치유의 과정인 것이다.

 

 

  '불멸의 이순신'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김탁환!! 그의 글쓰기 강의는 평범하면서도 우리가 왜 정도를 걸어야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각종 핑계를 대고 있는 나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해주었다. 상처받은 나 자신과 마주하며 용기를 내어 글을 써야겠다.

  한편, 김탁환은 '소설이 꼭 텍스트의 영역에만 머물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구비-필사-활자를 거쳐 디지털 시대로'접어든 오늘, 소설은 텍스트에서 디지털로 변화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마치 종이 만화에서 웹툰으로 만화가 발전했고, 이 과정에서 웹툰에 에니메이션이 추가 되기도 하는 것 처럼, 소설도 이러한 진화의 과정을 거쳐야하지 않겠냐는 김탁환의 제언을 소설가들은 귀기울여야할 것이다. 소설이 디지털 시대에도 살아남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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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9 13: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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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9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담한 작전 - 서구 중세의 역사를 바꾼 특수작전 이야기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박용진 감수 / 프시케의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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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유발 하라리를 '사피엔스'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후에, '호모 데우스', '극한의 경험'을 차례 대로 읽었다. '사피엔스'에 중독되어 다시한번 '사피엔스'의 희열을 느껴보고 싶어서, '호모 데우스'를 읽었으나, 그 희열을 100% 느끼지는 못했다. 그래서 '극한의 경험'을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굶주리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번역된 4권중에서 내가 읽지 않은 마지막 책인 '대담한 작전'을 꺼내들었다. 영문명은 'Special Operations in the Age of Chivalry'였다. '기사도 시기의 특수작전'으로 직역된다. 기사도 시기의 특수작전을 하라리는 어떻게 해부했을까?

 

1. 친절한 출판사의 배려

  책을 읽다보면, 책의 내용은 훌륭하지만,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사진과 지도 등의 자료가 제시되어 있지 않아서 곤란을 겪는 경우가 종종있다. 특히 세계사 책을 읽을 때는 해당 지명의 위치를 알길이 없기에 고등학교 사회과 부도를 펴들때도 있었다. 무책임한 저자와 불친절한 출판사에게 속으로 욕을 날리며 책을 읽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유발 하라리가 첨부하지 않은 사진이나 지도를 친절하게 첨부하여 읽는 사람의 이해를 쉽게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역했다. 특히 144쪽에 제시된 서아시아 지역의 지도는 보두앵 구출작전이 진행되던 시기의 서아시아 판도를 이해하기에 적합했다. 작가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것은 출판사의 역량이다. 유발하리리의 '대담한 작전'을 돋보이게하는 출판사의 세심한 배려가 빛나는 책이다.

 

2.   유발 하라리의 빛나는 사료 분석 - 니자리파(하시신)

  영어의 assassination과 hashish와 관련 깊은 조직을 아는가? 많은 사람들이 '하사신'파를 떠올릴 것이다.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라는 책에서 아주 인상 깊었던 암살 조직이 '하사신파'였다. 암살을 할때 마약(하시신 hashish)을 먹거나, 쾌락의 정원을 맛본 전사들이 죽어서 다시한번 쾌락의 정원에 가기 위해서 암살에 용감히 나선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과연 이 이야기는 사실일까? 이슬람에 대한 자료가 워낙적기에 무비판적으로 믿었던 사실들을 하라리는 여러 종류의 기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이들이 암살을 결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유발 하라리는 종교적 열정과 박해 받는 소수파의 생존술, '국영' 기숙학교 운영 등 실제적, 역사적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니자라파 피다이(암살자)의 암살 동력을 서술한다. 하라리가 '사피엔스'와 같은 대작을 쓸 수 있었던 밑바탕을 이러한 글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말이 나온김에 니자리파에 대해서 좀더 살펴보자. 니자리파의 일화중에서 너무도 충격적인 일화가 있다. 니자리파의 우두머리 시난이 전령을 살라딘에게 보냈다. 살라딘이 2명의 호위병을 대동하고 전령을 만나려하자, 전령은 그 2명도 물려줄 것을 요청한다. 이를 살라딘이 거절하자, 전령이 2명의 호위병에게 말한다. "만약 내가 주인의 이름으로 이 술탄을 죽이라고 명한다면 그리하겠느냐?" 맘루크는 칼을 빼들고 명령만 내리라고 말한다. 전령이 2명의 맘루크를 데리고 떠나자, 살라딘은 시난과 화해한다. 물론, 유발 하라리는 이 이야기가 실화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지만, 이 일화 자체는 니자리파에게 기가 질리게 만든다. 흩어져 있는 수많은 니자리파가 몇년동안 암살예정자의 주위를 맴돌다가, 그의 심복이 되기도한다. 그들의 우두머리 시난이 명령을 내리면, 그들은 지체없이 암살예정자를 죽여버린다. 놀랍지 않은가?

  그런데, 니자리파는 템플기사단, 병원 기사단은 암살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그랬을까? 이들 조직들은 특정 리더의 죽음이 조직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기사단은 관료적 조직이며 위계적인 규율로 유지된다. 어느 한사람이 암살로 죽으면, 새로운 사람이 조직을 이끈다. 반면 한사람의 탁월한 리더십에 의해서 움직이는 조직일 수록 니자리파의 암살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부분을 읽으면서, 의열단이 1920년대 후반, 의열투쟁에서 독립군 육성으로 독립운동의 방향전환을 한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일본 지휘관 한두놈을 죽인다고해서, 독립을 일룰수는 없었다. 일본 지휘관놈 후임에 더 악독한 지휘관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3. 우리역사를 떠올리다.

  서양사를 읽는데, 한국사가 오버랩된다. 내가 한국인인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프랑스왕과 부르고뉴의 샤를 사이의 끊임 없는 암투와 독살 시도, 암살 시도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비교를 해보았다. 어찌하여 이리도 비열한 암투들이 성행할까? 그에 비하면 우리의 역사는 암살 혹은 독살이 적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덕일이 '조선왕 독살사건'이라는 책에서는 조선왕 4명중에서 1명이 독살되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혹이며, 하나의 설일뿐이다. 반면에 프랑스왕과 부르고뉴의 샤를 사이의 암투와 암살 시도는 실제 역사기록이 남아있다. 기록되지 않은 독살시도는 또 얼마나 많을까?

  7장 '오리올의 방앗간'편에서 프랑수와와 카를 5세 사이에 대격전이 펼쳐진다. 카를 5세의 대군을 몽 모랑시 사령관은 청야전술로 대응한다. 청야전술!!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고구려가, 고려가, 조선이 외세이 침략에 대항해서 펼쳤던 전술이 청야전술이다. 우리의 전형적인 전술을 프랑스에서도 사용할 줄은 몰랐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공간은 다르지만, 전쟁의 전술은 서로 비슷할 수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4. 고전의 향연

  <도덕경(道德經)> 제 36장을 나는 좋아한다.장차 움츠리려면 반드시 반드시 펴고, 장차약하게하려면 반드시 강하게하고, 장차 피폐하려면 반드시 흥하게하고, 장차 빼앗으려면 반드시 주어라(將欲歙之 必固張之 將欲弱之 必固强之 將欲廢之 必固興之 將欲奪之 必固與之).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 반드시 먼저 나의 것을 주어야한다. 상대방을 약하게하려면 그들이 승리에 취해서 교마하게 만들어야한다. 그러면 그들은 스스로 무너져내릴 것이다. 그래서 옛말에 '전성기의 왕은 섬기지 말라'는 표현이 있지 않은까? 부르고뉴의 전성기인 샤를 시기에 아이러니컬하게도 부르고뉴의 쇠락이 시작되었다. 암살과 협박, 거짓말로 부르고뉴는 프랑스에 대항할 수 있는 강략한 세력으로 부상한다. 전성기의 그는 교만해져서 이웃나라를 침범하여 영토를 계속 넓히려했다. 그 교만이 재앙을 가져왔고, '부르고뉴왕국'이라는 꿈은 사라지게 된다.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한다'고 했지 않은가? 비열한 술수로 흥한 샤를은 자신의 비열한 술수에 빠져 몰락하게 된다.

  이러한 비극은 샤를에게만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맞수인, 프랑스의 루이도 만만치 않은 비열한 사람이다.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서 납치를 일삼았다. 루이는 부르고뉴 영토를 거의 모두 자신이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가했던 것처럼, 적들이 자신을 납치 혹은 암살할까봐 장원 주위에 도랑을 파고, 철창을 담처럼 둘렀으며, 석궁병을 배치했다. 비열한 행위를 일삼았던 자들은 자신도 그러한 비열한 행위를 당할까봐 두려움에 떠는가 보다. 성경에 '뿌린데로 거두리라'라는 말이 있다고한다. 샤를과 루이! 그들은 뿌린데로 거두었다.

 

  '사피엔스' 이후, 하라리의 마력이 내주위를 감싸고 있다.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는 나의 역사인식과 세계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그의 책들을 더 열심히 찾아서 읽는다. 아직, 유발 하라리가 세계적인 석학으로 발돋움하기 전의 글이기에 기대했던 것 만큼의 희열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유럽의 기사도시기 특수작전을 이해하는 좋은 책인 것 만은 확실하다. 지나친 기대를 갖고 읽지 않는다면, 나름은 '특수작전'이 주는 재미를 느끼며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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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가토 요코 지음, 윤현명 외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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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수는 모두 자신의 전공분야에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교수가 얼마나될까? 그래 보통 사람들 보다는 많은 식견을 가지고 있겠지. 그러나 나는 대학교수라는 간판을 가진자가 너무도 수준 이하의 모습을 드러낸 경우를 많이 보았다. K대학의 L교수의 경우, 한국사 국정화에 앞장서며, '국제화시대에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낭인의 심정을 이해해보라는 탐구활동을 만들었다.'라는 괴변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기까지했다. 이렇게 추악하다는 생각이 드는 모습의 교수들을 나는 많이 보아왔다. 때로는 이 사람이 어떻게 교수자리에 앉았는지, 의심이 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아왔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능력도 성품도 함량미달인자가 교수가 되는 모습을 많이 목격한 나는, 도쿄 대학교수가 중고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를 엮은 이책에 약간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도쿄대 교수 가토 요코의 내공에 많은 감탄을 했다. 그렇다면 그 내공을 함께 나눠보자.

 

1. 일본인이 바라본 일본사라는 한계

  가토 요코가 도쿄대학교의 탁월한 교수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일본인이다. 일본인이기에 일본의 역사를 일본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예를 들어보자. '미우라는 흥선 대원군을 다시 옹립하기 위해 병력을 경복궁에 침투시켜 명성황후를 잔혹하게 살해했습니다.'라는 표현에 어떠한 문제가 있을까? 일제가 일으킨 을미사변은 친러파가 득세하는 상황속에서 친러파의 핵심인 명성황후를 제거하여 한반도에서 일본세력의 확대를 꾀하려는 일본의 극단적 선택이었다. 이를 마치 일제가 흥선 대원군을 재옹립하고자하는 순수한 목적에서 발생한 일로 폄하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일본인으로서 일본의 침략전쟁을 비교적 양심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가토 요코 교수가 을미사변의 목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그 총명함을 잃어 버렸다.

  가토 요코 교수가 강의한 학생들은 어떠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을까? 가토 요코 교수가 "민권파와 후쿠자와가 쌍수를 들어 청일전쟁에 찬성을 하는 것을 보면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지 않습니까?"라고 질문하자 학생들은 "특별히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가토 요코 교수는 "아, 예상 밖의 대답이네요. 이거 곤란한데요."라며 멋적어했다. 나는 놀라웠다. '민권파'라는 이름에서 유추하자면, '민'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무리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민'을 위해서라도 전쟁에 반대해야하지 않을까? 당연히 의문을 가져야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에 대해서 전혀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특히 전쟁 처럼 국론을 한군데로 모아야하는 시기라면 국가에 반대되는 의견을 표명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학생들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의 공산당 조차도 천황제를 부정하지 못했다. 천황제를 부정하느니, 공산주의를 내팽겨쳤다. 국가의 명령에 개인을 자연스럽게 소거해버리는 일본인의 무서운 모습을 일본 학생들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포가 밀려왔다.

  그럼, 일본의 대중들은 어떠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을까?  만주사변에 대한 정당성 여론조사에서, 전쟁전에는 정당하다는 응답이 88%였고, 전쟁이 발발하자 정당하다는 주장이 90%로 치솟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설문조사가 지성인이라고하는 도쿄 대학생을 대상으로한 조사였다는 것이다. 지성인이라도 비판정신이 없다면, 일제의 집단광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는 달라졌을까? 똑같은 여론 조사자료를 얻을 수는 없지만, 종전 60년 후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을 요미우리신문에서 2005년에 시행했다. '중국과의 전쟁, 미국과의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둘다 침략전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 무려 10.1%였다. 또한 '대답없음'이 21.85였다. 이 수치는 '침략전쟁이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표현할 수 없기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추측할 수 있다. '중국과 전쟁은 침략전쟁이었지만, 미국과의 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었다.'라는 주장은 33.9%였다. '둘다 침략전쟁이었다.'라는 주장은 34.2%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인의 과반수 이상은 미국과의 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대로된 전범처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의 대중들은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 우경화하고 있는 아베정권을 바라보며, 그들의 행동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상기시켜본다.

 

2. 장차 약하게 하고 싶다면, 반드시 강하게 만들어라!

 노자 '도덕경' 36장에 '장차 움츠리려면 반드시 펴고 장차 약하게 하려면 반드시 강하게하며, 장차 피폐하게 하려면 반드시 흥하게하고, 장차 빼앗으려면 반드시 주어라 이를 미명이라한다.(將欲歙之, 必固張之; 將欲弱之, 必固强之; 將欲廢之, 必固興之; 將欲奪之, 必固與之. 是謂微明.)'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약하게하려면 반드시 강하게하고, 적의 것을 배앗으려면 반드시 주어라!! 정말 역설적이고 비현실적인 말들로 가득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노자의 이 말이 탁월한 전략임을 입증하는 두가지 사례가 있다.

  첫번째는 케인즈에게서부터 시작된다. 케인즈가 파리강화회의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케인즈하면 우리는 '유효수요이론'을 떠올린다. 영국 대표단의 재무부 수석대표였던 케인즈는 베르사유강화조약 조인을 하지 않고 직책을 사임하고 귀국했다. 그리고는 "평화의 경제적 결과"를 책으로 내놓았다. 그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독일에 대한 가혹한 징벌적 배상금이 대공항을 일으킬 수 있음을 미리 예견했다. 돈이 한쪽에 쏠리게 된다면 세계 경제는 막힐 수 있다. 그러하기에 독일의 산업복구를 도와주고 제품 수출로 배상금을 지불하게 해야함을 케인즈는 주장했다. '장차 빼앗으려면 반드시 주아라.'라는 도덕경의 역설적 말을 케인즈는 주장했다. 케인즈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강대국은 몇년 지나지 않아서 세계 대공항을 맞이해 고통을 겪는다. 그리고 그 고통은 전쟁의 전조에 불과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보내야했다.

  두번째는 후스의 탁견이다. 1935년 후스는 장제스, 왕자오밍 앞에서 "미국과 소련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중국이 일본과의 전쟁을 정면으로 버티면서 2~3년간 계속 패배해야한다."라고 주장한다. 즉, 일제가 중국 연안의 항만과 창장강 하류 지역을 점령하고, 중국의 여러 성들이 함락된다면,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절박한 위협을 느끼며 참전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의 살을 내주어 적의 뼈를 취하겠다는 후스의 전략은 무모해보이기도하다. 그러나 그의 전략은 정확했다. 격렬히 저항하는 중국에게 일본은 연전연승을 거두지만, 일본은 중일전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된 확전의 길을 걷게 된다. '장차 약하게 만들려면 반드시 강하게 하라'라는 도덕경의 말이 정확히 일치하는 사례이다.

  '도덕경'을 제왕학의 교과서라고 말한다. 무위자연과 같은 현실도피적 삶을 노래한 책으로 많이들 알고 있으나, 잘뜯어보면 '도덕경'의 탁월한 식견과 마주하게 된다.

 

3. 우리를 되돌아보다. 

  이 책은 일본 근대사를 강의한 책이다. 그러나 단순히 일본의 역사를 아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는 실미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아는가? 정의당이 거대 정당들 사이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소선거구제'를 비판하고 '중대선거구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주장하고 있다. 다양한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기 위해서 선거구제를 개편해야한다는 의견 정도로만 선거구제 개편논의를 이해했다. 그런데, 일본도 '소선거구제'가 실시되는 나라이다. 그리고 이 소선거구제로 인해서 투표의 열의가 높은 60대 이상의 유권자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고 있다. 이로인해서 국회의원은 고령층의 이익대변자로 전락했으며, 아이를 기르는 젊은 이들의 이익은 현실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가토 요코 교수가 지적한 일본 선거구제의 문제점은 우리현실에도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고향의 시골 노인정에는 난방비와 쌀등이 잘 나온다고 한다. 물론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정말 좋은 제도이다. 그런데, 저출산으로 한국사회가 위기에 내몰리고 있고,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한 현실 개선을 위한 대책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하다. 특히 지난 보수정권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는 생각을 금치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젊은이가 투표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기도 하지만, 노인세대에 유리한 선거구제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선거구제는 개혁되어야한다.

  "역사는 교훈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것이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흔히들 역사를 통해서 교훈을 배울 수 있으며, 그런점에서 역사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토 요코 교수는 그 교훈이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예로 정치가로서의 압도적인 힘과 군사적 리더십을 겸비했던 사이고 다카모리가 세인난 전쟁을 일으킨 것에 교훈을 얻은 일본정부는 다시는 국민에게 인기있고 지도력을 갖춘 사이고 같은 인물이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정부 통수권 독립을 추진한다. 통수권 독립의 결과 일본군부는 정치 지도자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게되며,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는 전쟁을 주도하게 된다. 특히 전쟁 기간 동안 정치 외교 분야와 군사 분야가 서로 소통하지 못했다. 이 사례는 적폐청산을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기무사 해편을 비롯해서 과거의 적폐를 철저히 개혁을 할때, 과거의 교훈을 토대로 개혁을 함에, 새로운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유념하며 신중히 개혁을 추진해야할 것이다.

   미즈노 히로노리라는 현역군인은 "일본은 전쟁할 자격이 없다."라는 말을 했다. 믿어지는가? 전쟁의 광기에 휩싸인 일본에서, 그것도 현역군인이 일본의 약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다니.... '지구전을 수행할 수 없다면 전쟁할 수 없는 나라'라라는 지적을 일본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기습전에 의존해서, 수치를 왜곡해서 그들의 희망사항을 부풀려서 전쟁계획을 수립했고, 많은 동아시아인들을 불행으로 내몰았다. 그런데, 이것은 일본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우리도 지구전을 수행할 수 없다. 대부분의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지구전이 가능한 나라와 전쟁을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평화를 외쳐야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탁월한 외교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정부에서 주는 조성금이 탐나서 분촌 이민을 권유하는 현 공무원'을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지 않는가? 일본 정부에서 만주로 이주를 독려하기 위해서 제시한 달콤한 돈에 유혹되어 많은 일본인들이 만주로 갔으며, 전쟁에서 패전하고 나서 돌아오면서 많은 고통을 겪었다. 어찌보며, 정부의 침략전쟁에 협조한 그들의 자업자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주는 조성금'에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은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00고등학교에서 재직했을 때, 돈을 얻어낼 목적으로 교과교실제에 응모해서, 돈만 얻어낸 경우가 있다. 이에 항의했더니, 당시 교장과 교감이라는 자와 소위 부장이라는 작자는 우리 현실에 부적합한 교과교실제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시찰나온다고 하니까 강제로 교과교실제를 하라고 했다. 그때, 소위 관리자라고 불리는 작자들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 보신주의에 철두철미한 그들은 약자에게는 강하지만, 자신보다 강한자에게는 너무도 비굴해진다. '정부에서 주는 조성금이 탐'나서 주민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내몬 공무원들 처럼....

 

  이책은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강의! 학생들에게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 '이 압권인 책이다. 아울러 일본 침략전쟁의 확전과정과 의도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탁월한 식견을 제공해준다. 조선 중립화론을 유길준과 부들러만이 주장한 것이 아니라, 독일의 슈타인도 주장했다는 새로운 사실들을 알려준다.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역사지식을 얻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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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8-06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놓고 뚜껑도 안 열어보고 있네요! ㅎ

강나루 2018-08-06 22:53   좋아요 1 | URL
일단 읽기 시작하면 술술 읽혀요^^

카알벨루치 2018-08-06 22:54   좋아요 1 | URL
조만간 완독소식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ㅎ

카알벨루치 2018-08-06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진명의 황태자비납치사건에서 가토 교수 이야기가 나온것 아닌가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NamGiKim 2018-08-11 2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서점에서 사려다다 만 책입니다. 좋은 리뷰입니다.^-^

pedrailmin 2018-09-22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성하신 서평들만 모아서 책으로 내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강나루 2018-09-23 18:14   좋아요 0 | URL
과찬이세요
암튼 책을 쓰고 싶은 것은 사실이에요^^

pedrailmin 2018-09-23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닙니다, 올려주신 서평들 주욱 읽어봤는데 이렇게 다방면의 주제에 깊은 식견을 갖추신 분을 알게 되어서 영광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Redman 2022-03-0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우라는 흥선 대원군을 다시 옹립하기 위해 병력을 경복궁에 침투시켜 명성황후를 잔혹하게 살해했습니다. 이는 변명할 여지가 없는 일본의 만행이자 쿠데타였습니다. 일본은 친러파의 중심인물인 명성황후를 죽인 다음, 일본과 친한 인사를 정권에 복귀시켰습니다.˝ 언급한 문단 전체를 보면, 친러파를 제거하고 일본의 세력 확대를 꾀한 사건으로서의 을미사변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데요? 역시 역사학자답네요. 한 문장을 가지고, 일본인으로서의 한계라든가, 총명함을 잃었다 같은 평가는 지나친 평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