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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저자 조지프 헨릭은 하버드 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하버드대 교수네,,
1991년 노트르담대학교에서 인류학 및 항공우주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에서 인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자는 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사회학, 역사학, 경제학, 심리학,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형적인 통섭형 인재다.
내가 좋아하는 인재이다.
그는 가족, 전쟁, 문화, 교회사에서 일부일처혼과 대의민주주의, 이자율 분석까지 다룬다.
그의 모든 분석의 기저에는 심리학이 있다.
그는 모든 문화권의 차이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른 역사를 거치며 상이하게 형성된 심리 차이에 기인하다고 본다.
이 책은 인류학, 역사학, 심리학, 경제학을 통합하여 현대 서양의 문화가 다른 모든 문화와 어떻게 다른지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심리학의 기존 연구는 시각적 착각, 공간적 추론, 기억, 주의력, 인내심, 위험 감수, 공정성, 귀납추리, 실행 기능, 패턴 인식 등의 민감성에서 인구 집단 사이의 차이를 보여준다.
인간 심리 실험의 결과들은 대부분 서구 사회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실험 참가자의 96퍼센트가 북유럽이나 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이었고 이 가운데 70퍼센트 정도가 미국의 대학생이었다.
그래서 심각하게 편향된 표본이다.
여러 중요한 영역에서 나타나는 연구 집단 사이의 심리학적 차이는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분야의 교과서나 주요 저널을 바탕으로 기대할 법한 것보다 훨씬 큰 변이를 보여준다.
여러 인구 집단에서 뽑아낼 수 있는 비교문화 데이터를 보면 서구의 표본은 대체로 전체 분포에서 한쪽 극단에 고정되어 있다.
서구의 표본은 심리학적으로 이상하다.
종교적 확신은 의사결정과 심리학, 사회의 형태를 바꿔놓을 수 있다.
성스러운 문서를 읽는 것은 신과 연결되기 위한 과정이었지만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컸고 일부 종교 집단이 다른 집단을 누르고 생존하고 확산되었다.
믿음, 관행, 기술, 사회 규범 등의 문화는 우리의 동기와 지적 능력, 의사결정의 편향을 비롯해서 우리의 뇌와 생물학, 심리학의 형태를 바꿔놓을 수 있다.
문화 심리학, 심리학과 생물학을 분해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문화는 우리 뇌의 연결 구조를 물리적으로 바꿈으로써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규정한다.
문화 때문에 생겨나는 심리학적 변화는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고 어떻게 결정을 내리며 어떤 제도를 선호하고 얼마나 혁신을 이루는지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이후 온갖 일들이 일어나는 방식을 규정할 수 있다.
문화는 문해력을 끌어올림으로써 더 많은 분석적 사고를 하고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정규 학교, 서적 출판, 지식 전파를 자극했다.
성경은 혁신에 활력을 불어넣고 법률을 표준화하고 투표권을 확대하고 입헌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토대를 닦았다.
문해력은 서구인들이 어떻게 심리학적으로 유별난 존재가 되었는지에 관한 사례이다.
기독교와 유럽의 제도가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면서 많은 인구 집단이 최근에 문해력이 높아졌다.
하지만 1900년에 세계를 조사했다면 서유럽 사람들이 뇌들보가 더 굵고 얼굴 인식 능력이 떨어지는 등 한결 독특하게 보였을거다.
개인주의적 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은 다양한 맥락과 관계속에서 개인적 특성을 지속적으로 갈고닦는 것이다.
규제-관계적 세계에서 잘 산다는 것은 매우 다른 접근법과 행동을 필요로 하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다양한 관계를 헤쳐나가는 것이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멕시코,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이 인구 집단을 포함해서 다양한 사회의 심리학적 증거를 보면 이런 양상이 잘 드러난다.
세계 많은 지역과 비교할 때 위어드는 나이 어린 동료, 친구, 부모, 교수, 낯선 사람 같은 다른 유형의 관계속에서 좀 더 일관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관계의 맥락 안에서만 일관성 있게 행동한다.
관계적 맥락 전체에서 그들의 행동은 자유자재로 바뀐다.
교수 앞에서는 내성적이고 자기를 낮추는 반면 친구들 앞에서는 농담과 장난을 한다.
미국인은 이와 같은 행동의 유연성을 양면적이거나 위선적이라고 보는 반면, 다른 많은 인구 집단에서는 각기 다른 관계속에서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을 지혜와 성숙, 사회적 능숙함이라고 여긴다.
다양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상이한 기대와 규범적 기준이 독특한 심리적 반응을 형성한다.

많은 사회에서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족에서 생겨난 정신적 지주가 사람의 이름이 갖고 있는 심리적 힘과 결합해서 제도를 창출하며 이 제도는 폭넓은 개인적 연결망을 하나로 엮는 데 도움이 된다.
친족 이타주의와 함께 친족에 기반한 제도는 혼인의 핵심을 이루는 우리의 짝 결속본능을 활용한다.
결혼은 사회에서 핵심적인 제도를 대표하며 인간 제도 가운데서 가장 태곳적부터 생겨났다.
짝 결속은 펭귄과 해마에서부터 고릴라와 긴팔원숭이에 이르기까지 자연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진화된 짝짓기 전략이다.
짝 결속 덕분에 암컷과 수컷은 팀을 이루어 새끼를 기른다.
진화적으로 보면 일종의 맞교환이 존재한다.
암컷은 수컷이 선호하는 성적 접근을 허락하고 자기가 낳은 새끼가 실제로 수컷의 새끼임을 강력하게 보증한다.
그 대가로 수컷은 암컷과 새끼를 보호하고 부양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짝 결속 본능을 바탕으로 한 결혼 규범은 상호연결된 방식으로 가족 연결망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
많은 사회에서 결혼 규범은 남편과 남편 쪽 가족 모두에게 부인이 낳은 자녀가 남편의 자녀라는 확신을 높이기 위한 방식의 하나로 여성의 행동과 섹슈얼리티를 제한한다.
많은 결혼 규범이 부성 확실성을 높여준다.
친족 이타주의와 자녀에게 투자하려는 부모로서의 본능 때문에 부성 확실성이 높아지면 아버지는 자녀에게 더 많이 투자하게 되고 자녀들은 부계 전체와 더 단단하게 연결된다.
결혼 규범은 이런 연계를 인정하고 강조함으로써 신생아의 친속 규모를 사실상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대다수 다른 영장류 종들은 자기 아버지를 알지 못하며 따라서 사실상 유전적 친척의 절반을 잃는 셈이다.
결혼은 아이와 아버지의 연계, 배우자 사이의 연계를 더 단단하게 만듦으로써 인류학자들이 말한 인척을 만들어낸다.
인척이 유전쪽으로 관련성이 없을 때에도 그들의 진화적 적합도는 그들을 연결해주는 부부의 자녀들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된다.
내 부인의 자매들과 내 어머니의 형제는 전혀 친족 관계가 아니지만 양쪽 다 내 아이들에 대한 유전적 관심을 공유한다.
문화적 진화는 인척을 만들어냄으로써 다른 어떤 종도 활용할 수 없는 공유된 유전적 관심을 이용해왔다.
많은 사회에서 원래는 허약했을 인척 간의 유대가 증요, 의례, 상호의무를 수반하는 사회 규범에 의해 형성되고 강조된다.
수렵채집인 사회의 고기 공유 규범은 사냥꾼이 잡은 짐승의 제일 좋은 부위의 일부를 부인의 부모에게 주도록 규정한다.
혼인 결속이 친족 유대에 미치는 효과는 크다.
형재와 딸이 각각 하나뿐인 기혼 남자는 아버지 쪽 가족 및 부인의 친척과 연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형제 부인의 가족, 사위의 가족과도 연계가 있다.
따라서 수렵채집인 무리 안에서 한 사람의 평균적인 친족의 절반 이상이 혈족이 아니라 인척이다.
수렵채집인 무리는 인척이 없으면 대부분의 친족을 이루지 못한다.
짝 결속 본능을 활용해서 더 큰 사회와 광범위한 사회적 연결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문화적 진화는 종종 평생 동안 계속되는 혼인 결속을 선호했다.
이런 결속기 커다란 친족 연결망을 하나로 엮어주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이 우리의 짝 결속 본능을 창조했을 때 그 결속은 아버지의 투자가 자녀의 건강과 생존에 도움이 될 때까지만 유효하도록 고안되었을 뿐이다.
아버지가 더 이상 자녀에게 투자하지 않게 되면 새로운 짝 결속을 이루기 위한 감정적 또는 동기적 가능성이 열린다.
문화적 진화와 유전적 진화의 선호가 종종 엇갈린다.
각각 지속적인 결합과 일시적인 결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결혼 규범은 또한 누가 누구와 결혼하고 생식을 할 수 있는지를 규제하는데 이는 대다수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미묘하게 구조화한다.
이 책은 거의 800페이지 가까이 된다.
저자처럼 한 평생 이런 책을 써도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학, 진화, 문화, 경제에 대해서 전부 아우르고 관통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완전 좋은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