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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검사생활
뚝검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저자 뚝검 정거장은 2013년 로스쿨을 졸업하고 3년간 법무관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6년 감사로 임관했다.
아버지가 큰 인물, 거장이 되라고 한건데 성이 정씨라서 버스나 열차가 머무는 장소가 자꾸 생각나는 특이한 이름이다.
부산서부지청과 진주지청을 거쳐 현재 서울 중앙지검에서 일하고 있다.
쉬지 않고 달리다 보니 초록이 푸른 여름이 왔는데도 겨울만이 계속되는 것 같았다고 한다.
봄이 오길 기다리며 천천히 걷는 동안 법복을 입은 시간 속에서 다양한 우주와 서사를 마주하며 잠겼던 생각과 느꼈던 마음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법조인이 되고 싶은데 검사는 못 될 것 같지만 검사생활도 어떤지 궁금했다.
저자는 코로나가 심해지기 전에 친구들과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다는 이집트 시나이산에 갔다고 한다.
그곳은 돌산이라서 저자는 새벽부터 등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칠흑 같이 어둡고 앞 사람의 전등에만 의지해서 걷고 고도가 높아지니까 숨이 가빠지고 온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고 한다.
난 얘기만 들어도 못 가겠다.
장상에 오르자 오두막이 있었다고 한다.
움직일 때마다 흙먼지가 일고 졸렸지만 육포와 초컬릿을 먹고 일출을 보러 갔다고 한다.
저자가 검사로 5년을 살고 이름 세 글자보다 검사라는 직함이 더 무겁다고 했다.
검사로서 내리는 온갖 결정들의 질량이 쌓여가는 경력의 제곱만큼씩 늘어나 가슴을 짓눌렀다고 하는데 그 표현이 너무너무너무 멋있다.
나도 나중에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준생이랑 카톡을 주고받는데 그 사람의 글을 보면 글을 너무 잘 써서 소책자를 읽는 느낌이 든다.
나의 다이어리에 적어 놓고 싶은 글들이 많다.
저자는 성실하게 살았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왜 행복하지 않을까,,
난 건강만해져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거의 16년이 넘게 해온것 같다.
건강해지니까 진짜 행복하다.
저자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위치에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저자가 시나이산의 정상에서 일출을 볼때 쉬겠다고 한 친구가 있었는데 저자는 그 친구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친구에게 요즘 전화를 했는데 그 친구는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오두막에 누워서 별을 보고 사막에 떠오르는 해도 봤다고 한다.
그 친구도 다른 모습이었지만 정상에 간 친구들처럼 일출을 봤던 거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모습으로 일출을 볼 수 있고 다른 의미들을 가지고 있다.
무조건 빨리 성공해야 하고 무조건 1등해야 하고 무조건 최고가 되어야 하고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나에게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의미를 찾아가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저자의 친구때문에 들었다.
검사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다.
검사는 소수이고 대중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고 사건이 많아서 소재가 풍부해서 그렇다고 한다.
난 로펌에서 인턴을 할 때 딱봐도 판사 같고 딱봐도 검사인지 변호사인지 느낌이 왔다.
내가 검사시죠, 판사시죠 물으면 어떻게 알았냐고 잘 맞춘다고 했다.
검사는 왠지 날카로운 느낌과 강한 포스가 있었고 판사는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저자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검사로 임관을 하면 바로 검사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법무연수원에서 1년 가까이 검사 연수를 받았다고 한다.
연수가 막바지에 접어들면 검사들은 일선 검찰청에 나가 경력검사의 지도 아래 두 달 내지 석 달 동안 실제 검사 업무를 수행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 있는 검사를 수습검사라고 한다.
1년 동안의 지난한 검사 연수가 끝나면 정식 발령을 받는다.
첫 발령을 받는 검사를 초임검사라고 한다.
법조인들은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꼬투리 잡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인지라 특정하고 구분하기를 유별나게 좋아한다.
그래서 초임검사를 한 번 더 나누어 호칭하는데 금초와 작초가 있다.
금초는 금년 초임 검사, 작초는 작년 초임 검사의 약어이다.
저자에게 누구도 이런 설명을 해 주지 않아서 저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사건에, 사람에, 세상 풍파에 치이고 밟히더라도 금잔디처럼 굳세게 일어나라는 의미로 초임검사를 금초라고 부르나 넘겨짚기도 했다고 한다.
나같으면 궁금한 건 물어볼 것 같은데 그 세계가 물을 수 없는 무거운 분위기인가보다.
초임검사는 서툴러서 적어도 6개월 동안 부부장검사나 수석검사밑에서 지도를 받아야 했다고 한다.
검사는 사법경찰관인 수사관,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관과 팀을 이루어 사건을 수사하고 처리하는데 초임검사에게는 아무도 없다고 한다.
지도검사실에도 직원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그분들은 어디까지나 지도검사의 업무를 돕는 역할일뿐이라고 한다.
지도검사들은 경력이 많아 주로 쟁점이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그곳 직원들의 업무도 다른 검사실에 비해 막중한 편이라서 초임검사 입장에서는 마음 편히 자기 일을 부탁할 수가 없다고 한다.
초임검사는 지도 기간이 끝나는 독립의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꽃샘추위가 매섭던 봄날에 시작한 지도 기간은 장마가 지나고 후덥지근한 공기 가득한 여름날이 되어서야 끝났다고 한다.
검사실 하나 새로 마련하기 어려울 만큼 청사 사정이 열악해서 저자의 첫 검사실은 창고처럼 사용하던 휴게실을 급히 치우고 만든 작디작은 공간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변호사하는 친구들을 보면 사무실을 얻거나 유지하기도 힘들어 하는 걸 많이 봤다.
책상 두 개가 겨우 들어갈 만큼 좁고 전등도 하나뿐이어서 어두컴컴했지만 신이 났다고 한다.
어두우면 LED전등을 쓰면 되니까,,
물티슈를 집어들고 이곳저곳을 청소했다고 한다.
선인장 화분을 사다가 창가에 두었고 디퓨저도 가져다 놓았다.
저자는 그곳에 오는 사람들 모두가 억울함이 없게 해야지 마음먹으며 방문 옆에 명패를 붙였다고 한다.
저자는 뚝심있는 검사가 되고 싶어서 뚝검이라고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사건기록 속에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담겨 있다.
검사는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CCTV영상, 계좌 사용 내역, 휴대전화 사용 내역과 같은 객관증거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진술증거, 당사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 등이 있는 때에는 별다른 조사 없이 기소, 불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음,, 그렇구나,,
추가 수사가 필요한 경우 ,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거나 당사자의 생활 환경 또는 범행에 이른 경위를 듣고서 양형을 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를 직접 만나기도 한다.
당사자와 마주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의 역사와 우주를 마주하는데 가끔은 그 파편이 저자의 기억 속게 깊숙이 박힌다고 한다.
초임검사는 몇 개월 동안 교통사고 사건, 음주, 무면허운전 사건처럼 비교적 쟁점이 간단한 사건들을 주로 처리한다.
저자에게 배당된 피의자 이용식, 죄명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사건이 있었다.
이용식은 트럭에 물건을 싣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만물상이었다.
트럭 장사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이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않았다니 저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면허운전을 여러 번해서 이용식은 실형을 선고받아 교도소까지 다녀왔다.
무슨 이유인지 묻기 위해 이용식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검사실에 나온 이용식은 촌부의 모습이었다.
앞니가 몇 개 빠져 있었고 손가락에는 굳은살이 잔뜩 박여 있었다.
얼굴은 볕에 그을려 새카맸다.
저자가 왜 자꾸 면허도 안 따고 운전을 하냐고 하니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느라 바빠서 그렇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간단한 사항을 조사하고 피의자신문조사를 작성했다.
한참 동안 조서를 읽은 이용식은 삐뚤빼뚤 이름을 적고 그 옆에 손도장을 찍었다.
저자가 조서를 확인하는데 이용식의 진술에 오탈자가 있었다.
이용식에게 볼펜을 건네주며 오탈자를 고쳐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용식은 펜을 든 채 멍하니 조서만 바라보았다.
이용식은 글을 못 읽고 이름이나 쓴다고 했다.
저자는 경찰 조사를 받을 때도 그렇고 조서도 다 읽지 않냐고 물었다.
이용식은 초등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왔다고 한다.
어른이 되어서는 공장과 공사판을 돌어다니며 한 푼 두푼 돈을 모아 동생들의 학비를 댔다고 한다.
홀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가족들이 자신에게 미안해할까봐 조카들이 자신을 부끄러워할까 봐 글을 모른다는 말을 차마 꺼내 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용식이 안타까워 문맹자가 운전면허를 볼 수 있는지 알아보니까 읽어 주는 PC학과시험이 있다고 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음성 교재도 게시되어 있어서 얼마든지 공부도 할 수 있다고 했다.
CD에 음성 교재를 내려받아 이용식에게 건네주면서 설명해줬다고 한다.
저자가 멋있는 것 같다.
그저 인터넷 검색만 하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정보일 뿐인데 이것 때문에 몇 번씩이나 처벌을 받았다니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얼마 뒤 이용식에게 전화가 왔는데 운전면허를 땄다고 한다.
이 얘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저럴수도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다.
저자도 너무 극적인 얘기라서 쓴 것 같다.
나도 한동안 안 잊혀질 것 같은 얘기다.
저자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완전 마음에 든다.
야구부를 그만둔 것도 술을 마시라고 해서라고 한다.
검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은 검사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짐심식사를 한다.
그걸 방 점심 또는 방식사라고 부른다.
같은 공간에 있기는 하지만 끊임없는 민원 전화를 응대하고 사건 당사자들과 입씨름을 벌이고 두꺼운 기록을 읽다 보면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서로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편히 이야기 나눌 시간을 가져 보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문화라고 한다.
한 달 동안 수습을 하게 된 수사관까지 함께 점심을 참치집으로 가서 먹었다.
신임 수사관에게 요새 힘든 일은 없냐고 물었다.
수사관은 검사님이 술을 안 드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했다.
저자는 법무관 시절 지방 소도시의 법률구조공단에서 근무했다.
그것 기관장들은 직원들과 회식 자리를 즐겼다.
사람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으면 기관장은 각자의 잔을 모은 뒤 소주와 맥주를 섞어 사람들에게 다시 나눠 준다.
그리고는 한 명을 지목해 자리에서 일어나 건배사를 외친다.
지목된 사람은 이 자리가 즐겁다거나 자리를 만들어 준 기관장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건배를 외친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소맥 돌리기를 반복한다.
기관장이 저자에게 잔을 달라며 손을 뻗었다.
잠시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술을 안 마신다고 정중히 말했다.
기관장은 안 마셔도 된다고 하면서 흑기사를 하면 된다고 했다.
저자는 회식자리에 안가면 사회부적응자로 낙인 찍히거나 저자 대신 술 마실 사람에게 부담이 됐다고 한다.
신념을 지키겠다는 핑계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고통스럽다고 했다.
저자가 검사가 되기전에 들은 얘기는 검사들은 맥주와 양주를 반반으로 섞어 텐텐주를 수십 잔씩 마시고도 다음 날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건강 다 나빠진다.
저자가 검사로 임관되고 첫 회식에서 술때문에 또 고민이었다.
부장검사가 술을 따라주기 시작했는데 저자는 술을 안마시는데 음료수로 대신 받아도 되냐고 하니까 된다고 했다.
말을 하면 되겠지,,
술은 기호식품이라서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다.
검사가 목숨처럼 지켜야 하는 것은 인권이다.
그러니까 술을 안 마신다고 하는 얘기에 죄책감을 안가져도 된다.
가끔 저자는 왜 술을 안 마시냐고 물으면 건강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하면 어떤 선배는 자기도 아프다고 하면서 젊은 녀석이 알코올로 소독을 하라고 하는 선배도 있지만 거의 다는 건강을 잘 챙기라고 검사는 마라톤과 같다고 다독여준다고 했다.
난 검사의 생활에 대한 얘기는 잘 듣지 못했는데 저자의 책을 읽으니까 검사는 이렇구나라는 느낌이 구체적으로 들었다.
가끔 검사에 대한 드라마나 영화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들은 검사가 아니라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 보게 된다.
저자는 진짜 검사니까 얘기가 쏙쏙 들어오고 글도 너무 재미있고 왠지 따뜻하기도 하다.
시간을 내서 저자의 책을 읽은 건 나의 시간을 낭비한게 아니라 실질적인 검사생활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를 너무 잘 들은 느낌이다.
저자의 책을 소중히 간직하고 듬성듬성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슬기롭고 뚝심도 커지는 검사로 성장할 것 같다.
변호사가 될거니까 안 읽었으면 엄청 후회했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