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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의 신기관 - 근대를 위한 새로운 생각의 틀 ㅣ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손철성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1년 12월
평점 :

저자 손철성은 현재 경북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회철학 및 사회윤리를 연구하고 있으며 근래에는 응용윤리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관심 주제는 비판적 사회 이론, 유토피아, 분배적 정의, 평등 원리, 세계시민주의, 해외 원조, 난민, 국제적 간섭,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등이다.
나도 분배적 정의에 관심이 많다.
베이컨은 데카르트와 더불어 근대의 철학적 기반을 다진 사상가이다.
우리가 사는 현대는 근대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베이컨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다.
베이컨하면 떠오르는 건 아는 것이 힘이다, 우상론, 귀납법, 경험론이다.
그의 사상을 잘 보여주는 대표 저작이 바로 이 책이다.
철학사에서 근대 철학 사상의 문을 연 사람은 프랜시스 베이컨과 르네 데카르트이다.
철학사에서는 시대에 따라 철학을 고대 철학, 중세 철학, 근대 철학, 현대 철학으로 구분하는데 근대 철학을 소개하는 첫 부분에 등장하는 인물이 베이컨과 데카르트이다.
근대 철학은 경험론과 이성론으로 나누는데 베이컨은 영국 경험론, 데카르트는 대륙 이성론의 기초를 닦았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영국 출신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이며 과학자이다.
베이컨은 하원의원, 법무장관, 대법관 등을 거치면서 정치 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올바른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감각적 경험과 귀납법이 중요하다고 주장함으로써 근대 경험론의 기초를 다졌다.
자연 탐구에서 관찰과 실험의 역할을 중시하는 근대의 실험과학 정신을 확산시켰으며 학문의 실제성과 효율성을 내세우는 근대적인 실용적 학문관의 기틀을 마련했다.
베이컨은 1561년 1월22일 런던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니콜라스 베이컨은 대법관이었고 그의 어머니 앤 쿠크는 권력가 집안 출신으로 고전과 외국어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
베이컨은 고급 교육을 받으면서 화려한 정치적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베이컨은 열두 살에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대학에 입학했다.
당시에는 요즘과는 다르게 열 살쯤에 대학에 입학해서 8년 정도 교육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필수 과목이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접하고 실망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인간의 실제적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나중에 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비판하는 신기관이라는 책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2년 만에 대학을 중퇴하고 정치적 경험을 쌓기 위해 프랑스에 있는 영국 대사의 수행원이 되었다.
프랑스에 머물면서 그는 실험과 관찰, 실용적 학문의 중요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경험은 나중에 그가 근대의 실용적 학문관을 세우는 밑거름이 되었다.
1579년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자 베이컨은 영국으로 귀국했다.
베이컨은 아버지로부터 상속을 거의 받지 못하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법학원에 들어가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친척의 도움으로 20세라는 젊은 나이에 하원의원이 되어 왕성하게 의회 활동을 했는데 엘리자베스 여왕의 종교 정책을 비판해 여왕으로부터 미움을 받기도 했다.
베이컨은 친척인 에식스 백작으로부터 정치적,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으며 자랐는데 1601년 에식스 백작이 반역죄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에식스 백작이 재판을 받을 때 베이컨은 왕실의 변호사가 되어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으며 이로 인해 그는 결국 사형을 당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베이컨은 여왕의 총애를 얻어 출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 일을 두고 사람들은 베이컨이 출세에 눈이 멀어 은인을 배반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베이컨은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뇌물을 받아서 고소를 당하고 잘못을 시인했다.
베이컨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베이컨은 이 판결을 부정하지 않았고 그것이 최근 200년 동안 의회가 내린 판결 중에서 가장 공정하다고 했다.
이 사건으로 베이컨은 대법관의 자리에서 쫓겨났으며 런던탑 감옥에 갇히는 처벌을 받았다.
베이컨은 뇌물 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그의 철학은 틀렸다는 주장은 부당하다.
베이컨의 철학이 틀렸다고 주장하려면 그의 철학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비판해야 한다.
그래야 인신공격의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모든 관직에서 물러난 베이컨은 집에 머물면서 저술과 연구 활동에 전념해 많은 성과를 낳았다.
1626년 4월에 독감에 걸려 숨을 거두었다.
베이컨은 기존의 학문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새로운 발견과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해 거짓 지식을 낳는다고 보았다.
학문의 진보를 위해 새로운 학문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학문의 대혁신계획을 수립했다.
베이컨은 학문의 진보에서 정치의 최고 목표는 국가의 장래를 생각해 실제생활에 도움을 줄 지식을 세상에 널리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가 학문의 진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베이컨은 1617년 새로운 아틀란티스에서 이러한 목표가 실현된 이상 사회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물질적 욕망을 최대한으로 충족시키는 사회를 이상 사회로 간주한다.
베이컨은 과학기술과 같은 실용적 학문이 인류의 삶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고 보아서 학문의 혁신과 지식의 축적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신기관은 새로운 기관, 새로운 도구, 새로운 논리학이라는 뜻이다.
기관이란 화력, 수력 등의 힘을 기계적 힘으로 바꾸는 도구나 장치이다.
기계의 기관이 기계에 힘을 불어넣어 사고를 촉진시키듯이 논리학도 인간의 정신에 힘을 불어넣어 사고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거기에 기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베이컨이 신기관이라고 한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기관, 논리학을 비판하기 위해서 그런 제목을 붙였다.
연역법이 주축을 이루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은 새로운 지식을 가져다주지 않으며 학문의 진보에도 장애물이 되기 때문에 낡은 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베이컨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귀납법이 주축이 된 새로운 논리학을 만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신기관, 신논리학이다.
신기관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은 실용적 학문관, 우상론, 귀납법 등에 대해 설명하는 130개의 짧은 장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2권은 귀납법을 구체적 사례에 적용해 설명하는 52개의 짧은 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제 1권에서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하면서 실용적 학문관을 주장한다.
우리가 학문을 탐구하는 이유는 자연의 원리나 법칙을 발견해 자연을 효과적으로 지배할 힘을 길러 인류의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다.
학문의 진보를 막는 장애물이 우상과 연역법이다.
우상은 자연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가로막는 편견이나 선입견이다.
이런 우상에는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이 있다.
자연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우상을 먼저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법도 자연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가져다주지 않고 오히려 오류와 편견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버려야 한다고 한다.
베이컨은 자연의 원리나 법칙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탐구 방법인 귀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귀납법에서는 실험과 관찰을 통해 객관적 자료나 사례를 다양하게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 사례뿐만 아니라 부정적 사례도 적극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수집한 자료나 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적절한 제거와 배제의 방법을 사용해 참된 귀납추론을 해야 한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고 점진적 귀납 추론을 하는 것이다.
낮은 수준의 공리나 원리를 도출한 다음에 중간 수준의 공리를 도출하고 최종적으로 가장 일반적 공리를 도출해야 한다.
베이컨은 특히 중간 수준의 공리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것은 자연을 탐구하거나 개발할 때 실질적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귀납법을 통해 도출된 공리에서 다시 구체적 사례를 이끌어내 실험해봄으로써 그 공리가 옳은지 그른지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면 된다.
제2권에서 베이컨은 귀납법을 구체적 사례에 적용해 열의 본성을 탐구한다.
그런데 그 시대에는 자연과학이 발전하지 않아 그가 설명하는 여러 과학적 내용이나 개념에는 부정확하거나 낯선 것이 많다.
자연을 해석해 열의 원리나 공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실험과 관찰을 통해 얻은 불에 대한 다양한 경험적 사례들을 존재표, 부재표, 정도표 등을 사용해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한다.
이를 바탕으로 열의 본성에서 제거해야 할 배제표를 만든다.
이런 사항을 고려하면서 귀납 추론을 통해 열의 본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 도출된 열의 본성은 열의 운동 법칙을 설명해주는 것으로서 열의 원리나 공리가 된다.
자연에 대한 참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관찰과 실험을 통해 객관적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우리가 믿을 만한 지식은 감각을 통해 획득한 경험적 지식이며 반면에 순수하게 이성을 통해 형성된 관념적 지식은 경험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고 본다.
지식의 기원이나 확실성의 근거를 감각적 경험에서 찾는 입장을 경험론이라고 한다.
자연은 인간을 위한 도구적 존재다.
인류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자연의 법칙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해 자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한다.
자연은 신이 만든 피조물로서 우리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활용하고 개발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에게 자연은 지배와 정복의 대상이다.
이러한 자연관은 근대에 널리 퍼져 있던 인간 중심주의를 반영한다.
인간은 이성적 능력을 갖춘 고귀한 존재이지만 자연의 다른 피조물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인간은 자연을 수단으로 활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베이컨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류의 행복과 복지를 증진시킨다고 보았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자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조작할 수 있기에 생산성이 증가하고 생필품을 비롯한 재화도 풍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발명이나 기술 개발이 인간의 행위 중에서 가장 훌륭한 일이라고 칭송하고 그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베이컨은 풍요의 왕국을 이상적인 사회로 간주했다.
그는 학문을 혁신하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면 인류가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것은 그가 꿈꾸던 최종 목표였다.
영문학을 공부할 때는 놈 촘스키, 경영학을 공부할 때는 피터 드러커, 논리학을 공부할 때는 베이컨이 계속 나온다.
책속에서만 보다가 그의 책 자체로 만나보니까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베이컨을 한 장소에서 깊이 만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이해가 잘되는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