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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정지우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평점 :

저자 정지우는 고려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저자는 작가이자 변호사이다.
요즘 변호사들의 책을 읽었는데 책마다 아담하다.
왜 아담하게 만들까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는 있었지만 책이 아담하니까 나처럼 눈이 나쁜 사람은 읽기 힘들 것 같다.
난 이 책이 저자의 로스쿨생활이나 변호사생활에 대한 얘기를 들려줄줄 알았는데 온전히 글쓰기에 대한 얘기만 해줬다.
저자는 학창시절에 글쓰기에 재능이라곤 없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학창시절에는 글짓기 대회에서 작은 상 하나 받아본 적 없었고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고 한다.
글짓기는 게임이나 축구에 비해서 재미없는 것으로 느꼈고 그림은 좀 그렸어도 글쓰기는 잘하지 못했다고 한다.
과학의 날 같은 때도 친구들 대부분은 글짓기에 도전하거나 독서 감상문이나 쓰려고 할 때 그림을 그리는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난 그림도 그리고 방공의 날 표어나 글짓기를 해서 상을 7개까지 받은 적이 있다.
엄마가 상을 전부 스크랩을 해두셨다.
저자를 보니까 어릴 때 상받는 것보다 나이 들어서 뭔가 성취하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십 대 중반 어느 날, 처음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마음 먹은 뒤로 작가가 꿈인 친구를 만나면서 가장 예민한 청소년기에 꿈이 작가로 정해졌다고 한다.
난 엄마주변의 작가들을 만나면서 소설이나 방송 드라마같은 건 관심도 안 생기고 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너무 복잡하고 자료도 많이 수집해야 하고 시간도 너무 많이 들고 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말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요즘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없다.
청소년기에 정해진 꿈의 효력은 10년 정도 가는 것인지 이십 대가 되어서는 저자 자신도 모르게 대단한 작가가 되어야만 한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전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글쓰기에 매달렸다고 한다.
이십 대 중반 저자는 온통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한다.
그 열망은 꽤 끈질기고 거대한 것이어서 서울대에 입학하고 싶은 고3이나 공무원이 되고 싶은 수험생의 열망에 뒤지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삼촌중에도 중앙대에 다녔는데 형이 서울대 박사라서 서울대에 10년을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다.
결국 중앙대로 돌아갔다.
저자의 열망이 그런거랑 비슷하다고 하니까 이해가 된다.
저자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밤낮으로 글을 썼고 글을 잘 쓰게 하리라 믿어지는 모든 일을 했다고 한다.
저자가 하는 모든 일이 저자의 글쓰기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책을 찾아 읽고 미학 공부에 심취하고 매일 글을 썼다고 한다.
때론 영화를 보거나 만화를 보는 일도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고 학교 강의도 글쓰기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찾아다녔다고 한다.
저자는 이십대때에는 글을 못 쓰고 한 문단 쓰는 걸 어려워했다고 한다.
저자가 쓰기 시작하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니까 문단을 쓸 줄 알고 한 편의 글을 쓸 줄 알고 한 편의 소설이나 한 권의 책을 쓸 줄 아는 사람으로 조금씩 나아갔다고 한다.
첫 책을 내고 나서 좋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문체가 너무 딱딱하고 논문 같다면서 읽기 버겁다는 반응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읽은 책들이 대부분 해외의 인문학책들이었으니 그런 반응은 당연했다고 한다.
난 내가 읽은 책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귀찮지만 친구가 읽은 책에 대해서 물어 보는 건 재미있는 것 같다.
저자가 글을 많이 써서 어느 정도 논리적인 글쓰기를 할 줄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널리 읽힐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건 다른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인생이라는 게 꼭 재능보다는 어느 시절에 정해진 마음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저자는 언어보다는 미술에 재능이 있었지만 이제는 어떤 그림도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한때는 그림에 관심을 가져서 책을 많이 봤지만 지금은 시들하다.
엄마가 졸라서 전시회 같은데를 가자고 하면 겨우 따라가는 정도이다.
저자의 친구는 저자보다 그림을 못 그려서 분해했었는데 지금은 미대를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엄마는 나한테 눈꽃이 예쁘다 어떤 그림이 예쁘다 어떤 사진이 예쁘다고 항상 보라고 하지만 어떨때는 귀찮다.
저자의 그녀는 따라갈 수도 없을만큼 뛰어난 미적 감각을 지닌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한 분야에서 일등이 되는 일에는 재능도 중요하겠지만 각자의 인생이라는 것에는 역시 재능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느 시절 얻어맞듯이 깨달았던 자기 삶의 방향이라는 것에 못 박힌 뒤로는 그 마음을 따라 인생길도 걸어간다고 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크게 돈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 밖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같다고 한다.
나도 그 생각을 한다.
글 쓰는 사람들도 어떤 글이 돈이 되는지를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나도 주변에 부자친구들이 많아서 돈부터 주식 건물얘기만 몇 시간 듣고 있으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세뇌당하는 것 같다.
어떤 작가들은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글쓰기와 함께 어떤 식으로 살고 싶은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작가로 살아가다보면 그 양자를 골고루 만나보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양자중에 어떤 스타일을 더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어느 때는 어떻게 하면 돈 되는 글을 쓸 것인가 이야기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재밌다고 한다.
요즘 대중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것들이 잘 팔리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이야기 하는 게 흥미롭다고 한다.
다른 때는 자기 삶에서 글쓰기 자체에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고 한다.
글쓰기를 통해 자아정체성도 삶의 의미도 나아가 존재의 본질 같은 것도 얻고자 하는 작가들과도 오랫동안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글쓰는 사람들을 만나면 끓지 않으면 밤새도록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으로 얻는 부와 인기에 관심이 많은 작가들은 보통 삶의 중심을 다른 데 둔다.
여행이든 사랑이든 삶을 윤택하게 즐기는 일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작품은 그러한 삶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수단의 일종으로 생각한다.
그런 태도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독자를 기만하는 것도 아니고 책을 나쁘게 이용하는 행위도 아니라고 한다.
그저 글쓰기에 그리 심오한고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한다.
반면 글쓰기 그 자체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들도 있다.
그들 중에는 글쓰기나 집필과 관련된 대화에서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에 어떤 죄의식을 느끼는 듯 보이는 경우도 있다.
글쓰기란 부수적으로 돈을 벌어줄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돈과 관련된 관념이 개입해서는 안되고 오로지 글쓰기 그 자체에 관해 따로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그것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많이 호응을 얻으며 읽힐 것인가와는 무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경영학을 공부해서 그런지 그런 마인드는 이해를 잘 못한다.
항상 수익대 비용으로 바로 생각하게 된다.
전자는 자기계발서, 대중 교양서, 기사, 소설을 쓰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고 후자는 시, 평론, 논문, 인문, 사회과학서를 쓰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난 평론을 쓰는 교수님을 봤는데 정말 돈얘기를 많이 했는데 저자가 생각하는 게 100% 맞는 건 아닌 것 같다.
전자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묘하게 흥분되거나 신날 때가 있는데 그것은 아무래도 현실과의 어떤 접점에 오는 감각, 일종의 현실감각이 아닌가 한다.
반대로 후자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스스로가 삶의 보다 진지한 차원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고 저자 역시 그러한 층위 안에서 저자 안의 중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전자의 이야기만 계속하다보면 저자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할 삶의 층위 혹은 글쓰기의 층위, 저자 삶과 자아의 핵심이라고 할 영역으로부터 점점 벗어나 피상적인 이야기만 하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반면 후자의 이야기에만 빠져들다보면 모종의 갑갑함이 들기 시작하고 세상으로부터 괴리되어가는 듯한 불안함마저 느끼게 된다고 한다.
결국에는 저 바깥 영역 혹은 현실 영역이라고 부를 만한 측면과 자아의 내면 그리고 삶의 보다 깊은 층위에 대한 감각은 항상 같이 가야만 한다고 한다.
저자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다고 한다.
책을 쓰면서 돈 되는 책을 일부러 기획하여 만들어낸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 일에 죄의식을 느낀다든지 진정한 글쓰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라기보다는 항상 그저 쓰고 싶은 글만 쓰려고 했다고 한다.
저자는 철저히 자신이 쓰고 싶은 글만 써서 베스트셀러나 인기 있는 책의 문법에서 대부분 벗어나 있다고 한다.
난 저자가 로스쿨 생활이나 변호사생활에 대한 책을 쓰면 대박날 것 같은데말이다.
난 로펌에서 같이 인턴한 애가 있었는데 문신을 하고 개방적인 것 같아서 멀리 했다.
그 친구가 책도 대박나고 강연도 많이 하고 유명인사가 된 걸 봤다.
저자의 책은 저자의 주관대로 쓰였고 그것이 10여 권에 이르는 책을 쓰게 되는 추동력이었다고 한다.
글을 쓰게 되면서 독자도 점점 고려하게 된다고 했다.
저자는 사랑이 어딘지 불분명하다고 느끼면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 사랑이 분명해진다고 한다.
난 책을 봐도 잘 모르겠다.
꿈이 흐릿하면 청춘 소설을 읽으면 우리 삶을 명확한 이미지로 꿈꾸게 될거라고 한다.
자신의 고독이 허망하게 흩어진다고 느끼면 외로운 사람에 관한 소설을 읽으라고 한다.
뭔가가 관련된 것을 읽으라는 얘기같다.
나도 요즘 자영업자로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과 관련된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