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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의 이야기
리 우드러프 외 지음, 린지 미드 엮음, 김현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어서 멋있게 산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다.
내 주변에는 그런 여성들이 많아서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교회에서도 나이 든 언니가 세무사 시험에 붙었다거나 변호사가 되었다고 하거나 결혼을 한다고 하면 정말 기쁘다.
나도 언니들처럼 되고 싶어서 언니들이 그런 소식을 전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같이 아팠던 애가 죽는 걸 보면서 인생은 뭔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허투루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도 잘 사는 건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무조건 성공만 하는 건 잘 산다는 생각은 안 드는 것 같다.
인격이나 교양, 상식도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자신에 대한 존중과 사람에 대한 존중도 있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사는게 나이 든 여자가 잘 살았다는 얘기를 듣는 건지 궁금했다.
저자 런지 미드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영어학 학사를,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수료했으며<브레인, 차일드 매거진><콰이어트 레볼루션> <리터러리 마마> <허핑턴 포스트>등 다수의 매체에 글을 기고해 왔다.
현재는 매사주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옮긴이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 대학교 번역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글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것에 종합 라디오 작가로 일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일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엮은이의 아버지가 마흔이 되던 날이 생생히 기억이나, 엮은이가 끼어들었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서핑보드를 선물했다.
뒤마당에서 파티를 열었는데 힐러리랑 엮은이가 손님들을 맞이했다.
엄마가 서핑보드를 배경으로 아버지와 엮은이와 둘이의 사진을 찍어준 것도 기억난다고 했다.
어디까지가 엮은이의 기억이고 어디부터가 엮은이의 수도 없이 본 사진에 의한 햇갈릴 때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지은이, 엮은이, 옮김이 등 등장 인물들이 많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어린 시절 내내 아버지가 사진을 붙이고 만년필로 꼼꼼리 설명을 적어둔 앨범을 자주 보아왔기 때문이다고 했다.
아버지의 마흔 번째 생신은 정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때 이미 엮은이는 마흔이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나이라 느꼈던 모양이다.
사십 대가 된 지금, 그녀들은 십여 년 전에 고민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게 됐다고 한다. 그건 물론 멋진 일이기도 하고 슬픈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해답을 얻음과 동시에 열려 있던 문들이 닫혀 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들의 걱정거리는 완전히 다른 것들이다.
모임의 친구들은 거의 자식이 있기 때문에 그녀들은 아이들 이야기, 아이들 걱정을 많이 한다.
연로해지시는 부모의 건강도 늘 걱정이다.
물론 마흔이 되면서 하루아침에 모든 질문들이 바뀐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녀들이 아는 여자들이 대부분 인생의 과도기를 거치는 도중 마흔이라는 지점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다.
그녀들이 마음속 더 복잡한 문제들의 무게를 인식하면서 오히려 해방감을 느꼈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이제 작은 문제들에는 신경을 덜 쓰게 됐다고 한다.
엮은이는 모임에서 제일 먼저 아기를 낳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애들이 나이가 가장 많은 편이다.
지금 아이들의 무게를 느낀다고 한다.
그녀는 애들과 집에서 함께 지낼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엮은이는 아이들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그 영향으로 삼십 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꾸리고 있고, 여러 가지 다른 선택들을 했지만 나이는 모두 비슷하다.
사십대가 가장 좋다는 엘리슨이라는 여인의 말이 참 좋다.
엮은이도 똑같이 느끼기 때문이다.
삶의 이 시점은 마치 긴 날숨처럼 느껴진다.
때로는 너무 지치고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삶에 그 어느 때보다도 할 일이 많은 것 같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엮은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십대에 접어든 지금, 앞으로 다가올 일들이 여전히 걱정이고 절대 다시 오지 않을 날들에 슬픔을 느낄지라도 그녀는 지금 이대로 감사하게 여길 거라 생각한다.
영어라는 언어에서 Time은 가장 흔히 사용되는 명사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내내 시간은 찰나의, 계속 사라져버리는 정말 소중한 자원이다.
제시카 레이히는 교사다.
그리고 교단에 선 그 순간, 운명이 결정됐음을 인지한 몇 안 되는 운 좋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 때가 스물여덟이었고 그녀의 눈앞으로 자신의 앞날이 꽉 펼쳐지는 게 보였다.
그러나 삼십 대가 되면서 교사로서 많은 것들을 배워 나갔고, 업무량이 줄어들진 않았지만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
결국 교육에 있어 시간은 허울만 그럴듯한 틀일 뿐이다.
교사의 하루는 행정적인 구조에 의해 지배된다.
학교에서의 한 시간은 사실 오십 분이다.

그것도 학생들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우루루 몰려나가는 정신 사납고 아까운 시간들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오십 분이다.
교사의 하루는 여덟 개의 이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생활기록부나 학교 달력이 늘 상기시켜주듯 일 년으로 추정되는 시간은 사실 180일이고, 거기서 의무적인 평가 시험을 위한 날로 5-10일과 학교 조회나 행사를 위해 빼놓은 3-4일을 제외해야 한다.
자녀들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라면 무엇이라도 듣길 원하는 학부모들에게 저녁에 전화 돌릴 짬도 내지 못했다.
그런 손실들이 안타깝긴 했지만 교육적으로 더 긴급한 사안들이 과도한 가정에 함몰될 여유를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사십 대 후반에 접어들며 청소년 약물 및 알코올 중독 치료 기관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다.
그리고 그때 앨런 버딕이 라는 작가와 알렉사라는 학생으로부터 시간의 진정한 작용 원리를 배우게 됐다.
교육 관련 학회에 참석하러 가던 길에 버딕의 저서 <시간은 왜 흘러가는가: 시간에 관한 거의 모든 과학적 탐구>를 읽었고, 이 책은 시간이 그녀가 생각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걸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우리는 시간 속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 안에서 어떻게 참여할지 결정한다.
우리가 시간을 계획하고 계산하고 안배할 수 있지만, 시간의 성쇠를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것은 우리의 감정이다.
감정이 충만한 순간들이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 혹은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일 때는 그보다 시간이 더 늘어난다.
정서적으로 성숙하면 좋은 점이 많다.
더 오래 가르칠수록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할수록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더 깊이 공감할수록 그들에게 시간을 더 쏟을 수밖에 없게 된다.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경험은 아이의 신경 발달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다.
급속도로 발달하는 두뇌는 가정에서 겪는 고통과 상처에 의해 세포 단계부터 영향을 받는다. 두뇌 손상이나 발달의 지체는 사회적, 정서적, 인지적 발달 장애로 이어진다.
몸과 마음을 다친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지 못하며, 운이 좋아 사랑, 평온, 일관성이 있는 집에서 태어난 다른 아이들만큼 잘 배우지 못한다.
아이의 대응 기제가 엉망이 되어버리면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어울리지 못하게 되고 더 많은 사회 문제을 일으키는 위험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며 그렇게 시작된 문제아와 정서적, 인지적으로 건강한 또래들 사이의 틈은 계속해서 벌어지게 된다.
문제아는 문제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고, 그들의 모든 장애와 잘못된 선택들, 위험한 행위, 부적응 행동들은 신체 질환, 장애, 만성 정신 건강 문제, 그리고 결국 조기 사망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질병관리센터의 어린 시절 부정적인 경험 에 대한 설문을 받게 했다.
설문은 길지 않다.
시간을 재면 십 분 정도 걸린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들의 고통으로 빈칸을 채우는 걸 지켜보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1. 부모나 가정의 다른 어른이 자주 당신을 욕하고 모욕하고, 비하하고,당신에게 굴욕감을 주었는가?
혹은 당신을 신체적으로 상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행동하였는가? ○ ×
2. 당신의 어머니 혹은 의붓어머니가 자주자주 밀침, 멱살 잡힘, 구타를 당하거나 누가 던진 물건에 맞았는가?
혹은 자주 발로 차이고, 물리고, 주먹으로 맞고, 단단한 물건으로 맞거나 총이나 칼로 위협을 당한 적이 있는가? ○ ×
어린 시절의 공포에 관한 기억이 점수를 매기는 건 이상한 기분이다.
마치 청소년의 잡지 사상 최악의 퀴즈를 집행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매 질문마다 각각 점수가 누적되고, 학생들의 짧은 인생에서 가장 길고 가장 트라우마가 극심했던 순간들에 대해 알게 되고, 그 아이들이 자기 파괴적 행위를 하고, 때리고, 고함치고, 도피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된다.
오랜 시간 부정되어 오고 무디어진 아이들의 감정이 맹렬하게 되살아나고 여차하면 다 때려 부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 그런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아이들의 욕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이익과 무력함을 겪어온 아이들에게 손쉽게 얻은 권력과 혜택은 상당히 거슬린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그때 그 순간에 잠재된 어마어마한 가능성에 대해 배웠다.
비록 그 순간이 분노, 원한, 반항심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말이다.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포용하고, 우리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만큼 확장된다.
이 책은 다양한 그녀들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그 성장기의 보고는 나에게 한 줄이라도 도움이 되는 얘기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