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엄마의 마음을 알고 싶다.
평생 엄마랑 같이 살면서도 엄마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엄마라는 존재는 아직 돼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 것 같다.
엄마는 아빠의 사업실패로 부산, 전라도, 서울, 춘천을 다 다니면서 살고 기도와 신앙으로 사셨다.
외모를 치장하지도 않고 가방같은 것도 하나도 없고 옷도 제대로 없으면서 우리 공부 시킨다고 외식도 거의 안하고 사셨다.
나도 옷을 전부 만들어 주시고 대학이나 대학원을 장학금으로 다닌다고 만학도가 되시고 장학금을 못 받으면 학교를 휴학해야 하셨다.
내가 병에 걸렸을 때 엄마는 70군데가 넘는 병원을 다니고 40가지가 넘는 약초를 전국에서 구해서 만들어 주셨다.
10년이 거의 다되서 병이 낫기는 했지만 엄마가 아니었으면 못했을 것 같다.
항상 건강식이나 맛있는 걸 만들어 주시고 건강에 대한 책도 40권도 넘게 읽으면서 나의 병을 고칠려고 노력하셨는데 내 주변의 형제나 다른 가족들은 나를 포기했다.
엄마만 포기를 안하고 미친듯이 병에 대해서 알아 보셨다.
엄마는 공부, 일, 집안일을 같이 병행하고 나의 병치레를 하다가 몇 번이나 쓰러지셨다.
7년이 넘어가니까 엄마도 지치기는 하셨다.
긴 병에 효자없고 장사가 없다고 하면서 엄마랑 싸우기도 좀 했다.
엄마도 예쁜 옷을 보니까 좋아하시고 명품백도 좋아하고 외식도 하면 좋아하고 여행도 다니시면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나이가 들어도 여자라서 피부나 외모가 젊어 보이고 예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았다.
외모보다 인격이나 내면의 깊은 세계를 더 잘 가꿔야 하는 것도 맞지만 보이는 세계도 신경을 쓴다는 걸 알았다.
엄마는 시를 쓰시고 책을 읽는 걸 좋아하시는데 강의하는데나 일하는데서 나이가 많아서 잘리셨다.
그래서 나에게 잘리는 일이 없는 전문직을 하라고 하시나보다.
엄마는 아들이 없는 딸만 5명인 경상도집안에서 자라서 여성차별이나 샌드위치딸이라서 위 아래로 압박을 많이 받으신것 같다.
가끔 여성남성 차별 발언을 하실 때도 있지만 남동생과 나를 평등하게 키우기는 하셨다.
엄마의 심리가 어떤지 그걸 제일 잘 알아 주는 미래가 엄마가 될 딸들 같다.
엄마들의 고민이 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다.
상담받으러 오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만이 어려움에 취하고 있는줄 알고 위로 받고 싶어한다.
엄마께서 가정폭력 상담소를 잠깐 운영할 때 상담사로 일을 해보기는 했다.
그런데 왜 그리도 여자들은 억울한 일이 많은지 저자의 글 내용처럼 모두가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다.
왜 세상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밖으로 털어 놓지 못하는 것인지 마음이 아팠다.
상담은 모두 비밀이다.
저자의 상담소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상담사선생님은 들어주고 위로해 주지만 않고 지적하시는분' 이라는 인식이 있다.
당연히 지적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을 테니까 주저 하는것이 당연하다.
저자는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니 내담자를 자주 볼 수 없었다.
그런 처지라 상담을 원하는 사람 누구나 매주 만나 정기적으로 상담할 수 없어서 위로하고 추스르고 스스로 터득하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생긴 일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했다.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알려는 자세가 처음부터 갖추어져 상담실을 찾는 이는 별로 없으니 그런 평판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
물론 자기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안다면 구태여 상담소를 찾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상담실을 찾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간절한 사람들이 상담을 받고 겪는 과정을 보면 대체로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상담자의 상담 방식의 문제이기보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바깥의 변화만을 요구하는 마음이라, 스스로 바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상담실을 떠나게 된다.
자기처지를 '선생님이 바꿔 주세요'라고 요구하고 상담이 전혀 효과 없다고 생각 하곤 한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사랑받게 해달라고 하거나 시댁과 편안한 관계가 되기를 바라면서 자신은 그냥 그대로 남아 있기를 고집한다.
나는 미혼이라 이런 경험이 없지만 사람은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게 맞는 얘기같다.
상담은 남편과 아이들, 시댁 식구들을 상담하는게 아니라고 누누이 말해도 다른 사람이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으니 효험이 없다.
또 다른 유형은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태도를 갖춘 사람들은 상담에 잘 반응한다.
이 사람들은 이제까지 '혼자' 생각에 멈추어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하면서 문제를 풀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해온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할 기회를 삼는다.
상담 받으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평범한 가정에서 잘자라 공부를 잘했고, 좋은 사람과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건강하다고 생각 하는데 왜 우울하고 기운을 차릴 수 없었는지 풀리지 않아 아파하는 사람도 있다.
여러가지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수도 하는 곳도 찾아다니면서 애를 많이 써 보기도 하고
가르침을 받아 반짝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문제가 되는 근본 뿌리는 나아지지 않아 도루묵이 되어 힘들어 하는 중인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상담실에서 평범한 가정에서 잘 자랐다는 신화를 깰 만큼 눈을 뜨는 경험을 하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남아 선호사상이 뿌리 깊은 가정의 딸로 태어나 어떤 눈길을 받고 자랐는지 깨닫고, 먹고 살기 바쁜 부모님과 같이 있으면서 그들의 안중에도 없이 자라왔음도 알게 된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손을 놓지 않는다는 확신만을 심어줄 뿐, 모두 알아서 간단히 처방하고 처리 해주지 않는다.
상담자가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픈 과정을 피하지 않고 스스로 바꾸어야 한다.
우리 엄마는 우리 남매에게는 절대로 차별은 없으셨다.
오직 능력위주로 키우는 편이시다.
물론 능력이 떨어지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여자는 아이 낳는 기계도 아니고 남편의 시녀도 아니다.
자신이 당당한 전문직을 가지고 살아 가고 아내 역할과 엄마 역할을 하는게 옳다고 하신다.
엄마도 아들 없고 딸만 있는 가정에서 자라서 남아 선호사상에 지배받지 않고 진취적이라서 언니들의 미움과 부모님의 걱정을 받으셨다고 한다.
동화의 마지막 말같이 '공주는 왕자를 만나 그 뒤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을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삶의 문제를 풀어가는 건강한 마음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왕자를 만난다고 무조건 행복한 것이 아니다.
그런 믿음이 있어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를 품는 마음을 가진다이 세상을 살 만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엄마를 보고 할 말을 왜 참느냐고 하면 엄마는 자신이 모자라서 참는게 아니라 그래야만 조용히 살 수 있고 자신이 품는 것이라고 하신다.
자격지심에 움추리고 사는 여자들이나 상담소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나름의 문제 의식을 가지고 찾아 온다.
그런데 그 문제에 대한 판단이 실제로 맞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일부러 거짓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속고 속이고 있으니 거짓말이긴 하다.
그런 거짓말은 많은 경우 자격지심에서 나온다.
자신을 지나치게 비하하고 움츠리고 변명에 급급해진다.
자기보다 휼륭하다고 여기는 '중요한 사람' (부모, 남편, 전문인)의 의견이나 판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눅 들어 있는 경우가 그렇다.
자기가 못났다고 여기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잘못이라고 의식하지 못한채 덮어 씌우며 사는 경우도 그렇다.
자격지심이 그만큼 고통의 문제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집안 사정이 있고 어머니가 바쁘셔서 어려서 부터 어른의 보살핌을 남들처럼 받지 못한 사람의 경우가 그렇기도 하다.
아예 부모가 일찍 세상을 뜨신 경우도 비슷한 자격지심을 가진다.
따스한 이웃이 있어 이해하고 돌봐 주었다면 문제가 깊어지지 않았겠지만 여성들은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이 더 많다.
어머니 없는 아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잔인한 사람들을 겪어던 사람들도 자격지심이 강하다.
그러면서 언제나 피해자가 되어 살고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자격지심의 조건이 하나에서 멈추지 않고 자꾸 불어나기 때문이다.
나이가 먹으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목에 가시처럼 자격지심의 조건에서 놓여 나지 못한 채 다른 사람과 만나 벌어지는 일을 있는 그대로 소화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사랑 받는다는 것을 상담실에서 느끼면서 시간을 두고 차츰 같이 살아가면서 자격지심 때문에 소모하던 꽈베기 마음이 풀리고 얼굴에 화색이 돌게 된다.
비비 꼬는데 소모하던 에너지가 확 풀려 삶으로 들어가면서 더 열심히 활발하게 살게 된다.
사람들을 보면서 싸늘하게 비꼬던 버릇도 사라지고 순수한 마음으로 박수를 보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기쁘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격지심은 백해 무익한 것인데 왜 그리 꼭 부둥켜 안고 놓지 않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여성들 대부분이 자신의 문제 보다 식구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한다.
시댁 식구, 남편, 아이들의 문제라고 한다.
자기가 우울증에 걸려서 왔다는 사람들까지도 다른 사람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상담과정에서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볼 줄 알게 되고 그문제를 해결 하는 힘이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체험하기 시작하면 다른사람 보는 눈이나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게 된다.
자신의 미래와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비관하여 희망을 잃게 되고 무기력해지는 것이 바로 우울증이다.
하지만 상담을 하다가 보면 그런 안목이 바뀌고 적극적이고 낙관적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바로 치유이다.
상담을 받고자 하는 내담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른다.
세상에서 숨쉬고 사는 모든 인간들은 다 그렇다.
어떤 여성은 딸로 크면서 어머니 입속의 혀같이 입맛을 맞추고 기분을 함께 나누며 살아왔고 결혼하면서 늘 어머니의 힘이 되어 드렸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온마음을 쏟고 이제까지 아들 뒷바라지에 쓰려던 것임을 알게되고 얼마간의 재산도 모두 아들에게 물려주던 것을 알았을때 배신감에 몸 떨었다고 한다.
이글을 보면서 나는 우리 엄마께서 나에게 많은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를 시키고 병이 나면 잠도 못 주무시고 응급실과 많은 병원을 찾아다니는 것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래도 때로는 엄마가 아들에게 더 신경 쓰나하고 불만을 토로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완전 평등을 부르짓기는 하시는데 아직은 모르겠다.
재산분배때 드러 날 것 같다.
정말로 평등인지 말이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스스로 희생을 강조하며 살아왔다.
많은 소설, 시 노래가 어머니의 희생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그런데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잘하려 하지 않는사실과 연관이 있다.
함께 살면서 서로 협력하고 살아야 하는 것을 생각지 않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바깥에서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안 일도 바깥일 만큼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결혼을 해서 살때 서로가 상처를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자유롭게 고집에서 풀어야 한다.
자기가 원하는 방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상담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상담전과 상담소를 찾을 때와 상담후는 표정이 달라진다고 한다.
아무리 물질이 풍족해도 그것에 매달리게 양육된 사람들은 물질의 문제에 고착되어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산다.
이 세상에 태어나 자라고 삶을 꾸려가면 누구나 크고 작은 문제와 마추치고 그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부모의 능력이 뛰어나서 최적의 환경을 아이에게 마련해 주어도 역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부모라고 해도 자기 아이의 특성을 완벽하게 인식하지 못하니까 아이가 문제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할지 모른다.
아무리 잘 자란 사람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전혀 없이 살수 있는 사람은 전혀 없다.
상담실 안에서 혼자이기를 거부하고 함께 하기를 솔선하게 된다.
결국은 상담의 효과의 표가 난다.
몸이 마음을 담고 있고 마음과 몸이 서로 떨어져서 살 수 없다.
여자 마음 상담소책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들어 있어 좋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서 남편, 아이,시댁들의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언젠가 나도 결혼을 하면 남편, 아이, 시댁을 만날 것이다. 서로 조건부로 도우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 동감하는 사람, 서로 사랑하고 용납하고 인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속의 니들처럼 억울해하고 상처 입고 혼자 가슴 답답해 하는 여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
나도 숨죽이고 사는 여자가 아니라 사회에 공헌 하고 소리를 낼 수 있는 여자가 되고 싶다.
그렇게 하는 것이 행복한 여자의 삶인 것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