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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어의 발견
김미형 지음 / 사람in / 2023년 9월
평점 :

나도 정말 차별을 심하게 하는 사람중에 한 명이다.
편견도 많고 외모나 옷차림, 학력, 인격, 성품, 말투, 신앙, 사상, 매너, 집안을 보고 좀 아니다싶으면 멀리하고 가까이 안한다.
그런 차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다.
저자 김미형은 상명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이다.
우리는 말로 모든 것을 생각하고 말로 표현함으로써 생각을 더 좋게 만들고 말로 생각을 나눔으로써 공감한다.
언어가 없었다면 좋은 노래도 부르지 못하고 재미난 이야기도 듣지 못했을 거다.
인간은 서로 친밀함을 나누려고 말하기 시작했을거다.
말의 원래 기능은 정을 나누고 서로 친해지는 것이었다.
말은 사용하는 사람의 심성에 따라 나타나고 사람의 심성은 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상적인 원래의 언어 상태와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차별어를 찾아보고 사용 과정의 불합리함을 들여다보며 사용하지 말자고 얘기한다.
언어는 맥락을 함께 전달하는 살아 있는 활성체이다.
서로 다름을 뜻하는 단어는 차이와 차별 두가지가 있다.
차이는 서로 같지 않고 다른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여기에는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이 개입되지 않는다.
차별은 물상의 상태가 아니라 물상에 대한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뜻한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각기 다르기 마련이다.
다양한 차이가 이 세상을 형성하는데 그 다름에 대해 수준, 등급, 선호도 등을 주관적으로 그저 다름을 인식하는 구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다름을 빌미로 어느 한쪽을 홀대한다.
남녀차별, 적서차별 같은 단어에는 두 대상 중 한쪽을 폄하하는 뜻이 포함된다.
차별하는 용어인지도 몰랐던 단어들도 있다.
남편이 먼저 하늘 나라로 간 여자를 미망인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아직 안 죽은 사람이란 뜻이니 정말 말도 안 되는 단어임을 알게 된다.
최근 등장한 주린이, 부린이, 요린이라는 -린이라는 시리즈가 있다.
주식 초보를 뜻하는 신조어 주린이는 주식 사고팔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서툰 사람을 지시한다.
부동산 초보를 뜻하는 신조어 부린이는 집이나 땅을 사고팔아 돈을 벌어보려 하는 사람이다.
아직 경험이 없어 배울 것이 많고 손해 볼 위험에도 노출된 사람을 지시한다.
이런 사람을 가르치는 부린이쌤도 등장했다.
요리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사람들이 요리 초보를 뜻하는 요린이라는 말을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산린이는 등산초보, 헬린이는 웨이트트레이닝 초보가 또 있다.
잼민이 또한 대상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뜻으로 쓰고 있다.
재미와 재민(한 인터넷 방송의 음성 지원 서비스에 등장하는 남자아이의 이름)이 결합한 이 말은 재미있는 초등학생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의미가 변질하여 초등학생을 무개념이라고 낮추는 뜻을 포함하게 되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쓰이는 이 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사람을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뜻을 나타낸다.
어린이 시기가 지난 청소년을 지칭하는 차별어도 많다.
급식충이라는 말은 미성년자나 중고등학생 중 민폐를 끼치거나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을 가리킨다.
사는 게 힘들면 사람들에게는 불만이 쌓인다.
그 불만을 표출할 대상은 힘없고 만만한 대상이기 마련이므로 화살 끝이 어린 사람에게 향하는 경우가 흔하다.
연약한 인간이 지니기 쉬운 나쁜 습성임이 틀림없다.
인격과 비인격의 차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우리는 누구나 이미 인간이기 때문에 오로지 그 이유만으로도 인간으로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
틀딱은 노년층을 차별하는 상황에 쓰인다.
치아가 망가지고 성치 않아서 틀니를 착용하는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불편하고 서러운데 왜 남에게 그처럼 험한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비하의 대상이 자기 어머니나 아버지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부모에게 틀딱이라며 못 할 말을 할건지,,
매춘은 팔매, 봄춘이라는 한자를 쓰고 젊은 시절이나 남녀의 연정을 뜻한다.
매춘은 원래는 남녀의 연정이었는데 한 사람이 돈을 받고 다른 사람이 돈을 주는 계약관계를 맺은 후의 연정 행위를 지시한다.
문제는 파는 쪽에만 초점을 둔 팔매를 쓴다는 것이다.
산다는 뜻을 지시하는 한자는 매인데 매춘이란 단어에는 쓰이지 않는다.
매춘 행위의 주체를 사는 쪽이 아니라 파는 쪽에 둔 것이다.
매춘을 주로 여성이 하는 것으로 인식한 결과 매춘부라는 말은 있으나 매춘남이라는 말은 없다.
매추분의 부는 며느리, 아내, 여자를 뜻하는 한자이므로 매춘부는 여자라는 뜻이 적용된다.
두 사람이 함께 매춘 행위를 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초점을 두어 매춘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고 사회적, 윤리적 문제가 제기될 때 여성에게만 비난이 쏠리곤 했다.

미혼모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엄마, 비혼모는 자발적으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뜻한다.
과부는 남편을 여읜 여인이다.
처녀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성년 여자를 지시한다.
처녀는 머물러 있는 여자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특별히 성경험이 없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처녀성은 처녀에 성적 순결의 의미를 더한 것이다.
처녀작, 처녀림, 처녀비행, 처녀 출전, 처녀 항해등에는 처음으로 하는 것 또는 아무도 손대지 않은 것이란 뜻이있다.
성경에서는 숫처녀를 원죄가 없거나 죄를 짓지 않음을 뜻하기도 한다.
결혼하지 않은 성년 중 유독 여성에게만 순결 이념을 강조하니 역시 차별어로 간주할 수 있다.
샐러리맨, 세일즈맨, 삼성맨, 영업맨 등은 한 성을 통칭하여 남녀를 포괄하는 단어이다.
여자 사원 입장이라면 영업맨이나 삼성맨이란 지칭을 들어야 하니 잘못된 일이라 할 수 있다.
직장맘이란 표현이 쓰이는데 직장인이면서 엄마라는 것을 굳이 밝힐 필요가 없다.
사적인 정보가 꼭 필요할 때 표현하면 되는 것이지 일상적 호칭에 사적 정보를 포함할 일은 아니다.
여권신장, 여권운동, 여성운동, 여성학, 여성해방 같은 단어는 여성들이 지위가 매우 낮은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활동들을 대변한다.
여기에 대응하는 남권신장, 남성운동, 남성학, 남성해방 같은 말은 사용되지 않았다.
남자에게는 그렇지 않았는데 여자에게는 제대로 인간 대접을 하지 않았던 상황이 드러나는 예들이다.
인권 존중 의식이 아직 미약하던 시대에 비상식적으로 마구 쓰이던 인종차별어 오랑캐, 쪽발이, 검둥이, 코쟁이, 똥남아, 유색인, 코시안, 튀기, 양키, 혼혈아, 짱캐, 깜순이, 시커먼스 등은 인종, 민족, 혈통 등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너무도 험한 말임을 알아야 한다.
외국인이 아니라는 의미인 토종 한국인이라는 표현도 쓰지 말아야 한다.
혼혈인도 사람을 인격적 개체로 인식하지 않고 타인종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부산물로 보며 낙인을 찍는 어감이 다분히 내포된 말이다.
종교적 차별어 역시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마구 낮추고 얕잡아 보려는 의식이 발동한 예다.
땡중, 중놈, 먹사, 개독교, 개슬람 등이 일례다.
사람이 신앙을 갖고 사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
나도 매일 아침 하나님에게 사랑한다고 하고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일을 매일 하려고 노력하면 정말 행복하고 의미가 있다.
각 지방 사람들을 놀리는 단어도 있다.
서울은 서울 깍쟁이, 충청도는 멍청도, 경상도는 개쌍도, 개쌍도 경상민국, 경상디언, 전라도는 전라디언, 홍어족이라고 한다.
한남충은 벌레 같은 한국 남자, 고추장남이 있고 한녀가 있다.
삼일한은 여자는 삼 일에 한 번 때려야 한다는 의미다.
숨쉴한은 남자는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때려야 한다는 의미다.
미러링이 있는 이유는 서로 대립하는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차별어가 등장할 듯한 예감이 든다.
우리 사회에는 달무리처럼 희미해서 석연치 않은 것이 많다.
경쟁이 심해지며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 마음에 타자에 대한 혐오가 형성되면 말과 연관되어 차별어라는 표현이 돌아다니게 된다.
다양한 사회적 맥락 속에 희미하게 서려 있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그늘을 걷어내야 한다.
불행의 달무리가 아니라 함께 우정을 나누며 여름밤의 정서를 발견하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말로 더 친해지고 친하게 놀고 친하게 웃고 친하게 노래하는 세상이 되어 우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