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프록터 생각의 시크릿 -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13가지 비밀 공식
밥 프록터.그레그 S. 레이드 지음, 김잔디 옮김, 조성희 감수 / 페이지2(page2)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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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나폴레온 힐의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라는 한 권의 책이 탄생한 비화를 소개한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를 인터뷰하던 젊은 기자 나폴레온 힐은 카네기로부터 앞으로 20년간 무급으로 일할 용의가 있다면, 당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들을 소개해 줄 테니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공 공식을 만들어 보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그 자리에서 바로 제안을 수락한 힐은 수백 명을 인터뷰한 결과물을 1937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라는 책으로 펴냈고, 그 책은 2021년 기준으로 1 2000만 부가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밥 프록터는 이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를 읽은 후로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하며, 책을 읽은 지 3년 만에 연 수입이 4000 달러에서 100만 달러 이상으로 올랐다고 했다. 무엇이 그의 삶을 그토록 달라지게 만든 것일까. 과거 나폴레온 힐은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 존 데이비슨 록펠러 등 당대 최고의 인물들을 만나 성공의 공식을 찾아냈다고 한다. 이제 저자는 과거의 나폴레온 힐처럼 그의 시대에서 성공한 리더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공 비결을 찾아 이 책에서 그것을 알려 준다.


이 책은 한 챕터당 한 사람의 인물을 소개하며 그들의 성공 비법을 밝혀낸다. 평범한 이들과 그들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그들처럼 성공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준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키포인트를 각 챕터의 마지막에 간략히 정리해 두어 잊지 않도록 한 번 더 강조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마지막 장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라는 부분의 내용이었다. 이 부분에서는 생각과 성공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 미라 S. 화이트 박사의 연구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행동 패턴을 연구한 결과 성공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8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약점을 받아들인다, 자기 열정을 찾아서 좇는다, 사소한 생각부터 시작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자신을 드러낸다, 도와줄 사람을 구한다, 위험을 감수한다’, 실패를 관리한다’ (p. 266~271) 이것은 이 책의 핵심 내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8가지는 완전히 새로운 말들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생각만 할 뿐 실천에 옮기지 않지만, 성공한 이들은 저 8가지를 자신의 삶 속에 녹여 그대로 실천했다는 차이가 있었다.


책을 읽을수록 나폴레온 힐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느껴졌고, 그 내용이 너무나 궁금해 이 책을 뒤로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 역시 이어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시크릿>이나 <더 해빙>을 의미 있게 읽었던 독자라면 이 책 또한 관심이 갈 것 같다. 성공의 비결을 알고 싶다면, 성공한 이들이 가진 마인드를 익히고 싶다면 <밥 프록터 생각의 시크릿>을 읽어 보길 추천한다. 이 책은 자신만의 사업을 구상 중인 이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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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제어 - 뇌 과학과 시간 감각
마르크 비트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일므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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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람들이 시간을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여러 학자들의 주장과 실험들, 연구결과를 예로 들어가며 설명하기 때문에 그저 자신의 주장만으로 내용을 이끌어가는 책들에 비해 훨씬 신뢰도 높게 들렸다. 막연하게 느낌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했던 시간 감각을 분석적인 글로써 세세히 파헤쳐 보니 흥미로웠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시간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던 것들이 왜 그러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고, 시간을 기준 삼아 나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어 의미 있었다.


즉 보상받기를 미룰지 아니면 즉시 받을지 선택하는 데에는 감정적인 평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다마지오는 우리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데 이성 혹은 선호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모든 선택에서 가장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감정적 평가다. (p. 33)


어떤 자전적인 일화가 기억에 저장되고 어떤 것은 저장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 기억에 결합된 감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경험의 보물 상자가 클수록, 그리고 그 경험이 감정적으로 다채로울수록 삶은 풍요로워지고, 이에 따라 주관적으로 느끼는 시간이 늘어난다. (p. 119)


사건 시간의 문화에서는 사람들이 사건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예를 들어 타인과 만나려면 어떤 사건이나 활동, 대화나 식사 등이 끝나야만 만날 수 있다. 시계 시간 문화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약속 시간이 다가오면 그 시간을 엄수하려고 하던 일을 중단한다. 이렇듯 인간의 행동이 정확한 시계의 시간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산업화 또한 빠르게 진행되었다. 시계에 맞춰 생활하면 일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시계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에 비해 경제적으로 훨씬 부유하다. (p. 87)


사람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시간 개념은 그들에게 주어지는 선택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고, 이것은 나아가 그들의 성격, 전반적인 삶의 흐름에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작은 선택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을 이뤄가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재미있었던 부분 한 가지는 페이지의 쪽수를 시계로 나타낸 점이었다. 시간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라 페이지 번호 또한 시간으로 표시한 것은 책을 읽는데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이 책 한 권으로 시간에 대한 완벽한 통찰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시간과 관련해 막연히 느끼던 것들의 이유를 찾을 수 있고,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다고 느꼈던 것들을 시간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보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시간 감각이란 무엇인지, 시간이란 개념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 <시간 제어>를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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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를 탄 소년 - 인생은 평온한 여행이 아니다
네스토어 T. 콜레 지음, 김희상 옮김 / 나무생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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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든 늦든 누구나 이곳을 찾아오게 마련이죠.”

톰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노파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

노파는 톰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늘 네판테를 찾아오죠.” (p. 14~15)


답답한 마음에 무턱대고 자동차에 올라타 빗속을 달리던 은 우연히 통나무 산장을 발견한다. ‘네판테라는 이름이 새겨진 이곳은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문을 열자 따스한 실내 풍경이 펼쳐졌다. 따뜻한 온기를 주는 장작불과 훌륭한 음식,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산장이 주는 편안함을 즐기는 사이 이곳의 주인으로 보이는 노파는 톰에게 와인을 한 잔 건넸다. 이 한 잔의 와인이 모든 근심을 잊게 해 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삶에 나침반이 되어주었던 아버지를 잃고 방황하던 톰은 노파의 말처럼 근심을 떨치고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게 될까.


과거의 일을 다시 생생하게 만들거나, 오지도 않은 미래를 예상하고 염려하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생각이었다. 알라 킨은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오래된 진리를 마침내 떠올렸다. (p. 126)


시간은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시간은 거스를 수 없이 지나가니까요. 과거의 추억에만 매달리는 사람에게 그 추억은 거부할 수 없는 짐이고, 무거운 납덩이처럼 짓누르는 짐일 수도 있어요. 미래도 마찬가지죠. (p. 148)


“어딘가에 가야만 한다는 것, 목표를 찾아야만 한다는 것은 일종의 환상이야.” (p. 175)


과거나 미래를 바라보다 현재를 놓치고 있을 때, 타인의 바람을 나의 꿈이라 착각하며 그것을 나침반 삼아 나아가고 있을 때, 소중한 것을 잃고 깊은 절망에 빠져 헤매고 있을 때. 주인공 톰이 겪는 시련은 소설 밖 독자들도 살아가면서 한 번씩 만나게 되는 일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자신의 과거에서 그런 기억을 하나 이상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더욱 공감이 되고, 이것이 전하는 메시지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결국 톰에게 주어진 삶의 시련은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러고 보면 삶은 하나의 깨달음을 향한 여정이란 생각이 든다. , 그 깨달음은 찾으려고 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이다.


이 작품은 환상적인 분위기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 매력적이었다. 의미 있는 메시지, 발견해 내는 재미가 있는 비유와 상징, 소설적이면서도 동시에 공감이 가는 스토리 등. 읽을수록 균형 있게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느껴졌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마음에 와닿았던 이라면 이 소설 역시 마음에 들 것 같다. 이 책을 집어 드는 순간, 읽는 이는 주인공처럼 네판테 산장의 노파에게 와인을 건네받게 된다. 이 기회를 통해 오래전 자신의 마음속 깊숙이 묻어두었던 자신만의 쪽지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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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들꽃 산책
이유미 지음,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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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들꽃 산책>은 이전에 출간되었던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을 한 권으로 합쳐서 내용을 가다듬고 새 제목을 붙여 펴낸 책이라고 한다.


이 책에선 열두 계절의 식물 이야기를 멋진 꽃, 나무 사진과 함께 들을 수 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앞부분에서는 풀꽃, 뒷부분에서는 나무에 대해 이야기한다. 밖에서 만났을 때는 작아서 대강 보았던 풀꽃들을 이 책을 통해 큼지막하게 다시 만나니 이미 알고 있던 꽃들까지도 새로워 보였다. 꽃잎은 이런 모양이었고, 수술은 이렇게 생겼었구나. 이 계절에, 이런 곳에서 피어나는구나. 글과 사진을 통해 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나태주 시인의풀꽃이란 시가 떠올랐다. 시인의 말처럼 들꽃들은 자세히 볼수록 예뻤고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웠다.


이 책은 하나로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계절에 맞는 식물 이야기부터 읽어도 좋다. 편안하게 책장을 넘기며 들꽃과 나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숲속을 산책하고 있는 기분도 들었고, 숲 해설가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책으로도 사계절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다가올 계절의 들꽃과 나무들이 기대되어 계절의 변화가 기다려지기도 했다.


이름을 안다는 것은 숲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을 비로소 하나하나 구분하여 알아보는 일이며, 그들과 함께하며 새록새록 깊어갈 인연의 첫 시작이 됩니다. 시인의 말처럼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듯, 우리가 이 봄에 만난 나무와 풀들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들은 비로소 우리에게 의미가 되고 위로가 되며, 행복과 지혜를 건네기도 하는 그 무엇이 되기 시작하지요. 그 순간은 우리가 지금까지 몰랐던,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이 새롭게 열리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p. 53)


이 책을 읽은 뒤 집을 나서면 자꾸만 땅을 바라보게 된다. 이 꽃은 이름이 뭐였는데. 어떤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던데. 머나먼 나라에서 온 친구라던데 등등.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음속에서 자꾸 이어진다. 지나가면서 마주쳤던 들꽃과 나무의 이름과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멋진 들꽃 사진이 가득한 식물 에세이집을 찾고 있다면 이 책 <내 마음의 들꽃 산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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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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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슈퍼에서 파는 플라스틱 통 안의 꿀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름다운 병에 든 , 사실은 그렇게까지 맛이 크게 차이 나지도 않는, 아주 미세한 감각의 차이로만 구별될 뿐인 그런 꿀에 매혹되는 인간일까 하는 생각에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다. 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죄다 하찮고 세상의 눈으로 보면 쓸모없는 것들뿐인 걸까. 하지만 이제 나는 쓸모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결국은 그런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므로. (p. 59)


내 마음은 언제나, 사람들이 여러가지 면과 선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고 매일매일 흔들린다는 걸 아는 사람들 쪽으로 흐른다. 나는 우리가 어딘가로 향해 나아갈 때, 우리의 궤적은 일정한 보폭으로 이루어진 단호한 행진의 걸음이 아니라 앞으로 갔다 멈추고 심지어 때로는 뒤로 가기도 하는 춤의 스텝을 닮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만 아주 천천히 나아간다고. (p. 72)


페이지가 줄어드는 걸 아까워하며 넘기는 새 책의 낱장처럼, 날마다 달라지는 창밖의 풍경을 아껴 읽는다. 해의 각도와 그림자의 색깔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숲의 초록빛이 조금씩 번져나가는 걸 호사스럽게 누리는 날들. (p. 78)


봉봉은 차갑고 이기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한 내 안에도 사랑이 이렇게나 많이 숨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준 존재다. 봉봉이 먹고 싶어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목숨을 잃을까봐 먹지 못하게 막거나 고통스러워 하는데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해야만 할 때, 자유의지를 주었다면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만들고 누구보다 사랑한다면서 때때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시련을 주는 신의 뜻을 나는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 102)


상대의 슬픔에 공감하는 일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기쁨과 달리 슬픔은 개별적이고 섬세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겪어낼 수밖에 없는데, 그건 슬픔에 잠긴 사람의 마음이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쉽게 긁히는 얇은 동판을 닮아서다. 슬픔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감정과 타인의 감정이 끝내 포개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없이 예민해지고, 슬픔이 단 한사람씩만 통과할 수 있는 좁고 긴 터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슬픔에서 빠져나온 이후엔 그 사실을 잊은 채 자신이 겪은 슬픔의 경험을 참조하여 타인의 슬픔을 재단하고, 슬픔 간의 경중을 따지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와 크기로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쉽게 말한다. (p. 132)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행복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스무살이었던 나의 빈곤한 상상 속 마흔과는 다르지만 나의 40대가 즐겁고 신나는 모험으로 가득하리란 걸 나는 예감할 수 있었다. 어린 날들에 소망했듯 나 자신을 날마다 사랑하고 있진 않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앞으로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페이지들에는 내 바깥의 더 많은 존재들에 대한 사랑을 적어나갈 테다. (p. 225)


저자의 문체가 좋았다. 조곤조곤 잔잔하고 편안하게 들리는 그 느낌이 좋았다. 적당히 쓸쓸함이 베여 있는 따뜻함, 편안함이랄까. 그녀의 글에선 그런 느낌이 묻어났는데 그것이 매력 있게 다가왔다. 작가는 예민하고 섬세하게 주변을 바라보고 느끼며 그것을 글로 옮겨 적었다. 빈 화분에 저절로 자라고 있는 달맞이꽃, 곡물을 담아 놓은 재활용 유리병 등 일상에 흔히 보이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사물들도 작가의 시선을 거치면 감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니 따뜻한 오후의 햇살을 내리쬐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적당하게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오래된 골목길 어딘가를 산책하는 기분도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작가와 그녀의 반려견봉봉에 대한 이야기였다. 특히 그녀의 다정함은 강아지 봉봉에게서 온 것이라는 이야기와 강아지가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끼는 부분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 강아지를 키우며 그에게서 사랑을 배웠다고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아이를 키우며 더 다정해지고 진짜 사랑을 배운 내 모습과 겹쳐 보였다. 다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지극히 자기애만이 충만하던 나는 나의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진짜 사랑을 배워갔다. 그 덕분에 사람들 하나하나가 모두 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작고 여린 것들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나를 신뢰하고 그에게 중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런 경험이 주어진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던 나는 사랑을 배운 대상은 다르지만 내 마음과 너무도 닮은 글을 보며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지금의 계절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했기에, 가을날과 잘 어울리는 에세이집을 찾는 이에게 백수린 작가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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