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달력 - 영감 부자를 만드는 하루 한 문장
정철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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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이 책의 제목만을 들었을 때는 할아버지(영감) 컨셉의 달력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내 표지를 보고 하루에 한 페이지씩 카피라이터가 쓴 글을 읽으며 영감을 얻는 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매일의 날짜에 맞춘 짤막한 글의 모음집이다. 짧은 분량의 글이지만 읽고 있으면 아차 싶기도 하고, 머릿속에 느낌표가 번쩍 떠오르기도 한다. 책 속 글들을 만나고 나면 머릿속에 박혀 있던 고정관념에 금이 가기도 했고, 가라앉아있던 마음속 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고, 갑자기 누군가가 막 그리워지기도 했다. 익숙한 형태로 다가와 날카롭게 찌르고 가는 말. 잠들어 있던 마음을 흔들어 깨우고 가는 말. 이것이 바로 카피였다.





무료한 일상에 지쳐 있는 사람, 신선한 자극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사람이 바로 이 책 <영감달력>이 필요한 이들이다. 이 한 권과 함께 매일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보길 바란다. 즐겁고 활기찬 한 해를 보내라는 의미를 담아 연말, 연초 선물로 주어도 좋을 것 같다. 카피의 매력을 느껴 보고픈 사람, 또는 카피라이터 꿈나무들에게도 권해보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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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똥보다는 불씨가 좋아! 맑은아이 6
이이나 지음, 변우재 그림 / 맑은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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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와 그림의 분위기가 딱 이 계절에 어울리는 그림책이었다. 쌀쌀한 가을밤 동물 친구들은 모여서 모닥불의 따뜻함을 나누고 있었다. 불속에다가 고구마와 밤을 구우며 한밤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동물들의 모습은 편안해 보였다. 왠지 어디선가 타닥타닥기분 좋은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기도 했다. 편안함 속에서 졸음이 서서히 밀려오는 시간. 그런데 그때 고양이는 모닥불 옆에서 춤을 추다가 그만 수염을 그을리고 만다. 게다가 갑자기 바람이 세지면서 불길도 커지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살짝 잠이 들었던 친구들은 모두 놀라 깨어나게 된다. 동물 친구들은 거세진 불을 끄고 편안하고 안전한 밤을 마저 보낼 수 있게 될까.


이 책은 에 대해 알려주는 그림책이었다. 추운 날 우리를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고구마와 밤도 맛있게 구워주는 불은 잘만 사용하면 우리에게 이롭지만, 고양이의 수염을 그을리는 것처럼 우리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 책은 거센 바람으로 불길이 커졌을 때 동물들이 불을 끄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레 불을 끄는 방법과 불을 다루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든다. 요즘은 캠핑장에서 아이들이 불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아이가 이 책을 먼저 읽고 불을 만난다면 보다 안전하게 불을 다루고 감상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밤과 군고구마를 호호 불어가며 먹고 싶어졌다. 밤을 싫어하던 아이도 그 맛이 궁금한지 먹어보고 싶다고 한다. 궁금해하는 아이를 위해 다음번에 모닥불과 군밤을 만날 기회를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따뜻한 분위기와 유익한 내용의 그림책 <불똥보다 불씨가 좋아>는 가을에 읽기 좋은 그림책을 찾는 이에게, 아이에게 에 대해 알려주고픈 이에게, 아이와 캠핑장에서 불멍을 계획 중인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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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읽는 시간 -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정우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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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읽는 시간>은 한국의 미술관을 소개하고, 그곳의 화가와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이다. 책에서는 환기미술관, 양주시립 장욱진 미술관,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 이중섭 미술관, 양구군립 박수근 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나혜석 기념홀, 이응노 미술관 이렇게 7곳을 소개하고 있다. 요즘 미술 입문서용 책들이 꽤나 많이 보이는데, 대부분이 서양화와 서양화가에 대한 책들이라 아쉬웠던 차에 한국 화가와 한국 미술 작품에 대해 다루는 책을 만나니 매우 반가웠다.


이 책은 각 미술관 별로 따로따로 설명하기 때문에 순서대로 읽지 않고 궁금한 미술관부터 찾아 읽어도 상관이 없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전국으로 미술관 투어를 하며 책 속 내용을 되새겨도 좋을 것 같고, 미술관에 직접 가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듯이 이 책을 읽으며 관람해도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각 미술관의 주소, 전화번호, 휴관일, 도슨트 정보 등을 실어 두었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미술관에 처음 가는 사람들을 위한 소소한 꿀팁들(조용하게 도슨트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나 미술관 에티켓 등)도 실려 있으니 미술관에 직접 가보려는 이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누구에게나 쉽게, 그리고 가볍게 읽히는 책을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은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이도 수월하게 읽을 만큼 쉽게 쓰여 있어 좋았다. 저자가 미술 작품과 화가의 삶을 잘 엮어서 설명하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게 술술 책장이 넘어갔고,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마지막장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이 책은 일반 책과는 달리 쫙(?) 펼쳐지도록 만들어져 미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만족스러웠다. 그동안 만난 책들은 큰 사이즈의 작품을 실을 때 작품이 책장이 접히는 부분에 가려져 제대로 감상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책은 그 점을 세심히 헤아렸다는 점이 좋았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저자가 왜미술관의 피리 부는 남자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한국의 대표 화가들과 그들을 위해 세워진 미술관에 관심이 있다면, 한국 현대 미술 작품과 화가들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 <미술관 읽는 시간>을 읽어 보길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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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괴담하우스
사와무라 이치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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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묘한 분위기를 가진 괴담 7편을 들려준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독립적인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이 단편들은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어 하나의 줄기로 엮여 있었다. 검은색 숏컷에 검은 옷을 입은 하얀 피부의 여자.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방법으로 사람의 마음을 지옥으로 떨어뜨린다는 점에선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잠깐의 대화와 작은 행동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은 빠져나올 수 없는 구덩이에 밀어 넣어졌고, 이것은 얼마 전 읽었던 저자의 또 다른 작품 <예언의 섬>에서 보여준 저주의 말이 가진 힘을 다시 떠오르게 만들기도 했다. 소설 속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괴담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인간의 욕심, 이기심, 어리석음이란 생각이 든다. 사와무라 이치가 들려주는 으스스한 이야기들은 자꾸만 착하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는 사람한테 등에 바퀴벌레가 붙어 있어!’라고 하면 미칠 듯이 무서워하죠. 실제로 바퀴벌레가 등에 붙어 있지 않더라도요. 다른 감정들도 그렇지만 특히 공포는 사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그래서 가상의 이야기나 캐릭터가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는 거죠. 호러도 그렇고 괴담도 그렇고.” (p. 207)


그래, 공포란 안 좋은 예상을 할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내일은 가난해질지도 모른다는 예상. 케이코는 조만간 이 남자가 나를 덮칠지도 모른다는 예상.

아까 케이코가 예로 든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바퀴벌레가 옷깃을 타고 옷 안으로 들어올지도 모른다’, ‘눈앞에 나타날지도 모른다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바퀴벌레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귀신의 집이나 호러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저 골목을 꺾는 순간 무언가와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등장인물 뒤쪽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훌륭한 연출이란 결국 관객들로 하여금 그런 예상이나 예감을 하게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거죠.” (p. 209)


<예언의 섬>보다는 이 작품이 더 무섭고 재미있게 읽혔다. 이 작품은 사람들이 어떤 것에 공포를 느끼는지, 나는 어떤 것을 무섭게 생각하는지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간다면, 부끄러울 것 없는 과거를 가졌다면 살아가면서 그리 무서움을 느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러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잔인한 장면은 없지만 묘하게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무서움을 느끼도록 만드는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었다. <기묘한 괴담 하우스>는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이다. 특히 적당하게(?) 무서운 호러/미스터리 소설을 찾는 이라면 읽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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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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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컴퓨터의 귀찮은 질문과 함께 깨어난다. 2 더하기 2 8의 세제곱근 따위의 질문을 하는 컴퓨터.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인공은 생각처럼 대답이 잘 나오지 않았고 더듬거리며 입을 움직이다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한참 뒤 깨어난 그는 자신이 침대에 눕혀져 말 그대로 환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의식이 없는 동안 로봇 팔들이 그를 돌봐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누구이며, 왜 이런 모습으로 이곳에 있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따금씩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들과 왜인지 모르지만 머릿속에 가득 들어있는 과학 지식들을 활용해 그는 이곳이 어디인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건지 답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숫자를 계산해 보고 얻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방은 중력이 너무 크다. 원래 지구의 중력가속도는 9.8m/s이어야 하는데, 이 방의 중력가속도는 15m/s이다. 낙하하는 물체가 다르게 느껴지는이유가 그것이다. 너무 빨리 떨어지니까. 이렇게 근육이 많은데도 내가 힘이 없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원래의 무게보다 1.5배는 더 나간다.

문제는, 중력에 영향을 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중력은 증가시킬 수도, 감소시킬 수도 없다. 지구의 중력 가속도는 9.8m/s이다. . 그런데 나는 그 이상의 중력을 경험하고 있다. 가능한 설명은 한 가지뿐이다.

내가 있는 곳은 지구가 아니다. (p. 33)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기억의 공백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은 독자가 공간과 상황을 이해하는데 더욱 편리한 장치였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소설 속 상황과 공간에 무지한 상태인 독자가 소설 속 세계에 천천히 발을 들이도록 만들어 한꺼번에 입력되는 과한 정보로 흥미를 잃지 않게 도와주었다. 또한 주인공의 입과 독백을 통해 배경지식이 지루하게 흘러나오는 것보다 회상 장면을 통해 필요한 설명을 그때그때 들려주는 것은 소설을 더 생기 있게 꾸며주는 장치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소설은 이미 주인공이 우주선에 홀로 남은 시점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이 우주선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고 그것에는 어떤 과학적 지식들이 활용되었는지를 차근히 이해해 나갈 수 있었다.


태양의 빛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지구는 점점 추워질 것이고 전문가는 이대로 가면 19년 뒤에 인류의 절반이 죽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나큰 위기 앞에 세계는 한마음으로 최고의 과학자들을 모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고, 그들은 마침내 인류의 유일한 희망인 헤일메리 호를 만들게 된다. 헤일메리란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주 낮은 성공률을 바라보고 적진 깊숙이 내지르는 롱 패스를 뜻하는 미식축구 용어이자, 버저가 울리는 순간에 득점할 것을 노리고 먼 거리에서 던지는 슛을 뜻하는 농구 용어’(p. 70) 이다. 그 뜻에서 헤일메리 호의 용도이자 운명이 예상된다.


나는 자살 임무를 수행하러 왔다. , , 조지, 링고는 집에 돌아가지만, 길고도 험난한 나의 여정은 여기에서 끝난다. 이번 임무에 자원했을 때 나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러나 기억상실증에 걸린 내 두뇌에게는 이 정보가 새롭기만 하다. 나는 여기에서 죽는다. 혼자서 죽게 된다. (p. 111)


헤일메리 호의 유일한 승조원.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일종의 자살 임무를 맡아 먼 우주까지 날아온 그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는 그곳에서 외롭게 마지막을 보내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소설은 생각지 못한 때에 새로운 사건을 보여주었다. 그곳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외계 생명체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는 정말 너무 재미있게 빠져들어 읽었다. 처음 만나는 완벽하게 다른 존재와의 소통 과정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거기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 사이에 쌓여간 우정이 보여주는 감동까지진짜 너무 재밌는 소설이란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캐릭터들도 매력 있고,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 적당한 유머, 빈틈없는 과학적 지식까지 고루 다 갖춘 SF 소설이다. 이런 작품을 쓴 앤디 위어는 정말 SF 천재다.


라이언 고슬링을 주연으로 한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있던데 <마션> 이상으로 재미있는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매우 기대된다. 영화가 그려낼 로키의 모습과 그가 내는 소리를 어떻게 표현했을지가 특히 궁금하다.


이 작품은 요즘 흔히 보이는 SF 느낌이 묻어 있는 소설이 아닌 정통 SF 소설이다. 요즘의 한국식 SF에 익숙해져 있다면 소설 속 설명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재미는 정말 확실하게 있으니 SF 소설을 좋아한다면 꼭 한번 읽어 보길 바란다. 현실의 고민에서 벗어나 광활한 우주의 이야기 속에 빠져보고 싶은 이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과학이 세상을 구한다. 과학자 만세. 앤디 위어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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