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부모 - 내 안의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셰팔리 차바리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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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지만, 좋은 것이 무엇이냐란 질문 앞에선 아이와 부모의 마음이 다를 때가 많다. 생각해 보면 부모는 어릴 때 느꼈던 결핍감이나 살아오면서 자신에게 중요하다 생각해온 가치관을 기준으로 아이를 대하게 된다. 아이는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잘 할 수 있는 것에 마음이 끌리게 되는데, 부모는 아이를 자신과 동일시하여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자신의 생각을 기준으로 아이를 판단한다. 그들은 아이의 삶을 대신 계획하고 지휘하며 심지어는 살아가기까지 한다.


그러나 아이의 외모나 성격이 부모와 비슷해 보일지라도 아이는 부모와 동일한 존재가 아니다. 저자는 부모란 각각 다른 소명을 타고난 아이들이 그들 각자의 운명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깨어 있는 부모가 됨으로써 우리가 이러한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이어서 이야기한다.


깨어있는 상태라는 것은 우리가 현실적인 문제에 접근할 때 우리 삶이 그저 존재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삶을 통제하려고 하거나 지금과 다른 모습이기를 바라지 않고 그 흐름을 따르기로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p. 99)


이 책에서 말하는 깨어있는 상태란 마음챙김에서 이야기하는 그것과 같았다. 저자는 깨어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길러진 방식에서 기인한 내면의 문제들을 기꺼이 마주하고 해결’(p. 34) 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이 받았던 양육방식을 그대로 아이에게 대물림하게 되며, 오래전 자신의 양육자와의 관계를 현재 아이와의 관계에서 재현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대물림의 고리를 끊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하며, 아이 앞에서 자신의 행동을 열심히 관찰하며 우리의 무의식을 지켜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유난한 고민이나 어려움, 고집, 기질적인 문제를 안고 부모의 삶 속으로 들어오는 이유는 우리가 얼마나 더 성장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아이는 우리가 오래된 감정의 찌꺼기를 발견하고, 심연에 가라앉아 의식하지 못했던 느낌들을 떠올리게 해준다. 결과적으로 우리 내면의 어떤 부분이 더 성장해야 하는지를 알려면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p. 36~37)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이만하면 꽤 괜찮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산산이 깨져버렸다. 육아를 하면서 마음이 힘들어질 때마다 나는 내 안의 부족하고 미성숙한 모습들이 원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아이가 커감에 따라 내 내면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큰 성장의 기회이자 너무도 감사한 선물이었다.




저자는 아이의 존재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고 그 마음을 표현하는 말을 예시로 소개한다. 이 문장들은 오래전의 나에게 필요했던 말들이자, 지금 내 아이에게 들려주고픈 마음속 말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읽으면서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이러한 말을 듣고 자라난 아이는 부모의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어떤 결과물이 아닌 자신의 존재 자체로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아이가 된다. 그로 인해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자랑스럽게 여길 줄 아는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될 것이다.


부모로써 우리의 목표는 아들의 생일파티를 준비한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흠잡을 데 없는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허점투성이인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p. 75)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부모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그 감정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스며들어 정서적인 습관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런 경우 자기가 충분히 세게 반발하면 인생이 자기 뜻대로 될 거라는 망상에 젖어 매 순간 감정을 분출한다.

에고가 이렇게 각인된 사람이 인생의 어떤 단계에서 침체기를 만나 울화가 치민다면 그 분노는 불안감을 감추기 위함이다. 어떤 상황이 감당이 안돼 괴로운 느낌이 들 때 그런 감정이 익숙하지가 않으니, 그들의 에고가 불안감을 분노로 바꿔놓는 것이다. 분노는 우리가 여전히 강하고 통제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강력한 자극제. 역설적이지만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스스로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때 우리는 그저 에고의 포로일 뿐이다. (p. 85)


우리가 이런 드라마를 펼치는 이유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상황에 자신의 과거를 끌어들이는 순간, 우리 안에선 엄청난 불안감이 일어나 극심한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이렇게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는 성급하게 판단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해로운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무엇이라도 하고 있다는 위안을 느끼게 된다. 결국 우리는 감정이 고조된 상태를 결단력 있는 모습으로 착각하여 드라마를 펼치는 것이다. (p. 114)


어떻게 감히 파도가 이렇게 높을 수 있지? 파도라면 당연히 잔잔해야지.”

우리는 이렇게 항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바다를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중략···) 삶은 원래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바다의 파도처럼 그냥 존재할 뿐이다. 인생을 사는 유일한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불안은 우리를 살짝 적시고 지나가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순간 그것은 거대한 쓰나미로 바뀐다. (p. 117)


우리에게 주어지는 삶을 우리의 입맛대로 통제할 수는 없다. 언제 거센 파도가 밀려왔다가 잔잔하게 수그러들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에 대해 좋고 나쁨을 구별짓기보다는 삶을지혜로운 안내자로 바라보며 모든 것을 배움의 기회로 여길 때 비로소 우리는 깨어 있는 사람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게 되고, 마음의 여유 공간 또한 얻게 되어 열린 마음과 바른 판단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게 된다.


가족에게 거부당한 아이는 자라면서 집안의 모든 문제를 떠안게 된다. 심리 치료 전문가들은 이런 아이를 집안에서 환자로 지목된 사람이라고 부른다. 부모가 자신의 그림자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 아이들 중 한 명에게 그 그림자를 투사할 수밖에 없고, 이 아이는 온 집안의 억눌리고 찢긴 감정을 떠안는 쓰레기통이 된다. 간혹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 아이들은 심한 죄책감과 함께 자신들은 본래 나쁜사람이라고 느끼며 자란다. (p. 204~205)


어린 시절은 열매를 맺는 시기가 아니라 씨앗을 뿌리는 시기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어떤 씨앗에 물을 줄지는 아이가 타고난 지혜와 운명에 대한 직감으로 결정할 일이라는 것도 안다. 다시 말하면 깨어있는 부모는 운명에 대한 아이의 직감을 전적으로 믿는다. 깨어있는 삶을 산다는 건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무엇을 하든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실수로부터 배울 줄 아는 용기를 중시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만이 의미 있는 순간임을 아는 것이다. 인생이 한결같고 의욕적이며 지혜로운 스승이라고 믿는 것이다. (p. 219)


우리는 대개 레스토랑에서 함께 외식을 하거나 휴가를 보낼 때 아이와 교감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러나 정서적인 교감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순간은 목욕을 시키거나 식탁에 마주 앉아 있을 때, 또는 버스를 기다리거나 자동차를 함께 타고 있거나 줄을 서서 기다릴 때처럼 평범한 순간들이다. 매일 매 순간 교감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멋진 기회들을 놓치게 된다. (p. 221)


아이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특별해 보이는 순간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보내는 평범한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즐거움으로 채워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육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의 삶을 사는 것이었다.




<깨어있는 부모>는 육아에서 맞닥뜨리는 문제 상황들에 대해 족집게식 솔루션을 주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깨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훈육은 길게 보면 효과가 없다고 말하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 깨어 있는 부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로써 독자들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고 마음의 기초를 제대로 다져 참된 변화를 이뤄내도록 이끌어준다. 우리의 마음속에 숨어 있다가 아이와의 관계에서 불쑥 튀어나오던 어두운 그림자들을 알아차리고, 그것들이 내 마음을 어떻게 조종하고 있는지 깨어 있는 눈으로 바라봄으로써, 건강한 마음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색다른 육아서였다. 아이의 양육을 위해 펼쳤다가 내 마음속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책을 덮었지만, 그 어느 양육서보다도 아이와의 관계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아이를 향한 올바른 태도를 갖춰가는 길은 부모 자신의 내면의 성장과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 책은 올바른 양육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의 변화를 이끌어준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있다. 좋은 부모란 어떤 것인지 고민 중인 이에게, 바른 육아와 내면의 성장 모두를 얻고 싶은 이에게, 그리고 평소 마음챙김이나 알아차림에 관심이 있었던 이에게 이 책 <깨어있는 부모>를 추천하고 싶다.



【 깨어있는 부모가 된다는 건 항상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 (p.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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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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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대학생인 두 청년 토오루와 코우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고등학교 동창인 둘은 현재 유부녀와 만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엄마의 친구인 시후미와 만나는 토오루. 사랑이 아무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빠져드는 것이라 해도, 토오루와 시후미의 관계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함께 생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살아가고 싶은 사람과 살아가겠다며 미래를 위해 내린 그들의 선택은 상당히 이기적으로 들렸다(물론 불륜이라는 것이 시작부터 이기적이긴 하지만…). 혹시 시후미는 언젠가 토오루가 자신을 떠나리라 여기기 때문에 더욱더 양손에 쥔 모두를 놓지 않으려는 것일까.


‘관계를 끝내는 건 이쪽이다라는 자신만의 규칙을 세워 두고,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유부녀를 만나며 육체적 관계를 맺는 또 다른 주인공 코우지 역시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내 눈에만 이들이 과욕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는 건가? 이들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분명히 있음에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만 하는 것 같은데. 아니면 이들은 모두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 관계에 온전하게 마음을 쏟아내지 못하고 비뚤어진 선택을 하는 걸까. 자신이 상처받는 것은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타인에게는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아무리 진실한 마음이라고 해도사랑이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지 않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답게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간다. 주인공들의 앞날이 궁금해 끝까지 읽긴 했지만, 취향에 맞는 내용도 아니고 주인공들의 생각도 공감하기 어려워 썩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니었다. 작가가 그들의 삶에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랬다면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지도..) 그러나 자극적인 소재이기도 하고 매우 잘 읽히는 작품이니,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을 찾고 있거나 복잡한 마음과 현실을 잠깐 떠나고 싶을 때에 읽기에는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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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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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토끼>는 기묘한 이야기들의 모음집이었다. 소설은 저주, 배설물, 월경, 인공지능 로봇 등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기이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환상적인 이미지 덕분에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사실 이 책은 부커상 후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나, 먼저 읽은 이들의 평이 상당히 호불호가 갈려 읽기 전 고민을 조금 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줄곧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좋아했던 나에게 그것은 괜한 걱정이었다. 소설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읽혔고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서울까 봐 걱정도 했었지만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내게도 부담 없이 읽히는 수준이었다.


어둡고 묘한 불쾌감을 주는 작품의 분위기 때문에 이 소설집은 장마철인 지금의 시간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느끼며 술술 책장을 넘기다가도 어떤 부분들에선 마음이 상당히 불편해지기도 했는데, 이는 각각의 작품마다 무언가를 빗대어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불편한 마음은 여운이 남아 쉽게 잘 읽히는 문장과 스토리임에도 각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환상적이고 기묘한 이야기들에 관심이 있다면, 어디에서 펼치더라도 금세 빠져드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그리고 어둡고 습한 지금의 계절과 잘 어울리는 단편 소설집을 찾고 있다면 이 책 <저주토끼>를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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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 - 700만 년의 역사가 알려주는 궁극의 식사
NHK 스페셜 <식의 기원> 취재팀 지음, 조윤주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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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식품 분야는 유행이 바뀌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다. 분명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고 했는데 어느샌가 그게 아니었다는 말도 들리고, 천시 받던 식품이 한순간에 스타가 되기도 한다. 건강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만든 지난 2년 반의 시간에 더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광고 아닌 광고로 전해지는 정보가 많아 소비자들은 이런 흐름에 쉽게 휩쓸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책의 저자 NHK 스페셜 <식의 기원> 취재팀은 건강에 좋은 음식은 유행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음식이 아니다’(p. 6) 라고 주장하며, 이런 시끄러운 유행에서 벗어나 탄수화물, 소금, 지방, , 미식이라는 5가지 주제를 놓고 인류 진화사에서 살펴본 이상적인 식사를 연구’(p.7) 하였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현 인류의 건강한 식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제별로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만 소개하려 한다. 먼저 이 책의 제목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꺼내 본다. 이 책에 따르면, 나무 위에서 생활하던 원시 인류는 700만 년 전 환경의 변화로 숲이 좁아지고 주식인 나무 열매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나무 밑으로 내려와 생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인류의 골반은 직립보행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였기 때문에, 사냥이 어려워 주로 나무 열매와 땅속줄기를 통해 녹말을 섭취하며 생활했다고 한다. 그러다 불을 이용해 녹말을 함유한 식재료를 구워 먹기 시작하면서 포도당을 대량으로 섭취하게 되었고, 이는 뇌의 거대화뿐만 아니라 장이 짧아지고 골반이 작아지는 변화를 이끌어 원시 인류의 달리기 능력 또한 발달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먹거리의 종류와 조리법에 생겨난 약간의 변화가 인류에게 엄청난 발전을 가져다주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소의 먹이로 무엇을 먹였느냐에 따라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의 비율이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책에서는 곡물 원료를 먹인 소는 오메가 3와 오메가 6의 비율이 1:8 ~ 1:10 정도였는데, 목초를 먹인 소는 그 비율이 1:2 정도로 이상적인 상태였다고 한다. 인간에게도 이 두 지방산의 비율을 적정하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고기를 먹을 때 어떤 사료를 먹였냐 또한 고려하여 선택해야겠구나 싶었다.


방송 프로그램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 책 속 내용이 마치 영상을 시청하듯 편안하게 읽혔다. 우리가 왜 지금의 입맛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먹거리와 식문화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진화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또한 이것은 지금 우리의 식생활이 우리를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으로도 이어져, 매일의 작은 선택들이 우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고, 그렇기에 더욱더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마음 또한 불러일으켰다.


원시 인류의 식생활이 궁금하거나, 인류의 진화사 속에서 찾아낸 건강한 식생활의 비결을 알고 싶다면 이 책 <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를 읽어 보길 추천한다. 이 책은 흥미롭고, 재미있고, 유익하기까지 하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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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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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식물을 수동적인 존재로만 생각해왔다. 집 안에서 키우는 식물이 벌레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볼 때면 특히나 더 그런 생각이 강해졌다. 그들은 외부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를 지켜 내기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책 <식물의 은밀한 감정>을 읽어보니 내 생각과는 달리 식물들은 자신이 받는 공격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책에서는에필라크나 운데침노타타라는 무당벌레와 호박의 싸움을 소개하며, 공격을 감지하면 탄닌을 내뿜으며 자신의 잎을 지키는 호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카시아가 단체로 독성을 품어 트란스발의 쿠두(영양의 일종)들을 죽게 만든 일, 옥수수가 포식자를 죽이기 위해 포식자의 천적을 부르는 일, 빈대가 들끓는 곳에서 베어 온 나무로 만든 신문지 위에서 태어난 빈대 유충들이 성체가 되기 전에 모두 죽었다는 이야기 등 저자는 놀라운 이야기를 풀어 내며 식물들의 무서운 반격을 보여주었다.


책에서는 이 외에도 우리가 잘 몰랐던 식물들의 놀라운 능력과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가 가득 소개된다. 자신의 잎을 불태우려 하는 사람의 의도를 읽어내는 식물의 이야기나 번식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짜내는 식물의 영리함 등 저자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주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물을 제때 주지 못했을 때나 통풍을 소홀히 했을 때마다 식물들이 나에게 원한을 품었던 것은 아닐까 싶어 괜스레 겁이 나기도 했고, 이렇게나 능동적인 존재들인데 실내의 화분 속에 살게 하여 얼마나 갑갑했을까 싶어 미안하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너무나 당연하게 인간을 최종 꼭대기에 서 있는 생물로 생각했으나, 이 책 덕분에 이제는 우리 집 식물들과 내가 같은 눈높이에서 마주하고 있는 하나의 생물 대 생물의 관계로 느껴진다.


<식물의 은밀한 감정>은 식물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에 더불어 사이사이 실려있는 깔끔하고도 선명한 식물 일러스트와 소설가인 저자의 표현까지 더해져 좋은 인상을 남긴 책이다. 현재 반려 식물을 기르고 있거나, 식물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 보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식물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이 이전과 달라질 것이고, 그에 따라 식물을 향한 자신의 행동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겨나리라 장담한다. 나의 경우에는.. 자꾸만 식물들에게 말을 걸게 되었다.



이 글은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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