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 하버드 심리학자와 소아정신건강전문의가 밝혀낸 불화에 대한 혁명적 통찰
에드 트로닉.클로디아 M. 골드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5월
평점 :
저자는 ‘무표정 연구’라는 부모와 아기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로부터 그들이 상호작용의 불일치를 보이는 시간이 평균 70 퍼센트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런 불일치가 가져오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복구 과정을 거치며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나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대개 좋은 관계를 떠올릴 때면, 둘 사이에는 항상 좋은 분위기가 흘러야 하고, 서로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그 사이에는 작은 불화가 끼어들 틈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이상화할수록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 마찰은 더욱 힘들게만 느껴지고, 때로는 중요한 사람과 이런 이상적인 관계를
쌓지 못해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앞서 소개한 자신의 연구를 근거로 이러한 우리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주고,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 우리가 지극히 정상임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 준다. 또한 불화를 겪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관계가 더욱 견고해지고 우리의 마음도 더욱 건강해짐을 보여준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아기들은 태어날 때부터 ‘환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p. 69)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아기는
주 양육자와의 불일치를 경험하게 되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여 불일치를 바로잡게 되며, 이러한 경험의
누적은 ‘세계와 희망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낙관적인 기대’, 그리고 ‘회복탄력성’의 발달로 이어지게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생애 초기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불일치와 복구의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관계 패턴이 형성되고, 이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리고
어릴 때 이런 경험이 부족했더라도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과 불일치 복구의 경험을 반복하게 되면 얼마든지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전형적인 불일치-복구 과정을 경험한 아기는 “내가 상황을 바꿀 수 있어”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지닌 사람으로 발달한다. 아기든 어른이든 관계에서 불일치를 거쳐 복구로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해본 사람들에게는 앞서 정의한
행위 주체성, 즉 자신이 인생에 대한 통제권과 세상 속에서 실질적으로 행동할 힘을 갖고 있다는 의식이
생긴다. 이런 사람들은 긍정적 정서 중심으로 무장한 채 희망적 감정을 품고 새로운 상황에 다가선다. 그러나 완벽함만을 기대한다면 자신과 타인의 경계선을 맞부딪치며 좋지 않은 순간을 거쳐 좋은 순간으로 나아가는
성공을 놓치게 된다. 】 (p. 103)
【 그만하면 괜찮은 엄마는 필요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을 처리하는 아기의 능력이 발달함에 따라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함으로써 아기의 건강한 발달을 촉진한다. 하지만 ‘너무 좋은 엄마’는
노심초사하며 완벽해지고자 노력하다가 오히려 불일치와 복구를 통한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p.
114)
최근 읽었던 오은영 박사님의 책에서 지나치게 허용적인 부모는 아이의
좌절 경험을 차단시켜 좌절에 취약한 아이로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았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그 내용이 다시 떠올랐다. 아이가 겪는 좌절 경험은 이 책에서 말하는 불일치 복구 경험과 비슷한 의미인
것 같았다.
【 복잡한 사회적 환경을 헤쳐나가며 순간순간의 미세한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이 크고 작은 모든 역경을 딛고 훨씬 더 큰 힘과 이해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의 알맹이를 지니게
된다. 자신에게 불일치를 헤쳐나갈 능력이 있음을 깨달을 때 회복 탄력성이 자라난다. 회복 탄력성이란 최초의 관계에서 시작해 평생 이어지는 불일치를 복구해가는 동안 점점 커지는 일종의 근육 같은
것이다. 】 (p. 206)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그러한 일로 고민에 빠지고 힘들어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에 더욱 빠져들어 읽게 되었다. 이전까지의 나는 관계 속에서 겪는 갈등은 웬만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읽은 뒤로는 갈등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며 갈등은 관계를 단단히 하고 건강한 내면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로 인해 이 책은 요즘 흔히 보이는 가벼운 위로를 담은 책들보다
더 내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었고, 지금의 나를 한결 편안하게 바라보도록 이끌어 주었다.
<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는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내 마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꿈으로써 보다 편안해지도록 만들어주는 책이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마음이 힘들었던 사람, 특히 어릴 적 겪었던
불행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이에게 이 책을 권해보고 싶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