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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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오래된 동네의 골목길을 걷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오래된 골목길들은 좁고 울퉁불퉁해 불편하긴 해도 굽이진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어디에서 갈림길이 나올지 알기가 어려워 예상치 못한 궁금함과 설렘을 가지고 걸을 수 있어 즐겁다. 거기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모습의 옛 골목에선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상상에 빠지는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오래전 이 골목은 어떤 색과 소리로 채워져 있었을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등등. 나는 그동안 오래된 골목길을 좋아하는 것을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내 취향에도 이유가 있었단 걸 알게 되었다.


건축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혔다. 이는 머리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자가본능과 상식적인 선에서 건축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은 공간과 건축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들을 좀 더 밝고 선명하게 이해하도록 만들어주었다. 적당히 지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책이어서 매우 만족스럽게 읽었다. 왜 저자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는지 이해가 갔달까. 대체 왜 나는 이런 재밌는 책을 오래 묵혀 두기만 했었을까.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관심이 간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공간, 특히 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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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의 다이어리
리처드 폴 에번스 지음, 이현숙 옮김 / 씨큐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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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 JC처처는 부드럽고 달달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직업과는 달리 매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형의 죽음, 부모님의 이혼, 어머니의 정신 질환과 그로 인한 학대 경험 등.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겪었던 여러 불행들로 인해 학창 시절 또한 외톨이로 지내다 열여섯에 집까지 나오게 되었다. 다행히 친절한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간 그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이루게 된다. 그런데 문단의 인정과 상업적인 성공까지 모두 이뤄낸 그였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외로워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2주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머니는 오래전 집을 나간 아들에게 재산을 남겼다고 했고, 그는 남겨진 일을 정리하기 위해 스케줄을 미루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예기치 못했던 일들을 겪게 된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주인공은 자신이 기억하던 과거와 진실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에게 일어난 가혹한 현실에 지쳐 원망만 가득했던 마음에서 벗어나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쪽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그늘져 있던 그의 마음도 조금씩 빛을 되찾게 된다. 용서하고 흘려보내는 것고통받고 상처 입은 이에게 이는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을 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노엘의 다이어리>는 가족 간의 관계 회복과 러브 스토리가 섞여 있는 따뜻한 느낌의 소설이었다.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스토리여서 꽃 피는 봄날보다는 겨울에 만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화도 결정되었다고 하니, 영화를 볼 계획이 있다면 원작 소설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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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엘리베이터 4 : 우주 - 라인프렌즈 지식그림책 매직 엘리베이터 4
황시원.한고은 지음, 도니패밀리 그림, 황신영 감수 / 아울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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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매직 엘리베이터 날씨 편에 이어 이번에 만나본 주제는우주였다. 우리 아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다. 밤하늘의 별과 한낮의 태양, 미디어와 책에서 보았던 행성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궁금증이 많은 아이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평소 우주 공간에 흥미가 많았던 아이는 지난번 읽었던 날씨 편보다 우주 편을 더욱 반가워했다.







이번 편에서는 라인 프렌즈 친구 중 토끼 캐릭터코니가 우주인으로 선발된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코니가 우주로 떠난 날, 라인 프렌즈 친구들은 라인 아파트 옥상에서 천체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고는 집으로 내려가다가 갑작스레 매직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게 되면서 우주여행을 떠나게 된다. 매직 엘리베이터를 통해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친구들은 우주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게 된다.



책에서는 태양과 태양계 행성에 대한 기본 정보, 달의 모양이 바뀌는 이유, 천체 망원경에 대한 설명 등 우주와 관련된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그 사이사이에 우주에 가면 키가 커진다?’, 수성에서는 하루가 59일이다?’ 등의 흥미로운 질문들을 심어 두어 아이의 호기심을 계속해서 자극했다. 아이는 지난번날씨편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 역시 몇몇 용어들에 대해 조금 어려워하긴 했지만, 평소 날씨보다는 우주에 좀 더 관심이 있었고 관련된 책도 좀 더 읽어서인지 날씨 편보다는 수월하게 이해하고 넘어갔다.



<매직 엘리베이터 - 우주>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 적당한 수준이다. 우주 공간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면, 귀엽고 친숙한 캐릭터가 나오는 재미있는 과학 그림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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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엘리베이터 5 : 날씨 - 라인프렌즈 지식그림책 매직 엘리베이터 5
황시원.한고은 지음, 도니패밀리 그림, 황신영 감수 / 아울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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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궁금한 것이 많아 질문이 쏟아지는 아이에게 그때그때마다 적절한 답을 주기란 어려웠다. 그래서 아이의 넘치는 궁금증에 미리 대비할 겸 아이의 나이와 수준에 맞는 학습서를 발견할 때마다 읽어보려고 하는 편이다. 이번에 만난 매직 엘리베이터 시리즈는 라인 프렌즈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주제별로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매직 엘리베이터 클럽, 줄임말로매직 엘리 클럽이라고도 부르는 이 모임은 의문의 남자 엘베르토와 함께 매직 엘리베이터를 타고 궁금한 주제를 찾아 모험하며 궁금증을 해결하는 모임이다. 라인 아파트에 모여 사는 라인 프렌즈 친구들은 이 매직 엘리베이터를 통해 다 함께 호기심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게 된다.



매직 엘리베이터 시리즈는 인체, 곤충, 공룡, 우주, 날씨 편까지 출간되어 있는데, 아이와 나는 이중에서 가장 먼저날씨편을 읽어보았다. 책에서는 날씨와 기후의 차이점부터 시작하여 천둥과 번개가 치는 이유, 비가 내리는 과정과 물의 순환, 구름의 종류, 계절이 변하는 이유 등에 대해 차례로 이야기한다. 우리 아이는 아직 미취학 아동이어서 책에서 설명하는 개념 중 몇몇 용어(예를 들면 등압선, 한랭 전선, 고적운 같은 용어들)를 어렵게 느끼기도 했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과학적 설명에도 흥미를 잃지 않고 책을 읽어 나갔는데, 이는 아무래도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들에 대한 설명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매직 엘리베이터>는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의 아이라면 수준에 맞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과학적 호기심이 풍부한 아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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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먼 커포티 선집 3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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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한테 이름이 없어서 약간 불편하긴 해요. 하지만 난 이 고양이에게 이름을 줄 권리가 없어요. 얘는 누군가의 것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우리는 어느 날 그저 강가에서 마주친 거나 다름없죠. 서로의 소유가 아닌걸요. 얘는 독립적인 존재이고 나도 그래요. 난 나와 이런저런 것들이 함께 있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는 아무것도 갖고 싶지 않아요. 그런 곳이 어디 있을지는 아직 확실히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런 곳이 어떨지는 알아요.” (p. 55~56)


얼굴에 큰 상처를 가진 길고양이를 마주치자 홀리는 그 모습에서 자신의 마음속 상처를 떠올렸던게 아닐까. 고양이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한 홀리는 그래서 그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그녀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가벼운 삶을 살고 있다고 믿었지만, 자신을 닮은 고양이를 놓아주던 날 자신이 여전히 무언가를 속하고 속해지는 삶 속에 있었다는 걸 확인하게 되면서 마음이 무너져 내렸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홀리가 정착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상처받기 싫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 보다는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소설을 읽으면서 왜인지 <위대한 개츠비>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소설의 일본어판 번역자는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하는데, 그는 이 작품에 대해 날카로우면서도 전혀 낭비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문장력에 매번 감탄하고 말았다.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질리는 법이 없었다.” 고 하며, 스물 아홉이 될 때까지 소설을 쓰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로, 자신은 아무리 해도 커포티처럼 쓰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p. 165,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라고 고백했다고도 한다.


나는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이 소설과 영화는 캐릭터 설정 및 스토리가 조금 다르다고 한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원작 소설로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트루먼 커포티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하는 작가라고 하니 하루키 덕후에게도 추천해 보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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