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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리커버)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3월
평점 :
【 현실에서 도망쳐 시간을 달리고 싶었던 여자애는 이제 달리기를 그만뒀다.
지금, 살아 있는 순간을 느끼며 천천히 걷기로 했다. 여전히
쉽진 않지만 조금은 알 것 같다. 그저 불행하기만 한 삶은 없다. 살다
보면 불행한 순간도, 슬픈 순간도, 행복한 순간도, 마음을 울리는 순간도 만나게 된다. 그 순간들로 채워진 시간이 나를
만들었다. 】 (p. 20)
【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거였다. 이는 마치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엔 길이 없다. 다니는 사람이 많다 보니 길이 된 것이다.”
그때 나는
길을 찾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그냥 걸어가는 것이 내가 할 일, 내가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 (p. 158~159)
【 한때 아프게 글 쓰던 시기를 보내며 알게 된 것이 있다. 모든
이야기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미워하고 좋아했던 슬퍼하고 행복했던 내가, 진짜 나였다. 나빴고 아팠던 이야기도 모두 나의 것,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었다. 그리고 그런 글을 읽고 끄덕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비로소 내 슬픔은 따뜻해졌고 내 아픔은 빨간 약이 되었다. 】 (p. 245)
넘쳐나는 가벼운 에세이집에 싫증을 느끼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큰 기대 없이 펼쳤던 책이었지만, 글의 표현과 분위기가 생각 이상으로
좋았고 오랜만에 마음을 흔드는 글귀들도 발견하게 되어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차분히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에는 은은한 슬픔이 배어 있었다. 가라앉은 마음으로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샌가 슬쩍 눈물이 고이기도 하다가, 또 어느 때는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면서, 문득 지금
곁에 없는 누군가가 막 그리워지기도 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산다고 생각했던 이의 이야기에서 이상하게도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된다. 그것이 솔직한 글이 가진 매력일까. 언제부턴가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말들을 꺼내는 것이 힘들다는 고민을 가져왔던지라 저자의 이야기 중에서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부분과 솔직함을 담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분이 특히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이 책 덕분에 그동안 짧은 리뷰 앞에서도 종종 머뭇거리다
다시 삼켜 버렸던 내 마음속 말들을 다시 불러 모아보고, 나를 막아서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픔을 아는 이의 눈에는 다른 이의 상처가 더 잘 보이는 것이겠지.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동안 놓치고 지나쳤던 다른 이들의 가려진 마음에
한 번 더 눈길이 가고 귀를 기울여보게 된다.
오랜만에 만족스럽게 읽은 에세이집이었다. 솔직하게 풀어놓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내 마음을 더 들여다보게 되었고, 내
주변을 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차분한 슬픔이 깔린 분위기의 글을 좋아한다면, 머무르고 싶은 글귀가 많은 감성 에세이집을 찾고 있다면 이 책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를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