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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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예상되던 날. 보스턴의 추리 소설 전문 서점올드데블스는 궂은 날씨에도 문을 열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서점은 조용하기만 했고, 서점 주인맬컴 커쇼는 일찍 문을 닫으려던 차에 갑작스럽게 FBI 요원멀비의 방문을 맞이하게 된다.



멀비 요원은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밀며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그것은 맬컴이 오래전 올드데블스 서점 블로그에 올렸던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제목의 글로, 거기에는 그가 완벽한 살인이라고 생각하는 추리 소설 목록이 적혀 있었고, 멀비는 그동안 일어났던 범죄들이 이 소설들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누군가 내 리스트를 읽고 그 방법을 따라 하기로 했다는 겁니까? 그것도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죽이면서요? 그게 당신 가설인가요?”

멀비 요원이 입술을 쭉 내밀자 원래 창백했던 입술이 한층 더 창백해졌다. 그녀가 말했다. “터무니없는 말로 들리는 거 아는데······.”

아니면 내가 그 리스트를 작성하고 직접 실행해보기로 했다고 생각합니까?” (p. 33)



범인은 대체 왜 맬컴의 소설 목록을 활용하여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맬컴은 이 사건들과 정말 아무 관련이 없을까? 그리고 FBI 요원 멀비는 이 사건들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이야기가 점점 무르익자 이 소설에 숨겨진 비밀과 반전을 캐내고 싶다는 마음이 강력히 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내용에 더욱 집중하며 단서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소설은 맬컴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이미지가 매우 잘 그려지는 소설이고, 소설의 시작부터 갈등과 궁금증이 쏟아지기 때문에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중반 이후부터는 진범이 어느 정도 짐작되긴 했지만, 어떠한 결말에 도달하게 될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 소설은 곳곳에 보이지 않는 커브길을 심어 두어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또한 소설의 결말도 캐릭터의 성격상 충분히 납득이 가도록 풀어냈고, 이것이 소설의 균형을 잡아 주어 만족스러웠다. 몰입도만 따지자면 저자의 이전 작품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좋았지만, 내 취향에는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 훨씬 더 잘 맞았다. 나에게는 너무 불쾌하지 않게 묘사되는 장면들(잔인한 장면은 싫어함), 서점을 배경으로 했고 다양한 추리 소설이 언급된다는 점, 적당한 반전과 균형 잡힌 스토리가 매력 포인트였다.



이 소설에선 다양한 추리 소설 작품이 언급되고 작품 속 트릭이나 설정이 활용되기 때문에, 추리 소설 매니아라면 특히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이라면, 또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인상 깊게 읽은 이라면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또한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이 읽고 싶어진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스릴러 · 추리 소설을 찾고 있는 이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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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쟁이 사과와 잔소리 할머니 제제의 그림책
휴 루이스-존스 지음, 벤 샌더스 그림, 김경희 옮김 / 제제의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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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심술쟁이 초록 사과가 주인공이다. 이 사과는 왜 심술이 난 걸까. TV 프로그램 속 금쪽이들을 보아도 그렇고 우리 아이를 키우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아이들은 이유 없이 심술을 부리지 않는다. 아이의 말을 들어보면 (어른들의 기준과는 조금 다르더라도) 자기만의 생각이 있고 이유가 있다. 이 그림책 속 심술쟁이 사과 역시 그러했다.


사과 마을의 잔소리 할머니는 심술쟁이 사과에게 마을의 여러 모범 사과들을 소개하며 그들을 따라 모범적인 행동을 하라고 잔소리를 한다. ‘사과라면 모름지기 이래야지라는 말에 있는 대로 뿔이 난 심술쟁이 사과는 할머니의 말씀대로 착한 사과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어른들에게 잔소리를 듣는 아이의 입장을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당연히 알려주고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일부 잔소리 중에는 그렇지 못한 것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이 그림책은 알려주고 있었다. 심술쟁이 초록 사과는 그저 수많은 사과들 중 하나가 아닌 유일한 나로 존중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을 심술로 표현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것은 자라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와닿는 이야기였다. 꼭 정해진 기준대로만 삶을 살아야 하고, 맞춰진 선에서 벗어나면 잘못된 것인가. 이 책은 그것에 대한 답을 마지막 부분에 실어 두었다. 어린이들 그림책이 이렇게 끝나나 싶어 조금 놀랍기도 했고, 어떤 면에서는 통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결말이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흔히 보이는 교훈적인 내용이 아니라서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심술을 부리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재미있는 그림책을 찾는 사람에게 <심술쟁이 사과와 잔소리 할머니>를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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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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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오래된 동네의 골목길을 걷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오래된 골목길들은 좁고 울퉁불퉁해 불편하긴 해도 굽이진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어디에서 갈림길이 나올지 알기가 어려워 예상치 못한 궁금함과 설렘을 가지고 걸을 수 있어 즐겁다. 거기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모습의 옛 골목에선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상상에 빠지는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오래전 이 골목은 어떤 색과 소리로 채워져 있었을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등등. 나는 그동안 오래된 골목길을 좋아하는 것을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내 취향에도 이유가 있었단 걸 알게 되었다.


건축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혔다. 이는 머리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자가본능과 상식적인 선에서 건축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은 공간과 건축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들을 좀 더 밝고 선명하게 이해하도록 만들어주었다. 적당히 지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책이어서 매우 만족스럽게 읽었다. 왜 저자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는지 이해가 갔달까. 대체 왜 나는 이런 재밌는 책을 오래 묵혀 두기만 했었을까.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관심이 간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공간, 특히 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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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의 다이어리
리처드 폴 에번스 지음, 이현숙 옮김 / 씨큐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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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 JC처처는 부드럽고 달달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직업과는 달리 매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형의 죽음, 부모님의 이혼, 어머니의 정신 질환과 그로 인한 학대 경험 등.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겪었던 여러 불행들로 인해 학창 시절 또한 외톨이로 지내다 열여섯에 집까지 나오게 되었다. 다행히 친절한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간 그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이루게 된다. 그런데 문단의 인정과 상업적인 성공까지 모두 이뤄낸 그였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외로워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2주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머니는 오래전 집을 나간 아들에게 재산을 남겼다고 했고, 그는 남겨진 일을 정리하기 위해 스케줄을 미루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예기치 못했던 일들을 겪게 된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주인공은 자신이 기억하던 과거와 진실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에게 일어난 가혹한 현실에 지쳐 원망만 가득했던 마음에서 벗어나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쪽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그늘져 있던 그의 마음도 조금씩 빛을 되찾게 된다. 용서하고 흘려보내는 것고통받고 상처 입은 이에게 이는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을 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노엘의 다이어리>는 가족 간의 관계 회복과 러브 스토리가 섞여 있는 따뜻한 느낌의 소설이었다.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스토리여서 꽃 피는 봄날보다는 겨울에 만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화도 결정되었다고 하니, 영화를 볼 계획이 있다면 원작 소설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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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엘리베이터 4 : 우주 - 라인프렌즈 지식그림책 매직 엘리베이터 4
황시원.한고은 지음, 도니패밀리 그림, 황신영 감수 / 아울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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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매직 엘리베이터 날씨 편에 이어 이번에 만나본 주제는우주였다. 우리 아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다. 밤하늘의 별과 한낮의 태양, 미디어와 책에서 보았던 행성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궁금증이 많은 아이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평소 우주 공간에 흥미가 많았던 아이는 지난번 읽었던 날씨 편보다 우주 편을 더욱 반가워했다.







이번 편에서는 라인 프렌즈 친구 중 토끼 캐릭터코니가 우주인으로 선발된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코니가 우주로 떠난 날, 라인 프렌즈 친구들은 라인 아파트 옥상에서 천체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고는 집으로 내려가다가 갑작스레 매직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게 되면서 우주여행을 떠나게 된다. 매직 엘리베이터를 통해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친구들은 우주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게 된다.



책에서는 태양과 태양계 행성에 대한 기본 정보, 달의 모양이 바뀌는 이유, 천체 망원경에 대한 설명 등 우주와 관련된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그 사이사이에 우주에 가면 키가 커진다?’, 수성에서는 하루가 59일이다?’ 등의 흥미로운 질문들을 심어 두어 아이의 호기심을 계속해서 자극했다. 아이는 지난번날씨편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 역시 몇몇 용어들에 대해 조금 어려워하긴 했지만, 평소 날씨보다는 우주에 좀 더 관심이 있었고 관련된 책도 좀 더 읽어서인지 날씨 편보다는 수월하게 이해하고 넘어갔다.



<매직 엘리베이터 - 우주>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 적당한 수준이다. 우주 공간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면, 귀엽고 친숙한 캐릭터가 나오는 재미있는 과학 그림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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