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50년경, 갑작스럽게 지구를 뒤덮기 시작한더스트라는 물질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가 파괴되고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고통받고 죽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인류는 무너진 것들을 일으켜 세웠고 새로운 평화를 되찾게 된다. 소설은 지구가 재건의 시기를 거친 2129년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 더스트 생태연구센터에 보내진 식물 샘플. ‘모스바나라고 불리며악마의 식물이란 별칭을 가진 이 식물은 더스트 시대에 번성하다가 근래에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자취를 감추었는데, 최근 특정 지역에서 이상 증식 현상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극한의 환경을 지나 평화를 되찾은 지금, 이 식물은 왜 다시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모스바나라는 의문의 식물과 푸른빛의 관계, 이희수라는 사람의 정체와 행방, 더스트 시대에 대한 호기심과 프롤로그에서 들려준 사람들의 뒷이야기까지. 소설은 초반부터 궁금한 점들이 계속 흘러나와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건 생존과 번식, 기생에 특화된 식물이지요. 더스트 시대의 정신을 집약해놓은 것 같다고 할까요. 악착같이 살아남고, 죽은 것들을 양분 삼아 자라나고, 한번 머물렀던 땅은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한자리에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멀리 뻗어나가는 것이 삶의 목적인······ 그 자체로 더스트를 닮은 식물이지요.” (p. 106)



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한 답답한 하늘을 보고 있던 어느 날, 인류의 종말이 미세먼지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소설 속더스트가 공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고, 팬데믹을 겪고 있어서인지 세계적 재난 상황을 그려낸 이야기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오직 생존만이 목적인 시대. 여차하면 맞이하는 개인의 종말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덕적 가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인간에게 살아남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소설은 재미있는 스토리와 함께 철학적인 고민도 넌지시 던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이 작품은 대부분이 기계로 교체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의 마음이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지 그리고 인간적인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도록 만들기도 했고, 식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에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다른 종들을 내려다보는 오만한 인간의 생각을 반성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돔을 없애는 거야. 그냥 모두가 밖에서 살아가게 하는 거지. 불완전한 채로. 그럼 그게 진짜 대안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 똑같은 문제가 다시 생길 거야.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뭔가를 해야 해. 현상 유지란 없어. 예정된 종말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해서 벌이는 것 자체가 우리를 그나마 나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거야.” (p.277)



이제 아영은 이곳에 있었을 누군가의 안식처를 그려볼 수 있었다.

해 지는 저녁, 하나둘 불을 밝히는 노란 창문과 우산처럼 드리운 식물들. 허공을 채우는 푸른 빛의 먼지. 지구의 끝도 우주의 끝도 아닌, 단지 어느 숲속의 유리 온실.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깊도록 유리벽 사이를 오갔을 어떤 온기 어린 이야기들을. (p. 385)



. SF 소설이 이렇게나 아련할 일인가. 이번에도 김초엽 작가님 덕분에 머나먼 세계로 흥미로운 여행을 즐기고 돌아왔다. 예상외로 식물이 주연급으로 등장하여 더욱 즐겁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재난과 관련된 SF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김초엽식 감성이 녹아 있는 흥미진진한 SF 소설을 찾고 있다면 <지구 끝의 온실>을 추천하고 싶다.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도 들리던데, 더스트 시대, 모스바나, 프림 빌리지와 온실을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매우 궁금하고 기대된다.




온실의 모순성을 좋아한다. 자연이자 인공인 온실. 구획되고 통제된 자연. 멀리 갈 수 없는 식물들이 머나먼 지구 반대편의 풍경을 재현하는 공간.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 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p. 389, 『작가의 말』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자암기박사 1 - 읽으면 저절로 외워지는 기적의 암기공식 - 주요 기관 한자 시험 대비, 한자 3박사 연상 암기 훈련 유튜브 영상 제공 한자암기박사
박원길.박정서 지음 / 시대고시기획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시절 교양 과목을 마지막으로 한자 공부는 끝이었다. 언제나 부족하다 생각했던 한자 실력에 공부를 해볼까 싶었던 적은 여러 번 있었고 심지어 책까지 샀음에도 공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다 최근 아이가 한자를 하나 둘 익혀가며 재밌어하는 모습에 나도 다시 공부해 볼까 하는 마음이 일었고, 새로운 책과 함께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해 보고 싶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한자 암기 박사> 5번째 개정판으로, 좀 더 보기 수월하도록 배열 순서를 바꾸거나 실생활 및 시험 출제 빈도가 높은 어휘 위주로 싣는 등 몇 가지 부분이 보완되어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번에 만난 책은 이 시리즈로 출간된 두 권의 책 중 1권으로, 여기에는 400개의 그룹으로 묶인 총 1,817자의 한자를 소개한다.


오래전 학창 시절에 이 책을 알았더라면 한자 공부를 쉽고 재미있게 했을 텐데 싶어 책장을 넘길수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단순히 글자의 음과 뜻, 획만 외우며 공부할 때는 헷갈리기도 하고 공부 자체도 지루하게만 느껴졌는데, 책에서 소개하는 3박자 연상 학습법으로 한자를 익히니 각 글자가 왜 그런 형태와 뜻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가 쉬워 외우기도 편하고 다시 기억을 떠올리기에도 수월했다. 또한 글자가 가진 의미를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는 기회도 되어 좋았다.


<한자 암기 박사>는 한자 공부가 필요한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었다. 물론 한자 공부를 다시 하고자 하는 성인들이 보기에도 좋다. 이 책은 함께 공부하면 좋은한자 쓰기 훈련 노트’(별도 구매)도 있다고 하니 함께 구매해 공부하면 효과가 더 클 것 같다. 또한 책 속 QR코드를 이용하거나 유튜브에서한자암기박사를 검색하면 영상 강의로도 공부할 수 있어 보고 듣는 공부가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아씨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10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 세계문학 전집에서 내 선택을 번번이 비껴가던 책이 바로 <작은 아씨들>이었다. 단순해 보이는 제목에서도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자매들의 이야기인 듯 보이는 스토리에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많이 흐른 어느 날, 남편이 어릴 때 이 작품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고 좋아했다는 말을 듣고는 (드디어) 관심이 생겨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작은 아씨들>은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로 구매했던 이유는 김지혁 작가의 일러스트가 실려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 이 시리즈의 <빨간 머리 앤>을 재미있게 읽었고, 특히 김지혁 작가의 일러스트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같은 시리즈의 책을 고르게 되었다.


소설은 예상대로 자매들의 이야기였다. 과거의 부유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예쁘고 착한 첫째 메그, 책을 좋아하는 활발한 성격의 둘째 조, 수줍음이 많은 천사 셋째 베스, 조금 이기적인 구석이 있는 귀여운 막내 에이미. 그리고 그들의 다정한 어머니까지. 풍족하지는 않지만 화목함이 넘치는 가족의 이야기였고, 따뜻함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아이가 있어서인지 네 자매의 이야기 중에서도 아이들의 성장, 양육과 관련된 쪽으로 관심이 쏠렸는데, 특히 네 자매의 어머니인 마치 부인의 온화하면서도 선이 분명한 태도를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일러스트를 좋아한다면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로 <작은 아씨들>을 만나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책을 찾고 있거나 따뜻함이 담뿍 담긴 소설을 찾는 이에게도 이 작품을 권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렌드 코리아 2022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2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2년은 코로나 사태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의 원년Post Pandemic Paradigm, Year One이 될 것이다. 미국의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부회장 로렌 페이델퍼드는 코로나19는 타임머신 역할을 했다. 2030년을 2020년으로 가져왔다고 말한 바 있다. 한층 더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 속에서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 2022년이 될 것이다. ( ··· 중략 ··· ) 잡아먹느냐, 잡아먹히느냐의 치열한 전장戰場이 될 2022, 우리의 함성이 호랑이처럼 포효하느냐 고양이 울음에 그치느냐는 이러한 코로나 이후의 트렌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다. (p. 10~11)



언제부턴가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한 해의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들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서점에서 신년의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을 발견하게 되면, 올해도 다 지나갔구나싶은 생각이 든다. 이번 2022년 편 역시 21년의 마무리용으로 읽으려고 했으나, (핑계지만) 시간에 쫓겨 3월이 되어서야 손에 쥐게 되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2>는 구성 면에서 이전과 다른 변화가 있었는데, 그것은 이번 해부터 책의 앞부분을 차지하던 ‘10대 키워드 회고 부분이 빠지고 작년의 한국 소비 시장을 5개 테마로 나누어 분석해 보는 부분이 새로 생겨났다는 점이다. 이 부분 덕분에 전년도의 키워드만을 회고하던 것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매일의 삶에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들을 깔끔하게 분류·분석된 글로 다시 보니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더 높아지는 것 같았다. 또한 각 트렌드 키워드에 대한 쉬운 설명과 함께 각각의 현상들에 대한 전망과 시사점까지 이어서 이야기해 주니 책 속 내용들 중 어디에 포커스를 두고 각자에게 적용해 보면 될지 짚어주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대한민국의 2021년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빠뜨리고는 생각할 수 없었고, 2022년의 전망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는 모두에게 엄청난 재난이었지만,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발 빠르게 변화한 누군가에게는 큰 기회가 되어주었다. 2022년의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남들보다 한 발 먼저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에 대비하고 싶다면 <트렌드 코리아 2022>를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리커버)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실에서 도망쳐 시간을 달리고 싶었던 여자애는 이제 달리기를 그만뒀다. 지금, 살아 있는 순간을 느끼며 천천히 걷기로 했다. 여전히 쉽진 않지만 조금은 알 것 같다. 그저 불행하기만 한 삶은 없다. 살다 보면 불행한 순간도, 슬픈 순간도, 행복한 순간도, 마음을 울리는 순간도 만나게 된다. 그 순간들로 채워진 시간이 나를 만들었다. (p. 20)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거였다. 이는 마치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엔 길이 없다. 다니는 사람이 많다 보니 길이 된 것이다.”

그때 나는 길을 찾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그냥 걸어가는 것이 내가 할 일, 내가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p. 158~159)



한때 아프게 글 쓰던 시기를 보내며 알게 된 것이 있다. 모든 이야기는 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미워하고 좋아했던 슬퍼하고 행복했던 내가, 진짜 나였다. 나빴고 아팠던 이야기도 모두 나의 것,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었다. 그리고 그런 글을 읽고 끄덕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비로소 내 슬픔은 따뜻해졌고 내 아픔은 빨간 약이 되었다. (p. 245)



넘쳐나는 가벼운 에세이집에 싫증을 느끼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큰 기대 없이 펼쳤던 책이었지만, 글의 표현과 분위기가 생각 이상으로 좋았고 오랜만에 마음을 흔드는 글귀들도 발견하게 되어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차분히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에는 은은한 슬픔이 배어 있었다. 가라앉은 마음으로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샌가 슬쩍 눈물이 고이기도 하다가, 또 어느 때는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면서, 문득 지금 곁에 없는 누군가가 막 그리워지기도 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산다고 생각했던 이의 이야기에서 이상하게도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된다. 그것이 솔직한 글이 가진 매력일까. 언제부턴가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말들을 꺼내는 것이 힘들다는 고민을 가져왔던지라 저자의 이야기 중에서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부분과 솔직함을 담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분이 특히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이 책 덕분에 그동안 짧은 리뷰 앞에서도 종종 머뭇거리다 다시 삼켜 버렸던 내 마음속 말들을 다시 불러 모아보고, 나를 막아서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픔을 아는 이의 눈에는 다른 이의 상처가 더 잘 보이는 것이겠지.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동안 놓치고 지나쳤던 다른 이들의 가려진 마음에 한 번 더 눈길이 가고 귀를 기울여보게 된다.


오랜만에 만족스럽게 읽은 에세이집이었다. 솔직하게 풀어놓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내 마음을 더 들여다보게 되었고, 내 주변을 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차분한 슬픔이 깔린 분위기의 글을 좋아한다면, 머무르고 싶은 글귀가 많은 감성 에세이집을 찾고 있다면 이 책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를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