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 메시지보다 메신저에 끌리는 8가지 프레임
스티브 마틴.조지프 마크스 지음, 김윤재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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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왜 사람들이 특정한 메신저와 그들의 메시지에만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지, 또 반대의 경우 그 이유는 무엇인지 탐구하려는 목적으로 집필됐다. (p. 18)



저자는 메신저를 정보를 전달하는 중개인(개인, 단체, 혹은 미디어 플랫폼이나 기구)’으로 정의하고, 메신저를 크게 하드 메신저와 소프트 메신저로 구분 짓는다. 하드 메신저는 뛰어난 지위를 소유하여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메신저를 말하며, 소프트 메신저는 대중과의 유대감을 통해 영향력을 드러내는 메신저를 말한다.



책은 메신저의 유형에 따라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하드 메신저의 성공에 기여하는 요소인사회경제적 지위’, ‘역량’, ‘지배력’,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2부에서는 소프트 메신저의 성공에 기여하는 요소인 온화함’, ‘취약성’, ‘신뢰성’, ‘카리스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왜 이러한 요소들이 메신저의 영향력을 강화하는지 다양한 심리학 연구들과 실제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고, 우리가 실제로 이러한 메신저들에게 메시지를 받았을 때 그것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지 살펴본다.




겉으로는 민주적이고 누구나 접근하기 쉬워 보이는 트위터라는 플랫폼이 실제로는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위계적인지는 놀라울 게 없다. 트위터가 모든 메신저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고 모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메신저 중 아주 일부의 목소리만을 들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 목소리들은 일종의 지위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p. 36)



첫인상에 대한 연구에서 동안인 사람은 평균보다 덜 적대적이고 더 정직하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점은 능력이 떨어지고 보호받을 필요가 더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p. 213)



메신저가 불안감이나 잠재적 약점을 외부에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취약하게 만들면 그 결과 보통 더 즐거운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하고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당신이 생각, 경험, 감정, 기질을 공유하면 타인은 그로부터 자신과의 유사성을 발견하게 되거나 당신의 행동에 더 나은 통찰력을 얻게 된다. (p. 230)




이 책은 내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받을 때, 그리고 역으로 다른 이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때 모두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같은 메시지여도 누가 어떻게 표현 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들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나 역시 메시지 자체보다는 메신저가 어떤 사람인지에 생각 이상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 같다. 메시지의 전달력을 높이고자 한다면 먼저 사람들이 귀 기울일 만한 메신저가 되어야 했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이 책의 내용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많은 후보들이 그들의 공약들과 메시지들을 어떤 유형과 방식으로 전하고 있는지 책 속 내용을 토대로 나름의 분석을 해보기도 하고, 우리가 그들의 메시지에서 제대로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도 하며 읽으니 이 책의 재미와 의미가 더욱 커지는 듯했다.



이 사회의 메신저가 가진 특징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가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우리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또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p. 28)



끊임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매우 유용한 내용의 책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메신저들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는 요즘의 우리에게 필요했던 책이란 생각도 들었다. 영향력 있는 메신저가 되고자 하는 이에게, 우리를 귀 기울이게 만드는 메신저 효과가 궁금한 이에게 이 책 <메신저>를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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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트랜서핑 1 - 러시아 물리학자의 시크릿 노트
바딤 젤란드 지음, 박인수 옮김 / 정신세계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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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경 쓰이는 일도 자꾸 늘어나고, 컨디션도 점점 나빠지면서부터 이 책 <리얼리티 트랜서핑>이 머릿속에 자꾸만 떠올랐다. 그러나 마음은 이 책을 필요로 했어도, 읽어야 할 책 목록에 밀려 막상 손에 잡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며칠 전 상대방에게 마구 화를 내고 난 뒤 갑자기 잠에서 깬 듯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을 받고는, 더 이상 이 책을 읽는 것을 미룰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 당시에 나는 펜듈럼에 휘둘리고 있었고, 깨어 있지 못했던 것이다. 몇 해 전 열심히 끄덕거리며 읽었던 책 속 내용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희미해져 있었고, 매트릭스 세상의 이치라도 깨친 듯 주변을 바라보던 나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래서 나는 잊힌 것들을 새롭게 되새기며 흔들리는 멘탈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 책을 다시 펼쳤다.



저자 바딤 젤란드는 소련에서 양자물리학을, 이후에는 컴퓨터 공학을 연구했다고 한다. 러시아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유명세를 원하지 않아 베일에 싸여 있는 저자의 이미지 때문인지 책 속 내용들은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1권에서는 개념에 대한 설명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1권의 초반부는 지루할 수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1권의 초반부가 잘 읽히지 않았었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는 책장이 잘 넘어갔고, 저자가 계속해서 개념을 반복하고 예를 들어 설명해 주기 때문에 점점 이해도가 높아져갔다. 저자가 설명하는 주요 개념들에는 가능태’, ‘펜듈럼’, ‘잉여 포텐셜등 생소한 용어들이 많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면 마음 챙김, 심리학, 불교 철학 등에서 들어본 내용들과 비슷한 면이 있어 완전히 새롭지는 않고 이해가 어렵지도 않다.




책 속에서 지금 나에게 필요했던 조언을 뽑아보니 4가지로 간추려졌다.


1)펜듈럼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항상 깨어 있기

2)주어진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갖기

3)생각하고 행동함에 있어서 중요도를 낮추기

4)마음을 좋은 것들 가까이에 두는 습관(특히 감사하는 마음) 갖기




트랜서핑은 자기개발 기법이 아닙니다. 이것은 원하는 것을 얻게 하는 사고방식과 행동방입니다. 성취하는 게 아니고, 말 그대로 그저 얻는 것입니다.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고, 자신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p. 258~259)




새로운 형식의 자기 계발서를 찾는 이에게 이 책 <리얼리티 트랜서핑>을 추천한다. 이 책은 오래전 자기계발 부문 베스트셀러였던 <시크릿>의 고급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물론, 사용하는 용어와 표현 방식은 꽤나 차이가 있다). 그래서 과거 <시크릿>을 읽으며 무언가 부족한 점을 느꼈던 이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리얼리티 트랜서핑 1>을 펼쳤다면 2권과 3권도 이어서 읽어 보길 당부하고 싶다. 1권은 개념에 대해서만 맛보기 정도로 설명을 하기 때문에, 트랜서핑 방법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2권과 3권도 함께 읽는 것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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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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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그의 관심사는 천지 차이였다. 맨디는 자신이 그와 매치된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둘 사이에 무슨 공통점이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다가 그녀는 데이트 사이트나 어플을 이용할 때 필요했던 마음가짐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DNA 매치는 생물학과 화학물질, 과학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맨디는 전혀 모르는 분야였다. 하지만 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이 서비스를 신뢰했다. 수십억 명의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이. (p. 10~11)




소설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섯 명의 이야기가 돌아가며 진행된다. 매치 상대를 소개받았지만 그를 처음 만난 곳이 그의 추도식장이었던 맨디, 경찰관 에이미와 매치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크리스토퍼, 매치 상대의 형을 사랑하게 된 제이드,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의 권유로 받게 된 DNA 매치에서 남자를 매치 상대로 소개받은 , 서비스 가입 10년 만에 매치 상대를 찾은 억만장자 기업가 엘리.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DNA 매치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기 유전자와 딱 맞는 짝을 만나기 위해 이 서비스에 가입하고, 이메일을 통해 그들의 짝을 소개받는다. 세상에 단 한 명 밖에 없다는 DNA 매치. 유전자를 통해 짝을 찾은 그들의 미래는 정말 행복할까.




너무 계산적인 것같이 들리시겠지만, 그저 그런 사람을 솎아낼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요. 뭐랄까, 그 모든 미친 사람을 거치지 않고 천생연분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p. 87)




매치로 맺어진 사람들은 대부분 첫눈에 반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곧이어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강렬한 이끌림의 파도가 지나간 뒤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전자로 자신의 짝을 찾는 면에서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어 효율적일 수 있지만, 그렇게 만난 연인이 이상적인 관계가 된다고 100퍼센트 보장할 수는 없다.



소설 속 주인공들 역시 완벽한 짝을 만나고 나면 동화 속 이야기처럼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그들은 완벽한 짝을 만나기 위해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어야 했거나, 이상하게도 완벽한 짝의 옆 사람에게 눈이 가거나, 사랑에 완전히 빠져버려 자신의 일을 망치게 되기도 하고, 거짓말에 휩싸여 위기에 빠지게 되기도 했다. 세상에 단 한 명. 나의 짝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와 함께하는 삶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DNA 매치는 하늘이 정해준 단 하나의 인연을 찾아주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사랑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시험하는 상황을 가져다주었다.



소설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돌아가며 짧게 전하는데, 각자의 이야기마다 반전이 거듭되어 흥미가 끊기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앞의 반전들은 대체로 예상 가능한 범위였으나, 마지막 반전은 의외의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소설의 전체 내용을 흔들만한 반전이었고, 이 장치를 통해 주제가 더 강하게 드러났다고 생각했다.



뒷맛이 씁쓸한 소설이었다. 추천사만큼 대단한(?) 소설은 아니었지만, 유전자로 사랑하는 이를 찾는 세상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반전을 거듭하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가볍게 한 번 읽어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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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짓읍니다
박정윤 지음 / 책과강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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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따뜻한 음식 에세이였다. 저자는 음식을 매개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풀어내고, 그 이야기의 끝에는 저자만의 레시피도 알려준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에게 음식은 외롭고 쓸쓸했던 지난 시절들의 정신적 허기를 채워준 위로’(p. 5) 였다고 말한다. 저자의 첫 번째 책인 <십이월의 아카시아>에 이어 이 책을 펼친 지라, 저자가 말하는 외롭고 쓸쓸한 삶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 주신 저자의 할머니. 저자는 할머니가 사랑을 담아 만들어 주셨던 음식들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녀를 위로해 준 음식들, 그 음식들과 이어진 기억과 추억이 궁금했고, 글이 전하는 분위기도 기분 좋게 느껴져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계속해서 책장을 넘겨갔다.




된장이며 두부며 호박이며 양파며 고추며 대파도 본디 제가 있던 곳이 있었을 텐데 그곳을 떠나와 한 그릇 안에서 만나 서로 엉켜 있는 것 같았다. 사람과의 만남도 된장찌개 안의 그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운명과 같은 만남으로 각자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서로의 삶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서로 엉키고 엉켜서 더 이상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 된다. (p. 20)




할머니 집 마당에서 사람들과 북적거리며 김장을 하던 날들의 추억은 춥고, 맛있고, 따뜻했다. 그날들 이후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김치를 매일 먹지만 그때 할머니 김치처럼 맛있는 것을 아직까지 먹어보지 못했다. 앞으로도 할머니의 맛을 흉내 내려고 애를 쓰겠지만 불가능할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느 누구도 그때의 할머니처럼 나를 사랑할 수 없고, 그만큼 정성을 다한 음식을 만들어주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슴으로 기억할 수밖에 없어서 더 간절히 그리운 그 맛. 나 역시 그만큼의 간절한 사랑으로 가족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먹이고 싶다. 내가 곁에 없을 때에도 그 맛과 그 마음을 기억할 수 있도록. (p. 159)


할머니의 음식을 그리워하고 있는 나와 비슷한 마음을 발견해서인지 저자가 할머니의 이야기를 할 때에는 유난히 그 마음에 공감하며 읽었다. 저자의 말처럼 그 음식이 특별했고 그리운 것은 그 속에 담겨있던 마음을 함께 먹어서 였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앞서 읽었던 <십이월의 아카시아>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온기 가득한 한 그릇의 음식을 먹고 난 것처럼 마음에 따뜻함이 차올랐다.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니 내 기억 속 사람들이 자꾸만 그리워졌다. 마음이 가득 담긴 한 상, 다 같이 모여 앉아 즐겁게 먹고 이야기 나누던 시간. 당연한 것이고 영원한 것인 줄 알았던 그 시간들은 지나고 보니 당연하지도 영원하지도 않았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가장 특별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위로를 주는 따뜻한 감성의 음식 에세이를 찾는 이에게, 책 한 권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싶은 이에게 이 책 <밥을 짓읍니다>를 추천한다.




이 글은 박정윤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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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의 아카시아
박정윤 지음 / 책과강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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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절대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몇 번의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 갔다. 의사는 앞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는데 침묵을 깨고 나올 의사의 말을 기다리고 앉아 있는 그 순간이 실은 견딜 수 없이 무서웠다.

유방암입니다.”

설마 했는데··· 탑처럼 쌓아 올렸던 희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지만 순간 목이 콱 막혀버려 울음은 밖으로 흐르지 못하고 목젖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토해내지 못한 감정이 갇히고 나니 손발 끝이 찌릿하게 저려오기 시작했다. (p. 12~13)




책의 첫 페이지부터 저자는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이어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그날의 기억을 차분히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거기에는 그녀가 느꼈을 두려움, 불안, 절망의 감정이 묻어 있어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내 마음도 무거워져 갔다. 물론 이 책은 끝까지 어두운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반부부터는 그녀를 둘러싼 과거의 경험들과 그와 관련된 사색의 시간들, 그리고 그녀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러한 이야기들은 앞서 들었던 어두운 이미지와 대비되어 별일 없는 평범한 일상을 더욱 감사한 시간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이 책은 계절에 비유하자면 겨울 같았다. 한겨울에는 바람만 불어도 살이 에이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 차가운 기온은 평화롭게만 보였던 들판과 강물을 얼어붙게 만든다. 저자가 부모를 일찍 여의고 슬퍼했던 날들, 암 투병으로 힘들어했던 시간들은 겨울처럼 저자의 몸과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 듯이 보였다. 추웠던 과거의 기억들을 듣고 있으니 저자가 안타깝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털어놓기 어려웠을 이야기들을 용기 있게 솔직히 풀어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아팠던 그녀의 몸과 마음이 치유되었기를 바라본다.




사람은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잊지 못할 사람과 잊지 못할 기억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평생을 그 사람과 그 기억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가끔 두려운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어느 순간 따뜻하고 소중한 기억을 놓치는 날이 올까 봐 그게 두렵다. 죽는 순간까지 그 기억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미소 지으며 눈감을 수 있기를 또 바란다. (p. 115)




한 사람의 아픈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들 속에서 품었던 솔직한 마음의 말을 들어보고 싶은 이에게 이 책 <십이월의 아카시아>를 권하고 싶다.



겨울 뒤에는 반드시 따스한 봄, 울창한 여름, 풍요로운 가을이 차례로 오듯이 저자의 남은 시간도 역시 그러할 것이라 믿는다.




이 글은 박정윤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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