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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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스키타 헤이스케 40세 가장이었다. 사촌 오빠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떠난 그의 아내 나오코는 남편의 끼니를 미리 챙겨 두고 떠났고, 그는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내가 준비해 둔 음식을 먹으며 스모 경기의 결과를 듣기 위해 텔레비전을 시청 중이었다. 그런데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뉴스가 흘러나왔고, 곧이어 그는 자신의 아내 나오코와 딸 모나미가 타고 갔던 버스가 절벽에서 추락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사고로 중상을 입은 아내는 곧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뇌 손상으로 의식이 돌아오기 어렵다던 딸 모나미는 기적적으로 깨어나게 된다. 그런데 의식을 되찾은 딸은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보, 내가 하는 얘기······ 믿어줄 거야?” 모나미가 물었다.

그럼, 믿고말고. 모나미가 하는 말이라면 아빠는 뭐든 다 믿어.” 딸을 향해 웃음을 건네면서 헤이스케는 말했다. 그리고 말한 뒤에 의문을 느꼈다. 여보, 라고? (p. 39)


딸의 몸에 들어간 엄마의 영혼. 그렇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아내가 아닌 딸이었다는 걸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등 의문점은 많았지만 어디에서도 명확한 답을 찾아내지 못하고 그들은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나오코는 6학년이었던 모나미의 삶을 이어 가기로 하고 모두에게 비밀을 숨긴 채 새 학기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헤이스케는 실제로는 딸을 잃었다고 볼 수 있지만, 아내를 딸의 모습으로 보아야 하고 딸의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잃은 사람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아내이지만 진정한 아내의 역할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딸도 아닌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 것일까.



소설 속에는 여러 가지 비밀들이 나온다. 헤이스케와 나오코 각자의 진심, 그들이 처한 상황을 외부에 숨기는 일, 그들 가족의 행복을 깨뜨렸던 사고를 일으킨 운전기사의 비밀 등 계속해서 비밀은 생겨나고 밝혀지게 된다. 특히 소설 속에는 가족 간의 비밀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전하지 못한 말과 상황에 대한 섣부른 짐작은 오해를 쌓게 만든다. 가장 가깝기에 서로를 잘 알 것 같다고 여겼던 사이도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소설 밖의 우리도 아주 가까운 이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이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소설 <비밀>은 가까운 관계도 때로는 멀어지게 만드는 우리 각자만의 비밀에 대해, 관계에 있어서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는 비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만들었다.


현실에서 비밀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존재할 때가 많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들의 비밀은 그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그 사람을 위해 비밀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비밀은 상대방을 위한 희생이자 사랑 그 자체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계속 눈물이 났다. 안타깝고 안됐지만 동시에 그들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갔달까.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주어진 것을 바꿀 수 없다면 결국 소설 속 결말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소설 속 딜레마에 빠져 함께 고민해 보기도 하고, 가족과 사랑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며 재미있게 그리고 의미 있게 읽어 나간 소설이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계속 결말 장면이 머리에 그려졌고 떠올랐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주었다는 이 작품, <비밀>을 아직도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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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바이러스 쇼크 - 인류 재앙의 실체, 알아야 살아남는다
최강석 지음 / (주)에듀넷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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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침략으로 자유를 잃은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과거에 우리를 위협했던 사스나 메르스처럼 이 바이러스 역시 길어야 몇 달이면 잠잠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여전히 우리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도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끝날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나는 코로나19라는 적에 대해 잘 알고 싶었고, 무성한 소문들 사이에서 진실을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바이러스와 팬데믹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 <New 바이러스 쇼크>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동물 전염병 국제 전문가 겸 바이러스 학자인 최강석이 쓴 바이러스 이야기이다. (저자는 현재 질병관리청 인수공통감염 전문위원 및 조류 인플루엔자 백신 전문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책은 바이러스의 기본 특성부터 시작해 과거 우리를 괴롭혔던 위험한 바이러스들,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전문가가 쓴 책이지만 어렵지 않고 쉽게 잘 읽히는 편이다.




책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을 몇 가지 소개해 본다.



1.

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는 모두 박쥐가 기원 동물이었다. 이 외에도 헨드라바이러스, 니파바이러스, 에볼라바이러스 등의 신종 바이러스들도 모두 박쥐가 기원 동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박쥐에서만 유난히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지구상에 박쥐가 1,200  (포유류 동물이 약 5,000종 정도임을 생각해 볼 때 굉장히 많은 숫자임)이나 살아가고 있고, 박쥐가 가진 바이러스는 약 36,000(인간은 약 200여 종의 바이러스를 가짐)이나 되는 데다가, 그들의 긴 수명과 집단생활을 통해 그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뒤섞이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다른 동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이 쉽다는 것이었다. 새롭게 들려오는 바이러스들과 항상 함께 거론되는 박쥐의 이야기에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궁금증이 조금 해소되었다.




2.

피터 다스작 박사는 지구에 존재하는 육상 척추동물포유류와 조류에서만 약 167만 종의 바이러스가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동물사람포함에서 바이러스 1만여 종을 찾아냈으니,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바이러스가 166만여 종이나 존재하는 셈이다. 알려진 바이러스는 빙산의 일각이다. 거대한 바이러스 저수지에 이제 살짝 발을 담그고 있는 수준인 것이다.” (p. 98)


우리가 아직 모르는 바이러스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보며, 인류가 코로나19를 정복한다고 해도 언제 또다시 새롭고 위험한 바이러스가 우리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일었다.




3.

바이러스의 난폭성은 자연 숙주라는 보장된 서식처를 벗어나 새로운 숙주 서식처를 찾아 나설 때 주로 발생한다.   (중략)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증식하기 시작하면 숙주 면역세포의 표적이 된다. 이 경우, 숙주가 이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종간 장벽을 넘어와 새로운 숙주에 정착하는 바이러스는 매우 드물다. 만약 그 숙주가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데 실패하게 되면, 바이러스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숙주 면역체계가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변한다. 그러면 숙주는 엄청난 양의 바이러스에 버티지 못하고 병증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 숙주는 매우 치명적으로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p. 117)


공생처럼 숙주와 적당히 타협하여 살아가던 바이러스들은 자연 숙주를 벗어나 새로운 숙주를 만나게 될 때 매우 난폭해진다. 이런 경우는 주로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넘어갔을 때이며, 최근 출현했던 신종 감염병 바이러스들이 이에 속한다고 한다.




4.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스필오버 과정을 거쳐 인간의 몸에 정착했다. 우리가 겪어왔던 신종 감염병의 최소 75퍼센트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그렇게 넘어왔다. 아직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바이러스들이 야생 세계에서 득실거리고 있고, 이들 중 스필오버 기회를 잡은 바이러스가 어느 날 갑자기 자연계에서 깨어나 인간 세계를 넘볼 것이다. 물론 깨우는 주체는 인간이 될 것이다.” (p. 169)


스필오버 과정은 기존의 자연 숙주와 새로운 숙주 간의 잦은 접촉이 요구된다(보통은 종간의 장벽 때문에 바이러스가 쉽게 넘어오지 못한다). 저자는 우리가 환경을 개발함으로써 야생동물들의 서식처를 빼앗고, 먹이가 부족해진 야생동물이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오도록 만드는 것이 앞서 말한 숙주 간의 접촉 빈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말한다.





책은 코로나19 바이러스만을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해 넓게 설명을 하고 있지만, 그 내용들을 들을수록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바이러스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이 책 <New 바이러스 쇼크>를 추천한다. 전염병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용한 지식을 쉽게 설명한 책이니 널리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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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엣지 - IQ, 재능, 운, 환경을 뛰어넘는 강력한 4C의 힘
그렉 옴 지음, 김시내 옮김 / EBS BOOKS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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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인간의 영역에 속하던 것들이 점차 인공지능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고, 우리는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서 밀려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저자는 우리가 인공지능과 경쟁에서 이기려 하기보다는차별화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흉내 내기 어려운 더욱 인간적인 인간이 되어야 하며, 그것은 바로 이 책이 말하고 있는 4C를 키움으로써 가능해진다고 한다. 4C의식(consciousness), 호기심(curiosity), 창의성(creativity), 협업(collaboration)을 말하며 이 네 가지가 휴먼 엣지를 구성하는 요소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나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세상에서 기계로부터 밀려나지 않는 인간이 되고 싶었고, 아이 또한 미래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재로 키워내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의 첫 장을 펼쳤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part 1에서는 인공지능의 발전된 모습과 왜 우리가 창의적인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part 2에서는 휴먼 엣지의 4가지 요소를 하나씩 살펴보며 각각의 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들을 알려준다. part 2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며, 아래에 기억에 남는 내용 위주로 짧게 정리해 보았다.



1. 의식(consciousness)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나의 일에 대해 만족감을 주고, 그 자체로 동기부여가 되어 그 일을 계속하도록 만들어준다. 또한 집중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모바일 인터넷이 생겨난 이후로 사람들의 주의력 지속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언제든 방해받을 수 있다는 뜻이며 그 때문에 우리는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업무 상황에서 집중도를 높이는 방법을 들려준다.



2. 호기심(curiosity)


인간은 인공지능과 달리 넓은 분야에 호기심을 가진다. 저자는 우리가 이 특성을 살려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배워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호기심을 가지는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질문을 하는 습관 또한 필요하다고 한다.



3. 창의성(creativity)


저자는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안한다. 예상치 못했던 것에 대한 질문, 새로운 환경 경험하기, 기존의 방식을 바꿔 보기, 잠을 잘 자기 등 사소해 보이지만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되는 팁들을 알려준다. 이 부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일단 많은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소위 천재들이라 불리는 각 분야의 대가들을 예로 들며 그들 역시 많은 시도 끝에 큰 업적을 남겼음을 보여주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내용은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것에 대한 비유를 떠올려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시켜보는 것이었다. 책에서는 신기술 도입을 반대하는 팀원들을 설득하는 문제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이 문제를 말을 잘 듣지 않는 오래된 오토바이에 시동을 거는 것’(p.287)에 비유해 오토바이의 문제를 해결하듯 실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4. 협업 (collaboration)


우리는 협업을 통해 작은 아이디어를 모아 더 나은 하나의 생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생각을 실천에 옮겨 실험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중간중간에 책 내용을 자신에게 적용시켜 생각해 보도록 만드는 부분이 있어 나의 휴먼 엣지를 더 효율적으로 키워내도록 이끌어준다. 인공지능에게 뒤처지지 않는 능력을 개발하고픈 직장인에게, 더욱더 창의적이고 인간적인 인간이 되고자 하는 이에게 이 책 <휴먼 엣지>를 권하고 싶다. 저자가 제안하는 많은 팁들은 읽는 이를 이전보다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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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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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저자의 신간이었던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영화와 트라우마를 잘 연관 지어 설명해 트라우마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인 책이었다. 저자의 글에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았던 터라 이전 저서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그중에서 이 책을 찾게 되었다.



최근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영화를 매개로 하여 트라우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트라우마란 무엇인지, 그것의 원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트라우마의 증상과 치료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24편의 영화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책 속에 소개된 영화들 중 내가 보았던 작품은 <여자, 정혜>, <나비효과>, <포레스트 검프> 3편이 있었는데, 셋 다 매우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들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책을 통해 영화에 대한 기억도 되살리고 트라우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으로 첫 장을 펼치게 되었다.



영화 속 스토리와 연결 지어 트라우마에 대해 설명하니 더욱 쉽게 와닿았다. 책 속에 언급된 영화를 몇 편 더 찾아보게 되기도 했다.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삶을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껴 봄으로써 글로 전하기 어려웠던 부분까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영화 속에 묘사된 장면들이 정신과 전문의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재미있는 경험도 되었다. 저자의 최근 신간에서도 느꼈지만 일반인들에게 트라우마를 설명하기 위해 영화를 이용한 것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신간에서 보았던 내용들이 일부 중복되어 보이기도 했지만, 복습하는 기분으로 읽어 나갔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신간의 내용이 더 좋았다.



트라우마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와 심리학 둘 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도 꽤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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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없는 동물원 - 수의사가 꿈꾸는 모두를 위한 공간
김정호 지음, 안지예 그림 / Mid(엠아이디)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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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주동물원의 진료사육팀장(수의사)이 쓴 동물원 이야기다. 저자는 동물원에서 동물들과 함께하며 내부의 시선에서 바라본 동물 이야기를 연민이 묻어 있는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어릴 때는 동물원의 동물들을 구경하는 것이 마냥 좋았다. 책이나 텔레비전에서만 보았던 동물들이 눈앞에서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것은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흘러 다시 찾게 된 동물원에서는 그런 감정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어렸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기를 잃은 듯 좁은 우리 안에 앉아있던 동물들을 보며 자연 속에서 자유로이 살아가야 할 존재들을 억지로 가둬 놓고 구경거리로 만들어 놓은 인간의 이기심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 뒤로는 동물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동물원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바뀌었다. 동물원에는 야생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인간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는 동물들이 많았다. (물론 동물원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야생에 적응하기 어려운 동물이 대부분이긴 하다) 그런 동물들에게는 동물원이 조금 좁더라도 먹이와 천적의 걱정 없이 비교적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어 줄 터였다. 또 다양한 환경에서 구조되어 동물원에 들어왔다가 건강을 회복한 뒤 다시 떠나는 동물들도 있었다.




좁은 곳에서 병을 얻은 박람이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호랑이사는 이제 그 공간을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다. 박람이가 항상 앉아 있던 평상에 나도 앉아 보았다. 그곳에서 박람이가 앉아서 바라보았던 풍경을 찾아보았다. 시선의 끝에는 앞산의 양지바른 무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울창한 숲이 있었다. 그 숲의 골짜기에는 예전에 호랑이가 자주 나왔던 곳이라 하여 범박골(범바위골)이라 불렸다.” (p. 19)


박람이가 생전에 바라보았던 풍경을 보며 저자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오래전 그곳이 호랑이들이 자유로이 어슬렁거렸던 골짜기였다는 걸 박람이는 알고 있었을까. 좁은 곳에서 평생 바깥을 그리워했을 박람이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고 인간으로서 미안했다.




이유야 어떻든 동물사 밖을 나온 하니는 자유로웠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랐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하니처럼, 동물원에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이 대부분이다.” (p. 49)





그래서 야생동물 진료는 도전의 연속이다. 열정적으로 진료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많다. 아픈 동물이 발생하면 열심히 진료해도 폐사되는 경우가 많아 무력감에 자주 빠지게 된다. 어렵게 치료가 되면 그 과정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도 않아 자기만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동물들은 치료 중 고통을 받았으니 고맙다는 말 대신 으르렁거리거나 도망가는, 야속한 환자다. 그래도 내일 다시 아픈 동물들을 감당하려는 이유는 야생동물 수의사가 아니면 살려보려는 시도조차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p. 195)




저자는 동물원 안팎에서 다치거나 병든 동물들을 치료해 준 이야기들을 덤덤히 전하지만, 그 속에 그들을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이 묻어 있어 그 따스함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전해져 왔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동물원에는 동물들의 건강과 더 나은 사육 환경을 위해 애쓰는 고마운 분들이 있었고, 그분들 덕분에 동물원은 조금씩 나은 곳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물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동물원이 없어질 수 없는 곳이라면 그러한 시도들은 필요한 노력이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원에 직접 방문해 구경하는 것보다 동물원과 동물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동물원을 좋아하는 이에게, 동물원 수의사가 들려주는 진짜 동물원의 모습을 듣고 싶은 이에게 이 책 <코끼리 없는 동물원>을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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